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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17:30
스무살에 혼전임신 알았을 때도, 그 나이에 롱디연하남친이랑 결혼 결심했을 때도, 프러포즈 반지에 바가지 세배로 썼을 때도, 결혼식 직전까지 부모님 옷이 도착 안했을 때도, 20시간 난산하다 기절했을 때도, 우성이 나 형이랑 아기 놔두고 다시 미국 간다고 울먹였을 때도, 아기가 낑낑 기어다니다가 접시 깨져서 손가락 베었을 때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이명헌의 경기 운영에 모든걸 맡긴다 모드였던 명헌이형

시즌 앞두고 휴식 겸 머학생 남편 오랜만에 귀국해서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는데
그날따라 뭘 잘못 먹었는지 돌도 안된 아기가 열이 39도 40도로 펄펄 끓더니 해열제도 못 넘겨 급기야 눈 까뒤집고 실신까지 하는거 보고 초보엄마 이명헌 완전히 패닉하는거 보고싶다
의식 잃어서 머리 힘없이 흔들리는 아기 끌어안고 엉엉 울면서 빨리 앰뷸런스든 경찰이든 부르라고 우성이 붙잡다가 아니라고 늦겠다고 내가 택시 잡는다고 현관문 뛰쳐나가는 이명헌임 정우성 턱이랑 뺨 사이에 휴대폰 끼우고 119한테 전화 걸면서 형 신발 챙겨들고 급하게 따라 나감
남들이 봤으면 이명헌이 이렇게 겁에 질릴 수 있는 사람인가 할만큼 거의 기절하기 일보 직전 얼굴인 명헌이형 자기가 맨발인것도 모르고 눈물 철철 흘리면서 막 정신없이 큰길가로 뛰어나가는데 정우성 전속력으로 달려서 따라잡고는 일단 형 신발부터 신김

형 신발 신어 일단 신발
흐윽, 우성 우리 애기 어떡해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고 어떡해, 우성아 어떡해

길가에 차들은 빵빵거리는데 오늘따라 택시는 또 왜 이렇게 안 보이는지, 아픈 아기 들쳐안고 어쩔줄 몰라 흑, 흐윽, 하고 길가 두리번거리는 이명헌 보면서 정우성 허리에 손 짚고 119랑 계속 통화함

형 형 온대. 앰뷸런스 온대
몇분??? 몇분 남았는데???
10분 남았대 금방 온대. 금방 온대

정우성 한 팔로 형 끌어안고 토닥거려 진정시키면서 119한테 지금 위치 알려줌. 통화 끝내고 휴대폰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고개 숙여서 형 품에 안겨있는 아기 어떤지 들여다보는 정우성임 형 안은 팔에 힘 주면서 등 쓸어주니까 이명헌 눈물 범벅된 얼굴로 남편 쳐다보더니 아기 흔들면서 간절하게 깨움 그래도 안 일어나니까 또 눈물 터짐. 정우성도 울 것처럼 표정 일그러뜨리면서 아가야, 아가야 하고 부름

어린 부부가 아픈 아기 둘러싸고 막 간절하게 말 걸고 있으니까 동네 아주머니들이 왜 그러냐면서 다가오겠지 이명헌은 대답할 정신도 없고 정우성이 애가 열이 너무 많이 난다고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아주머니들 혀 차면서 이렇게 해봐라 이렇게 해봐라 막 이런저런 말 한마디씩 하는데ㅜ 소용이 없음 아기 숨 쉬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데 머리가 힘없이 달랑거려서 진짜 딱 미치기 직전인 이명헌임 정우성 이러다가 형까지 쓰러질까 걱정돼서 더 꽉 안는데 그 팔도 와들와들 떨림

천년같은 10분이 흐른 뒤 곧 구세주 같은 애옹애옹 소리 들리면서 비상등 불빛 나타남
그거 본 이명헌 다 쉰 목소리로 헐떡이면서 다리에 힘 풀려 비틀거렸으면 좋겠다
정우성 형이랑 아기 먼저 차에 태우고 아주머니들한테 감사 인사 하고 차에 오르겠지


다행히 무슨 큰 병은 아니고 아기들한테 갑자기 찾아오곤 하는 독감 같은 고열이었는데 심하게 앓느라 아기 기력이 하나도 없으니 병원에서 주사 맞고 하루 입원하라는 말 듣는 우명 부부
병실 침대에 아기 안고 누워서 스르륵 잠든 형 눈가에 닦지도 못한 눈물자국이랑... 신발 없이 길을 달렸으니 죄 긁히고 쓸린 발 보고는 조용히 연고 뚜껑 열어서 상처에 발라주는 우성이 보고싶다




나중에 정우성 NBA 스타 돼서 억대연봉 벌 때 늦둥이(나이로 치면 아니지만) 둘째 임신하는데 혹여나 그때처럼 형이 또 패닉하는 일 있을까봐 비서한테 부탁해서 아예 미리 근처 종합병원+약국이랑 협약 맺어 놓는 슈퍼남편 됨

둘째는 심지어 급성 폐렴이 와서 이명헌 아예 숨 넘어갈 뻔하는데 우성이가 계약해 둔 덕분에 의료진이 연락 받은 즉시 자가용으로 데리러 와서 몇분만에 바로 병원 도착
나중에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정우성 보고 이명헌 기운 쭉 빠진 얼굴로 눈 천천히 깜빡거리면서 "...우성... 최고의 남편...아빠....삐뇽" 했으면 좋겠다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