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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3:22
전편 : https://hygall.com/548872005









장로는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어. 아무리 자기 씨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문의 씨를 밴 오메가와 파혼하겠다니.

장로를 포함한 가문의 어른들이 모두 명헌을 설득하고 말려보아도 명헌의 의지는 굳건했어.

각인한 것도 아냐. 서로...아니 적어도 명헌의 쪽에서는 배우자로써의 최소한의 예의만을 지킨 정략혼이었단 말야. 그런 경우라면 배우자가 다른 사람이랑 붙어먹는 것 정도는 암묵적으로 봐주는 경우가 보통이었는데 그 동안 무던하게 지내던 명헌이 갑자기 결벽증 환자가 된 마냥 소스라쳐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장로는 답답할 뿐이었음.

그렇다고 해서 씨아비가 책임을 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우성은 그 오메가가 자기의 씨를 배었다는 소식을 듣고 난색을 표했음. 그냥 지워버리면 되지 않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당당하게 하고 있었지. 하도 얽매이기 싫어하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우성이기에 명헌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예상이 된 결과였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니, 그래도 우성이 철딱서니 없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았음. 안 그래도 씨가 귀한 가문인데 이게 무슨 짓인지.

일단 파혼은 진행하되, 오메가가 자식을 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를 데려가고 파혼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명헌을 다시 설득하러 가며 장로는 한숨을 내쉬었음. 그래도 알파라면 본능적으로 제 씨는 아끼기 마련인데. 오메가가 가련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이었음.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이상하다는 걸 알았어야 했나. 장로는 헛웃음을 지었음. 오메가가 임신한 채 사라진 뒤부터 모든 게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 자기가 파혼을 진행하자 해놓고 창백한 얼굴로 안채와 현관을 왔다갔다 하던 명헌은 어느 날 벌개진 눈매를 한 채 부인을 찾아오겠습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수행원도 없이 혼자 나갔음. 마찬가지로 자기는 괜찮다 했지만 이상하게 전처럼 웃지 못하던 우성도 명헌이 형을 따라가겠다, 변명처럼 들리는 말을 남기고 그를 따라 나섰지.

몇 달 뒤 그들이 돌아왔지만, 그들의 말대로 오메가를 다시 데려왔지만 그는 전과는 딴판이 되어 있었음. 인형처럼 들려서는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둘이 하는대로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렸음. 데려온 의원은 죽을 고비를 넘겨 몸은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영혼은 아직 저 세상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음. 유산을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앞으로 아이를 가지기는 힘들다는 말도 덧붙여서.

이러니 장로를 포함한 집안의 어른들은 애가 탈 수 밖에. 아이를 밸 수 없는 오메가는 존재가치가 없는데 그 오메가를 하나도 아니고 두 알파가 싸고 돌고 있으니 이래서는 자손을 어떻게 남기며 조상들을 대체 무슨 낯으로 보겠음.

결국 어른들은 결단했음. 그 오메가를 우성과 명헌에게서 떼어놓기로. 지금이야 오메가에게 뭐든 빼줄 것처럼 굴고 있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안 보이면 둘도 그 오메가는 잊고 적당히 재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겠지라는 생각이었음.

그랬는데.

장로는 자기의 목 끝에 검을 겨누고 있는 명헌을 올려다 보았음. 칼 끝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음. 자기가 어떤 짓이라도 하면 바로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의지가 확실했음.

우성은 옆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밧줄로 꽁꽁 묶고 있었음. 여기도 망설임없는 손길이었음. 자기가 젖먹이때부터 보아 온 어른들이라고 하는데.

"네가 파혼하겠다 한, 이제는 네 씨도 못 품는 오메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어냐?"

장로는 저항을 포기했음. 애초에 명헌과 우성을 위한 일이었으니 둘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오메가에게 손을 댈 의향은 없었음. 다만 궁금했음.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장로의 말에 명헌의 눈동자가 흔들렸음. 명헌은 고통을 참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칼을 거두었음. 그리고 이 난리통에도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던 오메가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올렸음. 다가온 우성이 오메가를 옆에서 안으며 목덜미를 쓸어올렸음. 장로는 침음성을 냈음.

"맙소사......"

오메가의 목덜미에는 두 개의 잇자국이 비스듬히 겹치듯이 나 있었음. 각인의 흔적이었음. 각인의 주인은 분명했음. 그를 안은 채로 어둡게 눈을 빛내고 있는, 두 알파.

장로는 의원의 말을 떠올렸음. 몸은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영혼은 아직 저 세계에서 헤매고 있어...

"너희들이 억지로 그 아이를 살린 게로구나."

장로의 말에 둘은 울듯이 웃었음. 각인의 효과 중에는 지신의 생명을 상대와 어느 정도 공유하는 것도 있었음. 말 그대로 어느 정도라 생사를 함께 하는 것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둘이 동시에 한 오메가에게 각인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음. 답은 나와있었으니까. 거리를 지켜왔으면서 아내의 외도에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던 명헌. 오메가가 자기의 씨를 뱄다는 말을 처음 듣고 기뻐하려다 오묘한 표정이 되었던 우성. 현관과 안채를 왕복하던 명헌. 제대로 웃지 못하던 우성. 오메가를 데려왔을 때,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계속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명헌. 손을 겨우 잡은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목이 메어 흐느끼던 우성. 그 모든 행동들이 하나의 지독하고 지독한 감정을 가리키고 있어서.

"오메가가 가련타..."

장로는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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