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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00:24
좋겠다. 이명헌 정계에 명망 높은 집안 막내였으면... 대대로 정치인인 가족들 틈에서 농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큰 어르신인 할아버지가 명헌이를 워낙 예뻐해서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대신 정혼자와 스물 넘어서 결혼만 하면 된다는 조건으로 그나마 자유롭게 사는 중이면 좋겠다.

명헌이 크면서 형, 누나들이 얼마나 답답하게 압박 받으며 살았는지 봤으니까, 결혼을 대가로 자유를 얻는 거면 기꺼이 하겠다고 생각함. 정혼자는 명헌이가 어릴 때부터 봐온 사람인데 선하고 늘 명헌이를 우선으로 해주는 연상이었음.

집안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이정도 조건이면 괜찮겠다 하며 살아온 이명헌. 자기가 농구하는 것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 성인 되면 당연히 이 남자랑 결혼하겠구나 받아들이고 사는데, 이명헌 인생에 정우성이라는 변곡점이 생겼으면...

아무리 명헌이가 집안 일에서 떨어져 산다고 해도 정혼자가 있는 것부터 그리 평범한 삶은 아니니까. 온갖 가식과 허영에 익숙하고 무뎌져있던 이명헌 앞에 슬프면 울고, 좋으면 웃고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우성이 너무 특별하게 보여. 그리고 그 티없이 맑은 애가 농구를 좋아하는게, 그 애랑 함께 농구하는 게 좋아져버린 이명헌.

가기 싫어도 참석해야 하는 가족 모임에서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있다가 학교는 어떠냐고 물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표정 밝아지면서 정우성이라는 후배가 들어왔다고 얘기하는 명헌이, 그리고 그런 명헌을 정혼자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으면 어떨까...그 사람이 명헌이 보다 먼저 우성이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렸다면...?

그리고 정우성은? 지겹기만 하던 중학교 농구부 다음으로 1학년때부터 주전이었던 선배 이명헌 패스 받으며 산왕 멤버들이랑 팀플레이의 재미를 알아가는 우성이. 다른 형들 다 좋지만 이상한 말투 붙이는 명헌 선배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즈음, 명헌 선배는 명헌이 형이 되고

그 명헌이 형이 사실은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런데 숨기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면 어떡하지...? 처음엔 혼자만의 착각인가 망설이던 우성이, 갈수록 명헌이의 눈빛이나 손길에 확신하게 되고...인터하이 우승하면 고백해야겠다 결심하며 연승 이뤄냈는데, 정작 명헌에게는 고백하기도 전에 차였다면? 그 이유가 누가봐도 어른인 어떤 남자가 명헌이를 만나러 와서 마치 자기 사람인양 군다면? 이명헌은 그 사람한테 묘하게 고분고분한 태도로 행동하고, 그 남자가 품으로 끌어당겨도 가만히 있는다면?

정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받아들이지 못한 정우성. 결국 한밤중에 이명헌 찾아가서, 형 정말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냐고, 형이 선택한 거 맞냐고 물어. 명헌이는 그렇다고 답해야하는데 자기 앞에서 눈물 겨우 참고 있는 우성에 입이 떨어지지 않음.

그런 명헌이 보고 우성이 울컥해서 아무말 못하는 이명헌 세게 끌어안고, 저 형 좋아해요 정말 많이 좋아해요 그 사람한테 안 가면 안 돼요? 형 옆에 있을 사람은 형이 선택해야 하잖아, 그게 맞는 거 아니냐고 고백해버림. 이명헌도 그동안 머릿속이 복잡했겠지. 그런데 온마음 다 해서 고백하는 우성이 품에 안겨있으니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그 마음 받아줬으면 ...

물론 둘만의 비밀이고 정혼자는 절대 모르게. 누가 보면 바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른들끼리 자기 이익을 위해 정한 혼약이지 당사자는 결정권이 없었잖아. 명헌이 우성이랑 조심스럽게 만나고 사귀면서 행복하고 또 해방감도 느낌. 그러다가 우성이와의 미래까지 꿈꾸게 되는 이명헌.

