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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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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원치가 궁자우한테 논리적 발언 하고나서 궁자우한테 멱살 잡혔는데 궁상각이 궁자우부터 안때리고 궁원치부터 때린 두번째 이유는 바로 궁원치가 치궁의 일개 공자의 첩실이 낳은 "서자" 출신이기 때문임.

궁원치가 이 논점(궁자우의 혈통에 대한 의심)과 관련해서 궁자우에게 잘못된 발언이나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신분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인거지. 뭔말이냐면 궁원치는 치궁의 궁주이긴 하지만 각궁 궁주 궁상각이나 우궁 공자(아직 자격도 통과 못했고 각궁 궁주에게 인정 받지 못한 집인이어도) 궁자우와는 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대화할 때 함부로 나서서는 안되는 사람인거야.

궁상각은 연륜도 있고 가문의 장로들이 모두 인정할만큼 진중한 인물이라, 공사 구별도 못하고 가문 수장의 정통성을 논하는 장로 회의에서 가깝고 친하다고 분별없이 타 궁의 궁주에게 함부로 손을 대는 경솔한 사람이 아닌데 왜 궁원치는 함부로 때릴 수 있느냐면 궁원치는 그래도 될 만 하고, 그래야만 하니까 그런거임. 각궁 궁주로서 망설임 없이, 공적인 자리에서, 궁원치가 치궁 궁주이며 그의 발언에 문제가 없고 심지어 우궁 둘째공자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적 행위를 당한 상태여도, 냅다 뺨을 때려도 될만한 위치에 궁원치가 있기 때문인거지. 궁원치는 그래도 될만할 존재일 뿐더러, 사실 반드시 이렇게 맞아야만 하는 존재야.

지금의 궁원치는 아무리 치궁의 궁주여도 ‘서자 출신’이라는 태생과 가문의 위계 구조상, 다른 궁의 당당한 ‘적자 궁주’들과는 본질적으로 동일 선상에 설 수 없어. 그는 '실력으로 올라선 자'이지 '명분으로 올라선 자'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래서 공식적으로 치궁 궁주 직함을 받았다 해도 가문 내 비공식적 차별과 무시, 비정면적 멸시가 끝없이 존재했을 거야.

그래서 궁원치의 말은 형식상 잘못은 없지만, '신분상 잘못'이 있는거지.

궁원치가 궁자우에게 한 말은 사실임. 궁상각이 제기한 문제를 구체화한 것뿐이야.(“너의 모친이 입궁한 지 8개월 만에 널 낳았다고는 하지만 조산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거고 그럼 넌 궁씨의 핏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건 궁상각의 말을 논리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한 거지만, 문제는 공식 회의장에서, 정통 궁문 혈통 출신이 아닌 서자 출신의 아이가 "궁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적통에게, 그것도 지금의 집인(궁자우)에게 던졌다는 거야. 이건 위계질서에서 "존재로 침범한 죄”가 되는거임.

궁상각은 누구보다 궁원치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먼저 궁원치를 때린 이유는 궁원치가 서자 주제에 감히 '핏줄 논쟁'을 건드렸기 때문이야. 가문의 뿌리를 흔드는 말이고, 혈통 의혹은 적통들만 제기할 수 있는 말이거든. 궁상각은 이 말을 해도 괜찮아. 근데 궁원치는 아님. 서자는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인거임.

궁상각은 궁원치가 ‘서자가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위계의 경계선’을 넘은걸 인지한거야. 그래서 궁자우가 궁원치에게 더한 강도의 폭력을 휘두르기 전에 막은거임. 궁자우는 집인이자 적통 공자로서 궁원치에게 합당한 수준의 폭행이나 조치를 가한다 해도 그럴만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신분적 명분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궁원치의 이 발언은 궁자우는 또 충분히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에 궁자우나 장로단이 제기할 수 있는 궁원치에 대한 질책이나 조치를 막기 위해서 자신이 선제 제지를 한거임. 먼저 때린거.

궁자우가 열받아서 궁원치를 폭행하려 달려들 때, 만약 궁상각이 먼저 궁자우를 막았으면 회의장은 집인 궁자우와 치궁주 궁원치라는 두개의 축으로 갈라졌을 거야. 그래서 궁상각은 자기가 먼저 궁원치를 때려 ‘내가 바로잡겠다’는 표시를 한 거고 이건 궁상각 특유의 ‘형으로서 감정을 억누른 정치적 판단’이라고 볼 수 있음. 내가 친히 때렸으니, 너 우공자는 감히 큰형이자 각궁주인 나의 말을 넘지 말라는 선포이자 경고인거.

