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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15:39
오이 싫어하는 양호열 보고싶다


정대만 예민해서 먹을 거에도 예민하게 생겼는데 막입이라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을 것 같은데
오히려 양호열이 편식쟁이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오이 오이헤이터 양호열 식감부터 냄새도 너무 싫어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싫음


정대만은 양호열 오이헤이터인지 몰랐음
호열이 은근 마망속성 있어서 덜렁대는 정대만 챙기는 짭연하남친인데 편식하는거 지도 창피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친한테는 멋져보이고 싶은 애기남친
그런데 어쩌겠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는데ㅠ
오이 안먹는 건 양호열의 탑시크릿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둘이 결혼하고 오이 싫어하는 거 들켰으면 좋겠다
정대만 프로팀에서 행복농구중이고 양호열 열심히 내조중
정대만 집은 김밥에 오이 넣는 집임 대만 아부지 오이러버라 오이 넣는 김밥 좋아해서 시금치 대신 오이 넣음
펄럭 패치해서 서울 구단에서 농구하는데 인천으로 원정경기 가는데 호열이도 인천이 고향이니까 간만에 같이 인천감
대만이네 본가 같이 가는데 오랜만에 어머니가 마침 김밥 싸셔서 저녁에 김밥 내주심 (다른 메뉴도 잔뜩임 상다리 부러질지경 본격 예쁨받는 양서방)

김밥 좋아하는 정대만 오랜만에 엄마김밥 와구와구 먹는데 호열이가 김밥쪽으로 눈도 안돌리는 거 보고

호열아 울 엄마 김밥 맛있어 먹어봐
하는데

나름 김밥 자부심 있던 대만 어무니의 초롱초롱한 눈 마주치고 옆에서 대만이 초롱초롱한 눈 마주치고 김밥 속 까꿍한 오이랑 눈 마주치는데

왜 모자가 똑같이 생겨서는… 하고 속으로 큰 한숨 쉬고 땀삐질삐질 흘리는 양호열
대만이 얼굴에 약한데 장모님이랑 남편이랑 똑같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니 별 수 있나
먹어야지

여유로운 웃음 지으면서 하하 하고 하나 입에 넣는데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오이 향에 토할 것 같은데 꾸욱 참고
옆에 있던 물 원샷해서 그대로 김밥 삼키는 양호열

하하…맛있네요 장모님

하고 여유만땅 웃음 지으면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장모님 요리솜씨 칭찬하는 양호열
대만 어머니는 말랑두부사위 칭찬에 녹아서 기분 좋음

양호열이랑 알고 지낸지 근 10년 되어가면서 정대만은 이제 표정만 봐도 대충 양호열 기분 알아차릴 수 있는데
애 표정이 아무리 봐도 맛있는 표정이 아님

흐음…
왜요 대만군?
으음 아냐

음 아닌가? 하고 다시 우적우적 밥먹는 정대만


집 돌아온 호열대만 부부
오랜만에 집밥 잔뜩 먹고 부른 배 통통 튕기고 있다가

양호열 너 김밥 안 좋아해? 하고 묻는 정대만

들켰구나 하고 등 뒤로 식은땀 한 방울 삐질 흘리는 양호열 하지만 여유롭게 아닌척

무슨 소리에요 대만군 저번에 우리 피크닉 가서 나 먹는거 못봤어요?

그날 양호열 김밥 세줄 먹음 왜냐면 양호열이 쌌거든 시금치넣고

흐음 그래? 근데 아까 되게 맛없게 먹던데 울엄마 김밥 맛없냐? 김여사 잘하는 몇 안되는 메뉸데
그럴리가요 장모님 음식은 다 맛있죠
흐으으음……그래…?

뭔가 수상하지만 양호열 혼자 김밥 3줄 먹은거 생각하곤 흠 아닌가 하고 넘기는 정대만


그러다가 장모님이 또 양호열 시험에 들게 하셨으면 좋겠다

여름이라고 집에서 늘 먹던 오이냉국 호열대만네 보냄

아아 안 그래도 날 더워져서 생각났는데~! 김여사 센스 미쳤네

하고 신나서 오이냉국 뜯는 정대만
두 그릇 퍼서 식탁에 차리고 호열이 부르는데

아 난 괜찮아요 대만군

떨떠름하게 웃으면서 손 젓는 양호열

야아 울 엄마 오이냉국 짱 잘해 더울 때 이거 먹으면 직빵이라니까 한 입만 먹어봐
아니 괜찮아요 진짜 나 하나도 안 더워
야아아 그래도 울 엄마 성의가 있는데 한 입만 먹어주면 안되냐아? 응? 응?
아 나 진짜 괜찮다니까요
호열아아아 아아~~
아 대만군 잠깐만

자꾸 거부하는 양호열 보고 정대만 오기 생겨서 자꾸 양호열한테 오이냉국 한 숟가락 퍼서 들이대는데
오이냄새 때문에 미칠 것 같던 양호열 결국 못참고 터짐

아진짜 괜찮다니까!! 괜찮다고!!!!

