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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2:16
명헌이 어느 날 문득 농구가 너무 질렸다며, 더는 농구에 대해 예전만한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겠지 지나가는 슬럼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대학 리그 중간에 갑자기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함

그것때문에 당연히 대학 졸업하면 명헌이랑 실업리그 같이 뛰면서 프로리그 출범되는 거 기다릴 줄 알았던 다른 애들 전부 길길이 날뛰겠지 특히 산왕 출신 친구들이랑 많이 싸웠는데 결국 명헌이 인생이니까 다들 이해하고 응원해줄 듯 그런데 딱 한 명 끝까지 못 받아들이고 씩씩대다가 우는 애가 정우성이면 좋겠다

미국 가서 철 좀 든 줄 알았는데 소식 듣자마자 한국 찾아와서는 엉엉 눈물 범벅 된 채로 형 밉다고, 형 진짜 농구 버리면 나 형이랑 다시는 안 볼 거라고 그러는 우성이 보고 싶다... 그렇지만 이명헌 한번 결심한 거는 절대 안 바꾸는 애라 결국 은퇴하고 우성이랑도 소원해지겠지... 더는 농구라는 공통 관심사도 없을 뿐더러 우성이가 화나서 명헌이가 보내는 편지 다 무시하고 명헌이도 한숨 쉬다가 더는 안 보내기 시작했음

그리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올림픽 시즌이 됨 이명헌은 퇴근해서 소파에 축 늘어진 채로 TV 보고 있을 거임 얼마 전 한국이 남자 농구 부문에서 금메달 따는 말도 안되는 일 해내서 농구 국가대표로 뛰었던 애들 주가 장난 아니겠지 결승전 MVP였던 정우성은 당연 말할 것도 없었음 우성이 잘 차려입고 예능같은 거 나와서 인터뷰 하는데 MC가 이것저것 묻겠지 한국인 최초로 NBA 진출했는데 뭐 어쩌구부터 이상형까지 농구랑 상관없는 질문도 많았겠지

근데 마지막 질문이 이거겠지 가장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냐고... 이명헌 학창시절 정우성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마이클 조던이나 지금 정우성이랑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생각하면서 맥주 한 모금 머금는데 정우성이 당당하게 내뱉는 이름에 뿜겠지

["이명헌 선수요."]

이명헌 전혀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TV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이명헌이 누군지 모르는 MC가 자기가 농구를 잘 모른다 혹시 이명헌 선수가 누군지 설명해주겠느냐 어쩌구 말하면 정우성 씨익 미소 지으면서

["인생 최고의 선배이자 멘토였어요.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을 고른 것도 이명헌 선수가 포인트 가드였거든요."]

로 시작하는 길고 장황한 칭찬을 다다다 쏟아내겠지

이명헌 한숨 쉬면서 덜덜덜 핸드폰으로 농구 커뮤니티 들어가보면 아니나 다를까 모든 제목이 이명헌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겠지 글 한번 눌러 보니 이명헌이 대체 누구냔 본문에 프로 리그에선 안 뛰었지만 대학리그 당시 전국에서도 손 꼽히는 선수였다... 그때 이명헌이 이끄는 000은 전설이었다... 뭐 이런 설명충같은 댓글 달려 있고 그 댓글 보면서 이명헌 심장 덜컥 내려앉는 묘한 기분 들겠지

그리고 때마침 도착하는 문자... 현철이한테 받아서 저장은 했지만 연락 한번 한 적 없는 번호

'방송 봤어요? 전 아직도 형이 왜 농구를 포기했는지 모르겠거든요.'











우성명헌

명헌이가 농구 그만둔 거 갑자기 아버지 아파서 돈 필요해서 그랬던 거면 어떡함... 아직 한국에서 농구 프로리그 출범되기 전이고 정확한 날짜도 나온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취업 선택한 거겠지 다른 애들은 다 명헌이 포커페이스에 속아넘어갔는데 우성이 혼자 자기랑 같이 제일 일찍 체육관 와서 제일 늦게까지 연습하던 그런 명헌이 형이 농구에 질릴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거면 어떡함...... 결국 연봉 수백억 우성이 지원 아래 이제 선수로 뛰긴 늦었지만 지도자 코스 밟기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