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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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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넨의 근거지인 기에디 프라임의 바로니는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곳이었어. 창백한 백색 태양이 뜨면 기에디 프라임의 모든 땅은 흑백으로 변했지. 하코넨 남작이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열두살 어린이가 잘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닌 듯했어.


하코넨 사람이면 이야기가 좀 다를까? 칼라단에서 누리던 것을 여전히 낮에는 흑백으로 누릴 수 있는 작은 방에서 그 생각을 하다가 너붕은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냈어. 왜 하필이면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남작을 '외할아버지'라고 생각하게 된걸까? 나는 소개받은 적도 없는 친척인 그 남자애의 이름이 페이드 로타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는 분명 너붕에게 너는 베네 게세리트가 될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했어. 오빠가 가끔 악몽을 꾸듯 예지를 볼 때와도 달랐지. 오빠가 예지를 볼 때는 잠시 잠이 들거나, 앉은 채 먼 곳으로 의식만 떠나보내는 것 같았거든. 그런걸 보고나서는 온몸이 축축해질 정도로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고 말이야.


하지만 너붕이 느낀건 전혀 달랐어. 너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식을 알고 있었고, 둘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치 연극 속에서 기다린 캐릭터를 마주하듯 '아, 저 사람이 페이드 로타구나. 블라디미르 하코넨은 내가 자신의 외손녀인 것을 알고 있구나. 그러니까 나한테 '하코넨 사람이니 바로니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거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린 거였거든.


베네 게세리트로서의 재능이 없다면 난 그냥 미쳐가는 것일까? 백일해가 뜨는 이 더럽고 오염된 행성에서? 그런 생각을 하자 안 그래도 울적한 마음이 더 울적해지는걸 느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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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더 '아트레이데스'같은데?'



얼굴도 몰랐던 친척 오빠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지. 자신의 얼굴을 한번 스치듯 쓰다듬자 온 뺨에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페이드는 고개를 돌려 남작에게 물었지. "마음에 들어요"라고. 맞아. 너붕은 여기 페이드 로타와 결혼하기 위해 온거였으니까. 방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 앞에 손을 폈는데, 그 손이 기에디의 빛 아래서 창백하고 하얗게 빛나자 도저히 잡을 마음이 들지 않았어. 그런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페이드가 그랬지. "내가 손을 이렇게 펴면, 넌 손을 올리면 돼. 알겠어?"라고. 그렇게 처음 잡아 본 소년의 손은 아주 차갑고 건조했어.


자기 엄마를 죽여 그 피로 손을 더럽혔을 때나 잠깐 따뜻하고 축축했겠구나 싶을 만큼.






그 뒤로 하코넨 사람들은 딱히 너붕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 너무 관심을 두지 않은 나머지, 아이에게는 옷 입히고 밥 먹이는 것 말고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했지. 엄마 아빠에게 시위하듯 벽장에 스스로를 가둘 때 외에는 일평생을 별 다른 속박 없이 이것 보고 저것 만지고 아무거나 배웠던 '아가씨' 입장에서 가혹한 환경이었을거야. 그리고 때마침 그토록 잔인할 것이 분명한 페이드 로타는 매일 자신을 찾아와서 뺨을 쓰다듬거나 머리카락을 빗어주곤 했었지. 그 페이드 로타가 매일 너붕의 머리카락을 빗겨줬다니.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예지를 느낄 때 외에는 별 다를 것 없이 흐물흐물한 열 두살 어린이에게 그 온기는 너무나 유혹적인 것이었어. 세우고 있던 벽을 허물만큼.



"오빠...나도 머리 밀어야 해?"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했지?"

"아무도"



그 페이드 로타가 어찌나 머리카락을 가볍게 잡고 있는지, "아무도"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흔들어도 당기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어.



"그냥...다들 밀고있잖아. 오빠도 밀었고..."

"난 이대로인게 좋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실은 너붕도 자기 머리카락만은 좋아했었어. 아빠도 곱슬머리였고 오빠도 곱슬머리였으니까. 색이 좀 옅었지만 그건 엄마의 머리카락 색과 비슷해서 상관없었고. 하코넨에 오자마자 하얀 태양 때문에 멀미에 토할 때마저도 실은 그런 걱정을 살짝 했었거든. 나도 저렇게 빡빡 밀고 추운 옷을 입어야 하는걸까. 하지만 아무도 너붕에게 그런걸 시키지 않았어. 다른 것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페이드 로타의 대답은 의외였지. 괜찮다는 소리도 아니고 이대로인게 좋다니.



"싫지 않아?"

"조금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번 정리해주고 테이블에 머리빗을 내려둔 페이드 로타가 너붕을 내려다보았지. 그 눈동자에선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어. 너붕은 내심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지식'으로. 마련한 칼로 종이를 잘라보듯 사람을 벨 수 있는 사람. 식인을 하는 애첩들을 끼고 사는 난봉꾼.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이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될 것이 뻔했지. 하지만 이상하게 조금도 와닿지 않았어. 그 지식을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 같았지. 그걸 받아들이면 자신이 미쳤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걸까봐 무서웠고, 하루에 한 번씩 방에 찾아와 제게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머리를 빗어주는 온기를 잃게될까봐 두려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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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머리카락이야"



그리고 난 그게 정말 마음에 들어...




그 말을 듣고 너붕은 생각했지. 아니 이건 떠올렸다는 말이 맞겠다. 그리고 엄마와 폴이 나누던 제스처를 생각해냈지.


'진실'








**

페이드로타너붕붕
오틴버너붕붕
폴너붕붕
티모시너붕붕


 
2024.03.02 18: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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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존잼이에요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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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25
ㅇㅇ
존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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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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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ㄷ 대작이야 진짜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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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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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작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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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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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센세 최고인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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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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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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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방금 전편 읽고 있었는데 어나더가 나오다니!!! 나 진짜 너무 좋아서 한 번에 쭉 못 읽고 나눠읽으면서 뻐렁치는 마음 가다듬게 되네ㅠㅠㅠㅠㅠㅠ 페이드 먼 생각인지 너무 궁금하고 얘네 진짜 결혼하면 무슨 부부 될지 기대된다 폴이 나중에 저 둘 보고 뭔 생각할지도 궁금해 그거 다 보여줄 거죠 센세 우리 완결까지 영원히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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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8: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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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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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9: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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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가슴이 뛴다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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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9:10
ㅇㅇ
로타한테 허니의 머리카락은 상당히 이질적인 것일텐데도 그걸 아름답게 여기고 매일 와서 곱게 빗어주는거 따뜻하면서도 신기하고 아름답다.. 센세 어나더 어나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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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9: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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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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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19: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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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요 센세 눈앞에 그려지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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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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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진짜 최고. 미친 최고. 최고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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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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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분명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로타 허니 머리 빗겨주는 거 다정하고 좋은데 존나 무섭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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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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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고맙고 감사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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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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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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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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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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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2: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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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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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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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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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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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보전해서 다행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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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04: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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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개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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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06: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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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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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1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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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떨리는데 너무 좋아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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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 04: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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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빗어주는 로타 미쳤다 정말 천재적 발상이에오 센세... 헉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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