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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4 13:39
송태섭에 대한 자기 마음 자각하는거 보고싶다

송태섭은 당연히 고등학생때부터 짝사랑 해 왔음 근데 정대만 진짜... 유죄짓에 자각 없는 뼈테로라 오만 여자들 다 사귀고 다녀서 일찌감치 잘될 거라는 기대는 커녕 고백조차도 하지 않기로 마음 닫은지 오래임. 송태섭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티 안 내도 기민하게 눈치채서 너 아프지. 들어가서 쉬어라. 답지 않게 선배인 척 할땐 언제고, 또 하루는 기분 좋아보여서 무슨 좋은 일 있나봐요? 하고 툭 물으면 그런게 있다~ 하면서 상기된 뺨으로 여자친구랑 뭐 있었다는 티 풀풀 내서 마음 꺾이게 만들기 장인임

정대만 유죄짓 끊이질 않아서 미국에서 이슈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송태섭한테 연락해서 무슨 일 없는지 물어보고, 그러면서 국내 북산 애들 소식도 꼬박꼬박 공유해줬을 듯. 일주일에 세 번은 비싼 전화비 다 본인이 대가면서 전화하고, 어쩌다가 시간 놓치기라도 하면 다음날 바로 연락해서 어제 이러이러해서 연락 못했다고 이유까지 대줌. 꼭 전화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자리 잡느라 국내 못 들어오는 송태섭한테 분기별로 음식 같은거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고, 가끔 송태섭 집에 가서 카오루상 말동무나 아라의 오빠가 되주기도 함. 그래놓고 여자친구는 늘 끊이지 않는 정대만이었으면

특히 대학생 되서는 반년 이상을 만난 애인이 없는 정대만... 허구 헌 날 차이는데 차일 때마다 툴툴거리면서 그 주정 다 받아주는거 미국에 사는 송태섭이었겠지. 시차 12시간이나 차이 나는데 여친한테서 차일 때마다 술 진탕 먹고 냅다 전화하는 정대만 진짜 별론데, 새벽이고 아침이고 그거 다 받아주면서 이번에도 오래 못 간 짝남 연애에 내심 안심하는 자기도 참 지독하다고 자조하는 송태섭
근데 정대만 차이는 거 늘 한결 같은 이유였겠지 너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좋아하잖아. 그거 들을 때마다 도통 이해가 안 돼서 머리만 벅벅 긁는 정대만 뭐라는거야? 좋아하니까 만났지... 그래놓고는 또 금세 훌훌 털고는 술 먹고 송태섭한테 전화하는거

근데 그랬던 정대만이 대학교 3학년부터 만난 여자친구 진득하게 만나서 6년차에 결혼까지 가면 좋겠다. 이번에도 연애 시작했다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송태섭(과 북산 친구들). 근데 일년을 넘고, 삼년을 넘고, 육년 차에는 프로포즈를 했다네. 미국에서 소식 꼬박꼬박 듣는 송태섭 일년 차엔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아서 마음 고생하고, 삼년 째에는 마음 고생이 몸고생으로까지 와서 잦은 부상에 벤치행까지도 갔다가, 겨우겨우 이겨낸 후 육년 차 결혼한다는 소식 들었을 때 오랜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겠지.
태섭아, 나 결혼한다. 그래서 너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후배이자 동생이잖냐. 답지 않게 쑥쓰러운 듯 진중한 정대만 목소리에 송태섭 너털웃음 지었을 듯. 뭐래... 징그럽게. 평소처럼 해요. 하면 그새 왁왁거리는 정대만 목소리에 하하 웃으면서 선배 결혼식에 나 아니면 또 누가 가겠어요. 그런 소리나 해주고

결혼식 직전까지도 화장실에서 한참을 욱욱 헛구역질 한건 없던 일처럼 정대만 바로 옆에서 사진 찍으면서 송태섭 진짜 환하게 웃었을 듯... 잘 가라, 내 첫 사랑. 옆에서 제 신부 마주보는 정대만 얼굴이 너무 빛나고 행복해보여서 자기도 웃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 뒤로 송태섭 바로 미국에서 이민 준비 했을듯. 어차피 체류한 지 오래 돼서 미국 생활에 더 익숙해지기도 했고, 자리도 잡다 못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국내보다는 해외에 있을 이유가 타당하니까. 카오루상이랑 아라도 불러서 미국에서 다 같이 살까 싶어서 집도 알아보고, 자리 잡아줄 준비도 하고...
근데 그러는 동안 정대만 결혼한 지 일년 반만에 이혼 당했으면. 자기 이전 여자친구들한테 차인 것과 똑같은 이유로. 대만아, 너는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너는 송태섭 선수를 사랑하는 거야.

아내가 떠나고 간 집에 홀로 남은 정대만 한참을 생각했겠지. 그리고 너무 오래 모르고 있었던 자기 마음 자각했으면 좋겠다. 왜 자기가 갈색 곱슬머리의 여성을 선호했는지, 여태껏 만난 애인들의 키가 왜 익숙했는지, 대화할 때 왜 무심코 툴툴거리는 말투를 상상했는지, 헤어질 때마다 자기 받아주는 잠긴 목소리가 왜 그렇게 기다려지고 듣기 좋았는지 같은 것들...
왜 아침마다 미국 관련 기사 찾아보는게 습관이었는지, 왜 한동안 부상 크게 입고 벤치까지 갔으면서 아무런 연락 없는 송태섭한테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왜 결혼식이라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송태섭한테 그렇게 눈이 갔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본 정대만 한숨 크게 내쉬면서 무릎에 얼굴 파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반년 뒤 어느 겨울 저녁, 경기 끝내고 들어와서 씻고 막 저녁까지 먹은 송태섭 집문 누가 쾅쾅 두들김
머리 탈탈 털면서 뜨끈한 커피 한잔 마시던 송태섭 눈썹 꿈틀함. 이 시간에 누가 올리가 없는데. 혹시나 싶어 현관 앞에 둔 총 위치 더듬어보면서 문 열면
눈에 흠뻑 젖은 채 마지막으로 봤던 이년 전 결혼식보다 많이 날렵해진 정대만 서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 집 주소 알려준 적 없는데 어떻게 찾아왔는지 커다란 캐리어까지 들고서는




대만태섭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