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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소설체로 써봄 전편 안 봐도 됨



“너랑도 벌써 15년이냐. 징하다 징해.”

이미 거하게 취해버린 백호가 태웅이를 징그럽다는 눈으로 쳐다봤음. 15년. 그러니까 둘이 만난 게 15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까 지금은 30살이었음. 악명 높은 라이벌, 국대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콤비. 둘의 미친 합은 이미 국민들에게는 유명했음. 그리고 동거사실도.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두 사람의 인기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결혼적령기의 인기많은 청년들 두 명이 국내에 들어온 뒤로 줄곧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건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아냈지. 둘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각별해? 비교적 개방된 문화에서 유학을 했다는 이 두 사람은 그 첫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까지, 정말 로맨틱하지 않은 데가 없어서, 보수적인 이 땅에서도 브로맨스다 뭐다 하면서 은근히 그들의 이야기를 시대를 풍미하는 어떤 로맨스로 소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음. 하지만 그 모든 관심에도 두 사람은 그저 둘을 오래된 악연, 혹은 꺾어야 할 라이벌. 그렇게 선을 긋곤 관심을 잠재우곤 했음.

“야 서태웅. 넌 결혼 같은거, 아니, 연애 같은거 안하냐?”
“멍청이한테 연애상담 따위는 할 생각 없는데.”
“이 자식이...! 후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너랑 같이 지낸 지가 벌써 이렇게나 됐는데 네놈이 연애하겠답시고 누구 한 명 데려오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래. 어디 하자 있는 건 아니지?”

그렇게 잠시 태웅에 대한 모종의 음해를 한 백호가 슬쩍 태웅의 아랫도리를 흘깃 쳐다봤음. 태웅이 불쾌한 듯 눈썹을 찡그리곤 말함. 그딴 거 아냐 멍청아. 변태냐?

“그럼 뭐가 문젠데. 너 혹시 그런 거냐? 남자 좋아한다거나.”

백혼의 친구 중에서도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몇 있었음. 그중엔 백호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도 있었고. 백호는 딱히 그 사람들에게 뭐라고 한 적은 없었음. 이 몸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겐 따로 정중하게 거절을 하곤 했음. 여러 번 있었던 일이었음. 백호는 은근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인지 몇 달에 한 번 꼴로 꼭 고백을 해오는 사람이 있었음.

태웅은 어땠느냐. 고백해오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음. 바다를 건너서도 저 잘난 외모는 어디 꿀리는 구석이 없는 모양인지 여자고 남자고 아주 그냥 가리지 않고 대시를 해왔음. 적극적인 성정의 사람들이랑 오히려 고향에서보다 더 심한 것 같았음. 그런데 여우녀석은 한 번을 누굴 데려오질 않는 거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했지.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럼 뭐야. 여자야?”

태웅이 백호를 한심하게 쳐다봤음.

“그런 게 왜 궁금한데?”

눗... 백호가 예의 그 감탄사를 내며 얼굴을 붉혔음. 왜 궁금하긴. 내가 궁금해 할 자격도 없어? 대외적으로 악연으로 이름을 날리고는 있지만 백호가 생각했을 때 15년이면 그래도 친구라는 말을 쓸 만큼은 되었음. 어디 그냥 친구도 아님. 바다 건너 같이 유학생활까지 마치고 함께 돌아와서 동거를 하고 있는 정도면 거의 가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음.

“그거야, 윽, 그래도 우리가 서로 그정도 궁금해할 사이는 되지 않냐?”

상식적인 말이었음. 어디 하나 책잡을 수 없는. 그런데 서태웅은 그 말에 콧방귀를 꼈음.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똑바로 마주친 태웅의 눈빛이 어딘가 잡아먹힐 듯해서 백호가 순간 시선을 피했음.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말함. 친.... 구....? 나름 용기낸 말이었음. 서태웅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난 너 친구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백호가 느꼈던 배신감이 더 컸을 거임.

"내가 그 때 말하지 않았나. 너 좋아한다고.“

청천벽력 같은 태웅의 고백에 눈앞이 순간 하얘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