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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15:53
이명헌 의외로 열성이라 향도 거의 안나고 남의 향도 잘 못 맡는데 정우성 만나고 페로몬이 뭔지 히트가 뭔지 제대로 경험하게 됨. 근데 이게 또 형질에 의한 본능적 이끌림 어쩌구하며 짐승 같이 붙어먹기만 했으면 자기 이렇게 만든 정우성 원망하고 혐오하면서 피했을 텐데 우성이가 자기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도 알고 처음 관계 맺기 전까지 얼마나 참으려고 애썼는지 아니까, 그리고 명헌이도 우성이 마음으로 좋아한게 먼저라 눈물 뚝뚝 흘리면서 고백하고 연인까지 됐겠지.

그런데 한편으론 우성이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자낮해지는 이명헌. 예전에는 열성인 거 편하다베시, 히트도 아래가 조금 화끈화끈해용 이러면서 지나가고 아무래도 운동 선수다 보니 알파들 사이에서 불쾌할 일 많은데 그거에 일일이 반응 안 해도 되고 하면서 살다가 느닷없이 이름도 우성인 연하애인 생기고 나니 내가 얘랑 영원할 수 있을까? 나는 열성인데? 하는 생각하게 되는 이명헌.

명헌이가 자기 알파향에만 반응하는 거 우성이는 너무너무 좋고, 딴놈들이 명헌이 형 못 맡는 것도 너무 좋은데 그때마다 명헌이 속으로 다른 오메가들은 다 네 향 맡을 수 있잖아뿅, 너도 다른 오메가 향 맡을 수 있구용…. 하고 있음. 아예 모르고 살았으면 괜찮았을 지도 몰라. 근데 정우성이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그 주위에 얼마나 유혹이 넘치는 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나한테는 정우성 밖에 없지만, 정우성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 늘 갖고 있는 이명헌. 사실 사귀기 전에도 이 문제 때문에 망설임이 길었고 결국 우성이가 이런 명헌이 마음 알게 돼서 형 나를 그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보냐고 나한테도 형 밖에 없다며 울면서 고백한 거라. 그래서 사귀게 된 거지 아니었음 끝까지 선후배로 남았을 거임.

하지만 그후에도 명헌이 생각엔 변함이 없었고. 서로 몸 달아서 정신없이 엉켜있다가도 우성이가 뒷목에 입질하려고 들면 그 입 손으로 막고 숨 고르게 하는 이명헌.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어차피 네 평생은 내가 될 리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버리는 건 이명헌 본인한테도 상처라, 그냥 나중에 나중에 하자뿅 하고 미루는 척 하겠지. 그러면 우성이도 아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그래 중요한 문제니까 형이 준비 되면 하자고 넘어가. 이명헌이 언제든지 헤어져줄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그러다 우성이 미국행 결정되고 나서는 드디어 올게 왔구나 하겠지. 이렇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거고 그럼 이별하는 것도 많이 힘들지는 않겠다 혼자 마음 정리 해버리는 이명헌. 겉으로는 좋은 선배, 이해심 많은 연인인 척 하고 속으로는 한없이 가라앉는 중임.

차라리 이게 티가 나면 다행인데, 웬만한 사람이면 티가 날 텐데 이명헌은 그런 기색이 조금도 없어. 왜냐면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고 표현해본 적은 더더욱 없으니까. 그냥 하던데로 익숙한 농담, 익숙해져버린 애정표현 하면서 지내겠지. 나 기다려달라는 우성이 말에 진심으로 알겠다고 대답도 하면서.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그런데 우성이는 거기서 더 욕심이 나. 형이 정말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걸 증명할 수 있었으면 해서. 정말 이기적인 거 알지만 내가 평생 사랑할 사람 이명헌 뿐이니까 그 사람에게 내 흔적 하나 남기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부탁해. 형이랑 각인하고 싶다고, 허락해주면 안 되냐고. 형만 두고 가는 거 나 너무 무섭다고. 그 큰 손으로 명헌이 뒷목 다 덮으면서, 온몸 다 기대고 안겨 간절하게 얘기하는데 명헌이 그대로 얼어버려. 대체 정우성 네가 뭐가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고, 너한테 나쁜 선택일 거 알면서도 이렇게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우성, 각인이 무효화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뿅?

