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0615733
view 1995
2023.06.28 17:01
윈터컵 준비하며 훈련스케쥴로 머리붙잡고있는 태섭이를 대만이가 부름

"야 송주장아"

"왜요"

"내일 비온다는데 너 어디서 농구할거냐. 재량휴업일에는 체육관 안 열어주잖아"

"야외코트에서도 못하니까 내일은 쉬어야죠. 별 수 있나"

"그럼 내가 다니는 체육관 같이 갈래?거기 완전 넓고 시설도 좋아."

"선배 체육관도 따로 다녔어요?"

"엉. 나 어릴 때부터 다니던 곳이야. 농구도 거기서 처음 배웠지"

"오...근데 거기 가려면 저 돈 내야하는거 아니에요? 저 돈 없어요"

"내가 프론트랑 코치님한테 말해둘게. 대신 일 좀 도와라."

"무슨 일?"

"어려운 건 아니고 그냥 꼬맹이들 농구 알려주면 돼. 평일 낮에는 초등학생 농구반 있거든. 애들도 한 12명?13명? 정도밖에 없고 1시간30분 정도 애들 연습하는거 봐주면 됨. 그 뒤로는 우리가 쭉 쓸 수 있어. 어때?"

"흠....알겠어요. 나야 좋지"

"그럼 내일 1시에 버스정류장에서 봐"


그렇게 쉬는 날에 만나게 된 두 사람. 도착해보니 체육관 엄청 크고 깔끔한 곳이라 태섭이 새삼 이 형 부자집 맞나보다 생각함. 대만이 초딩때부터 가르친 코치님도 만나서 인사하고 농구반 시작하기전에 대만이한테 설명부터 듣겠지.

"일단 이게 애들 명단이야. 얼굴이랑 이름 대충 봐둬. 이름틀리면 서운해하는 애들 꽤 많아ㅋㅋㅋㅋ나도 얘네 외우는데 한달 걸렸는데 어찌나 뭐라뭐라 잔소리하는지"

"형이 사람 얼굴 못외우긴하죠...."

"시꺼. 지금은 다 안다구. 오늘은 두 팀 나눠서 a팀은 내가 슛 폼 봐주고, b팀은 네가 드리블 봐줘라. 그렇게 30분하고 바꿔서 니가 a팀 내가 b팀. 앞뒤 15분씩은 스트레칭 시간인데 5분씩 늦는애들 있어서 사실상 10분정도라고 생각해. 스트레칭 시범은 내가 할거니까 넌 뒤에서 딴짓하고 장난치는 애들 잡아줘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재밌겠네요"

"드리블 봐줄때 진짜 가르쳐주기보다는 칭찬 많이 해줘. 난 할때마다 하이파이브해주는데 너도 그렇게 해도 좋고. 아, 근데 여기 6학년 두 명은 고칠거있으면 말해줘. 얘네는 내년에 중등농구 시작할 애들이라 이상한 버릇 들기 전에 잡아야해. 얘네도 열심히 해서 이거이거 바꾸자고 말해도 안 삐져. 착해 애들"

"오...누구랑 다른데요?"

"아앙?나 말하는거냐? 아 그리고 여기 얘는 엄청 부끄러움이 많아서 반응 잘 안해줄 수 있는데 시키면 다 하고 친해지면 말도 많이해. 그냥 눈 마주치면 웃어줘. 그럼 친해지더라"

(그건 형만 되는거아닌가...)

"그리고 요주의 인물 둘. 얘네 거의 강백호 서태웅임."

"오올...."

"농구실력말고 싸우는 비율이"

"아 ㅇㅋ"

"저번에 코치님이랑 잠깐 자리 비웠는데 그 사이에 주먹질하고있더라 어휴. 팀도 떼놓을거고 스트레칭이랑 자유시간에도 안 붙어있게 신경써줘. 애들 특이사항은 이정도"

"알겠어요. 근데 선배 애들 되게 잘 파악하고 있네요."

"뭐....농구 다시 시작한 뒤로 매주 여기와서 애들 봐주고 연습했으니까. 빨리 슛폼이랑 기본기 되살리려면 주말에도 해야지. 애들 봐주면서 나도 복습하는 기분이라 괜찮더라. 말 지지리 안듣는 초딩들도 보다보면 귀엽고. 건방진 누구랑 다르게ㅋ"

"ㅋ?"

