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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3 02:19
"너 같은 걸 누가 사랑해줄까."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에게 들은 말은 사랑도, 고마움도 아닌, 저주였다.
아비라는 작자는 내 어미가 나를 가졌다고 하자마자 도망갔고, 도망간 아비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내 어미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채 나를 낳았다.
나를 낳았을 때 그녀의 나이가 19살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나를 낳게된 그녀는 그것이 그렇게 억울하고 한이 되었는지 항상 술을 마시고 술주정으로 나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아비를 닮아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하질 않나, 키도 조그만해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하질 않나.
그렇게 술로 전전하던 그녀는 내가 7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부모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던 나는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딸이 불쌍했는지, 내 어미의 어미는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나를 바로 고아원에 보내버렸다.
처음 고아원에서의 생활은 살만했다. 밥도 조금이지만 시간에 맞춰 잘 주었고, 잘 곳도 나름 괜찮았다. 좁은 것이 단점이었지만, 뭐 이정도면 살만했었다. 처음 몇 년간은 말이다.
내가 13살이 되던 해, 난생 처음으로 맞았다. 맞은 이유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자세가 삐딱해서, 웃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어이없는 이유들로 맞아왔다.
하루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식당에 있는 초코파이 한 개를 훔쳤다. 8명이서 한 개를 나눠 먹을 심산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초코파이는 결국 먹지 못했다. 누군가가 고자질을 한 것인지, 아니면 cctv로 찾아본 것인지 원장이 친구들과 나를 원장실로 끌고가서 야구방망이로 우리를 순서대로 때렸다.
점점 내 차례가 다가왔다. 그러던 그 순간 한 친구가 맞다가 얼굴을 잘못 맞았는지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했다. 원장은 친구가 쓰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력을 가했다.
더이상은 못 버티겠다.

내 차례가 오자마자, 나는 그대로 원장실에서 도망쳤다. 뒤에서 원장이 소리를 치는 것이 들렸지만 못들은 척 하며 그냥 앞만 보고 내달렸다. 한참을 달리고 고아원이 시야에 보이지 않자 나는 뜀박질을 멈췄다.
숨을 고르면서 나는 혹시 따라오진 않았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너무 억울해졌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의문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비틀비틀 몇 걸음을 더 가다가 그냥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너무 외로워, 그게 내가 처음으로 표현한 감정이었다.
어미가 내게 뱉은 그 악담이 사실이었나보다, 하늘마저 나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했다.
비만 내리면 정말 다행이었지, 이놈의 빌어먹을 하늘은 정말 나를 죽도록 미워했는지 나에게 주어진 따뜻함마저 앗아가기 시작했다.
체온이 훅훅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가면 그 악랄한 원장이 나를 야구방망이로 패다 못해 죽일테니까.
나는 최대한 다리를 몸쪽으로 당겨 안고 그 차가운 비를 계속해서 맞았다.
내리는 비는 왜 이렇게 아픈 건지, 그만 좀 아프고 싶은데.
그런 어린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건지,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어느 한 남자가 노란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한 쪽 무릎까지 꿇은 채로.

"괜찮니?"

그 남자는 처음보는 나를 향해 괜찮냐고 물어봤다. 
괜찮기는, 내 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내 표정에 모든게 드러났는지, 남자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생긴 건 멀끔하게 생겨가지고는 조금 많이 허술해 보였다.

"아, 아저씨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고......여기 큰 집 보이지? 여기가 아저씨네 집인데 아저씨가 여기서 살아."

"....."

그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주었다.
처음으로 받는 다정함에 나는 괜시리 심술이 생겨 까칠하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날도 추운데,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오면 어떡해. 거기에다가 비까지 맞고.....꼬마야, 너 이대로 있으면 감기 걸려. 아저씨가 우산 줄 테니까 얼른 집에 돌아가. 부모님이 걱정하셔."

"....집 없어요....부모님도....."

"......."

"......."

나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뭐, 틀린 말도 아닌데.
본인이 더 놀라고 당황하는 표정이 조금 웃기긴 했다. 웃긴 티는 안냈지만.
남자는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스스로 무언가 정했는지, 나에게 조심히 물어왔다.

"...그럼, 아저씨네 집으로 갈래?"

"......."

남자는 조심스레 오른손을 내 쪽으로 내밀며 자기네 집으로 가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고민했다. 괴롭기만하고 뭐만하면 두드려 패는 원장의 품으로 돌아갈 건지, 아니면 눈 앞에 있는 다정하지만 처음보는 남자를 따라갈건지.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다. 어딜가든 죽은 인생인건 마찬가지인걸. 나는 작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마자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일려고 했으나, 남자가 더 빨랐다.

"뭐해~ 얼른 아저씨 손 잡아줘, 아저씨 팔 떨어지겠다."

".....네."

남자의 손은 따뜻했다. 그가 보여준 다정함만큼.
내가 남자의 손을 잡자마자 남자는 꿇고 있던 무릎을 펴고 일어서 나와 함께 본인의 집 대문을 향해 걸었다.

"꼬마 이름은 뭐야? 이제 같이 살건데, 이름은 알아야지."

".....호열이요, 양호열."

"이름 멋있네, 호열이."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도 알려줬는데, 본인 이름도 알려줘야지.
남자는 엄지로 턱을 긁으면서 말을 꺼냈다.

"아저씨? 아저씨 이름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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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만은 그 때 나를 거둬들이지 말아야 했다.

로 시작하는 느와르?au+역키잡 호댐이 보고 싶다.....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