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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4:08
신라중 1학년 송아라 같은반 여자애들 절반은 3학년 주장 서태웅 따라다님. 아라는 오빠들과 다르게 농구에 큰 관심이 없음. 그냥 그물에 공 넣는거. 그래서 맨날 체육관에 보러가자해도 됐거등요~ 함. 얼마나 관심이 없냐면 한 번은 오빠한테 왜 덩크슛이 꼴랑 2점짜리냐는 질문을 했다가 농구를 그렇게 보고도 몰랐냐고 바보라는 소리를 들음.
야 내가 왜 바보냐? 난 낙제 4개 안받아!!!
3개 받았잖아
씨..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오빠의 전국대회 이후 변화가 생김. 서태웅을 졸졸 쫓아다니던 친구들은 어느새 농구에 진심이 되어있었음. 모이기만 하면 서태웅의 얼굴만을 얘기하던 그녀들은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농구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했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용돈을 긁어모아 타지역까지 농구경기를 보러가는 지경에 이름. 너희 오빠 북산 포가라며? 태웅선배도 북산 간다던데 잘부탁드린다고 전해드려~ 라던 그녀들은 어떻게 오빠가 '최강산왕의 이명헌과 정우성의 존프레스를 뚫은 도내 넘버원 포인트가드 송태섭'이야? 라고 태도를 바꿈. 오빠를 높이 사는게 기분이 안좋을 리가 없얼음. 걔가 무슨 넘버원. 넘버원은 아니고 넘버투? 정도는 되려나? 어깨가 으쓱한 아라였음. 오빠 덕분인지 아라 주변에 친구들이 잔뜩 불어났고 덕분에 아라도 농구문외안에서 농구 그거 좀 알죠 레벨까지 진화함.
오빠가 미국으로 떠나고 아라가 북산고를 선택한 이유는 별게 없었음. 집이 가까워서, 리본이 예쁜 교복이 자기랑 잘어울릴 거 같아서. 그동안 북산의 농구부는 명물이 되었음. 선생님들까지 아라에게 주장이었고 미국까지 간 태섭의 근황을 물어봄. 농구에 관심이 가득한 주변인들이 한입모아 말하는게 있었는데 그건 "정우성이 대한민국 농구의 희망이다!" 였음. 그 얘길 해주니 오빠는 기겁하며 절대 쟤 귀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함. 들으면 당연하다고 할건데 진짜 재수없다고 웃음섞인 짜증을 냈음. 친하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수화기 너머에 칼같은 목소리로 아닌데? 라고 말했지만 어느순간 아라야 안녕~ 하는 소리가 들리고 우성이 없는 날이 없었음. 방값이 비싸니까 얹혀사는거야 다 쟤돈. 태섭은 그렇게 말했음.

연애할 시간이 어딨어? 그럴 시간에 슛을 하나 더 넣겠다!

친구들은 오늘도 열분을 토하며 어느 선수에 대해 얘기를 하는듯 했음. 가만히 듣고있던 아라가 만약에 정우성이나 오빠가- 이름이 나옴과 동시에 아라에게 집중된 시선에 민망해진 아라가 눈썹을 삐죽 위로 올리고 말을 마저 이었음. 둘중에 누가 미국가서 연애하면 어떡해?
아라야
어?
미국은 치열하다. 대학리그에서 프로 가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냥 가볍게 연애하면 몰라 죽고못살면 대한민국 농구도 죽고, 못사는거야. 정우성도 너희 오빠한테도 미안하지만 연애할거면 농구공이랑 해달라고 전해줘.

농구도 쉽지 않구만. 아라가 수화기를 들었음. 먹을거 좀 보내주려는데 정우성네 집으로 이사간 오빠의 주소를 몰라 전화 좀 해보라는 엄마의 부탁때문이었음. 수화기를 귀에 대고 끄적끄적 오빠가 부르는 주소를 받아적었음. 아 천천히 스펠링으로 말하라고!! 에스...티...뭐?? 나 바보 아니라니까!! 숫자는 왜 영어로 말하는거야?! 겨우 주소를 다 받아적은 아라가 끊는다고 수화기를 내리려다 아 맞다 빨강머리 오빠가 말 좀 전해달라고 했었다는걸 기억해내고 다시 급하게 귀에 수화기를 갖다대며 오빠 끊지말아봐!! 소리치자 수화기 너머에선 작은 대화소리가 들렸음. 아라한테 인사하고 싶었는데.. 니가 왜해. 처제잖아!! 곧이어 쪽쪽대는 소리가 들려옴. 아라가 굳은 표정으로 전화기를 내렸음. 아.. 대한민국 농구 개망했네


우성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