싶다

수정재업임
쓰면서 생각한 것들 풀어봄
수정하면서 추가 된 부분도 있음






*






형제는 주택가에 있는 이층집에 산다. 차고보다는 마당이 넓은, 그림 같은 가족이 살 것 같은 예쁜 이층집이다. 아이를 넷이나 낳을 줄 몰랐던 부모님이 선택한 집은 아마 여섯 명이 살았다면 조금 비좁았을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 집에 헨리와 아담, 페이스 셋만 남았다. 부모님이 쓰던 일 층은 헨리가, 헨리가 쓰던 큰 방은 카일이, 작은 두 개의 방은 아담과 페이스 차지였다. 카일이 나간 방은 가구는 남은 채 사람만 비었다. 누구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언제고 카일이 쉬러 오는 날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늘 정리된 채 자리를 지켰다. 작은 서재와, 방으로 쓰기엔 애매하게 작은 이 층의 창고까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역시나 따뜻한 분위기의 집.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따뜻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형제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시커먼 남자들 셋 혹은 넷이 사는 집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집을 지키는 아이들을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카일은 리스와 함께 크지 않은 단층집에서 산다. 형제네와는 달리 마당은 작지만 차고가 집에 비해 매우 넓은 곳이다. 카일은 형제네 집과 멀지 않은 위치가 마음에 들었고, 리스는 두 사람의 차와 자기 보물 상자까지 넣어도 넉넉하게 남을 것 같은 차고가 마음에 들었다. 커다란 방과 작은 방 딱 두 개뿐인 공간이지만 두 사람이 지내기에는 충분했다. 커다란 방은 침실 겸 서재, 작은 방은 손님 방으로. 이건 리스가 양보했다. 서재를 따로 꾸미고 싶었던 리스는 ‘형이나 애들이 놀러 오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는 카일을 보며 그럼 방 하나는 손님 방으로, 서재는 침실 한켠에 작게 마련하는 걸로 결정했다.

앤디와 오웬은 방 하나뿐인 작은 아파트에서 산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구조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그런 아파트. 둘 다 일하는 곳까지 슬슬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다. 차가 없는 앤디는 꼭 회사와 가까운 거리가 필요했다. 앤디의 집은 공교롭게도 아담의 직장과도 가까웠다.






*






재생다운로드d517819a7602d330056d00bfe4d58494.gif
헨리는 딱 보기에도 입 짧아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도 먹는데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태도에 비해 먹을 때는 너무 달고 자극적인 것만 아니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 맛이 있으면 맛있다고 먹고, 맛이 없으면 맛없다고 먹었다. 은근히 다른 사람이 입댄 음식도 잘 먹고, 조금 모양이 이상해 보이는 것도 먹기는 했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거지, 맛이나 모양 때문에 가리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의외로 형제 중 아담 다음으로 요리를 잘하는 건 헨리였다. 다들 한 번씩 잊는 사실이지만 동생들을 키운 건 헨리였다. 말 그대로 키웠다. 먹이고 입히는 것까지 헨리의 손을 거치지 않은 동생은 없었다. 그런 헨리도 동생들이 각자 알아서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방에 발을 뚝 끊었다.


재생다운로드74cde55455271668588a028f1087f134.gif
브라이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체력, 식욕 왕성한 청소년 정도였다. 먹을 때는 조용하고 얌전하게 먹느라 많이 안 먹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조용하게 계속 먹는 스타일이다. 의외로 먹는 속도가 느렸다.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이 밥을 마시는 것처럼 흡수하는 데 비해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먹는 편이었다. 티 안 나게 편식도 한다. 좋아하는 걸 많이 먹고 싫어하는 조용하게 밀어뒀다. 헨리는 그런 브라이트를 알아서, 브라이트가 남기는 걸 대신 먹어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살피는 게 습관인 아담도 브라이트의 편식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브라이트가 남기면 헨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먹는 것 같길래 모르는 척하고 꿋꿋하게 브라이트 앞에 덜어줬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브라이트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시리얼에 우유 붓는 것밖에 없다. 매콤하거나 자극적인 음식도 좋아하는 브라이트는 헨리와 음식 취향이 안 맞는 편이다.



재생다운로드1027b7f74e6b5e7c5a3039f46580f889.gif
카일은 둔했다. 엄청나게 맛있는 것도 ‘맛있네’고, 그냥저냥 먹을 만해도 ‘맛있네’였다. 좀 맛이 없어도 ‘괜찮네’로 끝났다. 진짜 더럽게 맛없고 이상해도 ‘먹을 만한데?’로 넘어갔다. 뭐든 먹었다. 뭐든 잘 먹었다. 그래서 아담은 가끔 카일이 혼자 먹을 식사 준비할 때는 조금 대충 하기도 한다. 아담이 아무리 대충 해도 카일은 전부 ‘맛있네’였다. 그리고 리스가 하는 모든 음식도 ‘맛있네요’로 끝났다. 정말정말 아주아주 가~끔 ‘괜찮은데요’도 나오는데 리스는 아직 그게 맛없다는 의미인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카일 답게, 카일이 하는 요리도 둔했다. 미묘하게 할 때마다 맛이 달랐다. 맛없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딱히 맛있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만드는 카일의 입맛이 무던하다 보니, 나오는 결과물도 그랬다. 딱히 취향이랄 것도 없었다. 카일은 정말로 뭐든 먹었다.