"크흠...슬슬 나가자. 애들 온다"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태섭이 애들한테 소개하고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는데 대만이 거의 아침체조 선생님ㅋㅋㅋㅋㅋ기운차게 하나둘!셋넷!하는데 따라하는 애들도 귀엽고 초딩만큼 씩씩한 얼굴하고있는 정대만도 귀여움. 그리고 팀 나눠서 애들 봐주는데 태섭이 애들 가르치는건 처음이라 좀 어정쩡한 포즈와 삐뚤삐뚤 짓는 웃음으로 애들이랑 하이파이브할거같음ㅋㅋㅋㅋ얼굴근육 경련올거같아서 옆에 정대만은 어떻게하나 슬쩍 보는데. 와...포카리 웃음 지으면서 애들한테 ㅇㅇ이 잘하잖아~!!! 하잎뽜이브~!!!! 해주고있음. 얼굴로 꼬시는거 반칙아님? 공 못 넣어도 까비까비~담엔 할 수 있어 퐈이팅! 응원하거나 까불거리는 초딩한테는 똑같이 얘뱨뱨 못넣었대요~ 놀리고 퐈하하 웃는 철없는 인간....

근데 애들 봐주는게 너무 다정하고 자연스러워서 자기 어릴때 그때의 정대만 생각도 나고 좀 찡해지는 태섭이. 정신차리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마음 다잡겠지. 정대만처럼은 안 하고 자기 나름대로 조곤조곤 가르쳐주고 격하게 칭찬도 응원도 해주면 시간 후딱 흘러감. 대충하는 꼬맹이들 잡아가며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완벽히 하고 빠이빠이 인사하는 태대랑 초딩친구들.

애들이 가기전에 태섭이한테 와르르 몰려서 자기들 하고싶은말 우다다다하고 갈듯ㅋㅋㅋㅋㅋㅋ형 피어싱 멋져요! 형 눈썹 처음엔 이상했는데 지금보니 쫌 간지나는거같아요! 오빠 키 작은데 농구 잘하는거 신기해요! 형이 대만이 형보다 드리블 더 잘 가르쳐요 (얌마!!!) 담에 또 오면 안 돼요? 등등ㅋㅋㅋㅋㅋㅋㅋㅋ험담10칭찬90의 혼란스러운 후기들 생생하게 듣고 진 쏙 빠진 태섭이ㅋㅋㅋㅋㅋㅋㅋ

"와...애들 에너지 장난 아니에요...강백호 10명 모아놓은거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엔 다 그래. 좀 쉬고 우리 연습할거하자. 오늘 해보니 어때"

"뭐...재밌긴하네요. 애들도 말 잘 듣고"

"그거 너 있다고 내숭부리는거야. 너 쟤네랑 친해져봐라. 난리난다 아주"

"ㅋㅋㅋㅋㅋ형은 애들한테도 져요."

"야!!!져주는거지!!!"

"그렇다고쳐요"

"이게....쨋든 너 오늘 잘했어"

"갑자기?칭찬타임?"

"아니 애들도 너 좋아하잖아. 농구도 좋아라하고. 넌 어깨에 힘 빼고 하면 다 잘해. 학교에서도 그렇게 해봐라 송주장아"


태섭이 이때서야 대만이가 왜 자기를 여기 데려왔는지 눈치챔. 태섭이 주장달고 완전 호랑이주장돼서 대만이랑 마찰이 꽤 있었거든. 자기 딴에는 벤치 약한 북산농구부 키우겠다고 훈련도 빡세고 엄하게 했는데 그게 대만이랑 부딪히는 포인트였음. 애들 살얼음판에서 농구시켜서 뭐할거냐고. 훈련이 즐겁기만 할 수는 없지만 부활동 부원들 농구는 좋아하고 즐겨야하는거라고.

태섭이는 자기 심정 이해 못해주는 대만이가 살짝 밉기도했는데 오늘 머리 비우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간 대만이가 알게모르게 많이 서포트해줬던 것도 생각나겠지. 오늘 애들 특성 알려준것처럼 자기는 캐치 못 했던 부원들 성격&농구 스타일 말해주고, 분위기 굳는다싶으면 바보같이 장난치고 웃으면서 풀어주고, 자기랑 대립하면서도 다른 애들앞에서는 칼같이 주장 대우 해주던 것들. 괜히 머쓱해져서 뒷머리만 벅벅 긁는 태섭이 웅얼웅얼 고마어요...말했는데 대답대신 웃어주는 대만이 얼굴이 그때 그 모습이라 심장 시큰해지는 태섭이...


그 뒤로 태섭이도 어느정도 힘 빼고 주장하고 대만이도 태섭이 많이 도와줄듯. 가끔씩 대만이랑 같이 체육관 오기도하고 하면서 썸타다가 사귀는 태대...저러고 안사귀었었네 얘네....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