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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22


"형. 하...제 이름으로 스캔들 하나 나갈건데 신경쓰지 마요. 알았죠"


"여우야. 만만이랑 섭섭이 결혼한대~들었냐?"


"선배 들었어요. 결혼 반지 샀다면서요?"





송태섭 정신없음
차라리 결승전 시합 뛰고 오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음
대만이 생일 이틀 남았는데 조금 더 빨리 미국으로 오라고 한 건 서태웅이 정대만 생일에 프로포즈 한다는 걸 알아서겠지
그래서 부랴부랴 안그래도 빠듯한 일정 더 빡빡하게 수소문하고 빌고 빌어서 바라는대로 호텔 룸 예약을 하고 식사 자리도 잡았지
정대만이 들어도 가득 안을 수 있도록 준비한 꽃다발과 미리 주문해둔 커스텀 시계가 담겨 있었어

대만이는 "정장까지 가져오라고 하고. 프로포즈 하겠다고 아주 예고를 해라 예고를" 놀렸지만 가방에서 정장 하나를 꺼내왔어
까만색 정장에 나름 맞춰쓸 커프스(송태섭이 선물함)까지 가져온 거 보면 그래도 이 자리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듯했지

그래서 태섭이는 그거 보고 만족스럽게 웃으면서도 "형이 서태웅, 강백호보다 빨리하고 싶다고 해서 이런 거잖아요" 받아쳤어
송태섭 자신도 이 날을 위해서 새로 맞춤 제작한 정장에 평소엔 하지도 않는 넥타이까지 들고 왔으니까

그럼 나 미리 아래에서 준비할 테니까 시간 되면 내려와요
아니. 아직 많이 남았는데...벌써 준비한다고?

프로포즈를 뚝딱할 순 없잖아. 그동안 형은 잠깐 쉬어요. 비행기 타고 여기 바로 왔으니까 눈도 붙이고
도대체 뭘 얼마나 준비했길래...알았다. 시간맞춰 내려갈게

정대만에겐 미리 예약해둔 방에서 쉬라고 말하고 시간 맞춰서 내려오라고 했고,
그동안 태섭이는 분주하게 일어났다 앉았다 품에서 반지를 꺼내보고 테이블 세팅을 스스로 이리저리 바꿔보고 꽃다발을 들었다 놨다 난리였음

너무 긴장하시는 것 같네요

친절한 지배인은 차가운 음료수까지 건네주며 말했지만 태섭이 귀에 지금 아무것도 안 들어옴 아무것도 안 보임
PG 시야가 일케 좁아도 되나 싶지만 이거 송태섭 일생일대의 프로포즈인걸.
물론 직원들에겐 NBA 슈퍼스타 송태섭이 자기 호텔에서 프로포즈 할 거란 이야기 하나만으로 떠들썩한데 그 송태섭이 
팔뚝 근육 다 보이도록 셔츠 걷어붙이고 이리왔다 저리왔다 하는 게 엄청 눈에 띌거란 말이야

오늘 예약하신 다른 분도 중요한 일이라고 초조해 하시는데 두 분 이야기라도 나눠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 분은 고객님께서 잘 알고 계시는...
미안합니다

...
아. 아뇨. 그...공격적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 신경쓸 여유가 없네요

너무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에 지배인은 알겠다며 자리를 피해줄 뿐이었지
힐끔힐끔 기회만 되면 송태섭과 다른 손님에게 말 붙여보려는 직원들 입단속을 시키면서.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어차피 형도 다 알고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선 자리 안내받고 들어오면 꽃다발 건네주고 같이 밖에 보면서 이야기하고. 반지는 식사 전에. 아. 울지도 몰라. 식사 끝나고.
아니 역시 식사 전이 낫나. 아씨. 그럼 밥이고 뭐고 안 넘어갈 거 같은데 내가. 역시 식사 끝나고 반지 주자.
다리를 달달달달 떨다가 약간 구역질까지 올라오는 느낌에 바람이라도 쐴겸 로비로 나가는 송태섭일 거다

그 시각 정대만?
시간 남아서 여로를 풀겸 침대에 누워서 푸푸 잠들었다가 알람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서 미리 꺼내둔 정장보는데
새삼 아 맞다, 오늘 프로포즈 한다고 했지...이거 떠올라서 괜히 헛기침하다 옷 갈아입겠지
어차피 형식적인 거 자신도 알고 태섭이도 아는데 괜히 긴장되서 아직 시간도 남았겠다 좋은 호텔 구경이라도 하자 싶어서 로비로 갔을 거야
송태섭이 지인의 지인의 사촌한테 울고불고 빌어서 호텔 얼마나 좋은지 보자, 내가 이럴때 아님 언제 여기에 오겠냐 하면서

그 시각 서태웅?
지배인이 말한 송태섭이 잘 아는 사람이 서태웅말고 누가 있겠어
송태섭이 앉았다 일어섰다 오백번 할 즈음 서태웅도 똑같이 초조해서 입술 물어뜯고 왔다갔다 난리가 났는데,
둘다 지금 머릿속에 프로포즈 생각밖에 없어서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데도 알아보지도 못했지

