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거 알릴 때도 보물찾기로 알렸음 좋겠다
시작은 고등학생 때 태섭이 자리에 갔는데 없대서 공책같은 거 찢어서 '하나 남아서 사왔다. 먹어라' 남긴 건데 
체육관에 만나서 보니까 얘가 너무 좋아하는 거 보이는 거야
태섭이는 바득바득 아니라고 했는데 혼자 실실 웃고 기분 좋은 거 달재는 당연히 알아차리고 눈치없는 백호도 알아차릴 정도로

그래서 이런 식으로 생각 날 때마다 하나씩 쪽지 남기는 거 재미들렸을 거임
몰래 가방에 쑥 넣어보기도 하고, 태섭이 책상 아래에 숨기기도 하고, 어쩔 때에는 수건 사이에 쑤셔둬서 같이 빨래 돌리는 바람에 욕도 처먹고...
미국 갔을 때에도 그랬고 귀국해서 같이 살 때에도 가끔 냉장고나 주머니에 숨겨둬서 둘 사이의 소소한 재미 됐는데
임신한 거 알릴 때도 이런 식으로 알리는 거 보고 싶다

대뜸 야 임신했다 이건 좀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안에 싸댔는데 이제 임신한 게 오히려 좀 이상하긴 하거든
대만이 선수 생활하느라 임신에 대해 마음도 비운 상태고.

그래서 고민하다 오 우리 보물찾기 하잖아>내 배에 보물 숨겨뒀다 이러면 걔 좋아하지 않을까?>걔 은근히 그런 거 좋아해서 ㅋㅋㅋㅋㅋ
혼자 신나서 좋아 이런 식으로 알리자 마음 땅땅먹음

보물 숨겨뒀다. 찾아봐라

하는 게 보물 찾기 신호인데 대만이 코치 일+임신 휴가 내려고 출근하면서 말함
그럼 대만이 없는 동안 태섭이 !!!! 하면서 온 집안 뒤지는데 안 보이는 거야
침대 아래 소파 아래 냉장고 커피 머신 아래 운동화 속 다 뒤져도 안 보임

대만이는 집에 보물 없는 거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전화하겠지
태섭이 오기 생겨서 장롱 옮길 기세로 찾고 있을 거 분명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찾았냐?
아직...기다려봐요. 느낌이 와. 여기 어딘가에 있어

느낌이와?
내가 찾아서 놀래켜준다. 아니 무슨 이상한데 숨기고 난리야 진짜

힌트줄까?
내가 내 힘으로 찾는다. 나 미국에 있을 때 화장실 천장에 붙여뒀던 거 기억나요? 그 때 진짜 어이가 없었는데 지금도 그런 느낌

힌트줄게. 받아봐
됐어요. 무슨 소리를 써뒀길래 이렇게 꽁꽁 숨겨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찾고 만다...덕분에 소파 뒤에 넘어갔던 잡지 찾았음!

오. 3월호 그거 말하는 거지?
네. 내 인터뷰 실린건데...참나. 이렇게 쓰레기가 되서 발견하네

버리지 마라~그거 내 거다
어. 버리지 마?

버리지 마! 내 건데 왜 버려!
아니 더러우니까...알았어요. 다시 꺼내둘게

진짜 힌트 안줘도 돼?
안 줘도 되요. 내가 찾고 만다. 지금 딱 느낌이 왔다니까요. 여기 어딘가에 있어

태섭이 자신있게 스스로 한다고 했는데 있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집에 돌아오면(구단에서 축하 받았겠지) 태섭이 부리 튀어나와서 대만이 흘겨보고 있음

어디에 숨긴 거예요?
봐라. 내가 힌트 준다고 했지

쓰레기만 냅다 버렸네. 하는 김에 소파 뒤랑 TV뒤랑, 식탁 아래 다 쓸고 닦았어
어쩐지 집이 깨끗하더라~

그래서 어디에 숨긴 거에요. 아 진짜 너무 쉬운데서 나오면 억울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치?

내가 보물찾기 하면서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는데
이번엔 내가 칼 갈았거든

어디 있어요
힌트줘?

...줘요


...?
나라고

아니. 보물을 형 몸안에 숨기고 갔다고? 그러니까 내가 못찾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숨겨뒀다고는 한 마디도 안했다~

아. 진짜 나만 대청소한 사람 됐잖아! 그래서 어딨어요!
찾아봐~

두 팔벌리고 서있으면 태섭이 수상해 하면서도 더듬더듬 주머니...대만이 가방...재킷...
야 거긴 보물은 보물인데 내 고추다...미친 엉덩이에 숨겼겠냐고. 야 벗기지 말고! 이러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태섭이 진짜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만이 쳐다볼 거임. 없잖아요. 툭 던지듯 말하면서.

그럼 대만이 자기 계획대로 되서 신나는 얼굴로 배 가리킬 거다
태섭이는 아무 생각없이 손바닥 툭 갖다댔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으니까 괜히 티셔츠 뒤집어서 세탁 방법 태그나 보고 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기 있겠냐고
아 뭐에요 진...어?

한 박자 늦게 설마 하고 태섭이 눈 동그랗게 뜨면 대만이는 배 가리키면서 "너네 아빠 눈치 진짜 없다~" 이 소리해서 태섭이 벌게지게 만들겠지

진짜? 진짜로?
응. 진짜로

진짜야?
진짜라니까

아니. 진짜...?
진짜라고!

진짜냐는 말만 계속하다 태섭이 정말로 눈가 빨개져서 대만이 끌어안겠지

뭐냐. 아까까진 대청소한 사람 됐다면서 투덜거린 주제에
아니. 그건...장롱이고 뭐고 다 갖다팔아도 못 바꾸는 보물있단 소리 듣기 전이었잖아요!

나 오늘 구단에 임신 휴가낼 거라고 말도 하고왔어
뭐야. 나보다 먼저 알려준 거예요?

아침에 보물 있다고 했잖아
그게 이런 거라고 누가 생각 했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안에 싸고도 예상을 못...송태섭. 너 울어?
울지 그럼!

뚝뚝뚝뚝 눈물 떨어뜨리면서 대만이 어깨고 가슴에 고개 파묻는 모습에 대만이 킥킥거리며 곱슬머리 만져주고 말겠지
너네 아빠 보물 찾기도 못하는데 울보란다~하면서.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