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협이 평상시에는 둔감한거 같으면서도 누가 자길 좋아하는건 기민하게 알아보는데
그래서 상대가 고백할거 같으면 미리 선수쳐서 농구부 활동 때문에 누구랑 사귈 생각없다면서 핑계를 대곤 빠져나가곤 했음

그날도 대협은 평소처럼 느긋하게 낚시 하느라 부활동에 지각하는 바람에 유감독님이 대협이 앞에 서서 열을 내며 화를 내는데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듣고 있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급히 시선 돌리는 영수를 보게 됨

어라? 뭐지 내 착각인가 싶었는데 그동안 자신이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거지 한번 자각하고나니 모를 수가 없었음
영수 제 딴에는 티를 안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대협이 눈에는 영수가 자길 좋아하는게 훤히 보였음

이거 좀 곤란한데... 영수가 만약 고백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같은 농구부인데 거절하기라도 했다가 팀워크에 문제 생기는거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최대한 영수가 상처받지 않을 방향으로 에둘러서 거절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봐도 영수가 고백할 기미가 전혀 안보이는거임 왜 고백을 안하지? 오늘쯤이면 하려나? 아니면 내일?
그러는데도 영수가 고백을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대협이 영수에 대해 궁금해지고 계속 영수 생각만 하게 됨

부활동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우루루 다 빠져나간 농구부실에는 대협과 영수 둘만이 남아 있었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물어볼수 있을지 몰라서 대협은 영수야 하고 부르는데 영수는 뭐지 하는 얼굴로 대협을 쳐다봤음


"영수야 나 뭐하나만 물어봐도 돼?"


갑작스런 대협의 말에 뭐지 오늘 너무 대놓고 쳐다봤나 다음부턴 덜 쳐다봐야겠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영수야 정말 나 좋아하는거 맞아?"


내가 자길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지 싶은데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그런거 아니라고 해야되나 머릿속에서 과부화된 상태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대협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음


"아니 지금까지 나 좋아하던 다른 애들은 나한테 고백했는데 영수 넌 왜 안해?"


앞에서 깐죽거리는듯한 비록 말한 당사자는 그러한 의도가 없었지만 영수 귀에는 그렇게 들린 대협의 말에도
도발에 넘어가지 말자 안영수 윤대협은 그냥 내 반응이 재밌어서 저러는거야 참자 참아 하면서
최대한 대협이 무시하면서 갈 길 가려고 하는데


"그래서 영수야 너 언제쯤 나한테 고백할거야?"


그 말에 인내심이 끊어진 영수가 끌어오르는 화를 참는듯이 고개를 숙였다가 하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보다 16cm나 큰 대협의 멱살을 잡고는 말했음


"윤대협 내가 널 좋아하는게 무슨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가 본데 착각하지마
널 좋아하는건 좋아하는거고 고백하는건 별개니까 애초에 난 너랑 사귈 생각따윈 해본적 없어
시간 좀 지나면 이 짓도 그만 둘테고 그때까지만 그냥 여태껏 그래왔던것처럼 모른척 해"


자기 할 말을 다 마친 영수가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듯이 멱살 잡고 있던 손을 털고 자길 스쳐지나가는걸
대협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엔 없었음

자길 안 좋아하는 영수라니 생각해본적도 없었는데 왜 기분이 나쁜건지 모르겠음

그뒤로 대협이가 영수 마음 사로 잡으려고 노력하는데 영수 그 날 이후로 대협이한테 실망해서
그래 이놈의 짝사랑짓도 그만둘때도 됐지 훌훌 털어버리려고 해서 대협이가 전전긍긍하는거 보고싶다




오늘이 고백데이라길래 다 지나가기전에 써봤는데 고백은 안하고 끝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