재생다운로드a5048cb2cd91a447e26584f413bcf398.gif
그에 비해 리스는 무척 예민한 편이다. 재료의 상태나 양, 간이나 배합 등을 까탈스럽다 싶을 정도로 캐치했다. 가끔은 아담조차 놀랄 정도였다. 동시에 오랜 군 생활로 당장 먹는 것에 목숨이 걸린 상황을 겪다 보니 맛과 상관없이 생존을 위해 먹는 것에도 익숙했다. 맛없다는 게 사람이 먹어서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고 싶었던 리스는 카일과 지내면서 식사 준비를 도맡았다. 카일이 하는 게 못 먹을 정도로 맛없다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어차피 누군가 해야 하면 자기가 하는 게 나았으니까. 아담도 이런 리스를 알기 때문에 리스가 먹는 것들은 조금 더 신경 쓰는 편이다. 리스는 상큼한 걸 좋아했다. 그러면서 시큼한 건 싫어했다. 카일은 상큼함과 시큼함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리스가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재생다운로드8cb88efa281ca6ca3b875b879cc17907.gif
페이스는 맛있고 맛없고 정도는 구분했다. 다만 용병 일을 하다 보면 식사를 꼬박 제때 챙겨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었다. 어떻게 보면 헨리와 비슷했다. 다만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없는 헨리와 달리, 페이스는 눈과 입에 좋은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먹는 양은 많지 않았다. 평범한 일 인분 정도면 충분했다. 활동량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어 보였다. 무엇이든 한 사람분을 먹으면 만족했다. 심지어 페이스는 오웬이 해주는 무언가도 먹었다. 그런 페이스의 요리는 엉망이었다. 그래도 평범하게 못 한다고 할 정도는 됐다. 아담을 거드는 건 형제 중 제일 잘했다. 눈치가 빠른 것과 관련이 있는지 아담이 원하는 걸 빠르게 캐치하고 돕는 게 자연스러웠다. 다만 혼자 하라고 하면 못했다.


재생다운로드d18e41177de4aa85cffadc472e3a1222.gif
오웬의 입은 지극히 평범했다. 아니, 평범했었다. 지옥에서 올라온 요리 실력 덕분에 이상한 음식도 잘 먹는 능력이 생겼을 뿐. 오웬은 스스로도 자기 요리 실력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조금 안 좋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재난 수준이었다. 오웬이 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잘한다, 좋다 칭찬만 하는 페이스조차 빈말로 괜찮다는 말조차 못 하는 게 오웬의 요리였다. 하지만 페이스도 오웬도 그걸 어떻게든 먹긴 먹으니까 조금 못한다고만 생각했다. 평소에는 거의 사 먹는 편이었다. 오웬은 못 하는 걸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잘하는 것, 할 줄 아는 걸 하는 게 낫다는 걸 안다. 그리고 의외로 오웬은 배고프면 예민하고 까칠해졌다. 그건 조금 말고, 엄청나게 심할 때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페이스는 오웬이 아무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짜증 낸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오웬의 입에 무언가를 물려줬다. 좆 말고. 음식 말이다. 먹는데 집착하지 않는 오웬은 적당히 배가 고프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사실 가족 8명 중 제일 잘 먹는 건 오웬이었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건 느끼하고 달달한 디저트류였다. 오웬도 몰랐던 오웬의 취향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재생다운로드aebd412a758d7a596fd3f5239b5c70bf.gif
아담이야 말해 뭐해. 미슐랭 쓰리스타 헤드 셰프라는 거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났다. 입도 예민하고 요리 실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아담은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과는 달리 처음 보는 음식이나 새로운 요리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요리와 관련된 거라면 뭐든 관찰하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일단 입으로 가져갔다.


재생다운로드7a75a2b04eeebfaf303d96392a6b133e.gif
앤디 역시 평범했다. 아니, 앤디도 평범했었다. 아담과 만나고, 아담의 요리를 자주 먹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법 고급스럽고 예민해졌다. 그래도 역시 달달한 거 좋아하고, 푸짐하게 많이 먹는 걸 좋아했다.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건 팬케이크였다. 그냥 시판 팬케이크 가루를 사서 해 먹는 것도 좋아했는데, 아담이 직접 만들어준 걸 먹어본 이후로 거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아담이 뭐만 해줄까 물어보면 팬케이크라 초반에는 아담이 오해했다. 다른 건 별론가? 다른 건 앤디의 입에 안 맞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아담이 해주는 팬케이크에 시럽을 잔뜩 올리고 과일이나 크림을 곁들여 먹는 게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거였다. 앤디도 오랜 시간 혼자 살다 보니 요리는 제법 하는 편이었다. 묘하게 간이 조금씩 안 맞긴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눈으로 보는 모양은 제법 그럴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앤디는 자기가 요리를 꽤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형제들은 전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거나 간이 조금 심심한 것들을 좋아한다. 대체적으로 입맛이 비슷한 건 타고난 탓도 있지만 아담의 요리에 길들여진 것도 있었다.

