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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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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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만선배. 바쁘셔서 못오신다더니 오셨네요?"
"...와야지. 누구 결혼식인데"
"식사하고 가세요. 여기 음식 진짜 맛있대요."
"아냐. 식만 보고 바로 가야돼. 시간 쪼개서 온거거든"
와 역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감독님은 다르시네. 그럼 나중에 집들이 할때 오세요. 남친이..아니 남편이 몇년동안 설계하고 만든 집이거든요.
남편이란 호칭에서 부끄럽다는듯이 웃어버린 태섭이가 저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살짝 눈인사를 하고 뒤돌았어. 검정색 수트를 입고 웃으면서 하객맞이를 하는 모습은 더이상 삐딱하게 눈썹을 들어올리던 옛날의 그 어린 후배 송태섭이 아니겠지. 대만이는 턱끝의 흉터를 매만졌어. 옛날에 멈춰있는건 오직 저뿐이였음.
태섭이는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했지만 NBA입성엔 실패했어. 그리고 국내에 돌아왔지만 몇년 사이 국내 농구리그는 예전보다 더 피지컬이 중요해졌고 가까스로 들어간 농구팀에서도 벤치를 지키다가 결국 2부리그까지 내려가게 됐지.
대만이는 송태섭이랑 헤어진 이후 소식을 찾아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농구를 그만 둔다는 기사는 제목만 읽고 노트북을 닫았어. 시시하네. 자존심 센 놈이니까 쪽팔려서 농구를 그만 둘거라고 예상 했고 별로 놀랍지 않았어. 지금와서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애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 창을 닫아 버린거지만.
한 남자가 긴 웨딩로드를 걷기 시작했어. 조금은 절뚝거리는 모양새로 느릿하게 걸어나갔지. 끝까지 도달할때까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주지않았어. 대만이는 문득 그 모습이 초라해보인다고 느껴.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국가대표 농구선수들, 그리고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감독 정대만이 하객으로 왔으니까. 다들 힐끔거리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느라 결혼식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없었어. 오직 맨끝에 서있는 초라한 남자만이 떨린 손을 맞잡으며 예식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지. 뒤이어 문이 열리고 송태섭이 그 남자와 같은 길을 걸어나와 그 남자의 손을 잡았어.
송태섭과 정대만이 사겼다는 걸 아는 사람은 북산고 출신 농구부원 몇명, 그리고 같은 대학에 입학한 산왕출신 놈들 몇명, 그리고 NBA에서 커리어를 마치고 돌아온 정우성이 다였어. 결혼식장에서 만난 몇명의 친구들은 대만이 어깨를 몇번 툭툭 치고 말을 아꼈고 또 몇명은 놀란 기색으로 너네 진짜 쿨하다. 어떻게 전남친 결혼식에 오냐. 하며 웃었지
와. 정대만 감독님 아니세요? 저번에 인터뷰때 뵀던 방송국 기자입니다! 여기서 다 뵙네요?
기억이 날듯 말듯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어.
"남편이 부상때문에 그만 둔 선수 출신이라면서요? 재활하다가 만났대요. 왜 송태섭 선수 마지막 경기때 진짜 몸던져서 방어하다가 무릎 나가서 그만 뒀잖아요? 그 덕에 팀은 1부로 승격하고...멋있긴 한데 바보같기도 하고..."
남편 이야기는 들을 자신이 없어서 대충 흘려듣다가 태섭이의 부상얘기에 눈이 번쩍뜨였어. 기자라서 더 많이 아는걸까? 아니면 다 알려진 사실인데 나만 애써 모른척하느라 이제 알게 된걸까.
"그나저나 요즘 진짜 바쁘실텐데...국가대표 분들이 오시니까 결혼식이 더 빛나는 것 같은데요?"
기자의 쓸데없는 말을 듣는둥 마는둥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앞을 보니 어느새 마주선 두 사람은 반지를 교환하며 평생의 서약에 대답하고 있었어. 숫기없어 보이던 조용한 남편은 평생의 약속에 소리치듯이 크게 대답했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빨개진 얼굴로 뒤돌아선 둘은 서약의 증인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어. 그리고 혼자 걸어나왔던 웨딩로드를 둘이 걷기 시작하지.
대만이는 뒷머리를 긁적였어. 나는 이제 거의 전국민이 아는, 몇십년만에 금메달로 이끈 국가대표 감독이 되었는데 우리가 사랑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라. 딱히 숨기려한적은 없는데. 대만이는 비어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봐.
태섭아, 이제 진짜 초라한 사람은 누굴까?
정대만은 결국 그들이 자신 곁에 가까워지자 도망치듯이 나와버렸어. 악몽같은 하루였지
대만태섭 약모브태섭
"어, 대만선배. 바쁘셔서 못오신다더니 오셨네요?"