하고 버럭 소리지르고 집 쾅 나가는데
남겨진 건 숟가락 들고 벙찐 정대만
이 상황이 이해가 안돼서 한동안 벙쪄 있는데 생각하니
화가 나기 시작함
아니 이게 뭐라고 별 것도 아닌데 한 입 먹는게 그렇게 어려워?! 더럽게 비싸게 구네 이제 내가 뭐 주나 봐라
하고 쉭쉭 대면서 오이냉국 호열이 몫까지 두 사발 호로록 하는 정대만
맛만 좋구만 호로록

화났다기보다는 당황+오이냄새 못견디겠어서 큰소리치고 나온 양호열
오히려 이쪽이 더 곤란한 상황
대만군 화났겠지..? 뭐라고 말해야하지? 어떡하지 뭐라고 하고 들어가지? 근데 나……집엔 들어갈 순 있나..?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해지고 저녁 됨

해가 졌는데도 호열이가 집에 안 들어오니까 더 빡치는 정대만
쇼파에 앉아서 다리 덜덜 떨면서 들어오기만 해봐라 양호열 하고 야차같은 얼굴로 기다리는데

띠리릭-

어쩔 수 없다 집엔 가야지…가서 싹싹 빌어야지……
하고 조심스럽게 번호 누르고 집 들어가는 양호열이랑 눈 딱 마주쳤으면 좋겠다
미간 와장창 구겨져있고 눈썹은 10시 10분 방향으로 치켜올라간 정대만 보면서 작은 한숨 내쉬는 양호열
쇼파에 앉은 정대만 밑에 바닥에 앉아서 대만이 손 살포시
잡고 말하겠지

대만군…화 많이 났어요?
어 개빡쳤거든 나 지금. 그러니까 얼른 싹싹 빌어
하아…미안해요…요 앞에서 생각 좀 한다는 게 늦었네요 미안
그건 그렇다치고 아까 나한테 왜 소리질렀어?! 그냥 안먹는다고 하면 되잖아
그랬는데 대만군이 내 말 안들었잖…

대만이 눈썹 11시 5분으로 슬슬 올라가는 것 보고 급 입 닫는 양호열
한참 입만 달싹거리다가 결심했다는 듯 한숨 폭 쉬고

…………나 오이 안먹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결국 오이헤이터라고 밝히는데 정대만 하나도 안 들림

뭐라고? 뭐라고 한거야!
……나 오이 안먹는다고요! 오이 싫어한다고!! 
………엥?!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란 정대만
그제서야 맞춰지는 퍼즐조각
냉면집에서 냉면 안 먹고 밥 먹던 양호열
피자 먹을 때 피클 손도 안 대던 양호열
오이김치 절대 안 사오는 양호열
얼마전 오이 들어간 김밥 그대로 삼키던 양호열
오늘 오이냉국 앞에서 난리치던 양호열……

………푸…후하하ㅏ하하ㅏ하!!!!와하하하!!!!! 야 너 너 그래서!!!!!!!! 와하하하ㅏ하하!!!
……웃지마요 그래서 말 안하고 싶었는데…
아이씨 귀여운자식 말을 하지~~~! 난 그것도 모르고 너한테 오이나 맥일라고 했잖냐 미안하다 야
…아녜요…내가 미안해
ㅋㅋㅋㅋ아우 귀여운자식 양호열어린이 오이 시러요?ㅋㅋㅋㅋㅋ
..그만해요 대만군....
아유 귀여워 죽겠어 진짜~~~~으이구~~~~엉아한테 편식하는거 들키기 시럿져요?

정대만 즈그 애기남편 편식하는거 너무 귀여워서 자기 무릎께 앉은 양호열 옆으로 내려가서 호열이 꽉 껴안고 얼굴로 머리 부비부비하고 난리남

그 다음날 대만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음엔 시금치김밥 싸달라고 하고
호열이가 오이 냄새도 싫어한다는 거 알고 저날 이후로 오이 들어간 음식 호열이랑 같이 밥 먹을 땐 절대 안먹음


그리고 양호열 정대만 싸웠을 때
양호열 화해 신호
정대만 오이팩 해주는 거면 좋겠다
쳐다보는 것도 싫지만 즈그 남편이 좋아하잖아요
물론 비닐 장갑끼고 코에 빨랫집게 꽂고 얼굴에 오이 올려주고 있겠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건데도 해주는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금방 화 풀리는 정대만

염천부부 호열대만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