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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19:03
약탈혼 배경인데 약탈혼 초기의 탈주와 다시 잡아오는 것 같은 폭풍은 지나고 이제 체념하고 아이 낳고 산 지 10년은 됐을 때로ㅇㅇ

명태네 아이들은 총 셋인데 부모의 사랑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잘 큼. 족장의 자식들답게 똑똑하고 훈련도 곧잘 하고 성장하면 훌륭한 전사가 될 거라고 기대 받겠지.

이들 가정은 화목하고 평화로웠는데 아이들이 가끔씩 원인 모를 싸함을 부모한테서 느꼈음 좋겠다. 가끔씩 어머니가 먼 곳을 보면서 멍하니 계실 때가 있는데 그때 다가가면 자신들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본다거나,

어머니는 몸이 안좋아서 마을 밖 정해진 구역 이상으로 못 나가는데 가끔 어머니가 마을 출구에서 하루종일 앉아있으시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직접 데려오신 후 서너흘 간은 어머니가 몸상태가 악회됐다고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신다든가.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졌음 좋겠다. 명태네 둘째가 태섭이한테 같이 마을 밖에 가자고 속삭인 거지. 자기가 친구들이랑 본 꽃밭이 있는데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 꽃이라 너무 신기했다고. 어머니도 같이 가자고. 해 지기 전까지 돌아오면 아버지도 모를 테니 비밀로 하자고.

그렇게 둘이 꽃밭에 와서 한창을 놀고 해가 지려고 하자 이제 돌아가려 하는데 태섭이가 아이한테숨바꼭질을 하자고 함. 둘째는 신나서 바로 승낙하고 술래가 되어서 열까지 세고 태섭을 찾으려고 하는데 태섭이가 안 보여... 어머니? 계속 불러봐도 흔적이 전혀 없어서 덜컥 겁 먹은 아이는 바로 마을로 달려감.

아이가 돌아가보니 이미 마을은 난리가 났음. 이명헌 바로 말 타고 채비하고 있었는데 둘째 혼자 울면서 오는 거 보고 바로 달려가서 애 어깨 붙잡고 어머니는 어딨니부터 뱉음

아버지께 가끔 혼난 적은 있었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굳은 표정의 아버지는 처음 봐서 아이는 더 겁 먹어서 말이 안 나오는데 아버지가 빨리 말해! 잡은 팔에 힘 더 주면서 호통치니까 더 무서워서 울먹이면서 겨우겨우 히끅..저쪽 꽃밭에..히끅.. 같이 히끅.. 갔다가.. 숨밯,꼭질 흡, 했는데...못 찾아서어어.. 라고 겨우 말함

이명헌 듣자마자 바로 애 팽개치고 쫓아나감. 남은 마을 어른들이 넘어진 아이 챙겨주셨지만 아이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안 감.
이젠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새끼들 두고도 가고 싶었나. 뭔가 태섭을 탓하는 분위기라서 아이는 지금 이 상황이 뭐가 잘못되어도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함. 자기가 알던 마을 사람들이 아닌 것 같고 아버지도 이상하고.

그리고 두어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명헌이 돌아옴.태섭도 함께 있었음. 뭔가 많이 지쳐보이는 태섭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기다리고 있던 둘째한테 바로 가서 안아주고 아이는 그제서야 크게 오열함.

그날밤 태섭과 명헌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음. 둘이 집을 비우고 멀지 않은 곳에 따로 만든 별채로 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오늘은 왠지 어머니께 가고 싶어서 일어나려는 둘째의 팔을 갑자기 누가 턱 잡아서 깜짝 놀랐는데 지금까지 상황을 멀리서 다 보고 있었던 장남 첫째아이였음.

어디 가려고? 별채에.. 어머니 걱정 돼서
안 가도 돼. 우리가 가는 곳 아니야
어머니 아버지한테 혼나는 거 아냐?.. 혼 안내. 괜찮아.
그리고 둘째야. 응? 어머니 데리고 밖에 가지마. 네가 아버지한테 혼날 거야. 오늘 일로 알았지?

첫째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음. 하지만 얘는 얼굴부터 성격까지 이명헌을 고대로 빼다 박아서 딱히 태섭에게 자유를 주고 싶지 않았음. 어머니만 참으면 우리 모두 행복해질 텐데 아직 포기 안하셨네. 속으로만 말하며 칭얼대는 둘째 다시 재움

그리고 아이들은 태섭을 일주일이 지나서야 다시 봤으면 좋겠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이전으로 돌아왔고 모든 게 평화로웠지만 계속 바람 앞의 등불처럼 무언가 위태로운 분위기가 서려 있었음 좋겠다.




명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