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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2 00:35
범죄조직 산왕 간부 정우성 x 경찰 송태섭 x 조직 후계자 이명헌 보고 싶다..
알못, 노잼, 캐붕 등등 ㅈㅇ


태어날 때부터 산왕 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보스 도진우의 그늘 아래 이명헌과 같이 자라면서 엘리트 조직원으로 길러졌음에도.. 단 한 번도 경찰에 노출된 적 없는 정우성… 갑작스러운 변덕으로 경찰에 역잠입 하는 게 보고 싶다.. 경찰을 매수하는 게 훨씬 쉽고, 산왕 쯤 되면 심어놓은 끄나풀도 많아서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재능 있는 정우성에 너그러운 보스는 그래 그럼 사회생활도 경험해 볼 겸~ 지루해하는 우성이 콧바람도 쐴 겸~ 해서 역잠입 ok 해주겠지..

대학 입학부터 경찰 시험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새로운 일 해보게 된 우성이 의욕도 내고.. 끄나풀들 끌어다가 비리도 좀 동원하고 해서 나름 스무스하게 새내기 경찰이 된 정우성.. 출근 전날 지급된 제복 입고 자기 경찰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다가 현철이한테 암바 걸렸을 확률 234194875%...

그렇게 배정된 지구대로 첫 출근하고, 치안이 썩 나쁘지 않은 곳이라 하는 일은 주차 단속…. 교통 통제… 어머니 짐 들어드리기.. 같은 조용하고 평범한 일들이라 정우성 금방 싫증냈으면.

그날도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거리.. 주차 단속이나 설렁설렁 끊고 있는데 어떤 미친놈이 도로로 뛰어드는 거. 그리고 그 사람을 쫒는 사람들이 둘. 야, 잡아잡아!!! 하는 소리가 나서 교통지시봉 들고 있던 우성이 쫓기는 사람을 향해 손에 든 걸 휘둘렀지. 지시봉은 보기 좋게 이마에 명중했고, 연약한 플라스틱은 박살 나고 말았지. 남자는 길바닥에 엎어졌고, 쫓아오던 사람들은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며 엎드러진 남자를 제압해 수갑을 채웠어. 기세에 놀란 우성이 한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수갑을 채우던 남자가 고개를 들더니 삐딱한 눈썹을 끌어올렸어. 아 교통경찰. 업무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건성건성 인사를 건네는 남자는 수갑을 다 채우고는 옆에 있던 덩치 큰, 빨간 머리 남자에게 범인을 넘겼어.

“업무 협조 감사드립니다.”

품에서 꺼내 보여주는 공무원증엔 송태섭, 이라는 세 글자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지. 머리는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투블럭에 왁스로 깔끔하게 올린 머리. 우성은 왠지 오래도록 그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 지루하기만 한 직선도로를 지났더니 아우토반을 만난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었거든.

이렇게 첫만남을 시작하는 우성태섭으로 경찰버디물의 탈을 쓴 느와르가 보고싶다… 송태섭한테 거의 첫눈에 반한 정우성.. 열심히 노력해서 태섭이 있는 북산경찰서의 강력계로 발령 받겠지.. 와중에 우당탕 사고도 치고 범인도 많이 잡기도 하고 양성(?)하기도 하고 간질간질한 썸 같은 것도 태섭이랑 타보고. 얼마 전엔 뽀뽀  비스무리한 것도 했음. 물론 술김에 넘어지는 태섭이를 받아주다가 스친 것 뿐이었지만.

하여간 경찰-범죄조직 사이의 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고 있었는데 북산 쪽에서 산왕을 노리고 대규모 작전에 들어갔겠지. 우성이는 서로의 속사정을 다 아니까 오... 재밌겠는데… 근데 현장에서 형들 만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적당히 치다 빠질 예정이었음. 도망가는 조직원을 쫓아간다는 구실로.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도망치던 조직원이 갑자기 칼을 빼들고 자기한테 달려드는 거 아니겠음? 워워;; 나 같은 편인데 형들한테 얘기 못 들었어?;;;  당황해서 대치하고 있는데 정우성!!!!!! 하고 들리는 태섭이 목소리… 멀리 돌았던 태섭이 맞은 편에서 달려오고 있었어. 우성을 뚫을 수 없었던 조직원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송태섭을 향해 뛰었고, 우성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움직였지. 그 손에 든 걸 누구한테 휘두르려고? 순식간에 열받은 우성이 조직원을 붙잡았음. 평소라면 쉽게 제압했을 텐데,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우성은 어이없게도 조직원이 휘두르는 칼에 그대로 찔림. 칼은 다행히 복부를 빗겨나가 꽂히지는 않고, 긴 흔적을 남기며 피부를 찢어놨어.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통증에 시야가 확 좁아지고, 삐— 하는 이명만 귓가를 채웠음. 야!!!!!!!!!!! 비명 같은 태섭이의 외침이 들리고, 우성은 바닥에 쓰러졌어. 조직원은 칼을 내던지고 도망쳤지만 태섭이는 쫓아가지 않았어. 태섭은 한 손으로 피가 흐르는 곳을 허둥지둥 막았지.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서. 찢어진 곳이 길어 생각보다 출혈이 많은지 우성의 시야는 점점 가물가물해졌어. 야, 눈 감지마, 졸지마!!!! 태섭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정우성의 귀에는 닿지 않았음. 다만 처음으로 본 송태섭의 우는 얼굴에 칼 맞은 자리보다 가슴이 더 아프다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 같은 걸 좀 했지.

