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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9 14:23
보고싶다


기모노 입은 우명 보고싶어서 생각한거... 고증없음 걍 드문드문 보고싶은것만 있음 호칭 이름 한국어 일본어 섞임ㅈㅇ



유서깊은 집안이지만 가세가 기운 명헌이네랑 부유한 신흥귀족이지만 명예가 필요한 우성이네랑 정략결혼이나 하면 좋겠다



명헌이는 집안 장남임. 문무가 출중했지만 입신을 노려보기도 전에 사와키타가에서 혼담이 들어왔고 그 집에서 보낼 혼수와 지참금을 무시할 수 없는 명헌이네 집에서 그걸 받아들이게 됨.. 근데 명헌이랑 우성이랑 네다섯살 정도 차이가 나고 우성이네 집안에서 조금 서둘러서 조혼처럼 진행된 터라 우성이가 아직 많이 어렸으면 좋겠다.....아직 형아좋아아기에 불과한 우성이..



그래서 명헌이가 사와키타가에 들어가는 날도 정식 혼례는 아직 올리지 않고 간단한 잔치 정도만 열렸음. 간단한 잔치라 해도 으리으리한 규모였지만... 여튼 우성이네 집에서 지어준 값비싼 비단옷을 입고 그 잔치를 지키고 앉은 명헌이는 다리가 점점 아프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함. 그러나 잔치의 명분이 자기 혼인이었기 때문에 자리를 뜰수가 없는거지.. 엄격한 가풍을 겪으며 자란 명헌이는 익숙한듯 불편한 내색을 감추며 자리를 지켰음. 그리고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이 잔치의 주인공이라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앉아있는 사와키타가 도련님이 있었을거고.... 잔치 직전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올릴 때 처음으로 본 도련님은 절을 올리기 위해 나란히 선 명헌을 올려다보며 눈에 들어찬 호기심을 숨기지도 않았을테지. 이 호기심 많은 도련님은 만찬이 시작되고서 끊임없이 사소한 사고를 쳤음. 찻잔을 미끄러뜨려 엎지르지를 않나 식기를 놓쳐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나...그럴 때마다 명헌이는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꼬마신랑의 사고를 수습해줬고 마침내 자세를 바꾸던 도련님이 무릎으로 상을 쳐서 엎을뻔 했을 때 얼른 손을 뻗어 붙든 명헌은 저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뱉었음.



나중에 나중에서야 명헌이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면서 그 얘기를 꺼내면 우성은 조금 억울한듯이 말했을거임. 나 원래 그렇게 부잡스러운 애 아니었어요. 그럼 그 날은? ...형 보느라 그런거예요. 그날 도련님은 만찬 내내 형 쳐다보느라 찻잔이 어디에 놓이는지 지금 젓가락으로 뭘 집고 있는지 자기 무릎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거임. 여튼 명헌이는 이 어린 새신랑의 치다꺼리를 하느라 안그래도 긴장한 속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이 어린 신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만찬이 끝나고 담소가 이어지는 동안 이 도련님이 꾸벅꾸벅 하더니 명헌이쪽으로 폭 쓰러진 거임.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래도 나름 참고 버텼는데 밤이 깊어지니 얘가 자기 취침시간을 넘긴거지.. 그래서 졸다가 저도 모르게 명헌이 무릎으로 쏟아진거. 명헌이 잠깐 당황하는데 명헌이도 자기 동생이 있으니까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얘한테 졸리는 시간일지 잘 알아서 깨우지도 못함. 그냥 어른들 눈치 슥 보고 무릎에 엎어진 우성이 자세 편하게 잡아주고 둥근 머리나 살살 쓸어줄 것 같다. 예전에 자기 동생한테 했던 것처럼.... 그럼 우성이 슬쩍 눈 떠서 명헌이형 몰래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 꼭 감음.



여튼 그렇게 명헌이가 사와키타가의 일원이 되고 나서는 안주인이 되기 위한 규방교육도 받겠지... 명헌이는 좀 자괴감이 들었음. 책을 읽고 검을 익혀 입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이렇게 규중에 갇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임... 그게 견딜 수 없을만큼 답답한 날이면 명헌이는 종종 사람 발길이 뜸한 툇마루에 걸터앉아 뜰안을 멍하니 쳐다보고는 했음. 근데 그렇게 완연한 봄바람에 풀꽃이 결 따라 하늘거리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어느순간 귓가에 꽂히는 소리가 있었겠지. 가벼운 발소리, 형! 하고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뒤이어 중문 사이로 빼꼼 드러나는 말간 얼굴. 명헌을 찾아다닌 건지 찾았다! 하며 달려온 우성이는 마루에 걸터앉아있는 명헌이의 발치에 앉아 형 무릎에 얼굴을 폭 묻었음. 그럼 명헌이는 그걸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을 뻗어 동그란 뒤통수나 살살 쓸어줄거고... 뛰지 마, 다친다. 나 안 다쳐요! 안 넘어져! 안 넘어지기는..어제도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울어놓고....뒷말을 삼키고는 다시 뜰안으로 시선을 돌리는 명헌인데 우성이 아! 하더니 고개를 들고 훅 다가와 명헌이 귀에 꽃 하나를 꽂아줌. 그리고는 해사하게 웃겠지. 형아, 예쁘다! 하면서... 명헌이는 말문이 막힘... 이 어린 애가 내 평생을 맡길 지아비라고.... 아직 어린 동생 같기만 한 우성에 명헌이는 제 앞날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음.