동시에 이건 궁상각이 궁원치에게 주는 신호이기도 함. 너는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말해야 한다는걸 가르쳐준거임. 궁상각은 알고 있음. 궁원치가 한 말은 사실이지만, 여긴 공석이고 그 방식이 너무 직진적이고 날카로웠다는 걸. 그래서 뺨 한 대로 궁원치에게 '너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음'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지금은 그렇게 나서면 안 되는 자리’인걸 가르친 거야. 궁상각은 궁원치에게 감정을 주기보다는 정치의 냉혹함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사랑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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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궁상각이 그 다음에 궁자우를 때린 이유는 뭘까? 여기에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음. 궁원치는 말로 선을 넘었지만, 맞아야 할 행동은 안 했음. 궁자우는 신체 폭력을 휘두르려 한 행동 자체가 큰 죄임. 하지만 궁상각은 궁자우의 ‘출신’과 지금의 위치(집인) 때문에 바로 뺨을 때리지 못함. 한 박자 멈칫하고 고민한 뒤 때려. 이건 ‘똑같이 혼낸다’는 균형을 보여주기 위한 형의 슬픈 정치적 제스처인데, 사랑과 정의, 위계 사이에서 균형을 아주 잘 맞춘, 정치력 만렙인 궁상각만의 정치적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거라고 할 수 있음

궁상각은 이 순간 ‘형’이 아니라 ‘궁문 최고 권위자’로서 궁원치를 먼저 때린 거고, 이건 궁원치를 살리기 위한 궁상각의 냉철한 선택인거임. 만약 이때 궁상각이 나서서 먼저 그 뺨 한 대를 때리지 않았다면 궁원치는 그 순간 '선 넘은 서자'가 되어서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궁문이라는 체계 속에서 파멸했을 수도 있음

궁원치의 발언은 진실이긴 하지만 그냥 단순한 진실이 아니라, 서자 출신이 적통에게 “너는 궁씨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말한거거든. 장로들과 정실파들, 내당 인물들, 우궁 장계파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궁원치는 서자 주제에 입을 함부로 놀린 죄인이자, 공식 회의장에서 정통 혈통을 모욕한 자가 되는거지.

궁상각이 궁원치를 때리지 않았다면 장로들이 궁문 질서를 모르는 자라고 질책하고, 궁상각까지 서자를 감싸는 자라고 비판했을 가능성이 높음. 서자 주제에 감히 적통을 모욕했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지금은 궁자우도 엄마가 없고, 이 회의때 내당 부인들이 참석하지 않았으니까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정궁의 내당부인(궁자우의 친엄마 고소남씨 양부인)이 대차고 기가 쎄서 이런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고 어딜 감히 치궁 서자 따위가 공식 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하느냐고 질책하면서 치궁의 공식회의 참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권한 박탈을 요구했다면 치궁의 위상도 추락하고 궁원치도 공적 발언권을 박탈당하는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는 일이야.

그리고 지금 궁자우는 자신의 출신을 의심하고 자신에게 마땅한 예우와 복종을 하지 않는 궁원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데, 만약 궁자우가 열받아서 '나의 집인 계승을 정통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자들(궁상각,궁원치)이 서자(궁원치)를 앞세워 공격한다'고 주장하면 이건 궁자우의 정치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는 합당한 사유고, 궁자우가 궁원치를 공식적으로 제거하려고 하는 시도를 합리화시켜주는 근거가 될 수 있어. 만약 그렇게 되면 궁원치는 정치적으로 매장될 수 있고, 궁상각마저 궁문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구도에 몰릴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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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험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형님이 순간적으로 생각 없이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아우를 구해주려고 나서서 상황을 정리한게 바로 이 장면인거야.

정리하자면.. 궁상각은 감정적으로 폭력적인 인물이 아닌데 궁원치의 뺨을 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질서를 지키기 위한거고, "이 아이가 지금 위계를 깨뜨리고 있다, 모든 이들 앞에서 이 아이를 단속하지 않으면, 나까지 의심받는다"는 강한 위기의식 때문이었을 것임. 서자에게 있어서 이런 뺨 맞음은 단순한 체벌이 아니라 "너는 지금 선을 넘었다", 더 나아가선 "내가 널 감싸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궁상각이 궁원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냉정하고 잔인한 의사 표현이자 그 어떤 말이나 질책보다도 더 강력한 "선의 경고"임. 하지만 이건 분노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만 이 처지의 아우를 지킬 수 있는 형의 모진 위악인거라, 궁원치도 형님의 이 진심과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형님께 뺨을 맞고도 아무런 서운한 기색 없이 곧바로 방긋 웃었던거야. 얘가 싸이코패스 마조여서가 아니라.

이게 사실 대충 보면 궁자우가 주인공이니까 궁자우가 가진 아픔과 상처 때문에 단순한 출신 컴플렉스 문제로 조명되기가 쉬운데 그건 궁자우한테만 그렇지 궁문 전체 조직 안에서 따져보면 엄청나게 민감하고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거든. 그래서 이 장면은 그냥 오..싸운다.. 때리네.. 맞았다 하고 단순히 볼 수도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많은 관계와 서로 다른 입장이 뒤얽혀있는걸 알 수 있음.

운지우 진짜 떡밥이 너무 많아서 무슨 선물꾸러미같아 한장면 한장면, 대사 하나하나가 내포하는게 많아서 하나씩 다 풀어보는 재미가 있거든. 그 중에 이 장면도 너무 재밌고 자극적이고 흥미로워서 내맘대로 상상해보고 해석해봤음

운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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