우성은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십 바늘이나 상처를 꼬맸어. 훈장이라고 자랑하다가도 땡기고 간지러운 상처에 윽, 하고 신음을 흘리기 일쑤였지. 태섭은 그런 우성이 곁에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딱 달라붙어 있었어. 걱정되는 것도 걱정되는 거지만, 우성이 엄청 찡찡댔기 때문이지. 태섭이가 깎아주는 과일, 차려주는 밥, 준비해주는 옷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기꺼웠음. 조직에서 다 해줄 사람을 보내줄 수 있었겠지만 우성은 태섭이의 헌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걸 마다했지.

시간이 흐르고 사건도 잘 마무리 되었고 우성의 상처도 다 아물었음. 퇴원이 결정되고 언제 퇴원한다 일정을 말해주니 태섭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음. 다행이다, 하고 드물게 순한 얼굴로 웃는 태섭에 우성은 자각해버림. 아, 나 정말 태섭이 좋아하는구나.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 나 산왕인데.. 어쩌지.. 내가 진짜 경찰이었다면.. 하는 부질없는 가정이었겠지. 자각하자마자 끝난 것 같은 사랑에 우성은 금세 또 저기압이 되었음. 태섭은 우성의 안색을 살피다가 내일 모레 퇴원인데 왜 이렇게 축축 쳐져? 빨랑 퇴원하고 나 좀 살려줘라. 네 서류까지 쳐내느라 죽겠다, 하고 우스갯소리를 남기고는 자리를 떴음. 바쁜 건 사실이었거든.

병원을 나서는 태섭을 무슨 정신으로 데려다 줬는지 모르겠음. 조직에서는 슬슬 경찰 생활 청산하고 돌아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었음. 소꿉장난 치다 몸 상한 게 말이 되냐면서, 산왕 형들에게도 좀 혼났음. 하지만 조직으로 돌아가면 태섭이랑은 시작도 못한 채 끝나는 게 되어버리는데, 우성은 제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음. 어떡하지. 제자리만 맴도는 생각을 멈추게 만든 건 태섭이 침대 위에 올려놓았던 서류였음. 오늘까지 제출이라고 했는데! 서둘러 서류를 들고 뛰어내려가면서, 손에 든 휴대폰으로 태섭에게 전화를 걸었음. 보통은 신호가 두 번 넘기 전에 받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전화를 받지 않는 태섭에 우성은 이상하게 초조해짐. 운전중인가? 벌써? 한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입구에서 멀지 않은 기둥 뒤에 서 있는 태섭의 복실한 머리가 보였겠지. 아 송태섭, 왜 전화 안 받아! 투덜거리면서 발을 뗐을 때였음.

불쑥 큰 손이 올라와 태섭의 뒷통수를 한 손에 감쌌어. 부드럽게 기둥 뒷편으로 당기는 손짓에는 조금의 강압도 없었지. 우성은 송태섭과 다른 사람이 기둥 뒤에 숨어 무슨 짓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챘지만 애써 부정하고 싶었어. 설마, 설마. 다가갈 수록 발소리는 줄어들고, 심박수는 높아졌음. 마침내 두 사람의 모습이 온전히 시야에 들어왔을 때, 우성은 손에 힘이 풀려 들고 있던 것들을 모두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음.

휴대폰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주차장을 울려서, 눈앞의 사람과 입을 맞추던 태섭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지. 뭐야, 정우성! 병원복을 입은 채 눈만 동그랗게 뜬 우성이 등 뒤에 서 있었어. 친한 친구에게 연인과의 시간을 들킨 게 민망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놀란 것 같은 우성의 얼굴에 좀 머쓱하기도 했지. 뒷머리를 벅벅 긁던 태섭은 우성에게 제 연인을 소개했음.

“이쪽은 어, 내.. 그러니까…”
“남자친구.”

부끄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는 태섭 대신의 태섭의 연인이 대신 말을 받았지. 장난스럽게 뺨을 건드는 손길이 정말 흔해 빠진 연인들의 애정행각 같았지. 이쪽은 같이 일하는 동료, 우성이에요. 태섭이 우성을 소개하자 태섭의 연인은 우성에게 가볍게 목례를 건넸음.

“얘기 많이 들었다 뿅.”

말끝마다 붙이는 이상한 어미. 흔들림 하나 없는 표정은 십수 년의 세월 동안 봐온 자기가 아는 이명헌이 맞았지. 야, 뭐해. 얼이 빠져 아무 것도 못하는 우성에게 태섭이 인사를 재촉했음. 마지못해 인사를 건넨 우성은 빤히, 명헌의 눈을 마주했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어둡고 깊은 눈동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성은 알아버렸어. 정우성이 칼을 맞았던 그 밤의 작전. 북산과 송태섭은 그저 미끼였을 뿐. 우성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 작전에 반드시 참여하게 만들 구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성 하나를 죽이기 위한 판.

픽, 비웃음이 새려는 걸 참고 떨어진 서류를 주워든 우성은 그걸 태섭에게 건넸지. 챙겨줘서 고맙다 말하는 태섭의 흐트러진 옷깃을 보란듯이 정리해줬어. 그린 듯 일자로 굳어 있던 명헌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댔지. 태섭은 들어가란 인사를 남기고 명헌과 함께 차에 탔어. 태섭의 차인데도 태섭을 조수석에 태우고 자기가 운전석에 타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웠지. 웃으며 태섭을 배웅한 우성의 얼굴은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마자 급속도로 차갑게 식었어. 우성은 명헌과 지냈던 유년시절을 생각해. 또래와는 좀 다르고 독특했지만 늘 평정을 잃지 않던 이명헌이었는데.

형도 사랑 앞에선 별 거 없었네요.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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