명헌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기가 생각해왔던 삶과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달라져서 종종 생각도 많아지고 혼자 침잠하는 시간이 많아졌을 것임. 근데 그것도 길게는 못함. 정우성이 명헌이 의식에 불쑥 쳐들어와서 신나게 훼방을 놓기 때문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날 깊은 밤 어두운 복도에서 챱챱챱 발소리가 남. 문이 스윽 열리기에 고개 돌려 쳐다보면 어린 얼굴이 빼꼼히 보임. 형...너무 아파. 잠이 안 와요... 한창 키 크기 시작해서 성장통을 앓고있는 도련님이었음. 지금 아직 애들이 나이가 안차서 합방은 막아놓은 시기라 밤에 막 들어오면 안 되는데 명헌이 그냥 한숨 푹 쉬고는 들어오라고 하겠지 저 어린 애가 뭘 하겠어... 그럼 우성이 신나서 들어옴. 애 눕혀놓고 키 크느라 저릿한 관절들 주물러주고 풀어준 뒤에 다 됐다고 이제 그만 가라고 하려고 보면 우성이 이미 새근거리면서 잠들어있을거고.. 그럼 에휴 하면서 이불 덮어주고 애 토닥거려주다보면 명헌이도 어느 순간 까무룩 잠들면서 불면증 치료됨.



그 이후로 우성이 성장통 옅어져도 모르는척 명헌이 방 기어들어오지 않았을까....몇번 눈감고 받아주던 명헌이 결국 나중에는 이불 위에서 형 우리 부부자나여 안 나갈래요 안나가! 못나가! 하며 버티고 있는 애 덜렁 들어다 방 밖에 내다버림. 에이지, 더 커서 와라 뿅.



우성이....성장과정에서 한번쯤 꿈 속에서 명헌이 보고 몽ㅈㅓㅇ한 적도 있지 않을까. 평소 명헌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리 정리하고 아침 독서 하고 있으면 조금 뒤에 복도에서 챱챱챱 발소리 다가오더니 말간 얼굴이 문틈으로 쑥 내밀어지는게 일상이었겠지. 에이지, 하고 부르면 해사하게 웃으면서 잘 잤어요, 카즈 상? 하고 물어오던 우성이었는데 그날따라 조용함. 보통 책을 한 다섯 장 정도 넘기고 있으면 우성이가 왔는데 오늘은 열 장을 읽었는데도 나타나질 않음. 책에 빠져있다가 문득 우성의 아침인사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챈 명헌이 책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남.



에이지, 들어가도 될까. 문 밖에서 기척을 내고 물으니 방 안에서 뭔가 후다닥 하는 소리가 남. 일어나기는 한 것 같은데.... 들어간다. 하고 문을 스윽 열었더니 이불 무덤만 보이는거임. 아까 분명히 일어났으면서..? 명헌이 조용히 문을 밀어닫고 이불 곁으로 다가옴. 에이지. 일어날 시간 됐어용. 이불 속은 잠잠했음. ...일어난 거 알아. 하면서 명헌이가 조금 더 다가가서 이불을 걷으려 하니까 애가 속에서 이불을 팩 잡아당김. 평소 얘 행동을 봐서는 형 저 깨우러 온 거예요? 제 방에 먼저 와준 거예요? 하면서 굉장히 좋아했을텐데 뜻밖의 흐름에 명헌이 머리에 물음표가 뜨겠지. 그걸 저도 느낀건지 어쩐지 이불 속에서 개미만한 목소리가 나옴.



제가 알아서 일어날게요.....이따가 뵈면 안 될까요......



