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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23:48


전편 :  https://hygall.com/611636893



카잔스키 집안의 하나뿐인 귀한 손주가 모습을 감추었어. 사태가 알려지자 집사는 재빠르게 사용인들을 3인 1조로 묶어 캐피를 찾도록 지시했지. 사용인들은 신속하게 방들을 훑기 시작했어. 100개의 방과 욕실, 침대 밑과 옷장, 테라스 기둥과 지붕….

과한 수색이 아닌가 해도 어쩔 수 없었어. 상대는 미취학 아동인걸.
미취학 아동은 머릿속이 온통 굳어버린 어른들이 감히 예측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어른들은 그 기상천외함을 따라갈 수 없거든. 사용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아이스와 매버릭 역시 방마다 돌아다니며 캐피를 찾아다녔어. 매버릭은 내가 괜히 애를 놀렸다며 후회했지만 아이스는 캐피 육아 난이도를 생각하면 언제고 생겼을 일이라며 맵을 달랬지. 아이를 찾는 건 시니어와 슈슈도 마찬가지였어. 슈슈는 저택이 쓸데없이 크지 않았냐며 시니어를 타박했고, 할 말이 없어진 시니어는 묵묵하게 손주를 찾았지.


이렇듯 어른들이 부지런히 찾는데도 캐피는 보이지 않았어. 방이며 벽장에 아이가 들어가지 못할 법한 높은 곳의 찬장까지도 뒤졌건만, 이 정도면 저택 내부에는 없을 지도 몰라.그러면 일이 더 커지지. 정원은 넓고, 와이너리와 숲까지….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사에게 추가적인 보고가 들어왔지. 
오늘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데리고 온 아이도 없어졌단 이야기야. 아이의 어머니는 창백해진 채로 집사의 앞에 나섰고, 집사는 말문을 잃은 채 아이스와 매버릭, 시니어와 슈슈를 돌아보았지. 하루 아침에 아이가 둘 씩이나 사라졌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매버릭은 그만 뒷목을 잡았어. 



숨바꼭질의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아이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살랑, 바람이 불었어.



우와!


캐피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활짝 웃었어. 그러다 삐걱이는 마룻바닥에 한 번 휘청하자 레이가 얼른 캐피를 붙들며 외쳤지. 그렇게 움직이면 위험하단 말야! 그러자 캐피가 돌아보며 웃음을 터트렸어. 그 웃음이 예뻐서 레이는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 빠르게 정신을 차렸어. 정신 차려! 레이!


두 아이가 올라온 곳은 나무 위에 있던 오래된 오두막이야. 판자가 다소 낡고, 지붕 위는 겨우살이로 뒤덮였고 내부엔 이끼가 가득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주 멋졌지.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숲, 저 멀리서 보이는 저택의 지붕 끄트머리…. 하지만 그래도 역시 위험해. 레이는 불안한 눈으로 캐피를 바라보았어. 캐피는 천진하게 발을 동당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어. 



그러니까, 캐피는 숨바꼭질 중이랬어. 
이번에는 엄마한테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지. 그렇게 말하는 녹색 눈동자가, 봄날의 새순처럼 연하게 맑은 빛으로 빛났어. 꼭 성당에서 본 천사님 같아. 레이가 그렇게 생각할 즈음, 캐피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어.


돌아가면 어른들한테 대니가 여기 있다고 말할 거지?
뭐? 아니….
안 되겠어. 이제 못 가.


작은 손이 레이의 손을 꼭 잡아왔어. 레이는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캐피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지. 그렇게 두 아이는 정원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왔고, 나무 위의 오래된 오두막을 찾아냈어. 누가 쓰던 오두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캐피의 엄마도 캐피를 찾지 못할 거야. 


낡은 오두막, 파란 하늘, 떠가는 구름과 풀 냄새가 나는 산들바람. 
캐피는 쉬지 않고 조잘조잘 떠들어댔어. 여긴 할아버지의 오두막일까, 아빠의 오두막일까? 어쩌면 왕할아버지의 오두막? 대왕 할아버지의 오두막일 수도 있어! 있잖아, 우리 할아버지들은 말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로, 레이는 캐피의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얼마나 다정한지 알 수 있었어. 나이를 먹지 않는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의 이야기는 캐피가 부풀린 이야기 같지만, 슈슈 할머니의 슈톨렌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진심 같아. 크리스 할아버지와 배리 할머니의 도넛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것도 말야. 이야기만 듣자니, 참으로 다정하고 따뜻한 가족이야. 레이가 상상하지 못할 환경이지. 캐피는 레이에게 물었어. 레이의 가족은 어떠냐고. 레이는 잠깐 망설이다 말을 돌렸어. 아버지가 없는 것이 부끄러워서는 아니야. 그냥,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이 싫었어.


