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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20:58

여친 사귄다음인...




백호가 온다고 함 2년을 기다려서 드디어 미국으로 오는 것임 아직 확정은 아니고 면접과 메디컬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함 우선 이걸 위해 오는거였음 컨텍 학교도 태웅이 다니는 학교와 멀진 않은 편이었음 
백호는 1박2일로 미국 일정을 잡았는데 당일 저녁에 태웅은 여친과 선약이 있었음 태웅이 여친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여친이 잘됐다며 좋아함 자기가 유일하게 이름 얘기했던 친구 아냐? 소개해줘! 그렇게 셋이 만나기로 했음 

백호가 묵는다는 호텔 근처 식당을 예약하고 둘이 먼저 도착해서 주문하고 있으니 딱 맞춰서 백호가 도착함 어이, 서태웅. 저쪽에서 다가오는 백호를 보며 태웅은 벌떡 일어났음 오랜만에 본 백호는 키가 좀 더 큰 듯했고 젖살이 많이 빠져보였음 또 뭔가 달라진거 같은데 잡히는건 없었고 왜인지 단색 남방 안에 흰티를 받쳐입고 있는 위로 길게 뻗은 목에 시선이 갔음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여친이 먼저 손을 뻗자 마주 잡아 악수하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함

강백호라고 합니다!
네. 태웅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드디어 뵙네요.

헤실헤실 웃으며 여자한테 쩔쩔매는건 예전과 다를게 없어보였음

왔냐

백호가 여친과 인사를 마치고 태웅에게 손을 내밀자 태웅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손을 끌어당겨 백호의 어깨를 안았음 백호는 처음엔 당황한듯 하다가 손을 올려 태웅의 어깨를 마주안고 두들겨 주었음 쳇 그와중에 백호의 불만스런 소리가 삐져나왔음 태웅은 짐작이 가서 피식 웃었음 본인이 더 클줄 알았나봄 하지만 태웅이도 미국에서 키가 더 컸음 둘은 여전히 비슷했음

셋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음 분위기를 주도한 건 태웅의 여친이었음 태웅은 원래 말수가 적었고 백호는 여자 앞에선 한없이 무해한 존재가 되어 그저 묻는 말에 최선을 다해 대답하고 최대한의 감정을 끌어올려 리액션을 해주었음

백호씨는 여자친구 있어요?
네. 헤헤.
있다고?
궁금하다. 사진없어요?
아 있어요.

백호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음 2장이었는데 1장은 둘이 찍은 사진, 1장은 유니폼을 입고있는 여자스포츠팀 단체사진이었음

여자친구도 운동하나보다
네. 이 친구는 배구선수에요.

태웅은 백호와 여자친구 둘이 찍은 사진을 유심히 보았음 배경이 놀이공원인건 한참뒤에야 알았음 둘은 너무나 행복하게 웃고 있었음

어머, 둘이 웃는 모습이 똑같네 귀여워라
그래요? 헤헤헤
사귄지 얼마나 됐는데?
한 세달? 좀 넘었나?
왜 얘기안했냐?
으응?...요즘 바빠서 정신이 없었나보다

백호는 내심 당황했음 저는 언제 여친 사귄다고 얘기했나? 떨어진 동안 자주 연락할 상황이 안되어 가끔 전화와 편지를 주고 받긴했지만 서로 사적인 얘기는 거의 한적이 없었지 각자 하고 있는 농구와 이에 얽힌 생활, 미래 얘기가 다였음
태웅은 좋았던 기분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스스로가 이해가 안되어 맥주를 연신 들이켰음

시간은 밤이 되어 자리를 파하기로 했음

테스트는 통과하겠지?
당연하지 천재니까

오랜만에 듣는 트레이드마크 단어에 태웅은 마음을 놓기로 했음 
그래 조심해서 가라 응 나중에 보자 백호씨 다음엔 더 맛있는거 먹어요 넵, 또 봬요! 

백호는 숙소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태웅은 여친 차 조수석에 탔음 

웬일로 술을 이렇게 먹었어?
오늘 좀 당겼어
고향친구 오니까 좋았나봐 자기 외로웠나보다
...그러게
백호씨는 여기오면 인기 폭발하겠는데? 그렇게 순한 남자 처음봤어 심지어 저렇게 큰데
그래?
웃는 얼굴 귀여워 애같애
쟤가...?

태웅은 놀랐음 예전에 저 멍청이를 그나마 귀엽다는 수준으로 봐줄수 있는 사람은 백호를 이겨먹을수 있는 남자선배 정도였음 커다란 덩치에 험악한 인상때문에 웬만한 여자애들은 다 무서워하지 않았나 그러다가 깨달았음 오늘 본 백호는 '험악한 인상'이 아니었다는 걸 태웅이 기억하던 백호는 늘 코트위의 모습이었음 둘이 붙어있던 고등학교 3년 내내 그야말로 농구만 했음 경기 아니면 연습이었지 미간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뜨며 사납게 쳐다보는 표정을 밖에서도 짓는 건 아니었음 태웅은 농구와 관련없는 사생활에서의 백호 모습을 오늘에서야 본것이었음 아까 처음 얼굴을 마주했을때 뭔가 다르다고 느꼈던게 이거였나 이어서 사진에서 본 활짝 웃던 얼굴도 떠올랐음

여친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태웅은 몸을 붙였음 여친은 내켜하지 않았지만 받아주었음 위에서 거칠게 움직이는 태웅이 때문에 여친은 힘들어서 짜증스런 소리를 냈지만 안타깝게도 태웅에겐 그 상황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음

너는 어떤식으로 여자를 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음
여자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백호의 모습이 떠올랐음 오늘도 자기 여친을 보자마자 허릴꺾어 깍듯하게 인사하는 걸 보라지 마치 주인에게 복종하는 강아지마냥
그런 강백호가 여자친구 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상상이 안됐음 혹시라도 아파할까봐 전전긍긍하겠지 그럼 본인이 아래로 내려가서-

누워있는 강백호. 
누워서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강백호. 
내가 움직이자 아프다고 미간을 찌푸리는 강백호. 

순간 사정감이 몰려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보이는 목을 깨물었음 여친이 아프다고 소리를 쳤지만 그순간 태웅에게 보인건 남방 카라위로 쭉 뻗어있던 목이었음

여친이 잠든 뒤에도 태웅은 욕실에서 한참을 나갈수 없었지...



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