뜻밖의 극진한 공손법에 물음표가 하나 더 뜸. 에이지. 아프면 말을 해. 아뇨...안 아파요..... 명헌이는 얘가 이러는 이유를 좀 알아야겠는거임....아프면 의원을 불러오든 어쩌든 해야 하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라.. 근데 애가 계속 이러면 안 나올 것 같으니까 명헌이 머리 씀. 그래. 갈테니까 일어나, 하면서 가는 척 문 열었다가 안 나가고 그대로 문 닫음. 그리고 우성이가 이불을 빼꼼 열었고 명헌이가 그 이불을 잡아서 홱 열어젖힘.



악 형 뭐예요 안 나갔어요?!

니가 이 꼴인데 어떻게 두고 나가용

나 진짜 괜찮다니까아아아ㅠㅠㅠㅠ으아 안돼 이불 줘요ㅠㅠㅠㅠㅠㅠ



하는 작은 실랑이 끝에 명헌이가 보니까 애 꼴이...... 다리가 영 엉거주춤한 꼴이.....그렇게 된 것 같은거임? 명헌이 얼빠져서 상황파악중인데 우성이 이제 거의 울 지경인거짘ㅋㅋ 나는....나는 몰라 이제...나 형 못봐요........ 명헌이가 헛웃음을 뱉었고 우성이는 우는 소리를 빽 하면서 명헌이를 등지고 몸을 돌려 누웠음. 그러게 내가 나 혼자 일어난다고 했자나요ㅠㅠㅠㅠㅠ 잉잉찡찡하는 우성인데 명헌이 속으로 웃음 삼키고는 어떻게 해야 이 도련님이 최대한 덜 창피한 방법으로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부터 하겠지... 곧 집안 사람들이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었고 이걸 시종들이 알면 얘는 오늘 내내 죽은 척을 할 지도 몰랐음. 그때 명헌이 눈에 세안용으로 곁에 떠둔 대야 속의 물이 보임.



에이지, 잠깐.



대야를 든 명헌이가 그대로 그 물을 우성이 몸에 부었음. 악 차가워요!!!! 하는 우성이한테 이불을 두르고는 훌쩍 안아들겠지. 한쪽 팔에는 야무지게 우성이 갈아입을 옷까지 챙긴 뒤였음. 으아아아 형 뭐하는 거예요 내려줘요ㅠㅠㅠㅠ 정우성의 몸부림에도 이명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뭐...욕실로 우성이 옮겨준 명헌이가 이불이랑 옷은 물을 엎질러 젖어서 못쓰게 됐다고 할멈한테 말할 테니까 씻고 나오라고 함.



우성이 뽀송하게 씻고 새 옷입고 와보면 어느 새 방 이불은 싹 교체되어 있고 그 방 안에 명헌이가 서 있겠지...이불을 고쳐준 할멈이 명헌과 우성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방을 나섰고 그 문이 닫히자 우성이는 할멈이랑 같이 나가고 싶어지는 마음을 참았음. 에이지, 이리 와 뿅. 명헌이 무심하게 우성이를 불렀고 우성이는 안갈래요...안가고 싶어요...하는 소리를 속으로 삼키면서 명헌이 앞에 가 섬ㅋㅋ 그럼 명헌이가 혼자 입느라 엉성하게 매어진 우성이 허리띠를 익숙하게 고쳐 매어 주고 매무새도 정리를 해주는거지.... 그와중에 우성이는 바닥만 보고 어렸을 적 할멈한테서 배운 동요를 열심히 불렀음.. 자기 꿈에 나온 게 명헌이 형이라는 말은 절대 못해...입이 백개라도 못해...근데 명헌이형 얼굴이 코앞에 있고 명헌이 형 손이 자꾸 자기 몸 근처에서 맴돌고 있잖아..



명헌이는 얘가 꿈에서 누굴 봤을까 생각하고 속으로 웃었음. 자기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그리고 여전히 고개 푹 숙이고 바닥만 보는 우성이한테 그러는거지.. 괜찮아, 나쁜 게 아니예용. 크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일일 뿐이야.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던 우성이가 갑자기 고개를 팩 쳐듦.



그럼, 형은요?....형도 그런 적 있어요?



왜 그게 궁금해진거지....? 명헌은 갑작스런 대화의 흐름에 조금 당황했으나 우성이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인거지...나는 명헌이형이 첫 상대였는데 그럼 형한테는????ㅠㅠㅠ 이런 마음인거임. 명헌이는 우성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숨쉬듯 옅게 웃으면서 답함. 글쎄용. 우성은 또 입을 삐쭉거렸음. 이잉 나빠.....미워....난 다 들켰는데....



그러다 몇년 뒤에 알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 아, 얘가 그때 꿈에서 본 게 나였구나 싶은 때가 ㅎㅎ 정우성이 아침에 저를 보고 당황스런 낯을 하던 날은 간밤 꿈에 제가 나온 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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