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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9:24

허니 비의 편지 / 허니 비의 일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이것저것 ㅇㅁㅈㅇ)(ㄴㅈㅁㅇ)

 

 

 

 

* * * * *

 

 

 

 

 

허니가 숨고, 브래드가 찾아다닌 3년은 서로에게 참 지난한 시간이었다.

 

허니는 브래드에게 떠넘기듯 남기고 온 자기의 감정과, 브래드에 대한 그리움을 매일 밤 삼키며 살았다.

그와는 별개로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도 적응해야 했으며, 어린 허니가 겪기에는 이른 일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허니는 브래드가 그리울 때마다 일기장에 대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듣지 못할 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정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이름을 아프게 불렀다.

온통 울고 난 밤이 지나면 사방의 낯선 벽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그를 떠나온 것임을 끊임없이 알려주었다.

 

 

 

브래드는 허니가 보여준 마음을 안고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들려주고자 끊임없이 허니의 이름을 부르며 살았다.

자학하며 억누르던 그 마음을, 미쳤다며 제 손으로 구겨 마음 한쪽으로 숨긴 그 마음을, 허니의 고백으로 뒤늦게나마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브래드는 허니가 두고 간 편지를 매일같이 읽었다.

편지에서 브래드의 이름이 보일 때면 브래드는 허니를 불렀다.

끊임없이 허니의 이야기에 답을 하고 있지만 허니는 브래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딘가로 숨었다.

브래드는 언젠가 허니에게 했던 약속을 늘 떠올렸다.

 

혼자 있고 싶고 숨어있고 싶으면 그래도 돼. 오늘처럼 이렇게 찾아내면 돼. 내가.’

 

제가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끝내는 찾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 * * * *

 

 

 

 

 

허니는 비 오는 날 자신이 걸었던 전화로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브래드가 허니를 찾아나선지 3년 만에 어느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허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이 분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해요. 근데.. 이름에 ‘피트’는 없었는데..?

 

중개업자는 무언가 못 미더운 듯 브래드를 쳐다보았다.

브래드는 허니를 찾아나선 이후로 제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던 각종 서류와 사진을 허겁지겁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족인데 연락이 끊긴지 오래 됐어요. 정말 정말 꼭 찾아야 하는데..

 안되는 거 잘 압니다. 그치만 정말 부탁드려요. 연락처랑 어디 사는지 좀 알려주세요.

 제발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브래드가 울먹거리며 매달리자 중개업자는 한참을 뒷목만 긁적이며 골몰하더니

 

-그 분의 사정도 모르는데 제가 사는 곳을 알려드리는 건 안될 거 같고..

 연락처 정도는 드릴게요. 그치만 책임은 다 그 쪽이 지시는 겁니다.

 

중개업자는 서류를 뒤적이더니 메모지에 숫자를 옮겨적고는 브래드에게 건넸다.

 

-지금은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찾으시는 분 만나실 수 있길 바랍니다.

 

브래드는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하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나왔다.

낯선 번호 몇 자리가 적힌 그 메모지를 소중히 안고 브래드는 끅끅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근방의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간 브래드가 초조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메모지에 적힌 번호를 눌렀다.

 

제 휴대폰으로 걸지 않은 건 단순했다.

허니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제 번호는 바꾸지 않은 상태였고, 허니는 당연히 자신의 번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제 번호로 걸었다면 받지도 않고 그대로 연락처를 바꿔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이 떨려 몇 번이고 잘못 누를 뻔 했지만 겨우겨우 번호를 제대로 눌렀고, 이윽고 수화기에서 신호음이 흐르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대여섯번의 신호음이 울렸을 뿐이었지만 브래드에게는 어쩐지 지난 3년만큼이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여보세요?"

 

이 목소리.

 

".. 누구세요?"

 

듣고 싶던 그 목소리.

 

-허니. 나야. 브래드.

 

상대방은 입을 다물었다.

 

-끊지마 허니. 제발. 허니 끊지 말고 들어줘.

 꼭 할 이야기가 있어. 응? 니가 꼭 들어야 할 이야기야. 끊지 말고 제발..

 …허니, 지금 어디있어? 내가 지금 갈게. 당장 갈게.

 제발 허니..

 

브래드는 애타게 수화기를 붙잡고 울먹였다.

 

"어.. 어떻게.. 알았어..?"

 

한참만에 들리는 허니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 허니. 만나면 다 이야기해줄게. 제발. 이대로 끊지마 허니.. 제발..

