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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22:18
"야 너 드디어 한다며? 축하한다."
"이제 둘이서 평생 같이 살려고 군사 전략 사령관 자리도 걷어찬 거냐, 와 너 다시 봤다."
"미리 축하는 하겠는데, 근데 왜 나한테 먼저 이야기 안했냐?!"
"축하해, 근데 난 니가 평생 혼자 삽질이나 할줄 알았는데... 아무튼 잘됐다."
프라울이 오라이온의 기록보관소 일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위해 드디어 군사 전략관 자리를 내려놓은 날, 프라울은 온종일 광부때부터 같이 지냈던 오토봇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중요 요직을 포기하고 명목상으로만 조사관이 되어 기록보관소로 배치 받은 게 대체 왜 축하할 일인 걸까.
탄이 겉으로만 친절한 웃음을 짓고 궁시렁 거리며 사라지는 걸 보고 프라울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프라울이 전략 사령관실에서 자기 남은 짐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재즈가 문을 두드렸다.
"시간 좀 있어?"
"기록보관소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뭐."
프라울은 속으로 에너존 도넛을 만들어보겠다고 둘의 개인실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오라이온을 떠올렸다. 최대한 늦게가야 덜 먹을 수 있겠지. 미안하지만 그건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축하해. 잘됐네, 난 니가 평생 니가 오라이온 짝사랑 중인거 자각 못 할 줄 알았는데... 하운드한테 에너존 10큐브 빚졌네..."
"뭐?"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프로포즈는 제대로 했어?"
"프로포즈라니?"
"그럼 멋도 없이 당연하게 콘적스 의식만 한거야?"
"누가 콘적스 의식을 올렸는데?"
"누구냐니. 오라이온이지."
"...오라이온이 콘적스 의식을 올려?? 누구랑?!?!"
재즈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온 아이아콘이 마지막 프라임의 콘적스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지.
"너지?"
"내가?"
"응."
"오라이온이랑? 내가?"
프라울은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이었다. 재즈는 50사이클 넘게 자기가 누굴 사랑한다는 자각이 없었던 친구가 설마 자기가 오라이온의 콘적스인 것도 모르는건 아닐까 의심했다.
"오라이온 한테 콘적스가 생겼어?!"
"니가 아닌거 확실해?"
"확실해!"
프라울은 오라이온이랑 콘적스 식은 커녕 인터페이스도 안해봤다. 그둘 사이에 진전은 조금 있었지만(서로 손깍지 낀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진전이니까) 콘적스는 먼 이야기었다.
재즈는 프라울의 표정이 분노로 물드는걸 보면서 의아해했다.
"...그럼 뉴스에서 오라이온의 콘적스라고 떠드는건 누구야?"
프라울은 다시 냉정하게 논리회로를 식혔다. 오라이온과 자신은 일단 콘적스라고 불릴 사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오라이온이 자기에게 말도 하지 않고 콘적스를 만드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쿼터를 매일 같이 쓰는데 만일 콘적스가 있었다면 프라울이 몰랐을리도 없다. 그러니까 가짜뉴스다. 근거없는 가짜가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가짜가 아니라면? 오라이온이 정말 다른 사람이 생긴거라면? 그럼...
프라울이 불타오르는 눈으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오라이온이 네메시스 함에 자주 간게 수상해."
"그거야 평화협정 때문이지."
"스타스크림에게 물어봐야겠어."
"아니 오라이온에게 직접 물어봐."
재즈는 똑똑한 애가 왜 제일 쉬운건 빙빙돌아갈까 의아했다. 너무 똑똑하면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디셉티콘이랑 프라임이 콘적스를 맺었을리가 있냐."
네메시스호에 가서 스타스크림을 마주하자 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내려다보았다.
"화친이라고 해도 그렇지 콘적스 같은 사적인 걸 할 수 있겠냐? 생각을 좀 해봐라."
"메가트론도 그렇게 생각해?"
