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1620240
view 1588
2024.11.17 20:34
 영화 보고 와서 사우지마세요오 사우면안됩니다아 모드 되어벌임 ㅅㅂㅠㅠㅠㅠㅠㅠㅠ
  
 약메옵 약디오라

+

 옵티머스랑 메가트론 내전에서 죽어라 구르다가 제 2차 쿠인테슨 대침공까지 어찌저찌 이겨내고 유니크론까지 겨우 힘을 합쳐 격파했겠지, 이러다가는 내전이고 나발이고 사이버트로니안이 멸종하게 생겼다는 점에서 합의한 오토봇과 디셉티콘 수장이 평화 협정 했는데 주변 분위기가 뭔가 은은하게 다시 '우리를 이끌어 주세요' 라는 분위기임. 둘 다 정계에는 발도 안 들이겠다는 조건으로 합의한거라 약간 보노보노땀;;; 되서 눈치만 보는데 지구에서 신권정치가 불러오는 폐해를 배웠던 옵티머스가 프라이머스랑 쇼부 봐서 매트릭스도 반납해 버리더니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해 온 민주주의 101을 남기고 튀튀 해버렸겠지.

 다들 으아아 프라임이 사라졌다 으아아 이러고 있으면 메가트론만 저 멀리 석양을 배경으로 오퍼시티 60% 옵티머스가 상큼하게 덴티큐 날리며 하하 난 이제 오라이온 이지롱 하는 환상을 보면서 프라임... 하고 살벌하게 이를 갈고 있겠지. 결국 사이버트론 최초로 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되고 차근차근 정부의 기초부터 다시 쌓아갈 즈음에 이 메크 저 메크 붙잡아가며 프라임의 위치를 닦달하던 메가트론, 라쳇이 메스 휘두르며 할 일 다 해서 자기 인생 찾아 떠난 메크 끌고와서 뭐 하려고요! 어디로 갔는지 말씀 안 하셨고, 우리도 굳이 안 물어봐서 모르니까 꺼져요 좀! 하고 난리 쳐서 결국 함선 하나 타고 프라임 찾으러 사이버트론을 떠남. 잡아서 뭘 할지는 모름. 저만 두고 튄 천적놈이 얄밉고 또 안보이니까 허전해서 그럼.

 항성계 뺑뺑이 쳐가며 이런 메크 못 보셨읍니까... 옵틱이 필요 이상으로 파랗고 웃는 게 얄미울 정도로 잘나빠진 메크인데요... 하고 살벌한 낯짝으로 홀로그램 들이밀면서 수소문 하면 다들 도망친 안사람 잡으러 온 줄 알고 피함. 한 2사이클 정도를 사라진 안경 찾는 붕붕이처럼 허망하게 항성계를 떠돌던 메가트론은 슬슬 우울해 짐. 

 그래... 녀석도 힘들었겠지. 지금 내가 걔 찾아가서 뭐 해. 나는 꼴보기도 싫을텐데... 쭈구리 되서 결국 포기를 마음먹고 함선 연료나 채우려 행성 하나에 착륙했겠지. 행성의 유기물로 연료 충전하고 있는데 정처없이 걸어다니며 둘러보니까 지구로 치자면 깡시골이나 다름없는 거주민 수가 겨우 세 자리인 쬐끄만 외딴 행성임. 인간 비슷한 유기체가 거주하는 곳이었는데 딱히 두드러지는 자원도 없고 밭 갈고 야채 과일 길러 먹는 곳이라 덩치 큰 메크가 와도 으엉 저건 또 뭐다냐 함. 제 무릎에나 겨우 올 법한 유기체들이 저만치 옹기종기 모여 자신을 구경거리 마냥 보고 있는데 이제 메가트론 별로 화도 안남. 우울하기나 함.

 근데 거주민들 뒤로 뭔가 익숙한 빨갛고 파란게 보이는 것 같음

 메가트론은 옵틱을 몇 번 비빔.

 빨갛고 파란 메크가 휘파람까지 불면서 괭이질을 함.

 메가트론은 옵틱을 가늘게 뜸.

 옵티머스 프라임이 밭 갈고 있었음.

 2사이클 동안 쌓아온 분노가 헬름까지 치밀어 오른 메가트론 그 자리에서 프라임―!!!!! 하고 파괴대제 시절의 성량으로 고함질렀겠지. 괭이질 하던 오라이온은 화들짝 놀라 헬름 들어올리는데 메가트론이 성난 황소처럼 돌진해 오고 있음 반사적으로 배틀마스크 착용한 오라이온 보고 오메 고런 것도 할 줄 알았어 하고 옆에서 씨 뿌리던 어르신이 감탄함. 오라이온은 괭이 집어던지고 어르신 앞을 가로막았는데 메가트론이 그 모습 보고 우뚝 멈춰섰겠지.