"...와야지. 누구 결혼식인데"
"식사하고 가세요. 여기 음식 진짜 맛있대요."
"아냐. 식만 보고 바로 가야돼. 시간 쪼개서 온거거든"
와 역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감독님은 다르시네. 그럼 나중에 집들이 할때 오세요. 남친이..아니 남편이 몇년동안 설계하고 만든 집이거든요.
남편이란 호칭에서 부끄럽다는듯이 웃어버린 태섭이가 저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살짝 눈인사를 하고 뒤돌았어. 검정색 수트를 입고 웃으면서 하객맞이를 하는 모습은 더이상 삐딱하게 눈썹을 들어올리던 옛날의 그 어린 후배 송태섭이 아니겠지. 대만이는 턱끝의 흉터를 매만졌어. 옛날에 멈춰있는건 오직 저뿐이였음.
태섭이는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했지만 NBA입성엔 실패했어. 그리고 국내에 돌아왔지만 몇년 사이 국내 농구리그는 예전보다 더 피지컬이 중요해졌고 가까스로 들어간 농구팀에서도 벤치를 지키다가 결국 2부리그까지 내려가게 됐지.
대만이는 송태섭이랑 헤어진 이후 소식을 찾아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농구를 그만 둔다는 기사는 제목만 읽고 노트북을 닫았어. 시시하네. 자존심 센 놈이니까 쪽팔려서 농구를 그만 둘거라고 예상 했고 별로 놀랍지 않았어. 지금와서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애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 창을 닫아 버린거지만.
한 남자가 긴 웨딩로드를 걷기 시작했어. 조금은 절뚝거리는 모양새로 느릿하게 걸어나갔지. 끝까지 도달할때까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주지않았어. 대만이는 문득 그 모습이 초라해보인다고 느껴.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국가대표 농구선수들, 그리고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감독 정대만이 하객으로 왔으니까. 다들 힐끔거리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느라 결혼식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없었어. 오직 맨끝에 서있는 초라한 남자만이 떨린 손을 맞잡으며 예식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지. 뒤이어 문이 열리고 송태섭이 그 남자와 같은 길을 걸어나와 그 남자의 손을 잡았어.
송태섭과 정대만이 사겼다는 걸 아는 사람은 북산고 출신 농구부원 몇명, 그리고 같은 대학에 입학한 산왕출신 놈들 몇명, 그리고 NBA에서 커리어를 마치고 돌아온 정우성이 다였어. 결혼식장에서 만난 몇명의 친구들은 대만이 어깨를 몇번 툭툭 치고 말을 아꼈고 또 몇명은 놀란 기색으로 너네 진짜 쿨하다. 어떻게 전남친 결혼식에 오냐. 하며 웃었지
와. 정대만 감독님 아니세요? 저번에 인터뷰때 뵀던 방송국 기자입니다! 여기서 다 뵙네요?
기억이 날듯 말듯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어.
"남편이 부상때문에 그만 둔 선수 출신이라면서요? 재활하다가 만났대요. 왜 송태섭 선수 마지막 경기때 진짜 몸던져서 방어하다가 무릎 나가서 그만 뒀잖아요? 그 덕에 팀은 1부로 승격하고...멋있긴 한데 바보같기도 하고..."
남편 이야기는 들을 자신이 없어서 대충 흘려듣다가 태섭이의 부상얘기에 눈이 번쩍뜨였어. 기자라서 더 많이 아는걸까? 아니면 다 알려진 사실인데 나만 애써 모른척하느라 이제 알게 된걸까.
"그나저나 요즘 진짜 바쁘실텐데...국가대표 분들이 오시니까 결혼식이 더 빛나는 것 같은데요?"
기자의 쓸데없는 말을 듣는둥 마는둥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앞을 보니 어느새 마주선 두 사람은 반지를 교환하며 평생의 서약에 대답하고 있었어. 숫기없어 보이던 조용한 남편은 평생의 약속에 소리치듯이 크게 대답했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빨개진 얼굴로 뒤돌아선 둘은 서약의 증인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어. 그리고 혼자 걸어나왔던 웨딩로드를 둘이 걷기 시작하지.
대만이는 뒷머리를 긁적였어. 나는 이제 거의 전국민이 아는, 몇십년만에 금메달로 이끈 국가대표 감독이 되었는데 우리가 사랑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라. 딱히 숨기려한적은 없는데. 대만이는 비어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봐.
태섭아, 이제 진짜 초라한 사람은 누굴까?
정대만은 결국 그들이 자신 곁에 가까워지자 도망치듯이 나와버렸어. 악몽같은 하루였지
대만태섭 약모브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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