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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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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많아도 글로 쓰는건 잘 안하는 정대만인지라 다들 대만이가 표현력이 좋은건 잘 모르는데 그런 정대만이 짝사랑하는 서태웅을 보면서 메모지 한장 한장씩 자기 마음을 쏟고 있는거 보고싶다
서태웅한테 말할 생각은 없었고 졸업 전에 정리하고 싶어서 이순간의 감정을 좁은 사각 공간에 한줄 두줄 쓰곤 했을거야 한장씩 뜯어쓸수도 있어서 부피감도 없고 작은 종이인데다가 부활이 끝날때쯤 대만이가 흘린것도 수거해가서 붙어있는 시간들이 많아도 의외로 다들 몰랐겠지
하루는 서태웅이 경기 후에 우연히 메모지 한장을 발견하는데 정갈한 글씨 속에 밴 자신을 향한 마음에 기분이 이상한거야 그리고 한번 신경을 쓰다보니 같은 디자인에 같은 글씨체인 그 메모지가 한번씩 주변에 보인단걸 알게 됐겠지 그 내용은 짧고 간결한 편이였지만 서태웅은 가끔 웃긴 얘기도 하고 자신이 신경쓰던 부분을 잘 꺼내서 얘기하기도 하는 메모에 젖어들어갔어
그러다 하루는 부활전에 뒷뜰에서 발견했던게 부활후에 다시 읽고 싶어져서 다시 찾아가는데 없는거야 아쉬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메모지가 있던곳을 한건 쓸어보고 갔겠지
그뒤로 서태웅이 은근히 그 메모지 주인을 찾아보는데 그걸 지켜보던 눈치빠른 팬 하나가 자기가 그 주인공인것처럼 꾸민거 보고싶다 곧 서태웅이 여친이 생겼단 소문이 빠르게 퍼지겠지

정대만은 놓고 온 물건 때문에 락커룸에 돌아왔다가 서태웅과 소문의 여친이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어 귀엽게 웃고 있는 아이 옆에서 서태웅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 그걸 본 정대만은 저 모습이 딱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메모지가 들어있을 제 가방 앞주머니를 내려다봤지 최근 저 소문이 돌면서 주머니에서 나올일이 없던 메모지는 이제는 꽤나 얄팍해져 있었음
'여기까진가보다.'
1년도 안되는 마음. 어차피 곧 정리했어야 했던 마음은 생각보다도 더 대만이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음 그래도 정대만은 받아들였지 저녀석의 마음은 농구랑은 다른거니까.

다음날 청소당번이었던 서태웅은 최근 새로 생긴 고민을 곱씹으며 소각로로 발걸음을 했음 멍하니 시선 속을 지나가는 나뭇잎들을 보며 그는 메모의 주인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지 글이랑 행동은 많이 달라서 그런건지 그렇다면 왜 최근의 메모들은 예전의 느낌이 아닌건지
소각장에 도착한 태웅은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 상자를 내려다 보다 멈칫했어 이전에 누군가 낙엽을 잔뜩 넣은 모양새였는데 그 사이 이곳저곳에 익숙한 종이가 보였으니까. 쓰레기통을 내려놓은 태웅은 낙엽 사이로 고개를 내민 종이를 꺼내들었음 그위에 새겨진 글을 본 순간 가슴이술렁거리기 시작했지 그 기분도 잠시, 서태웅은 자신이 방금 이 메모를 주운게 쓰레기를 버리는 상자란걸 새삼스레 깨달았음 왜 여기에? 그 아이가 아니였구나 그사람은 이제 다 버리려는거구나. 다음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낙엽들을 헤집고 꽤나 많은 메모지들을 수거했지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양주머니에 메모지들을 가득 채우고 걷던 서태웅은 왜인지 마음이 허했어











그래도 나는 해피가 좋으니까...

3학년의 졸업식날 대학이 내점되고도 끝까지 남아 지지고 볶고 살던 정대만은 운동부와 매니저들에게 하나씩 짧은 편지를 썼음 안하던짓을 하려니 좀 쑥쓰럽긴 했지만 방황을 하고 온 자신을 잘 받아준 동생들에게 항상 고맙기도 했고 한번쯤 표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서태웅에게 줄 편지를 쓸땐 자꾸 멈추고 이상한 말이 없는지 다시 확인하곤 해서 시간이 제법 오래걸렸지만 결국은 가려진 말과 잘지내란 말이 담긴 제일 짧은 편지를 썼을거야
멋쩍은 얼굴로 하나씩 건네주면서 나중에 봐라 자식들아 한 정대만은 이날 아쉬움에 비교적 말수가 적었지 처음엔 놀리던 백호와 태섭이가 결국은 울컥해서 졸업안하면 안되냐며 들러붙는 바람에 아 자주온다고!!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말이야
마지막으로 남은 편지 하나. 정대만은 여전히 무뚝뚝해보이는 얼굴로 서있는 서태웅의 앞에 섰어 꽃나무 앞에 선 자신들의 모습에 정대만은 속으로 내가 예쁜 여자애였으면 이게 고백하는 풍경이였으려나ㅡ 하고 생각했음 하지만 이내 고개를 한번 가로젖고선 태웅에게 편지를 건넸지
"잘있어라 서태웅"
'잘가라 내 첫사랑'
대만이가 내민 옅은 아이보리색 편지봉투를 건네받으며 "선배랑 하는 농구-" 하고 말하던 태웅이 멈칫했어 놀란듯이 커진 눈은 봉투의 겉면에 새겨진 서태웅에게 란 글씨에 시선이 닿아있었지 바로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는 서태웅에 정대만이 야 나중에 보라니까 하고 타박했지만 서태웅은 마음이 급했어
정갈하고 시원한 익숙한 글씨체, 서태웅의 마음에 새겨진 그 글씨체가 편지 속에 자리하고 있었지
"안돼요"
"뭐? 뭐가 안돼?"
"선배 진짜 치사하네요"
"뭐 임마? 편지를 써줘도 난리야 왜"
"왜 혼자 다 끝내요 뭐든 자기 마음대로지"
태웅의 말에 정대만의 이마가 찌푸려졌음 뭔가 이상하단 생각에 대만이 입을 다시 열려는 순간, 서태웅이 안주머니에서 차곡차곡 접힌 메모 하나를 꺼냈지 익숙한 종이에 정대만의 입이 벌어졌어
"잘있으란 말이 그렇게 쉬워요?"
"그게 왜.. 아니 난 졸업하니까..."
"그게 왜요? 난 안 끝내요 이제 시작이니까"
태웅의 말에 이번에는 대만이의 눈이 커졌음 저 말은 마치.., 마치..
"너 나 좋아하냐?"
서태웅이 정대만을 좋아한단 말같이 들렸으니까. 대만이의 말에 태웅은 화가 난듯한 얼굴로 말했어
"예전부터요 누구씨가 다 버리기 전부터"


그렇게 두번째 단추부터 뜯어내고 둘이 연애 시작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