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웅 쪽지 읽자마자 튀어나가는데 대만이 앞에 서서 잠깐 말없이 고민하다가 다시 뛰어가겠지 그러고서 두리번거리다 강백호 멱살 잡고 뛰어감 그렇게 쪽지 확인해주는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말해주는데 [친한친구] 였음 좋겠다 저러고서 옆에서 둘이 개싸움 나서 잠시 이게 맞는지에 대해 소란이 이는데 평소 농구경기 잘 따라다니는 팬인 학생의 증언(?)으로 어떻게 잘 끝났을거야
"뭐야?"
그런데 이제 한사람만 해피엔딩이 아닌데 그게 대만이였으면 좋겠다 친한친구면 당연히 자기인줄 알았는데 아예 못본거면 몰라, 앞에 서서 고민하다 가버렸으니 은근 마상이였겠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처음엔 아 나는 친구보다 라이벌이니까 뺏나? 하는 생각도 조금 하는데 생각할수록 서운한거야 그래서 평소엔 서태웅 자고 있음 깨워다 이동수업이나 부활도 같이 가고 조별 모임 만드는거 있으면 먼저 쪼르르 와서 널 제대로 참여시킬수 있는건 이몸뿐이니까(깨울때 순순히 일어남) 같이해! 하던 대만이가 안그러기 시작했음 좋겠다 와중에 또 얘가 선생님한테 찍힐까봐 호식이한테 대신 부탁했겠지 또 농구는 농구니까 원온원이나 연습은 또 같이 잘했을거야 사실 대만이도 원래 성격이면 왜 나는 지나쳤냐고 따졌을텐데 이상하게 차마 묻질 못했단걸 자기자신도 알지 못했을거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지

서태웅은 최근 정대만이 이상하다 생각을 했어
농구부에선 멀쩡히 쨍쨍거리면서 같이 연습하고 그러니까 처음엔 좀 아리까리 했을거야 그런데 한 삼일째쯤 됐을때 이동수업에 자신을 깨운게 정대만이 아니라 호식이인걸 보고 새삼스레 이상하단걸 느꼈겠지 원래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뽀르륵 와서 붙어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교실에선 얼굴 보기도 힘든거 같아 계속 뒷통수나 옆모습만 보여 항상 듣던 넌 나없음 학교생활 어떻게 하냐 하는 목소리를 들은지가 꽤 된거 같았겠지 그래서 체육관 소독으로 부활이 없던 날에 가방을 챙기고 있던 대만이 책상 앞에 먼저 와서 "정대만 잠깐만"하고 기다리고 있었음 좋겠다
대만이가 그날 부활이 없단걸 다른 친구들도 알아서 같이 놀자 하려고 했는데 187짜리 말붙이기 힘든 서태웅이 기분이 안좋다는 듯한 오오라를 풍기면서 서있으니까 차마 그럴수가 없었겠지
다행히 대만이는 태웅의 말을 기다려줬어 처음엔 가방을 느리게 챙겼고 그 다음엔 운동하는 남자애치곤 긴머리를 만지작거렸지 그렇게 당번이 대만이에게 열쇠를 주고 나가자 텅빈 교실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음
"왜"
평소와 달리 짧게 끊긴 한마디에 태웅은 마른 입술을 한번 핥았어 원래라면 저 한마디 뒤에 세마디씩은 붙었을텐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너 왜 요즘.."
입을 열던 태웅은 잠시 멈칫했음 뭐라하지? 안깨우냐? 같이 안가냐? 사실 그건 정대만의 의무는 아니였음 그냥 해줬던거지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의 성격이 답답한건 처음이라 태웅은 잠시 눈을 한바퀴 굴렸어 그리고 간신히 저 모든걸 포함한 한마디를 했지
"나 피해?"
"피한거 아닌데"
어렵사리 나온 말을 단숨에 부정하는 대답에 서태웅은 눈살을 찌푸렸어 아니라고?
"맞는데"
"아니야"
"맞아 오늘도 농구부 먼저 갔잖아"
잠시 유치하게 아웅다웅 하다 태웅이 콕 찍어 말을 하자 대만이의 입이 짜증스레 툭 튀어나왔음
"친구도 아닌데 왜 같이 가는데"
서태웅은 정대만의 말에 멈칫했어 그러자 기회를 잡았다 생각한건지 정대만이 다시 입을 열었지
"너 그때 친한친구라고 적혀있었는데 내 앞에서 고민하다 그냥 갔잖아"
내가 그랬나? 서태웅은 평소 딱히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편은 아니였음 하면 하고, 아니면 안하는거니까. 그건 뭔가 대단한 일이나 농구 연습에서만이 아니라 평소 행동에도 마찬가지였지
"넌..."
서태웅의 입이 떨어지자 대만이의 반짝이는 두눈이 태웅의 얼굴을 빤히 바라봐왔어 항상 이상하게 신경쓰이는 뭔가 감각적인 것들을 가득 담은 그 눈들을 보며 태웅은 이번에도 생각없는 말을 내뱉었지
"친구는 아니야"
"...!"
다음순간 서태웅은 뭔가 잘못된걸 알았어 대만이가 기가 막히다는듯 입을 벌리더니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낚아채듯 들고서 빠르게 자리를 떠버렸거든 동그란 뒷통수가 화가 난듯 호다닥 사라지는걸 보던 태웅은 멍하니 생각했어 정대만은 친구는 아니였어 호식이나 멍청이랑은 다르게 묶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대체 쟨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