명헌은,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듯 안겨오는 우성의 품에서 담담히 물었음. 우성은 당연히 형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고. 아직 각인은 하지도 못했는데 무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명헌에 그저 얼굴이 구겨질 뿐이었음. 그럼에도 명헌은 계속 말을 이어가. 서로에게 새겨진 각인이 사라지는 건, 어느 한쪽의 생이 다 하고 난 뒤라고.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금 그렇게 무거운 약속을 나랑 하고 싶은 게 맞느냐고. 높낮이가 없는 물음에 우성은 명헌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그래서 형이랑 하고 싶은 거라고. 그걸 형도 나에게 바랐으면 좋겠다고.

참 맑고, 참 순진하게 이기적이었음. 정우성은 항상 그랬지.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얘기하는 눈이 명헌은 오늘따라 좀 아팠음.

왜?
…………….
대체 왜 나한테 그런 걸 바라는 건데?

나는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우성아. 네가 연인에게 기대하는 행복 같은 거 나는 줄 수 없다고. 그러니까 네 마음 이제 다른 사람 줘. 나는 너의 선배로도 만족하니까, 그 마음 아껴두라고.

내가 너한테 잠시 특별했던 거 알아.

나에게도 그랬으니까, 어쩌면 평생 그럴 거란 말은 삼킨 명헌이 슬핏 웃으며 얘기했음. 세상에 우리 둘뿐이었던 기분도, 이게 평생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알지만 곧 사라질 거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하자뿅.

이게 내가 널 놓아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명헌은 미처 다 하지 못했음. 갑작스레 와닿는 뜨거운 손 때문에. 그 손이 너무 아프게 명헌을 벽으로 몰아세워서,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게 나는 둔탁한 소리와 차가운 벽이 뺨에 닿아. 그리고 뒷목덜미에서 느껴지던 선득하고 날카로운 감각. 명헌은 다급하게 굳어있던 팔다리를 움직여 몸부림치다가 우성이 쏟아내는 감정들에 숨이 막힐 뻔했음.

왜요?
………….
형이 왜 나를 놔주려고 해요?

설마 아직도, 나한테서 도망칠 생각하고 있는 거냐고. 분명 화가 난 것 같은데, 그 대신 우성은 울고 있었지. 서럽고 분해서. 나를 믿어주지 않는 이명헌 밉고 원망스러워서. 그런데 내가 이 사람을 두고 떠나야하는 것도 맞으니까. 날 또 얼마나 한심하게 볼 지 알면서도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이대로 이명헌한테 나를 다 새겨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분명 이명헌이 나를 더 미워하게 될 테니까 그건 끔찍히도 무서워서 겨우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 근데 너무 억울하잖아. 형도 나 좋아하면서, 내가 기다려달라고 하면 정말 평생이 걸려도 기다릴 사람처럼 굴면서 왜 나를 놔준다고 해, 왜 내가 형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해….

날 좋아하지 말던가.
………….
차라리 싫어서 밀어내는 거라고 해요.

물론 그래도 안 놔줄 거지만. 그정도 성의라도 보였으면 내가 이렇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 이렇게 비참하진 않을 텐데.

내가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요?
………….

내가 어떻게 해야……,

나, 미국 안 갈게요.
뭐?
미국 안 가겠다고.

그러면 믿어줄 거냐고. 서서히 힘이 풀리던 손이 명헌을 돌려세우고 물어. 명헌의 한마디면 정말 포기라도 할 듯이. 명헌은 그제야 덜컥 겁이 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야 자신이 우성에게 전부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음.

형이 가지말라고 하면 안 갈게,
우성아,
여기 있을게요.
정우성,
나도 형만 두고 못 가겠어, 그러니까
우성아!
………….
그만해…….
………….
내가 잘못,했어….
………….
미국 가, 꼭 가라고.

기다리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꼭 갔다가 돌아와, 뿅…….

다시 나한테 오라고. 그렇게 결국 돌아와달라고 얘기한 뒤에야 참았던 눈물 뚝뚝 흐르고 우성이가 안아주자 엉엉 울어버리는 이명헌. 형 이렇게 우는 거 처음 봐서 놀란 우성이, 안은 팔에 더 힘주면서 그럼 내가 형 말고 돌아갈 데가 어딨냐고 덩달아 눈물 흘림. 명헌이는 우성이 옷 꽉 움켜쥐고 고개 끄덕이면서 우성이 어깨 적시고 있는 중이었음.