와중에 카일과 비슷한 양을 먹는 리스가 프랫들 중에는 가장 적게 먹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담은 늘 리스가 잘 못 먹는 거(?) 같아서 더 먹었으면 싶었다. 자꾸 그런 리스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리스가 먹는 것들에 더 신경 쓰는지도 몰랐다. 덩치는 좋은 편에 속하는데 왜 저렇게 조금밖에 안 먹지?싶었다. 근데 리스만큼, 아니 리스보다 더 큰 카일도 그만큼 먹는다는 건 아담도 인식하지 못했다. 다 같이 모이면 평소에는 오웬이 가장 많이, 잘 먹는 편이다. 아주 가끔 앤디의 입이 터지는 날은 앤디가 오웬보다 더 먹기도 했다. 그 틈에서 조용하고 티 내지 않고 계속 먹는 브라이트가 의외로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은 헨리만 알았다.












+) 브라이트 체력 식욕 왕성한 남고딩인 만큼 성욕도 왕성함. 근데 헨리도 만만치 않아서 둘이 잘 맞음.

+) 헨리는 아마 먹어야만 한다면 오웬이 해주는 요리도 고맙다고 먹을 거임. 외형과 맛에 큰 감흥 없는 헨리라 먹고 탈만 안 나면 됨.

+) 그리고 리스는 오웬이 해주는 요리 못 먹을 거 같음.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보며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건 맞나?의심만 하고 입에 들이지는 못할 듯.

+) 헨리가 브라이트가 남기는 음식 먹는 이유는 브라이트 때문이 아니라, 아담이 자기 음식을 편식하고 남기면 신경 쓰는 거 알아서 동생 걱정하는 마음에 그러는 거임. 아담은 그건 모르고 브라이트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음.

+) 아담 자기가 해준 음식 잘 먹는 사람 보면 행복해하는데, 오웬도 앤디만큼이나 잘 먹어서 오웬 먹는 거 보면 엄청 좋아할 거 같음.

+) 아담 신메뉴 관련해서 의견 필요하면 가끔 리스에게 부탁함. 딱히 숨기는 건 아닌데 카일은 모르는 일일 듯. 카일에겐 물어봤자 맛있네가 끝이라 리스에게만 연락하다 보니 그렇게 됐음. 앤디는 알고 있음. 아담이 리스를 부를 때 꼭 앤디도 같이 불러서.












오웬이 요리(?) 하는 거 보고 아담은 비명 지를 적 있음
https://hygall.com/604923531


오웬도 몰랐던 오웬의 음식 취향을 깨달은 날
https://hygall.com/601747322









이전: https://hygall.com/606185724
다음: https://hygall.com/606473293
헨리브라이트 카일리스 아담앤디 페이스오웬
2024.09.29 10:53
ㅇㅇ
모바일
카일은 전부 ‘맛있네’였다. 그리고 리스가 하는 모든 음식도 ‘맛있네요’로 끝났다. 정말정말 아주아주 가~끔 ‘괜찮은데요’도 나오는데 리스는 아직 그게 맛없다는 의미인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아 이거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 리스 눈치채는 날 시무룩해졌다가 활활 타오를거같아서 너무 귀여워
[Code: 1b1d]
2024.09.29 11:48
ㅇㅇ
모바일
이 가족 식성 다 찰떡이야ㅠㅠㅠㅠ센세가 말아주는 꾸프가좍 캐해가 너무 좋다 특히 오웬ㅋㅋㅋㅋㅋㅋㅋ대충 잘 먹어서 자기 입맛도 모르고 있었는데 대식가에 달달한 거 좋아한다는 거 너무 귀여워
[Code: 7b1e]
2024.09.29 15:14
ㅇㅇ
모바일
오웬이 만드는 건 '무언가'야 ㅋㅋㅋ
[Code: df55]
2024.09.29 17:39
ㅇㅇ
모바일
오웬 제일 잘먹으면서 요리 제일 못하는거 커엽고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일 곰탱이 암거나 잘먹는거 웃기닼ㅋㅋㅋㅋ 헨리씨도 먹는거에 흥미는 없지만 일단 뭐둔 먹는거 잘어울림..카일도 오웬이 만든 무언가...잘 먹겠지??
[Code: ed6b]
2024.09.29 17:43
ㅇㅇ
모바일
페이스는 오웬이 아무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짜증 낸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오웬의 입에 무언가를 물려줬다. 좆 말고. 음식 말이다.

아 왜이렇게 웃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빠른 페이스 이때만큼은 오웬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걸 깨닫...! (지난번에 한번 가족끼리 밥먹는와중에 건드려서 멱살잡혀서 중위라고 불린 전적있음) 와중에 오웬 진짜 제일 잘먹으면서 요리는 제일 못만드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a141]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