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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쯤 진짜 개빻은거나옴ㅈㅇ


**




너붕은 허리까지 길었던 머리카락을 결국 어깨까지 잘라내야했어. 발버둥에 용액이 더 잘 스며들면서 머리카락이 대부분 상했거든. 이제 여관들을 보기만해도 발작이라도 하듯 떨어대는 탓에 결국 로타가 머리카락을 다듬어줬어. 머리카락을 한참 다듬어주다가 얼추 길이가 정돈되자 너붕을 품에 꼭 안고서는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그렇게 말하는 거야.


"감히 멋대로 손을 대다니..."


너붕은 눈을 깜빡이며 그 소리를 들었어. 페이드 로타 하코넨을 열받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로타가 자신만 이 성에 홀로 '아트레이데스'로 남겨두는 것은 왜일까. 너붕은 정답을 알았지만 차마 그것을 떠올릴 용기가 없었어. 그것마저 인정하게되면 너붕은 정말 흑백의 지옥 속에 살게되는 것이었거든. 어깨까지 짧아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너붕은 그렇게 말을 했지.


"이러니까 꼭 머리 긴 폴 같잖아..."

"너랑 많이 닮았나봐. 소공작은"


제 머리를 똑같이 손으로 매만지는 로타의 거칠고 창백한 손 끝을 보며 너붕은 생각해. 그래. 나는 폴과 똑같이 생겼어. 열성이고, 나약하고, 모든 권리를 빼앗긴 아트레이데스지. 


"일란성 쌍둥이거든. 유에 말로는 폴과 내가 2분 간격으로 태어났댔어"

"아름답겠네"

"폴은 싸움을 잘해. 거니와 던컨이 매일 가르쳐주니까"

"언젠가 한 번 싸워보고싶네"


분명 내가 더 강할거야. 너도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로타의 얼굴이 말도 안되게 강해보여. 그렇겠지. 네가 뭐가 두려운 게 있겠어. 어머니를 죽이고도 악몽을 꾸지 않는 소년이잖아 너는.


근데 있잖아. 나는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거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실들은 왜 나는 자연스럽게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그건 꿈이었을 뿐인데.

그래야만 하는데.




**



시간은 무척 잘 흘러갔어. 어느새 허니 비 아트레이데스는 열다섯살이 되었지. 열다섯이 된 너붕은 여전히 머리를 기르고 아트레이데스에서 입던 복식을 입으며 생활하고 있어. 너붕이 자라는 것에 맞춰 철마다 옷과 장신구를 칼라단에서 보내주곤 했지. 그리고 그때마다 날아오는 아버지와 폴, 거니와 던컨의 편지들을 보지도 않고 태우거나 옷장에 처박곤 했어. 괘씸함과 야속함과 두려움이 섞인 행동이었지. 잘 지내고 있니? 그런 질문도 보고싶지 않았고, 거기서 잘 지내야 한다. 그렇게 쓰인 말도 보기 싫었어. 하코넨에 맞춘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지만 아트레이데스의 사람으로 맞춰 살기도 싫었어. 그건 둘 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거든. 너붕은 가끔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나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다니, 하고 놀라곤 했어. 일평생 나약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상할 자존심이라는게 남아있다는 것이 진짜 우스웠거든.


너붕은 홀로 '목소리'를 연습했어. 재능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래도 폴이랑 같이 배운게 있었으니까 훈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 어차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엄마도 없었고 베네 게세리트가 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여관들에게 '눈 돌려'라고 명령할 수 있을 정도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연습을 해서 그런가. 모든 단어에 목소리를 실을 순 없었지만 몇 개는 가능하게 됐지. '눈 돌려' '나가' '뒤돌아' 같은 것들. 


로타와의 관계는 여전했어. 너붕이 느끼기에 로타는 여전히 너붕을 머리카락 긴 아트레이데스 산 애완동물 정도로 여겨주는 것 같았고, 여전히 답지않게 다정했지. 꺾이지 않는 나약한 자의 자존심이 생존본능으로 로타를 경계하고 있었어. 저 자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애초에 그런게 불가능한 사람이야. 그는 칼을 시험하기 위해 종이를 잘라보듯 사람을 자르는 사람이고, 어머니를 죽인 소년이야.


기대하면 반드시 상처를 돌려줄 사람.


아트레이데스의 사람들이 내가 건강하고 유능한 성인으로 자라는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것처럼, 페이드 로타 하코넨도 마찬가지야. 그에게 나는 나중에 점령할 아트레이데스의 먼저 얻어 온 기념품 같은 것일테지. 열둘을 거쳐 열셋, 열넷이 되고 열다섯으로 넘어오자 로타에게 기댄 정서가 고개를 들며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어. 이 이상의 의존은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처럼.


그런 태도가 로타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지. 로타는 가끔 너붕을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어. 샅샅이 핥는 듯한 시선 속에서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지. 하지만 로타는 그런 너붕의 태도를 별로 괘씸해하지 않았어.


자신의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이 포식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 의외의 선물을 가져다주고 싶었을 만큼 말이야.



