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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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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스로 보내주겠다던 로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어. 허벅지의 상처가 빨갛게 아물 때쯤이었지. 별달리 짐을 싸거나, 사람을 데려갈 것도 아니라서 그저 초광속 항행을 기다리기만 하면 됐거든. 너붕에게 두려운 것은 멘타트가 실수하면 수백명이 폭사할 수 있는 항행길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어. 예를 들면 로타가 억지로 유예해놓은 결혼과, 자신을 어색해할 아트레이데스의 식구들 같은 것. 그 얼굴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자신이 떠날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엄마와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고 말했지만 자신을 데려갈 생각은 없었던 아빠와, 언젠가는 정말 한 몸 같았던 오빠. 그 오빠를 'my boy'라고 불렀던 던컨과, 폴을 소공작으로 극진히 아꼈던 거니까지.

내가 도대체 거길 가서 뭘 할까?

여기서 종종 아트레이데스가 그리웠듯, 거기서는 하코넨의 무심함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왜 그런 표정이야. 꼭 누가 널 억지로 보내는 것처럼"

"..."

"가기싫어?"

"...무서워"


하코넨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인간인 로타는 결코 이해하지 못 할 감정일 것 같아서 더 입이 튀어나왔어. 로타는 그 뾰로통한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지. '이 얼굴을 아트레이데스가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머리를 흔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서 서러울 때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입술에 힘을 주는 버릇은 명백히 하코넨에 와서 생긴거였어. 그러니까...허니 비 아트레이데스의 깊숙한 곳에는 이미 아트레이데스가 아닌 부분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었지. 예를 들면...페이드 로타 하코넨이 깨물어서 생긴 흉터라든지.


지금도 그 흉터를 매만지고싶지만 그럼 또 이틀은 방 밖으로 나오지 않겠지.


괜히 곱슬머리나 쓰다듬어 준 로타가 웃었어. 자신의 가문을 랜드스래드에서 밀어냈던 가문의 후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빠졌지 허니 비는. 어젯밤 제 입에 반도 들어차지 않던 부실한 허벅지를 깨물 때 어떤 생각을 했더라. 가증스러운 숙부가 그랬지. 황제가 우리의 손을 더럽히고자 한다고. 물론 언제고 적셔야 하는 손이긴 했어. 제시카 그 계집이 무슨 생각을 하며 자신의 딸을 하코넨에 내놓았는지는 몰라도, 하코넨의 의지는 단순했으니까. 아트레이데스를 무너뜨린다. 칼라단을 가진다. 아라키스를 받았다면 아라키스를 가진다. 반항하면 모두 죽이고, 휘하의 잔여 세력은 허니 비의 배를 빌어 난 자식을 앞세워 규합한다...이외에도 자신의 결혼 장사에는 이룰란이나 다른 작위처럼 고민할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 그건 얼추 정리가 됐어. 우습게도 페이드 로타 하코넨은 이 나약한 아트레이데스가 꽤 마음에 들었거든. 칼은 날카롭게, 진주는 부드럽게, 스파이스는 흐르도록. 그건 랜드스래드에 복귀하기 위해서 밑바닥부터 돈을 긁어모을 때 하코넨에서 지키던 원칙이었으니까.


허니비는 아들을 낳아야 했어. 미친 여자들 손에서 교배기를 익히기 전에 빼왔으니 그걸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을거였고. 그럼 허니비는 몇 번의 출산을 반복해야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버리면 곤란하니까. 로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허니비의 초경을 비밀로 만들었어. 초경이 시작된 걸 알면 다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결혼을 추진하려 들겠지. 그럼 무조건 출산을 해야했어. 출산 없이 결혼하려면 자기가 남작이 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또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칼을 휘두르며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보냈었단 말이지. 자기가 남작을 죽이고 남작 위에 오른다고 해도 귀족회의에서 그걸 인정할 것 같지도 않고...무엇보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한 번 과정에 접어들면 허니비를 아라키스로 보낼 수가 없었어.


진주는 부드럽게.


하지만 진주를 가지려면 조개 껍데기를 깨고, 지저분하게 붙은 패류의 살덩이를 발라내야하는 법이었지.
하코넨은 아라키스를 황제의 손에 넘겨주는 것으로 이미 아트레이데스라는 조개를 건져올렸어.
그리고 이제는 칼을 넣어 비튼 후 진주를 꺼내는 일만 남았지.


아트레이데스라는 조개껍데기를 벌린 후 그 안에 진주를 감싼 허니비의 혈육을 갈갈이 벗겨내는 것 같은.





**



가족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열두살 때 의지와 상관없이 하코넨에 보내졌듯, 아직 가족들을 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열여섯의 너붕은 그대로 아라키스로 보내졌어. 초광속 항행길에서 너붕은 본격적으로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해. 아주 어릴 때 꿨던 꿈, 그 꿈에서 비극의 시작이 아라키스였으니까. 예지는 선명한 길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건 그렇지도 않았어. 꼭 몇년전에 본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떠올려야 하는 것처럼 곤혹스럽고 힘들었지. 그리고 달라진 점도 있었어. 원래는 스파이스를 위해 아라키스를 지배하던 가문이 하코넨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 너붕이 보기에 아라키스는 하코넨에 손에 있다가 갑자기 아트레이데스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였지. 그렇다면 확실한 정보는 단 한였어. 배신자는 유에. 배신자는 유에...어지러운 머릿 속에서 확실하게 건질 수 있는 정보는 오로지 그것 뿐이었어.


둥근 배에서 내리가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도열한 사람들이 보여. 떠날 때와 정확히 같은 풍경이었던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떠나올 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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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넌 반드시 돌아오게 될거야"


열두살에 아트레이데스를 떠나며 죽도록 듣고싶었던 말이었지. 비행선에서 완전히 내려섰는데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어. 어색한 얼굴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떼는데 저 멀리서 울 것 같은 얼굴의 아빠가 자신을 보며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었지.

근데 있잖아, 그 까끌까끌한 수염과 제복을 정말 오랫동안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것 같은데 그 품으로 뛰어갈 자신이 생기질 않는거야. 그래서 너붕은 결국 질질 끌리는 발걸음을 하고 던컨 앞에 섰지.



"...왜 그때 안나왔어?"


재생다운로드719a3329d9e48ff2ecbb72f57d3699cf.gif
"아가씨"

"그때 거니랑...던컨이랑...왜 안왔어? 보고, 가고싶었어. 나 가는데 왜 안 왔어...나 가는데..."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손등에 이마를 댄 던컨에게 비죽비죽 울면서 계속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왜 안 왔어?
보고가고싶었어.





가기싫었어.






**

페이드로타너붕붕
오틴버너붕붕
폴너붕붕
티모시너붕붕
2024.03.06 01:31
ㅇㅇ
모바일
센세....센세 문장에는 스파이스가 흘러....
[Code: 73e6]
2024.03.23 01:36
ㅇㅇ
모바일
센세는 반드시 내게 돌아오게 될거야
[Code: af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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