잠깐 대치상태가 이어지면 먼저 말문을 튼 건 메가트론임.

 "너 지금까지 여기 있었던 거야?"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 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메가트론이 침울해 보임 오라이온은 조금 망설이다가 배틀마스크를 해제했음. 등 뒤에서는 어르신이 친구여~? 하고 느긋하게 묻길래 오라이온은 어어, 네에. 하고 대충 대꾸함. 이제 메가트론은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음.

 "...살아있다고 언질 한 번 주면 어디 덧나냐."

 "그, 엘리타한테 한 번 연락 했어. 걔한테도 어디있다고는 말 안했고."

 메가트론은 입을 달싹이다가 동체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겠지. 시선을 바닥에 꽂고 잠시 말이 없던 메크가 작게 덧붙임.

 "...좋아보이네."

 오라이온도 덩달아 어색해져서 시선 피하고 꾸물거리다가 ...고마워 하고 간신히 대답함. 이제 등 뒤의 어르신은 인이여~? 라고 물어봄. 안면부 파랗게 잔뜩 달아올라서 서로 먼 곳만 바라보던 두 메크는 시선 안 몰리는 호숫가로 대피해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겠지. 듣자하니 오라이온은 별 계획 없이 이 행성 저 행성을 떠돌며 여행하다가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을 발견했고 타 종족에 거부감이 없어보이는 행성 거주민들의 느긋한 성정이 좋아 그냥 눌러앉기로 한 거였음. 행성에는 작고 얕지만 에너존 맥도 매립되어 있어서 메크 하나가 살아가는 데도 문제가 없었겠지. 그래서 낮에는 거주민들을 도와 밭을 갈거나 도서관을 관리하고 밤에는 타고 온 함선에서 뜯어와 태양열로 충전하는 리차징 베드에서 잠드는, 사이버트로니안 최초의 귀농민으로서 은퇴 생활을 보내는 거임. 평생 전쟁터를 떠돌던 탓에 온 동체에 베어있던 날카로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밴치에 편하게 기대어 호숫가에 시선을 주며 옅게 웃는 얼굴은 평온해 보임. 

 메가트론은 그 옆모습에서 옵틱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가 충동적으로 내뱉었겠지

 "나도 여기 머물러도 될까?" 

 그렇게 시작된 메가트론의 귀농 생활... 주변 거주민들이 수근수근 오라이언 전애인이래 수근수근 젊었을 때 대판 싸우고 갈라졌는데 정년 퇴직 해서 사라지니까 보고싶어서 찾아온거래 수근수근 어머 낭만적이다 수근수근 하는 와중에 메가트론은 오라이온 옆집에 자기 몫 집 하나 짓기 시작함. 오라이온도 힘 잘써서 좋았는데 이 커다란 외계인은 힘이 더 좋음. 어르신들이 어이쿠 힘이 장사네 이번 수확기에 좀 도와주시오, 하면서 외벽 지을 시멘트 가져다 주면 메가트론은 묵묵하게 고개만 끄덕임. 오라이온처럼 살가운 치는 아닌가벼, 하고 쬐끔 내외 하는데 나중에 거주민들이 무거운 거 옮길때 따로 부탁 안해도 말 없이 옮겨다 주는 모습에 바라보는 시선들이 금세 훈훈해짐. 

 오라이온은 밭 가는 것 외에도 행성의 작은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직도 겸하겠지. 도서 분류도 잘 안 되어있고 대출 반납 이력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는 얼레벌레 형식상의 시설이었는데 기록 보관소 드나들던 짬바 어디 안 간 오라이온이 우주선의 컴퓨터를 뜯어다가 죄다 업그레이드 시켜 버리고 주변에서 책이랑 데이터 패드, 미디어까지 잔뜩 구해다 놨겠지. 덕분에 즐길 거리 몇 없는 행성에서 핫스팟 되었을듯. 집 다 지을 즈음에 메가트론은 왠지 건물 짓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인정받았고 본격적으로 건축학 공부하기 시작함. 오라이온은 옆에서 관련 패드같은거 구해다 주면서 돕겠지. 그러다가 뭐, 도서관에서 옵틱 맞고 콘적스나 맺었으면...

 으아아 메옵 귀농해 으아아

#트포 #메가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