"허니, 그거 알아?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아라키스로 이주한다는 거"

"...이주?"

"황제가 너희 아버지를 아라키스의 총독으로 임명했으니, 당연히 아트레이데스는 아라킨으로 거처를 옮겨야지"



어쩐지 요새 아트레이데스로부터 날아온 편지의 수가 많아졌다 했어. 자신에게 그걸 알려주려고 했었나봐. 너붕은 입술을 비죽거리며 대답했어. 뭐...잘됐네. 하지만 이상하게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지. 며칠 전부터 그랬어.


비극이 시작될거야.
이건 황제의 견제고 아버지는 하코넨에게 잡혀죽을거야.
그리고 폴은, 그리고 엄마는...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너붕은 괜히 고개를 털어댔어. 마치 그렇게 하면 머릿 속에 있는 나쁜 생각을 털어낼 수 있다는 듯이. 그 귀여운 버릇을 알고 있는 로타가 네 머리 위에서 희미하게 미소지어.


"보러갈래?"

"응?"

"가족들 보고싶지 않아? 아라키스면 칼라단보다는 왕래하기가 쉽겠지"


그말에 너붕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을 거야.
자존심은 있었는데 자신이 없었거든.

자기한테 가족이라는게 남아있기는 한건지 말이야.
그리고 자신이 아트레이데스로 돌아가면 이 소년과 외할아버지가, 아니 황제가 아라키스를 쑥대밭으로 만들러 올 것만 같았거든.
그럼 너붕은 아트레이데스에서 한번, 페이드 로타 하코넨으로부터 두번 버림받는 사람이 되는거였어.




**



그런 생각을 하고 잠들어서였을까? 이상하게 몸에서 열이나고 뱃가죽이 저녁부터 자꾸 당겼어. 빈혈이 든 사람처럼 몸을 세우면 코 끝이 하얗게 질리고 머리에서 기에디 프라임의 흑백 불꽃놀이가 조악한 화질로 터지는 것 같았지. 너붕은 본능적으로 이게 초경의 징후인 걸 알았어. 근데 문제는 방에 생리대가 없었다는 거야. 피만 멎게 하는 유에의 특제 피임약 같은 것도 없었고 하코넨 여성들이 처리하는 방법도 몰랐지. 그렇다고 바짓가랑이를 계속 피로 적시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터지기 전에 아무 여관이나 붙잡아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두터운 외투를 걸친 채 정신없이 여관을 찾을 때였지.


아, 그때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바로니 성은 너무 높고, 모든게 무기질이었어. 사람들은 바로니 성의 구조물 속에서 벌레처럼 기어나와 생활하곤 했지. 무려 3년을 있었는데도 정을 붙일 수가 없었던 곳이야. 그리고 그 3년동안 너붕은 목소리를 통해서 사람들을 거부하는 법만 익혀왔지. '눈돌려' '나가' '뒤돌아' 같은 것들만.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을 떠올릴 수 없다는 것이 너붕을 무한히 외롭게 만들었어. 사춘기의 감상이라고 해도 될테지...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있자 마침내 허벅지를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었어.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폴. 넌 지금 뭐하고 있어?


쌍둥이 오빠의 이름을 떠올렸는데 복도 끝에서 나타난 건 당연히 폴이 아니라 로타였어. 로타는 너붕의 발치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고 너붕을 올려다보지.


"안 자고 뭐해"

"아무 여관이나 사람 좀 불러줘"


아무리 어릴 때부터 봤더라도, 생리가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생각해도 쑥스러운건 쑥스러운거였어. 괜히 다리를 모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지. 그런데 평소같으면 냉큼 일어서서 자신을 방에 데려다주던, 여관을 불러주던 했을 사람이 꼼짝을 안하는 거야.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그 생기 없는 눈동자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게 다였지.


"허니, 그거 알아?"


밤에는 피냄새가 더 잘 느껴져.​​​​​​​

그리고 로타의 손이 다리 사이를 타고 들어왔어. 너무 놀란 나머지 너붕은 로타의 머리통을 뿌리친 손으로 세게 갈기고 말았지. 근데도 흔들림 없이 제 다리를 쓰다듬던 로타가 고개를 숙여 제 종아리부터 입술로 훑고 올라오는게 느껴지는거야. 너붕은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며 주먹으로 로타의 머리와 어깨를 내려쳤어. 그 소란에 사람들이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지. 뱀처럼 차가운 혓바닥이 제 허벅지까지 타고 올라온 것이 느껴지자 너붕은 비명대신 목소리를 썼어. 눈 돌려, 뒤돌아...


그러나 그 완성되지 않은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사용인들 뿐이었어. 제 다리를 한참 매만지던 로타가 제 치마폭 속에서 고개를 내밀자 너붕은 이성을 잃고 주먹으로 로타의 뺨을 갈겼어. 피범벅이 된 입가를 들고서 그 주먹을 고스란히 맞아준 로타가, 백색 태양이 다 진 뒤 색을 돌려받은 세상 속에서 삐뚜름하게 웃었지.



"축하해 허니"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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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로타너붕붕
오틴버너붕붕
폴너붕붕
티모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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