우성이 미국행 제일 많이 지지해준 것도 이명헌이었으면. 졸업하고 우성이 따라서 미국 갈 계획까지 세웠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걸 집에서 마다할 리 없으니까, 성인 되면 바로 정혼자랑 결혼해야 할 테니 유학을 핑계로 시간을 더 벌고 싶어서, 우성이랑 더 자유롭게 만나고 싶어서 답답한 성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던 이명헌.

그런데 그거 정혼자한테 들켜서 발목 묶였으면... 늘 자상하게 명헌을 대해주던 손이 싸늘하게 식어있어. 명헌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하고 우성이 유학 가는 학교며 기록 넘겨주는데,

에이스라면서요, 정우성. 앞으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배워야 할 텐데. 명헌이가 선배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이명헌은 그게 협박인 걸 알겠지. 여기서 끝내지 않으면 우성의 발목을 잡는 사람은 내가 될 거라는 걸.

하지만 우성이에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우성이는 여전히 명헌이 자기를 따라 미국에 오는 줄로만 알아... 이명헌은 그 얘기 들으면 고개만 끄덕여주고 있음.

그렇게 우성이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명헌이 우성을 자기 방으로 불러서 처음으로 하자고 했으면 좋겠다... 결국 이게 마지막이 되어버릴 거 아니까, 자기 처음을 다 우성이한테 주고 싶어서 첫키스도 첫경험도 다 우성이에게 주는 이명헌. 둘 다 경험이 없어서 엄청 서툴고 어설프고 아팠는데 또 그만큼 설레고 소중하고... 정우성 신경이 온통 명헌이한테 쏠려있어서 아프냐고 계속 물어봐주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데 그 목소리에 명헌이 대답 못해준 채로 대신 우성이 꽉 끌어안고만 있었음.

잘 가라는 작별인사에 우성이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 다시 볼 거 잖아요, 하며 명헌이 안아줘. 이명헌은 그 품에 숨어서 우성이 옷만 꾹 쥐었다가 놔주고 긴긴 이별의 시간을 거쳐 우성을 보내줬음.

우성이는 나중에서야 명헌이 왜 잘 가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겠지. 나와 함께 미국에 왔어야 하는 이명헌이, 헤어지자는 편지를 보내온 건지, 헤어지자는 편지에... 꼭 네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적은 건지. 어째서 산왕 졸업도 전에 사라졌는지 그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

어떻게든 찾으려고 애써도 눈앞에 나타나주지 않던 사람이 왜 칠년이 지나고 나서야 내 앞에 그것도 다 망가진 채로 나타난건지. 우성이 아주 늦게서야 알았으면 좋겠다...



우성이 미국 보내고 난 뒤에 정혼자한테 우성이랑 관계해버린 거 다 얘기하는 이명헌. 자기들은 온갖 더러운 짓 하고 다니면서 명헌이가 마음도 몸도 줘버린 거에 불결한 취급하며 감금까지 해버렸으면... 명헌이 아끼던 할아버지도 내가 널 자유롭게 풀어준 조건은 혼약 하나인데 그걸 못 지켜서 멋대로 몸을 굴리냐고 외면해버림. 명헌을 아끼긴 했지만 정치적으로 필요한 말로써 아꼈던 것뿐인...

자상하게 굴던 정혼자, 명헌의 고백에도 아랑곳 않으며 명헌이만 제 옆에 있으면 된다고 이해하는 척 하는데, 자기 소유라고 생각했던 명헌이 남의 손 탄 거에 빈정 상해서 우성이 가지고 계속 겁박하면서 이명헌 함부로 대하는 거... 근데 정말로 이새끼 때문에 정우성 농구 인생 끝날 수도 있어서, 거부 못하고 굴려지던 이명헌. 정혼자 약점 잡으려고 참고 견디다가 칠년만에 도망쳐서 우성이한테 갔으면 좋겠다ㅠㅠ

꼭 목표 이뤘으면 좋겠다는 명헌이 한마디에, 같이 꿈꾸던 자리까지 가면 형이 돌아올까봐 이 악물고 정상 차지한 우성이 앞에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한데, 그래도 그 긴 세월동안 명헌이가 버틴 이유가 오로지 정우성이라서... 자기 보고 아무말도 못하는 우성이에게, 안녕 우성아. 하며 웃는 이명헌... 그리고 그동안의 원망 그리움 다 담아서 말없이 명헌이 안아주는 정우성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