대만 선배 생일보다 이틀이나 빨리 프로포즈 하는 거니까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다
백호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에스코트하러 로비로 나가겠지
백호 이런 거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니까
오늘은 프로포즈 할 거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백호 마음에 들었으면 하니까

그 시각 강백호?
집 나설 때만 하더라도 별 생각 없었는데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 떨릴거야
근사한 호텔, 그리고 예약해두었다는 식사 자리와 스위트 룸, 자신이 정장을 갖춰입은 것처럼 여우도 차려입었을 테니까
가슴 떨려서 도착했다는 연락도 겨우 보냈는데 기다리래, 에스코트하러 나가겠단 소리에 백호 가슴 너무 떨려서 습하습하 심호흡하는데
옆에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로비 구경하고 있음.
누구겠어 정대만이지.

어. 만만...?
엥. 강백호

그리고 참 타이밍 좋게 바람쐬러 나온 송태섭과 백호 마중나온 서태웅 네 사람이 로비에서 마주치겠지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어.
하나같이 짠 것처럼 엇 소리 내는데 가장 먼저 머리 굴러간건 역시 송태섭일 거다

왜 강백호가 여기에, 서태웅이 여기에. 머리 굴러가지. 여기 그러고 보니까 HY사에서 운영하는 호텔.
어 HY사 서태웅네 구단. 아. 시발 여기 서태웅네 구단주가 한다던 호텔이구나. 아까 지배인이 나 아는 사람있다고 하던데 그게 저 자식.
저 자식 내가 형 생일에 하는 거 알고 역시나 날짜를 앞당겨서...이 자식이?

서태웅도 서태웅 나름대로 대만선배 생일 아직 멀었는데.
역시 그건 페이크였나.

그리고 송태섭과 서태웅 눈 마주치자마자 눈만 꿈뻑이고 있는 즈그 애인 정대만과 강백호 보겠지
저 자식/저 선배보다 빨리 프로포즈 해야한다
여기까지 생각 다다르는데 3초도 걸리지 않았음

그리고 몸 쓰는데 이길 사람 없다는 운동 선수인만큼 바로 품에서 반지를 꺼내 들었고,
정대만 강백호와 거리를 가늠했지

달려가기?
안돼
늦는다
그럼?

그럼 뭐 방법 있냐고 반지 집어 던져야지
송태섭과 서태웅 둘다 눈 돌아가서 저 자식/저 선배보다 빨리 프로포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로비 가로질러서 달려가다
냅다 반지 상자 꺼내들고 "정대만!!!!!!!!!!!!" "강백호!!!!!!!!!!" 외치면서 집어던져버림
구호는 별거 있나 

"나랑 결혼해!!!!!!!!!!"

하지만 뭐...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진 않으니까...
가만히 서서 "어 송태섭" "어 여우야" 하던 정대만과 강백호...
시속 100km/h는 족히 넘게 날아오는 반지 케이스에 얻어맞고 로비에 쓰러지고 말겠지
묵직한 보석 알만큼 묵직한 케이스라 뻑 소리 제대로 울려퍼져서 로비의 사람들과 직원들, 도어맨까지 다 놀라고 말았음

그리고 그 뒷날 대기하던 파파라치들한테 찍혀서 [단독] NBA 슈퍼스타 송태섭, 서태웅 호텔에서 치정극 찌라시 퍼짐
어쩌겠어 파파라치와 기레기 눈에는 다자 연애하던 송태섭과 서태웅과 강백호와 한국인 정대만씨가 호텔 로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반지를 집어 던지면서 "나랑 결혼한다며. 저새끼뭐야" 하는 개꿀잼 아침 드라마로밖에 안보이는 걸

프로포즈 받을 생각에 들떴던 정대만과 강백호만 반지 케이스에 얻어맞고 
이게 프로포즈인지 결투장을 받은건지 하겠지

결국 넷이 같이 모여 식사하는 꼴 되서 우울해하는 송태섭과 서태웅 보고싶다
내가 시발 여기를 예약하려고 얼마나 지랄을 했는데 하는 송태섭과,
내가 구단주에게 처음으로 연락해서 구한 자리가...하는 서태웅,
둘다 개빡치는데 각각 턱이랑 안면에 반지 케이스 얻어맞아서 벌개진 애인들이 뇸뇸 먹고 있어서 입도 못 열겠지...

만만. 스테이크 잘라줄까?
엉. 안 그래도 저 자식 때문에 이빨 나가서 약한데 거기를 한번 더치네

나 그런데 거기 후추좀. 여우 새끼가 아주 눈알에 제대로 던져서 지금 초점 안맞아
너도 고생한다

존나 울고 싶어서 식탁 아래에서 발로 서로 퍽퍽 차다가

송태섭. 테이블 흔들린다
여우. 버릇없게

정대만이랑 강백호 한 마디에 또 얌전히 짜지는 게 보고싶다
프로포즈고 나발이고 세상이 미워지겠지
진짜 다 때리고 싶어서.





태웅백호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