한바탕 울고 둘 다 눈 퉁퉁 부은 상태로 벽에 기대 앉아있어. 시합 마치고 난 다음 같다뿅. 아니 그때보다 기진맥진해진 명헌이 자기 어깨에 기댄 우성이 슬쩍 보다가 둘 다 바보 같네용, 함.

나는 바보 아닌데. 바보는 형이잖아요.

이렇게 좋아하는 거 알면서 왜 그랬냐고. 명헌이랑 잡은 손 들어보이니까 차마 부정 못하고 입다무는 이명헌. 우성이, "형 아까 진짜 미웠어요." 하며 입술 삐죽이다가 미안한 표정하는 이명헌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니까 뽀뽀해줘요." 해서 뽀뽀 받아냄.

길게도 아니고 짧게 붙었다 떨어진 건데 우성이 금방 만족스런 얼굴 돼서 더 붙어앉아. 아까 무섭게 몰아세우던 정우성은 어디갔는지 큰멍멍이만 남았음. 명헌이 간질간질 자기 손으로 장난치는 우성이 손길 느끼면서 상처 잔뜩 나있던 우성이 눈 되감아보다가 그러네, 나 바보 맞네. 하고.

우성, 아까 말이에용…,

하며 내가 널 불안하게 해서 미안하다 사과하려는데 우성이가 퍼뜩 쳐다보더니 사색 돼서 형 제가
진짜 잘못했어요! 죄송해요...억지로 그러면 안되는 건데, 하고는 계속 사과해서

우성이 잘못한 건 맞지만,
(순간 우성이 머리 박아야하나 생각함)
나도 미안해뿅.

하고 그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마음인지 털어놨음. 우성이는 그 고백을 듣는 게 너무 괴롭고 속상해서 중간중간 멈추게 하고 싶기도 했지만 형이 어렵게 꺼낸 말일 테니까, 손 꼭 잡은 채로 끝까지 듣고 안아줬을거야. 이제부터라도 내가, 형 그런 생각 안하게 더 잘해주겠다고.

명헌이는 영원히 숨겨야 하는 거라 믿으며 혼자 끙끙 앓기만 하다가 다 얘기하고나니 속이 편해져. 그리고는 말하길 잘했다 싶겠지. 덕분에 둘 사이가 더 단단해졌으니까.

다만 그 일 이후로 각인에 대해서 우성이 먼저 말하지 않는데 그깟 각인이 뭐가 중요하냐 서로를 믿는게 중요하지! 하며 한층 성장한 덕이었음. 그치만 여전히 불안은 하지. 꼭 형질 때문이 아니라도 이명헌 노리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우성이 알게 모르게 처리해서 지금은 괜찮지만 자기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있을까봐 무서웠던 것. 그래서 형이 싫어할 건 알지만 다시 얘기해볼까 하던 차에,

명헌이 자기 방으로 우성을 불러. 우성이는 형이 부르니까 신나서 갔다가 갑자기 침대 위에서 무방비하게 뒷목 드러내는 명헌에 굳어버렸음.

하자, 우성아.

나도 너랑 하고 싶었다뿅.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순순히 목 내어줄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다며 살며시 웃는 명헌에 우성이 또 울컥하려는 거 꾹 참고 알겠다며 예쁘게 웃어. 그리고는 곧게 뻗는 목에 살짝 입맞추고 고맙다고 속삭임.

어떤 사람은 그 경험이 너무 아팠다고 하는데 명헌이는 간지럽고 뜨겁기만 했던 거 같아. 그리고 그 감각은 때때로 명헌을 불안으로부터 지켜주겠지.


근데 얘네 각인 때문에 고생 좀 했음 좋겠다... 각인 덕분에 다른 사람한테 휘둘일 일은 없는데 서로가 필요해서 미치기 직전까지 가는 그런거.... 이명헌 히트 심하지 않다고 방심했다가 우성이 미국 간 사이에 크게 앓고 실신까지 했는데 우성이한테 말 안했다가 들켜서 또 난리났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성이 느바 선수 된 다음이라 형 히트에 맞춰 바로바로 귀국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이명헌 선수 은퇴하는 날 당연히 경기 보러온 정우성한테 공개 프러포즈하고 미국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