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협이 아직 어린 황제긴 한데 왕권은 강한 거 보고싶다 왜냐면 섭정인 어머니가 단단히 버티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대협이 어머니 어마어마한 분이겠지 대협이 아버지인 선왕도 만만찮은 분이셨는데 어머닌 여자로 안 태어났으면 나라 하나 뒤엎을 정도로 배포도 크고 기량도 장난 아니고 그 만큼 대협이 외가가 짱짱한 덕도 있지만 어머닌 진짜 미친 게 후처였는데도 아버지 후궁들을 죄다 질투해 몰래도 죽이고 대놓고도 죽여버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대협이 형 누나들... 왕자고 공주고 할 거 없이 대협이 앞길에 방해된다고 싹 다 ... 약간 대협이네 나라 옛날 오1스1만 제국처럼 왕위 오르면 형제들 싹 다 쳐내는 건 전통놀이긴 했는데ㅋㅋㅋ.... 그걸 견뎌낸 아버지도 그 기에 눌렸든 아무튼 스트레스 못 이겨서 일찍 감... 아무튼 존나 세 살짜리 응애였던 대협이가 왕위 올랐는데 누가 개기나요.. 왕보다 더 무서운 대비가 뒤에 있는데ㅋㅋㅋ 아무튼 어머니 능력 쩌니까 나라 알아서 잘 굴러가는데 근데 하나 예상 못한 게 마지막으로 승은을 입었던 궁녀가 하나 있었던 거야 아이를 하나 임신한 채로... 들켜서 제발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 아무 권리를 요구하지 않겠다 숨어 지내겠다 빌어도 그게 통했으면 대협인 외동이 아니었지... 근데 대협이가 동생 살려 달라고 울고 떼 쓰고 그랬던 거야 그 어린 마음에도 당연히 가엾잖아... 아무한테도 측은지심은 없지만 남편과 아들은 엄청 사랑했던 대비는 청을 들어준 거고 그렇게 거둬져서 왕의 유일한 동생으로 키워진 게 태웅이인걸로 보고싶다



그렇지만 둘의 사이는 개 좋겠지ㅋㅋㅋ 아무래도 신하들은 태웅일 쳐 내야 한다 뭐라 말이 많지만 대협이의 단단한 쉴드와 오래 쌓아올린 애정이 있어서 대비마마 엄명에 왕실에서 키워지진 못하고 왕자 취급도 못 받았지만 존나 애기왕.. 놀 친구도 없으니 동생 불러서 같이 놀고 태웅아.. 태웅아 언제까지 잘 꺼야? 심심하면 지가 오고가도 하고ㅋㅋㅋ 태웅이도 형 취급은 개뿔 나이차도 얼마 안 나는 게 다 크고 나서도 이제 대비마마도 세상 떠나고 없겠다ㅋㅋㅋ 형이 아니라 왕인데도 예의는 밥 말아 먹고 어딨어? 입궁해서 황제를 무슨 동네 친구 부르듯이 하는데 대협인 뭐라 하지도 않는게 더 웃ㅋㅋㅋ 왜냐면 그게 나름 애정표현인거 알아서 상소 처리하고 나와서 태웅이랑 대련 원앤원 해주고 그러겠지 ㅋㅋㅋㅋ 아무래도 제왕 교육 받고 자란 대협이가 앞서겠지만 태웅이 재능도 만만치 않아서 대협이 빈 공간이 많아! 뭐라 하면서도 자기 무기로 태웅이 일격 받아내면서 즐거워하고 뭐 그러니 신하들 사이에서 태웅이 입지도 만만치 않고 아무튼 그렇게 흔치않은 중세 황실의 형제 사이였는데 태웅이가 금방 맞받아 치면서 뭔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나 결혼할 거야, 덤덤하게 말해서 대협이 어? 잠깐 놀라겠지 왕족 결혼은 자기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대협이 동생 결혼시키려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단 말야 민가 싹 밀어서 으리으리한 집도 지어놓고 대단한 가문의 딸도 점찍어 놓고 슬슬 벼슬 한자리도 주려고 마음 다 먹어놓은 동생바본데 태웅인 아니다 이미 했어, 이래서 대협일 황당하게 만들겠지 ㅋㅋㅋ 근데 딱 자기 동생 다워서 그냥 웃음만 나오는 거




너 내 허락 있어야 하는 건 알지?
그래서 왔잖아ㅡㅡ^
허락 안 하면? 내가 이혼시킬 수도 있는 거 알아?