캐피는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지. 그러더니 오두막 구석에서 아주 낡은 인형을 꺼내왔어. 인형 놀이 하자! 
그렇게 시작한 인형 놀이는 토끼 용사님의 대모험으로 마무리가 되었어. 캐피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레이는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어. 시간이 너무 흘렀어. 어른들이 걱정할 거야. 그러니까 캐피가 잠들었을 때 어른들에게 다녀오자. 레이는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어. 그때였지. 


레이? 레이!
대니?
레이, 언제 내려갔…. 이… 배신자!
대니!
기다려! 대니두….


말을 길게 이어지지 않았어. 낡은 사다리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던 찰나, 미끄러졌는지 캐피가 사다리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걸 사다리 밑에서 본 레이가 몸을 날렸어. 그렇게 눈앞이 암전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어. 캐피가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지. 그런데 팔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무지무지 아팠어. 레이는 울컥해서 울려다가 제 옆에서 들려오는 울음 소리에 꾹 참았어. 그리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 


그렇게 초조하게 아이들을 찾아다니던 어른들이 보고 만 건, 팔이 부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나는 레이와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선 울고 있는 캐피였어. 



물론, 아이들은 몸이 좀 깨지면서 크는 법이지.
레이의 팔은 순조롭게 붙었어. 다행히 아주 붙기 좋게 깨끗하게 부러졌다나 봐. 레이의 엄마는 크게 안도하며 아들을 끌어안았고, 레이는 엄마의 품에서 안정을 찾았지. 레이가 입원한 병실에는 카잔스키 저택 식구들도 찾아왔어. 캐피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연신 레이의 엄마에게 사과했고, 레이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지. 레이는 괜찮다며 웃었고, 곧 어른들 사이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캐피를 보았어. 캐피가 머뭇거리자 레이가 웃었지. 


안녕! 대니. 
…안녕? 레이!


레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잠깐 멍하니 있던 캐피가 그제야 꽃이 피듯 활짝 웃었어. 그리곤 쪼르륵 다가와선 깨끗하게 빤 인형을 보여주며 말하지. 짠, 어때? 우리 토끼 용사님이야! 기억하지? 그리구 나 엄마한테 되게 혼났다? 다시는 숨바꼭질 안 할 거야! 그리고 있잖아. 사실 그 오두막은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뒷모습에 어른들의 입가에도 슬그머니 미소가 떠올랐어. 


이때 레이는 몰랐지.
레이의 어머니가 입주 사용인으로 채용되었고, 레이 역시도 카잔스키 저택에서 함께 지내게 될 것이란 걸. 

그리고 눈앞의 이 말많은 작은 꼬마가 첫사랑이고 끝사랑이 될 것이란 걸 말야. 


아직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야.



....


그리고 이날 레이가 떨어져서 캐피에게 고소공포증이 생긴 거였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높은 곳이 너무 싫어진 캐피...
아무튼 레이와 캐피가 서로에게 첫사랑이고 끝사랑인 그런 이야기가 ㅂㄱㅅㄷ ㅋㅋ



#아이스매브 크오 레이캐피


 
2024.11.24 00:19
ㅇㅇ
모바일
하씨 너무 아름다운 결말이에요 센세 그치만 레이의 첫사랑이 어떻게 끝사랑이 되는지 그 중간과정을 토지만큼만 풀어주세요.
[Code: 3c6e]
2024.11.24 00:48
ㅇㅇ
모바일
몽글몽글한 첫사랑을 느낀 아이들 너무 귀여웧ㅎㅎㅎ
[Code: 0dad]
2024.11.24 00:49
ㅇㅇ
모바일
아 그리고 왕할아버지 왕할머니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센세
[Code: 0dad]
2024.11.24 01:46
ㅇㅇ
모바일
하 애기들 너무 귀야워ㅠㅠㅠㅠㅠㅠ
[Code: 1f11]
2024.11.24 02:13
ㅇㅇ
모바일
캐피는 사실만 말했어 레이야 ㅋㅋㅋㅋㅋ떨어지는 캐피 받아 내려다가 레이 팔이 똑 부러졌네 ㅠㅠㅠ그래도 형아라고 캐피가 대성통곡중이니까 의젓하게 참는 레이 멋지다 캐피 조잘조잘 대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 가슴이 몽글몽글 행복해지는 레이캐피 첫만남이다
[Code: 5b22]
2024.11.24 02:13
ㅇㅇ
모바일
내센세가 첫사랑이자 끝사랑이될 레이캐피 이야기 억나더로 들려주면 참 행복하겠다
[Code: 5b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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