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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16:15
정말 어느 날 문득 자기가 더 이상 이명헌을 봐도 미친 듯이 떨리지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서...

미국으로 자기 보러 온 명헌이 형이 새벽 일찍 조깅하려고 일어난 자기한테 조금 부은 눈으로 잘 다녀오라며 뽀뽀할 때면 늘 아래가 반응하며 운동이고 뭐고 형 바지 벗기던 자신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무덤덤하게 '네, 다녀올게요.' 하게 된 자신이라서... 형이랑 조금이라도 더 전화하려고 졸린 눈을 부여잡고 번호를 누르던 자신이었는데 지금은 고된 훈련에 바로 곯아떨어지기부터 해서...

형이 내 옆에 있는 게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형이랑 사귀지 않던 고등학생 때나 마찬가지잖아

자기가 점점 형한테 무던해지고 감흥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니 그게 너무 슬퍼서 정우성 눈물로 범벅 될 듯... 정우성의 인생에는 농구랑 이명헌밖에 없는데 더 이상 이명헌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또 자기가 한 생각에 흠칫하면서 울겠지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내가... 명헌이 형을...?

그리고 정우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순간의 슬픔과 절망감도 잊게 될 거임 이명헌이 아닌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되겠지 파티를 가는 횟수가 늘고, 선을 넘는 건 아니지만 여자 모델들이나 배우들과 스캔들이 나는 횟수도 늘겠지 예전에는 바로 이명헌한테 절대 그런 거 아니라고 사색이 돼서 해명했을 텐데 이제는 그마저 건너뛰게 될 듯

그런데 바보같은 정우성은 모르겠지 그건 사랑이 아닌 게 아니라 그저 이명헌이 편하고 당연해졌을 뿐이라고,, 여전히 이명헌의 부상 기사라도 접하면 시야가 흐려지고 긴장으로 온몸이 덜덜 떨리는데, 오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야 다시 숨을 쉴 수 있는데 그게 어떻게 사랑이 아니겠어... 다만, 사랑의 온도가 항상 100도일 수는 없어서 이명헌이 아닌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을 뿐인데... 그저 살면서 농구랑 이명헌 단 두 가지밖에 사랑해본 적이 없으니 열망 어린 사랑 말고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우성이었겠지

아주 나중에 결국 자기랑 헤어지고 그저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돌아온 이명헌이 몇 년 후 청첩장 건네는 거에 어쩐지 입이 바짝 말라서 '형, 정말 그 여자 사랑해요?' 묻는데

"응. 그 애랑 있으면 편해. 여기가 당연히 내 옆자리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줘."

말끝에 붙이던 어미도 떼고 진지하게 답하는 이명헌에 그때야 대가리가 띵 울릴 듯

하지만 어쩌겠어

이명헌은 정우성이 모르는 몇 년을 정우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외로움으로 반시체처럼 보냈는데, 그런 와중에도 미국에서 잘 뛰고 있는 녀석의 발목을 잡기 싫어서 꾹꾹 내리눌렀는데... 다시 좆같은 선후배 사이가 되기 위해 이명헌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제 그것이 정우성의 차례일 뿐이야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