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대만군에게 고백받았을때만 해도 좋아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길래 그냥 얼추 체격이 비슷하니 대용품으로 괜찮겠다는 생각뿐이었음
그렇게 사귄지 3일만에 대만을 침대로 데리고 들어갈때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고 그냥 성욕을 해소할 뿐인 건조한 느낌의 연애였음
하지만 그게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니까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겠지 백호의 대용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눈앞의 사람이 백호가 아닌 대만군이라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지금 자기랑 있는게 대만군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함
전에는 그냥 엎어놓고 박아도 상대가 대만군이라는 것을 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붉은 가발을 착용하길 권한다던지 백호랑 같은 번호의 유니폼을 구해서 착용시킨다는 식으로...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소용이 없었겠지

내가 지금 안고 있는건 백호가 아니고 대만군인데 그걸 인식해버렸는데도 아랫도리가 죽어버리기는커녕 더 흉흉하게 부풀었으니까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호열이가 점차 대만군을 의식하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함
연애 초기에는 현관에서 부터 가볍게 엉덩이를 주무르던 사람이 최근에는 손조차 잡아주지 않았으니까 대만이가 혼란스러워하는건 당연했음
양호열은 정말로 관심이 생기면 진지해지는 남자임

그리고 대만이는 그걸 무언가가 끝나는 신호로 받아들인거지
그동안 한번도 잠자리에서 다른 복장을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대만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여러가지 복장을 요구하고 이제는 심지어 대만이 곁에 오지도 않음
그러다 결국에는 대만군이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된 흐름이었음

그리고 호열이는 그제서야 대만군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붙잡으려고 했지만 대만군은 말 꺼내기도 전에 쏜살같이 도망간지 오래임 그 뒤로 반에 찾아가도 없고 농구부로 찾아가도 조금만 눈을 떼면 도망가서 말을 붙여볼 기회가 없었음
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고 대만군은 정말 나를 보기 싫은걸까... 하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친구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수척해지겠지
그래서 자신을 걱정하는 백호에게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은채 조심스럽게 대만군이랑 얘기를 하고 싶은데 대만군이 자꾸 자길 피한다는 이야기를 털어놨음
그러자 호열이 너 요새 좀 이상하다면서 그거 만만군 좋아하는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고 뜻밖의 말에 벙찐 표정이었던 호열이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활짝 웃었겠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대만군은 도망가버려서 보이지 않음

그러다가 비가 오는 어느날 정대만이 학교를 결석했다는 말을 듣고 집에 찾아갔던 주장 송태섭이 야 정대만 그인간 집에도 없댄다 학교갔다고 나갔다는데?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겠지
만만군 또 깡패짓하는거 아니겠지? 그건 아니야 영걸 선배도 정대만 어딨는지 모른대
삼삼오오 흩어져서 정대만을 찾던 도중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것을 보고 우연히 바다쪽을 돌아본 호열이가 저 멀리서 점점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대만을 발견하게됨

교복 차림으로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물 속에 있는걸 보고 놀라서 허겁지겁 달려가는데 대만군은 천천히 계속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음
너무 놀란 나머지 대만군을 무작정 낚아채서 물 밖으로 질질 끌어내니까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그런 대만군을 꽉 끌어안으면서 자길 떠나지 말라고 눈물 펑펑 흘리겠지









정대만은 백호 짝사랑하는 양호열 마음 알고도 괜찮다고 고백하고 사귀기 시작했지만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이 깊어질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겠지
처음에는 백호 대용으로 잘 사용하는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짓도 질렸는지 대만이 몸에 손끝하나 대려고 하질 않는거야
대만이는 그냥 호열이 옆에 있을 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호열이는... 어떨까?

얘는 나를 안사랑하는데... 얘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나 혼자만 행복해도 되는걸까?
그렇게 결국 먼저 이별을 고한건 정대만일것같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동안 어울려줘서 고마워 이제 너도 자유롭게 살아야지"

놀란 호열이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호열이의 대답이 두려웠던 대만이는 그자리에서 그냥 도망쳐버렸음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저 멀리서 호열이가 보이면 멀리 돌아가는 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피해다녔겠지
농구부 연습할 때 호열이가 와서 서있으면 백호 불러다가 호열이가 너 보러왔나봐 하고 둘이 얘기하게 붙인다음 재빨리 도망가는 식으로 어떻게든 따돌렸고... 그렇게 헤어지고 한마디도 안해본 호열대만이었음
어느날은 대만이가 그렇게 체육관에서 나오기 전 슬쩍 백호랑 대화하는 호열이를 봤는데 활짝 웃고 있어서 미련조차 가지지 못했겠지

대만이 그렇게 3주정도 호열이 피해다니다가 그 짓도 지쳐서 아예 학교 땡땡이치겠지
나중에 주장한테 혼나겠네ㅋㅋ 하면서 힐링이라도 할겸 대만이가 근처 해변가에 앉아 멍하니 파도치는걸 보고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함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겠네 싶었는데 학교 안간거 들키면 또 탈선한줄 오해받을것같고 어차피 옷도 젖은거 그냥 헤엄이나 칠까? 싶어서 바닷가로 들어가서 첨벙거리기 시작하겠지
하늘은 캄캄해져만 가고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는데 그게 꼭 제 마음같아서 마음에 쏙 드는 날씨였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즐겁게 한걸음 한걸음 계속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데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대만이 목덜미를 낚아채겠지

놀란 대만이가 뒤를 돌아보니 창백한 표정의 호열이가 있었음







대만이는 이 상황이 어색하기도 하고 호열이가 뭔가 오해한거같아서 진짜 아무 일 아니라고 그냥 날씨가 좋아서 수영 좀 하러 왔다고 해명하는데 그래도 호열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제가 잘못했다고 계속 울기만 할것같다

대만이 찾으러 나온 부원들과도 만나서 잔소리 좀 듣고 비바람 맞아서 감기로 몸져 누웠는데 호열이가 나서서 대만군을 간병하겠다고 함
대만이는 서럽게 엉엉 울던 호열이 생각나서 밀어내지도 못하고 호열이는 마음 약한 연상이 머뭇거리는걸 놓치지 않아서 그렇게 무사히 재결합에 성공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