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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8 10:04
송태섭 미국에서 총기난사에 휘말려서 사망직전에 주마등 휘리릭 스쳐가는데 진짜 애기시절 준섭 아라랑 함께 수박씨뱉던거, 준섭이한테 농구배우던거, 아라한테 자전거 가르쳐주던거, 준섭이 실종을 지나서 홀로 외롭게 보내던 시절들이 쭉 떠올라서 표정없이 멍때리듯 보다가 냅다 쇼각세? 하는 정대만을 보곤 좀 웃었으면

매일 꿈에 나올땐 진짜 형같고 어른스러웠는데 이렇게 보니까 애기가 따로없네ㅋㅋ 싶어서 웃다가 저 때 내가 농구장에 계속 나갔으면 그때부터 우리가 안면틀 수 있었을까, 적어도 날 기억했을까 생각함

그때의 다정한 말도 생각나고 형을 닮은 그사람이 계속 걸려서 정대만찾아 북산에 들어오고(아닌것 압니다 태대한정으로 봐줘) 농구부에 입부했는데도 정대만이 없어서 잠깐 실망하게되는 송태섭

또 농구가 풀리지 않을때 또다시 찰랑거리는 롱게를 만나 나랑 원온원해서 지면 삭발하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게 보이는데 도망가기 전 그 때 정대만의 표정이 굳은 이유를 이제야 알아챘을듯

내가 농구로 부상당한 형을 조롱하는줄 알았구나, 그렇게 상처받을줄 알았다면 적어도 장난스럽게 얘기하지는 않았을텐데 잠깐 후회했다가 그날이 없었으면 농최날도 없었고 정대만이 돌아오는 일도 없었을거라고 걍 뭉뚱그리고 넘어갈듯

다음장면에서 7:1로 다구리까이다가 자기 농구화 발로 걷어차는 정대만 보고 눈돌아가 정대만 기절시키고(다시봐도 애새끼처럼 이빨빠진 모습은 좀 귀여워서 웃음) 오토바이모는거보고 정대만 쓸데없는 분풀이도 레전드지만 나도 신발 한짝 차인게 뭐라고 그렇게 인생 자포자기했냐 한심한새끼야 생각하다가

농최날은 다시보니 정대만 절절함이 느껴져서 마음한쪽 시릴것같음.. 체력도 후달리는게 그 광견출신 현직양키 양호열한테 아무리 쳐맞아도 농구부에 다신 안오겠다는 말도 못하고 버티고 계속 일어나는것도, 준호말에 ptsd눌린사람마냥 버럭하는것도, 치수앞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얼어붙은것도, 감독님 앞에선 농구가 하고싶다며 우는것도 정대만스러운데도 정대만스럽지못해서 살짝 속상한 송태섭

머리밀고 체육관앞에서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 할 때 이사람도 수없이 많이 꺾였구나 싶다가도 대굴박는거보고 크 이래야 내 정대만이지ㅋㅋ 하고 자기가 더 뿌듯해함

합도 맞춰보고 바보트리오도 결성하고(아무리봐도 그 염병을 떨어놓고 돌아와서 부원들 형마냥 구는건 정말 신기함) 함께 경기하는걸 보고 난 이때부터 형과 정대만을 별개로 생각했구나 느끼게 될듯 아무래도 우리 형은 저런 체력거지도 아니었고 장난기는 있었어도 똑똑했고 아무한테나 흘리고 다니는 멍청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인간과 겹쳐봐서 미안하다고 형한테 좀 합장이라도 하고싶은 기분임

형이 꺾고싶어하던 산왕, 형처럼 다가온 그 날처럼 3점슛을 폭격기처럼 넣고 늑대처럼 헥헥대는 정대만. 이 정대만은 다시 봐도 정말 심장이 귀에서 쿵쿵대서 약간 의아할듯.. 그땐 모든 힘을 다쏟아붓고 힘들어서 심장박동이 컸던걸로 기억하는데 원래 주마등에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건가 하고 넘어감ㅋㅋ 얘도 바보트리오라 어쩔수없음..

또 뒤지게 싸우다가 어영부영 윈터컵도 보내고, 졸업식땐 단추 하나 뽀려서(멱살잡는척 훔치느라 손좀떨음) 집와서 그거 붙들고 엉엉 우는게 보이는데 이땐 진짜 애새끼였구나 싶어 웃기다가도

어? 근데 정대만이 뭐라고 내가 정대만을 못본다고 울어?

싶음. 저 때 그렇게 의지하던 주장 채치수가 졸업하는걸 볼 때도, 심지어 자기가 육아하던 후배들 떼놓고 졸업할때도, 홀로 낯선땅가는 비행기탈때도 눈물 한방울 안 흘렸단말임. 그런데 정대만이 뭐라고 대학도 가깝게 좋은곳으로 보내놓고 그렇게 가오뒤지게 혼자 찔찔 우냐고.

왜 나는 정대만의 꿈을 그토록 꿨을까. 왜 정대만을 찾아 학교에 가고 정대만이 없어 실망하고 정대만의 탈선을 그렇게 말리고싶었을까. 왜 정대만을 귀엽다고 느꼈을까. 왜 지금도 정대만 위주로 주마등이 지나가는걸까.

총을 맞은 가슴에선 울컥울컥 피가 나오고 지혈도 못해 머리가 어지러운데도 정대만 생각하면 모지리처럼 웃음이 새는 이유? 그거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모든 아다리가 딱 맞아 떨어짐. 내가 저 바보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농구부 복귀한다할 때 밸도없이 다 용서해주고도 가슴이 벅차올라서 한참을 기뻐했다고. 벅차오르는 감정의 가운데엔 다 당신이 있었다고. 가장 힘든 시절 외로움속에서도 버틸수 있던것도 이 낯선 땅에서 농구를 계속 할 수 있는것도 당신때문이라고. 생활비를 줄여가며 가끔 안부처럼 통화하는것도, 아득바득 일기처럼 쓴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그대로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것도.

나 정말 많이 정대만 사랑했구나, 하고 그때서야 알아챌것같음. 나에게 정말 특별했다고 말하고싶어. 지금은 형보다 당신이 더 보고싶어. 많이 보고싶어. 제발 살고싶어. 목소리 듣고싶어.

눈은 점점 감기고 겨우 입 열어서 대만이형 보고싶다고 작은 목소리로 입밖으로 꺼내는데 계속되는 총소리와 온갖 비명소리에 묻혀버린채 눈감을것같음
그냥 그렇게 마지막 숨이 빠져나가는 10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자기 감정 천천히 느끼는 송태섭이 보고싶다고 이런 태섭대만써달라고 붕키들아 무슨말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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