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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12:13
분명 자신은 친구들 만나서 떠들고 술 마시고 계란말이 먹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까 모르는 천장에 새하얀 침구에 둘러싸여있음. 백호가 상체를 일으켜 보려고 했는데 익숙한 아픔이 아릿하게 몰려오겠지. 그곳도 얼얼함. 뭐지... 여긴 어디지, 이건 뭐지... 하면서 뭔가에 홀린듯 일어나니 다리를 타고 미지근한 액체가 흘러내리는게 느껴지잖아. 그래도 모르겠음.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이 방에는 강백호밖에 없었어. 심장이 달음박질치고 식은땀이 줄줄남. 토할거 같음. 백호 어..어... 안되는데 하면서 옷 입으려고 하겠지. 아 핸드폰 어디있지? 아니 일단 옷부터... 씻을까? 이대로 가면... 옷을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고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세수를 하려고 욕실 앞까지 감. 그렇지만 앞까지만 가고 정작 들어가지는 않겠지. 무엇 하나 할 수가 없었음. 여전히 실오라기 한올 안 걸친 그 모습 그대로야. 스쳐지나가며 본 거울 속 자기 모습은 잇자국과 붉은자국이 가득했었음. 도대체 얼마나 씹어댄거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속옷을 주워 찜찜한 상태로 다리를 끼워넣겠지. 눈물이 찔끔나서 주륵 흘러내림. 서태웅이 당장 보고싶은데 당연히 이 상황에서 연락은 못해. 아니 내일도... 모레도 못하지 않을까. 백호가 크흥 코를 먹고 눈물을 벅벅 닦으면 좋겠다. 멍청이라고 했더니 진짜 멍청한가. 어떻게... 어떻게...

그냥 다 놓아버리고 울고싶은데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서 셔츠까지 대충 입고 신발을 구겨 신음. 말하지 말자.. 잘 숨기면... 잘 얼버무리면 돼... 심장이 죄여와 손발까지 저린데 할 수 있는게 없겠지. 이미 일은 벌어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화장실에 갔음. 계속 토기가 올라와 견딜 수가 없었거든. 여전히 아무런 기억이 안남. 불편한 자세로 박혔다는 것과 이물감이 약간 몸의 기억으로 남아있을뿐이야. 차라리 다행인건가... 하며 나오는데 핸드폰이 올려 한번 더 심장이 쿵 떨어짐. 그것도 하필 서태웅이겠지.

"어디야?"

그 목소리에 모든게 무너지면 좋겠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터지는데 미안함과 죄책감도 있지만 격렬한 불안감과 공포 때문이었음. 헤어지자고 할까봐. 이거 때문에 얘랑 모든게 마지막이 될까봐. 으허엉..흐업..읍..크읍. 말을 해야하는데 목이 먹먹해 단어가 나오질 않았어. 갑자기 자신이 울기 시작하자 서태웅이 더 당황하겠지. 너 왜그러냐고 어디냐고. 백호가 호..호텔... 하고 겨우 말하자 태웅이 호텔 어디? 하면 좋겠다. 여기 어느 호텔이지? 와본 곳 같긴한데...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런걸 분간할 여유가 있었을리가 없었음. 백호가 어... 하고 말꼬리만 늘리는데 서태웅이 먼저 입을 열겠지.


"방에 있지 왜 나간거야. 찾았잖아"


....어?


순간적으로 서태웅이 모든걸 알고 비아냥거리는건줄 알았음. 딴새끼랑 잔걸 알고 찾아왔는데 왜 그 룸에 없냐고. 그런데 그런게 아니겠지. 강백호는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채 태웅이 알려주는 방으로 갔어. 아니 정확히는 돌아옴. 자신이 어떤 방에 있었는줄도 몰랐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보니 거기인거 같애. 거기다 여기, 이 호텔.. 서태웅이랑 자주 온 곳임. 설마...


방 안에 있던 태웅은 눈물 범벅인 백호를 보고 혀를 찼음. 태웅은 운동복 차림이겠지. 왜 나갔냐 왜 울었냐 물어보는데 이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온 몸의 긴장이 풀려서 어깨가 툭 떨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림. 심장박동도 제 박자를 찾은듯함. 벽에 겨우 흐느적거리는 몸을 기대고 아아...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백호면 좋겠다. 으아아...


"멍청아 왜그래"
"...인줄 알았어..."
"뭐?"
"딴 사람이랑 잔줄 알고...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딴사람이라는 말 자체만으로 태웅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짐. 백호의 말을 듣다말고 니가 왜 딴 사람이랑 자냐고 진지하게 화내는걸 손사레치며 말리고 백호도 머리를 짚음. 아 이제야 숙취가 도네.

"어제 너랑 만난 기억도 없었어"
"내가 너 데리러 갔을때 알아봤잖아"
"그랬..어?"



술에 꼴은 강백호를 여럿이 옮겨 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이거 놓으라며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해서 친구들이 태웅을 호출한거였음. 백호군단이 질린다는 얼굴로 '자기는 임자가 있는 몸이란다' 하며 백호를 태웅에게 넘겨주었었지. 어째 그 상태에서 자신은 알아보고 '여우야! 흐흐흥 여우왔다~' 하는게 어떻게 깜찍해보이지 않을 수가 있겠어. 바로 제일 가까운 호텔 중에 자주 가는 곳으로 향했지. 취한 강백호를 데리고 평소엔 하지 못하던 리밍을 해주거나 가슴을 빨고 씹으며 즐기거나 형이라고 부르도록 해서 내일 정신차리면 한 대 맞을 각오는 했는데 이럴줄은 상상도 못했음.


"그럼 나.. 어제 너랑 한거지?"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좆밖엔 받은거 없어"
"말을 뭐 그렇게 하냐!"
"사실이잖아"

태웅이 즈그 멍청이를 안고 등을 쓰다듬어줌. 도대체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폭풍이 지나간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해주는게 나아보였거든. 백호가 다행이다... 너한테 차일일은 없겠네... 하고 안심하자 태웅이 눈썹을 치켜뜨면 좋겠다.


"난 니가 다른 새끼랑 자도 너랑 안 헤어질건데"
"그거 참... 위로가 되네..."



태웅이 거짓말 아니라고 하며 슬금슬금 손을 백호의 옷 속으로 넣어 두툼 낭창한 허리를 쓸고 엉덩이를 잡음. 백호는 이 자식도 이 자식이지만 그 난리를 겪고 이 손길에 바로 반응하는 본인도 문제라고 생각하며 태웅의 입술을 피하지 않겠지. 이번엔 백호의 정신이 멀쩡해서 이런저런걸 시키지는 못했지만 눈물자국으로 엉망된 얼굴을 보며 박는것도 새로운 맛이긴 했음.



이후로 강백호는 서태웅이랑 같이 있는 자리 아니면 술은 입에도 안대겠지. 다신 비슷한 경험조차 하고 싶지 않았음. 태웅은 자신이 함께 있는 술자리에서도 옆에 찰싹 붙어서 손까지 잡고 조심스럽게 소주 홀짝거리는 백호 보고 만족하면 좋겠다. 대만이나 치수가 너네 꼴불견이라고 해도 그럴일이 있다며 백호 손 더 꽉 잡아주겠지.








태웅백호
백호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