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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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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구스에게 전화를 걸었어.
사고 이후 쿠거와 비슷한 이유로 전역한 구스는 한동안 트럭 운전을 하더니 제 적성은 그래도 하늘에 있는 것 같다며 근래 페덱스로 이직한 상황이었어. 지금은 휴가 차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 그러니 전화를 받을 사람이 구스가 아닐 수도 있는 거야.


삼촌!


하고 브래드쇼 집안의 똑쟁이 브래들리가 낭랑한 어조로 전화를 받았지. 물어보니 구스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던 모양이야. 평소라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고 브래들리에게 말하겠지만, 아쉽게도 매버릭은 약간의 알콜이 들어간 뒤였어. 그래, 꿩 아니면 닭이지. 


그렇게 매버릭은 (제정신이라면 못할) 연애 고민을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에 불과한 브래들리 브래드쇼 군에게 털어놓고 말았지. 물론 시시콜콜 털어놓은 건 아니야. 그냥,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좋아한다고 말 못하겠어.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러자 브래드쇼 집안이 배출해낸 최고 영재, 브래들리 브래드쇼는 명쾌하게 답했어.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


매버릭은 그만 술이 확 깨고 말았어. 미안. 브래들리, 삼촌이 헛소릴 했다. 잊어라. 잘 자고, 좋은 꿈 꾸고. 

그리고 냅다 전화를 끊었지. 잠시 후 전화가 울렸지만 매버릭은 받지 않았어. 보나마나 구스일 거야. 하지만 이 정신으로 구스에게 씨발 내가 아이스를 좋아해! 어떡해! 그 새끼 발밑에서 기게 생겼어! 그런데 브래들리가 그냥 고백하고 그 새끼 발밑에서 기고 있으래!(아님) 라고 말할 수는 없었어. 그냥 내일 전화하자. 그리고….



아침이었어. 날이 밝았지.
매버릭은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어. 뭐야, 아침부터…. 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문을 열었지. 그때였어.


맵, 아프다고 해서 왔어. 괜찮ㅇ…


매버릭은 문을 쾅 닫았어. 잠깐? 이게 뭐야? 꿈인가? 환각인가? 아니 약 같은 건 한 적도 없는데 누가 내 술에 약 탔어? 그게 아니고서야 아침부터 왜 아이스가? 매버릭은 문고리를 잡은 채 남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어




압빠 매브 삼쫀이 아픈가봐. 좋아하는데 좋아한단 말을 못한대. 근데 삼쫀은 브래들리를 좋아하자나? 브래들리에게 왜 좋아한다고 말 못해? 이상해.

그러게, 맵이 어디 아픈가? 전화도 안 받네? 진짜 아픈가보다. 아이스에게 가보라고 부탁 좀 해야겠는데.



…라는 브래드쇼 부자의 대화가 아이스가 매버릭의 집까지 오게 된 발단이었지. 사실 아이스는 매버릭이 요 근래 자길 대하는 게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전투기 분석을 하다가도 갑자기 얼굴이 너무 가깝다며 치우라질 않나, 아이스를 보면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하지.


그때 아이스는 깨달은 거야.


아, 맵이 설마 내 마음을 눈치챘나?


그렇다면 얘기는 간단해. 맵이 아이스의 마음을 눈치채고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있다는 거지. 아이스는 약봉투를 꼭 쥐었어. 그래도 매버릭과 멀어지는 건 싫었어. 마음만 잘 숨기자. 좋아하긴 해도 사심은 없다. 내가 널 좋아하지만 그게 부담스럽다면 이 감정은 나만 간직하면 그만이야. 너와 내 사이 우정은 견고하다! 아이스는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고 다시 문을 두드렸어.


그러자 매버릭이 다시 문을 열었어.



...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티내는게 부끄러운 사람과 짝사랑 들킨 줄 알고 숨기는 사람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ㅂㄱㅅㄷ ㅋㅋㅋㅋ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