 

허니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조용히 들리는 숨소리만이 작게 들릴 뿐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브래드.

 조금만 시간을 줘. 난.. 아직.. 당장은.. 어려워.."

-괜찮아 허니. 만나기만 하면 돼. 만나기만 하면.. 내가 갈게. 너 있는 곳으로 갈게.

 

긴 침묵 끝에 꺼낸 허니의 말에 브래드는 무작정 매달렸다.

허니는 다시 한참동안 말이 없었지만 브래드는 그런 허니를 재촉하지 않았고, 허니는 조용히 약속 날짜를 잡았다.

 

".. 이번 일요일 오후에 프림 지역 2번가에 있는 키쉬라는 카페에서 만나."

 

그 말을 끝으로 허니는 전화를 끊었다.

브래드는 제발 꼭 나와달라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하려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허니의 전화는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드디어 허니를 찾았다는 작은 안도감도 잠시, 브래드는 전화에서라도 나도 너와 같은 마음으로 살았노라 말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허니를 만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앞으로 겨우 이틀이었다.

 

물론 허니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브래드는 허니를 만나야 했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함께였던 자신의 나머지 한쪽을, 그리고 그 손을 놓친지 너무 오래되었다.

 

 

 


KakaoTalk_20240623_191440515.jpg

 

 

 

 

 

* * * * *

 

 

 

 

 

그 잠시간의 안도감은 쥰을 만나면서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고, 후회는 브래드를 더 큰 절망으로 밀어넣었다.

자신을 밀어내는 허니를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다.

브래드는 눈 앞의 쥰에게 매달렸다.

제발, 자기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자기도 다르지 않다고.

 

 

 

 

쥰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브래드는 허니가 전해준 노트를 집어들었다.

허니가 남기고 갔던 편지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브래드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브래드는 일기장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 또 다시 허니의 이름을 불렀다.

너의 마음에 대한 나의 대답도, 내 부름에 대한 너의 대답도 곧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다시 너는 사라지는걸까.

 

 

 

브래드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 허니의 일기를 읽어갔다.

허니는 변함없었다. 여전히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다.

브래드가 아파하는 동안 허니도 아파하고 있었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지난 허니의 매일을 들여다보며 브래드는 울었고, 그래서 아팠다.

 

 

 

 

허니의 일기를 읽고 눈물을 닦기를 반복하던 중 전화가 울렸다.

 

"저.. 쥰이에요."

 

브래드는 울음기를 지우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마치 어떤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쥰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쥰은 자신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결국은 브래드에게 허니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은 브래드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기뻐서, 드디어 허니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기뻐서, 눈물을 닦지 않고 울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두었다.

 

 

 

 

 

마침내 다음 날,

브래드는 점심 즈음부터 부산스럽게 허니를 만나러 갈 채비를 했다.

아직 예정된 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도무지 진정하고 있을 수 없었다.

브래드는 몇 번이고 차가운 물에 세수하며 어젯밤 한참을 울었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얼굴에 붓기가 다 빠지지 않아 조금 엉망이었지만 몇 번이고 머리를 매만지고 몇 번이나 입은 옷을 살폈다.

 

 

브래드는 어느 하루보다 긴 시간을 보내고 쥰이 일러준 시간을 즈음하여 낮선 주소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떨림과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나기도 했다.

심호흡을 연거푸 해도 뛰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건물 입구에 도착한 브래드는 고개를 들어 허니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 창문에 불이 켜진 것을 확인했고 조금 더 걸음을 서둘렀다.

 

 

어둑해진 계단을 오른 6층 5호. 이 곳이었다.

이 문 너머에 허니가 있다.

 

또 다시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누르는 손은 자신이 봐도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3년만에 허니는 브래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허니.

 

 

 

 

 

 

빵발너붕붕

 

 

15(완): https://hygall.com/598104109

 

 

2024.06.23 19:54
ㅇㅇ
모바일
브래드...냉탕온탕을 오가는 희망고문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70d]
2024.06.23 19:54
ㅇㅇ
모바일
드디어 도달했다ㅠㅠㅠㅠㅠ절대 놓치지 마ㅠ
[Code: d70d]
2024.06.23 22:09
ㅇㅇ
모바일
ㅠㅠ드디어 만났어 이제 헤어지지말았으면
[Code: d45c]
2024.06.24 00:1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아 드디어 둘이 만났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cb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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