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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14:19
원작에 요리 못하는 장면이 아예 나온 것마냥 요리 잘하는 태웅이가 상상이 안됨ㅋㅋ 주는대로 먹을 뿐 음식 자체엔 식탐도 흥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런가

태웅이... 타이머 맞춰서 계란 삶고 식단용으로 야채 씻어서 스피너에 돌리고 치킨 스테이크는 오븐에 구워서 접시 하나에 세팅하는 등의 데일리 매뉴얼은 빠르게 착착하는데 요리 다운 요리를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면 수렁에 빠질 것 같다
간단한 파스타나 볶음밥같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하는 자취용 요리도 계속 말아먹고 나중엔 케이크 시트에 생크림 바르고 과일만 올리면 되는 완제품 키트도 태웅이가 하면 한쪽으로 기울고 뭔가 축축하게 만들어질 거 같음 분명히 레시피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결과가 달라서 이해가 안 되는 웅냥이... 도저히 호오 소리가 안 나옴

그리고 그 망한 요리는 백호가 다 먹었을 듯 입에 크게 떠 넣어 몇 스푼 안에 없애는데 묻히지도 않고 빠르게 먹어서 맛없는 티도 안 내고 먹을 거 같음 태웅이가 자기 음식을 혀에 살짝 댔다가 파드득 떨고 백호 못 먹게 막는데 이미 그전에 먹어치웠을 듯
애초에 태웅이에게 가끔씩 요리 충동이 드는 건 백호한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서 생기는 거라 이걸 아는 백호는 먹는 것만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음 어쨌든 독이 들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먹다 보니 진짜 먹을만한 것 같기도 함 그래서 빠르게 해치우고 시무룩한 태웅이를 놀리고 달랜 뒤 적당한 음식을 새로 해서 먹이는 시간까지 즐기고 있을 듯
백호의 요리 실력은 맛이 특출난 건 아닌데 짬바가 길어서 손 많이 가는 음식도 쉽게 쉽게 만드는 게 장점일 거 같다 근데 태웅이한테 뭘 줘도 투정 없이 웅냥냥 잘 먹어서 백호의 요리 스펙트럼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

다만 예전에는 백호가 자기가 많이 먹긴 해도 음식 맛엔 꽤 까다로운 미식가라고 주장하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을 안 하게 되었을 것 같음 태웅이 요리가 항상 기묘해도 먹다 보면 진짜로 먹을만하다는 생각이 좀 들기 때문에... 스스로 나는 천재 미식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음 물론 태웅이 말고 제3자가 그런 음식을 줬다면 결투 신청으로 받아들였을 듯
그래도 요리한다고 레시피를 한참 들여다보며 깨작깨작 뭘 만드는 태웅이는 귀엽기 때문에 두세 달에 한 번씩 오늘은 내가 저녁 만들래라며 두꺼운 요리책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 태웅이를 절대 막지 않겠지 그저 태웅이 뒤를 따라가며 오늘은 뭐해줄 건데? 하고 군살 하나 없는 허리를 껴안아 작은 여우가 그려진 앞치마를 둘러주고 끈을 묶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