"어려서 뭘 잘 모르나본데, 메가트론 경은 프라임을 그냥 가지고 싶은거지 존중하고 싶은게 아니야. 콘적스를 뭘로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런 관계에선 콘적스가 될 수가 없어. 니가 아닌거 확실하냐? 저번에 프라임이 네메시스호에 왔을때 자기 콘적스 이야기 잔뜩 떠들고 가서 우리 수장 울었는데."
스타스크림이 낄낄거리면서 답했다.
오라이온이 직접 말했을 정도면 프라울 딱 한명밖에 없을 거 같은데, 프라울은 영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니가 아닌거 확실해? 콘적스 의식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복잡해보이지만 서로 친밀하고 신뢰하는 사이에서 할만한 자연스러운 행동들이었는데..."
재즈가 다시 재차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모르겠어? 오라이온이랑 난.."
"어 그래 인터페이스도 못해봤다면서."
스타스크림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아이아콘의 가십지들이 들으면 좋아 죽겠군.
"스파크 결합은 해봤는데..."
"음란하기 짝이 없는 놈일세."
공공연하게 오라이온의 인터페이스 사정에 대해서 떠들고 다녀서 결국 메가트론에게 맞았던 스타스크림이 할 이야긴 아니었다.
"남들앞에서 스파크 결합 같은 행위를 했다고 떠들다니 요새 애들은 영..."
스타스크림이 경멸섞인 눈으로 보곤 혀를 차며 떠나갔다.
프라울은 드디어 콘적스 엔듀라 의식에 대해서 찾아봤다.
1 단계, 서로 친밀함을 나타내는 접촉. 체크.
2 단계, 서로의 가장 깊은 비밀이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길 나눌 것, 체크.
3 단계, 상대방에게 헌신을 나타내는 선물을 할 것. 체크.
4 단계, 공개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를 할 것, 대부분의 경우 스파크 결합을 의미한다. ...체크.
오랜 조사와 분석 끝에 프라울은 자기만 빼고 모두가 당연하게 전부 알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오라이온의 콘적스구나."
"그래, 당연하지."
재즈는 대부분의 경우엔 꽤 쿨하고 멋진 친구였지만, 지금은 프라울을 이런 멍청이는 처음 보겠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 입장에선 말이야, 코그리스로 돌아간 오라이온이랑 체격차가 너무 많이 나니까... 스파크 결합은 몸에 부담이 덜 될줄 알았어."
"스파크 결합은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해야 가능한거잖아? 근데 그건 했어?"
"내가 온전히 신뢰하는 메크는 딱 하나 뿐인거 알잖아."
프라울이 오라이온과 쓰는 개인실로 들어가자 오라이온이 기름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푸른 에너존 도넛을 내밀었다.
"이것봐! 드디어 성공했어."
동그란 파란 도넛 모양의 에너존에는 기름이 고루 발라져있고 위엔 흑운석이 장식으로 뿌려져 있었다. 오라이온의 뿌듯한 표정을 본 프라울은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어 한입 베어물었다.
"...멀쩡하네?"
"맛있어?"
"응... 고마워."
"다른 세계에서 먹어보고 니가 생각났어. 좋아할 것 같더라."
프라울은 조심스레 오라이온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조그만 동체가 그의 한팔에 쏙 들어왔다.
"내가 다른 운은 없어도 콘적스는 잘 선택했네."
오라이온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인 프라울에게 입을 맞추었다.
"난 사실 니가 대의를 위해서라면서 정략 결혼이라든가 이런거 내밀줄 알았어."
"그건 내가 얼마나 질투가 많은지 니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거지."
프라울이 옅게 웃으면서 오라이온을 품에 안아들었다.
"넌 이제 세상의 것이 아니라 내 건데."
프라울은 오라이온에게 다시 부드럽게 입을 맞춘뒤 속삭였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더 이상 그 둘의 어깨엔 세상이라는 짐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저 단 둘, 서로 뿐이었다.
프라옵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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