장난 친 건데도 태웅이 눈빛이 무슨 더 놀리다가 저 나무 칼로 자기 머리 때릴 거 같아서 ㅋㅋㅋ 웃겨서 그래그래 데리고 와 길일 정해서 혼례 치루자 근데 대체 어디 가문 여식이야? 물어봤는데 가문.. 그런 거 없어... 그러니까 네가 꼭 인정 해줘야 해 여태 대협이 권세에 하나 기댄 적도 없는 애가 부탁까지 해서 대협이도 진지해졌지 그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니까 걱정말라 약조까지 했던 우애좋던 형제 사이가 태웅이가 데려온 빨강머리 소녀 때문에 무참하게 깨져버리는 거.... 얼마 전 막 성년이 된 태웅의 전투 경험을 쌓아 주려고 데리고 간 국경 원정.. 대협인 생각이 많아지겠지 포로들은 노예로 팔렸는데 많은 공을 세운 태웅이가 딱 하나만 가져도 되냐고 흘리듯이 말한 적이 있었지 북방민족 답게 키도 크고 건강하고 활달한 아이는 제 정혼자처럼 자기를 두고 황제라는 자각도 없는지 팔랑대겠지 야 여우야 엄청 잘생겼다 왜 너랑 안 닮음? 이 멍청이가! 투닥거리는 어린 부부는 애정이 눈에 보이겠지



유녀로 팔릴 뻔 했어 근데 사실 어차피 고향에 있었어도 비슷했을 거야... 잠깐 태웅이 자리를 비우고 되게 덤덤하게 말하더라고 예상이 맞았어 불타는 듯한 빨강머리... 나름 견문 넓다고 자부하던 대협이도 처음 봣어 이민족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 일 정도로 천한 신분이었던 거야 사실 왕자일 지도 몰랐어....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허.. 허락 해 줄 거지...? 여우가 꼭 네 허락이 있어야 한댔는데... 나 사실 믿기지가 않아 누가 나 같은 걸 좋아한다고 정식으로 결혼하자고 한 건 처음이라.. 가족이 생긴다는게... 얼굴도 자기 머리 색처럼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대협이 사실 백호 반짝반짝 빛나는 회색 눈동자와 재잘거리는 입술에 정신 팔려 있던 지라 어..어.. 겨우 정신 차리고 황실의 예법 차려서 그러겠노라고 하고 둘을 보내는데 그날 잠이 안 옴... 식욕도 없고... 뭐가 머리에 들어가지도 않고 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음... 후궁에 궁녀까지 건들였던 아버지나 열정적이라 미쳐 돌던 어머니랑 다르게 무성애잔가 싶을 정도로 내명부엔 후궁들이 있긴 하지만... 그냥 대충 눈에 띄는 사람이랑 잠자리 하고 아무나 왕비로 세우려고 했을 정도였던 대협인데 늦게 찾아온 사랑에 미쳐버리는 거 잘 어울려...



나랑 먼저 만났으면... 분명 그 원정을 지휘한 건 난데... 근데 왜 내 눈에 먼저 띄지 않은거지... 그 애가 꽁꽁 숨겨 둔 건가... 생각이 뻗어 나가다 보니 열까지 받는거야 방금 잠깐 선잠 들었는데 태웅이 밑에 깔려서 앙앙 야시시하게 우는 백호랑 그런 자기를 가소롭게 보는 태웅이 잠에서 깨고 개 열받아 미치겠는거지 누가 살려줬는데... 너를 아꼈어 그만큼 호의호식하면서 살게 해줬는데 내 왕위까지 빼았으려는 건가 말도 안되는 생각에 미쳐버린 대협이... 그러다 현타 맞는거지 세간의 평가가 어쨌든 자긴 어머니를 사랑했어 자기한테는 무척 좋은 분이였고 능력도 대단했으니까.. 근데 자기가 진짜 싫었던 부분까지... 피가 어디 안 간다지만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한 덕에 안팎으로 성군소리까지 듣는 대협이니까 진짜.. 진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왕실 족보 태웅이 이름 옆에 곁가지로 백호 이름 적으려다가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몇번을 싹 그어 버리다 새로 고치고.. 또 고치고.. 겨우 완성할 때까지 벼루를 몇 번이나 깼는지 몰라




아무튼 시간이 아주아주 많이 흐르면 대협이도 안정되는 날이 오겠지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같이 사냥 나가면 이제 자기보다 활도 잘 쏘는 왕자들도 아침 문안 인사 올리면서 제법 제왕의 싹이 보이는 왕세자도 그 애들을 낳아준 늘 대협이 곁에서 함께하며 서로 아끼고 누구보다 대협이 사랑받는 황후의 손을 꼭 잡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하는 대협이... 그러던 어느날 둘이 꽁냥거리다가 황후가 그러는 거



이제 말할 수 있잖아 네가 그 애를 사지로 몰았니?



목소리는 세상 평온한데 빨강머리를 세상 정성스럽게 빗겨주던 대협이 손은 멈칫하는 거 보고싶네



센하나 태웅백호 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