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 애니
그러다 언제는 한번 진짜 심하게 부상입어서 꽤 중요한 경기에 출전 못하게 됨 원래 스타팅멤버였는데 빠지고 다른 3학년 선배가 포인트가드로 대신 들어감
당시 1학년이었던 정우성 개빡쳐서 농구 연습 빠지고 명헌 선배 입원해있는 병원 찾아감 원래 연습 빠지면 뒤지는데(특히 경기 얼마 안 남았을 때는) 이명헌 친구들도 다 살벌하게 화난 상태였기 때문에 다같이 잘 둘러대 줌 특히 정성구는 선배들이나 코치한테도 신의가 대단했기 때문에 얘가 진지하게 한마디 하면 다들 그렇구나 함
정우성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든 채로 병실 문 쾅 여는데 명헌이 창문 너머 풍경 보면서 멍때리고 잇다가 우성 여기는 어떻게,,, 함
우성이 꽤 호기롭게 문 연 것 치고는 열받아서 대사 정리도 안 된 상태에다가 또 이명헌이랑 이렇게 농구 코트 외의 장소에서 단 둘이 있는 건 처음이라 어,, 어,, 하다가 갑자기 급발진 대사 침
"나, 나는 명헌 선배님(이때만해도 선배님이라고 부름) 아니면 안 돼요!"
"...뭐?"
당황한 건 이명헌도 마찬가지라 컨셉용 어미 붙이는 거 까먹음
우성이는 거의 뭐 브레이크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자신을 멈출 수 없게 됨 자기도 말하면서 조졋다 싶지만 이미 첫마디를 저렇게 뱉어버렷음
"나는 명헌 선배님이 포인트가드가 아닌 시합은 아, 안 나가요!"
"...무슨 의도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정우성 네가 아무리 에이스라도 산왕공고 농구부에 소속되어 있으면 지시대로 해야 돼용."
1살이라도 많다고 먼저 이성을 찾은 건 이명헌이엇음
"나는… 선배님 지시 외에는 안 들어요."
"정우성. 이런 건방진 소리나 하려고 훈련도 빼먹고 온 거예용? 현철이나 성구도 알고 있어용?"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어도 주장은 주장이구나. 친하지도 않은 후배가 갑자기 찾아와서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도 진짜 침착하네. 덕분에 같이 있는 사람도 약간은 진정되었지만 자세히 살펴볼수록 마음이 아팠음. 시발 대체 다치게 할 데가 어디 있다고… 대체 뭘 잘못했다고…
"난 괜찮아용. 이틀 뒤면 바로 퇴원하고... 그냥 운이 좀 안 좋았던 것 뿐이에용. 여기까지 와준 건 고마운데,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돌아가용. 시합도 얼마 안 남았고."
"그 새끼들이랑 같이 경기 안 뛰어요. 절대."
"정우성. 말 조심해용."
"당신은 배알도 없어? 누가봐도 선배님 시기해서 고의적으로 부상입힌 거잖아. 그딴 더러운 부상으로 시합을 못 나가는데 분하지도 않아?"
"나 하나 빠진다고 산왕의 경기력이 크게 바뀌는 일은 없어용. OO선배도 훌륭한 포인트가드니까 같이 나가면 우성이 배울 게 많을 거예용."
"그 새끼 졸라 못하잖아요. 누구랑 비교해요, 지금. 그 새끼 말은 안 들어요. 안 듣는게 낫고."
"…하아… 정우성… 부상당한 건 난데 우성이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예용."
그러게. 나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거지? 물론 다들 화가 나긴 했지만... 왜 내가 연습도 빼먹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지? 나 이명헌이랑 그렇게 친한 사이였나?
"별로 화날 일도 아니에용. 운동부 생활이라는게... 주장으로 발령받은 순간부터 이런 것쯤은 예상했어용."
우성이 오래동안 대답이 없자 이명헌이 먼저 공백을 깸. 무슨 대답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일까. 쟤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돌려보내자. 이 동네는 해가 지고도 커다란 문짝같은 놈들이 돌아다니면 농구부 코치한테 다이렉트로 신고전화를 갈기는 동네였음. 아마 이 동네는 주민센터보다 농구부 코치의 전화기가 더 자주 울릴 것 같았음. 이명헌은 마치 유바바의 온천 앞 다리에서 치히로를 다급하게 돌려보내는 하쿠마냥 정우성을 내쫓았음.
정우성 넋나가서 터덜터덜 돌아오는데 어째 갈 때보다 머리가 더 복잡해짐. 분명 명헌 선배님이랑 같이 농구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즐겁고... 왜냐하면 선배님은 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 적재적소에 날 배치하고 패스도 기가막히게 건네주기 때문에... 진짜 경기 중에 뒷목이 짜릿할 정도로 소름 돋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래서 그런 건가. 정말 기대하고 있던 경기였는데 그게 무산됐으니까. 그게 맞겠지...?
우성이가 이명헌을 생각보다 되게 많이, 엄청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건 그로부터 몇달 뒤임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