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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10:58
운다뿅...

동댐뿅 조촐한 자취방
다들 그다지 옷에 관심도 없고 맨날 츄리닝 입는 삶이라 옷도 별로 없는데
정대만 맨날 몇 개 없는 옷 중에서 가죽 자켓 평소에 입지도 않으면서
옷 정리하다가 그거 꺼내면 운다

야?ㅋㅋㅋㅋㅋㅋㅋ 왜 가죽에 빵꾸났어? 왜 우냐
뿅...? 옷 멀쩡해 보이는데
묘하게 담배 냄새 배어있는 듯한 텁텁한 가죽자켓 부여잡고
철이 보고 싶어................ 하고 오열하는 정대만

철이가...누군지 아냐 명헌아
신현철... 아닐 거고 설마 광철.... 당연히 아닐 거고

근데 누군지 물어도 당연히 아무 말도 안 해줘서 동뿅 그저 궁금해만 했는데
어느 날 대만이 방 서랍에서 그 가죽자켓 입고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는 남자
그 옆에 기대 서 있는 환한 미소의 정대만
날짜는 2년 전 가을 철,대만♡ 하고 네임펜으로 적혀있는 사진 발견해버림

야... 이 옷이 그거 아냐? 헉... 이 사람 죽었나 봐... 어떡해
뾰오오오ㅗㅇ오옹....사별의 아픔이었다뿅...
정대만 이렇게 환하게 웃는 거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그러게뿅 평소에 웃는 거랑은 아예 느낌이 달러...

그렇다 k 막장드라마에 푹 빠진 20살 동오와 명헌이는
당연히 철이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철 : 제가요?

그 사진 한참 들여다보다가 몰래 폰 꺼내서 사진 찍어두는 동오

근데 동뿅 시내 돌아다니다가
야...명헌아 나 귀신 보는 것 같다
나도 보인다뿅.....................
뿅!!!!!!!!!!!!!!!!!!!!!!!!!!!!!!!!!!!!!!!!

시내에서 바이크 타고 비슷한 가죽자켓 입고 있는 박철 본 동뿅

철 :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이 바닥에서 가봤자 어딜 그렇게 멀리 가겠습니까

동뿅 겁도 없이 누가 봐도 깡패 아니면 조폭 아니면 건달 (다 똑같은 거잖아요) 같은
바이크 세워두고 담배 벅벅 피고 있는 박철한테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둘 다 졸업하고 키 더 자라서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 기러진데 자기들보다도 더 큰 듯한 덩치의 남자 팔뚝을 턱 잡아버림

헉......만져진다뿅
동오도 막 더듬음
야 우리 죽은 거 아냐...? 왜...왜 만져지지

뭐야 이 인간들은...
박철 양키 생활 청산하고 바이크샵에서 이쁘게 도색해 주며 건실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성질이 많이 죽어서 다행이지
2년 전에 만났으면 둘 다 아구창부터 털렸겠지
미친놈들인가... 팔 뿌리치고 니네 미쳤니? 하는 눈빛으로 째려보는데

철이?
나 알어? 니네 뭔데 지랄이야
정대만 알죠
... 모르는데
살아있었네!
그럼 죽었냐? 딱 봐도 둘 다 운동 선순데... 정대만이 나 죽었다 그러디

생각해 보니까 대만이가 죽었다고 한 적은 없었음

동오 폰 주섬주섬 꺼내서 대만이 서랍장 속 사진 보여주니
표정 미묘하게 굳는 박철
...
대만이는 잘 지내죠?
사진 보더니 말투 급 부드러워지겠지
맨날 이런 가죽 자켓 부여잡고 운다뿅

참나...
죽었다 그래요 그냥

바이크에 올라타고 시동 걸려는 박철
그거 놓칠세라 바이크 뒷자리 올라타는 이명헌
야 정대만 여기가 어디냐면!!!!!!!! 전화 때리는 최동오

하.. 씨발

나 그냥 출발할 거다 너 떨어져도 몰라
나 떨어지면 그쪽은 우리나라 농구계의 미래 농구의 인재 올림픽 농구 금메달 절호의 기회를 날리는거다뿅
그게 나랑 뭔상관이지
정대만의 군 면제와 직결.
걔 어차피 면젤걸
아...? 뾰옹...
내려
싫다뿅
그럼 떨어져 죽든가
진짜 시동 걸어서 출발하려는 박철에 철이 허리 꼭 부여잡고 버티는 이명헌

하 지랄 진짜 정대만 친구들은 왜 다 이 모양이냐...
그렇게 실랑이하다 보니 셋 앞에 서는 택시 한 대

문이 벌컥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건 정대만

철아...
하.....

큰 두 눈에 눈물 그렁그렁 달고 철이 쪽으로 걸어오겠지
그거 보고 명헌이도 바이크에서 내리고
동오가 명헌이한테 가자고 눈짓하면 스윽 빠져버리는 동오명헌

철아
오랜만이네 대만아

또 보자며
니가 또 보쟀잖아

그냥 인사지 뭐 마지막 인사
그런 게 어딨어...

눈물 후두둑 떨어뜨리며 철이 뒷자리에 자리잡고 허리에 팔 감고 등에 얼굴 묻는 정대만
깊은 한숨 한 번 쉬고 천천히 시동 걸고 나도 모르겠다... 출발하는 박철

바람 따라 대만이 눈물도 떨어지고
해안 도로 따라 스며드는 바닷바람 냄새

조용한 해변가를 말없이 한참을 왔다 갔다 하는 두 사람

나 잘 지내
대학 농구부에서도 1학년인데 거의 주전으로 나오고...
애들도 선배들도 다 좋고...

그래

그럼 됐지

근데 니가 없어서
안 행복해

내가 뭐라고

니가 없어서 안 행복하다고
아무렇지도 않아?

그거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져
더 좋은 사람 만나면 괜찮아지는 거야 대만아

아니
너 없으면 안 돼

하...
담배 하나 꺼내 물려다 그냥 구겨 버리고
대만이 팔 끌어다 거칠게 안아버리는 박철

내가 어떤 마음으로 떠났는데
니 옆에 안 어울리는 사람인 거 아니까
아니까 간 거야
근데 왜 또 내 앞에 나타나서 이래
응?

안 어울리는 게 어딨어
내가 좋다면 그런거야
너 안 행복한 나 이렇게 봐놓고 그 상태로 살 수 있어?

그 말에 대만이 짧은 머리칼 쓰다듬으면서

아니. 하고 대답하겠지
안긴 품에서 몸 떼고 철이 얼굴 쳐다보는 정대만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입 맞추는 두 사람
한참을 서서 나누는 두 체온

가자.
배고프다

그 소리 듣고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면서 철이 손잡고 붕방거리며 다시 바이크 타러 가는데
아직도 헬멧 안 쓴다 박철
사람은 잘 안 변해
그럼 나 좋아하는 것도?

안 변해

그렇게 두 사람이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는데
그 시각 자취방

우리 오늘 좀 한 건 했다 그치?
그래뿅 그럼 대만이도 이해해 줄 거다뿅

정대만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 내팽개치고 주머니에 쑤셔진 현금으로 택시 타고 온 건데
대만이 카드 스윽 꺼내서
두 사람 스윽 들어가는 식당은

두둥
최고급 한우

철이랑 하하호호 웃으면서 뜨끈한 라멘 먹고 있는데 대만이 폰으로 오는 문자 한 통
xx식당 3339837429342384원

...
이 새끼들이!!!!!!!!!!!!!!!!!!!!!!!!!!!!!!!!!!


철대만
동댐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