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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 03:33
전편: https://hygall.com/585909396




01.
제이크 세러신은 브래들리 브래드쇼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겨우 심장마비였다. 그 루스터가 심장마비라니! 울음소리가 가득한 장례식에서 제이크가 하핳.. 하고 어이없다는듯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제이크의 얼굴은 피트 미첼만큼이나 엉망이었다. 이 상황을 믿지 못해 먼저 자리를 뜨는 제이크를 붙잡는 사람 또한 없었다. 모두가 잔인한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탉이라고 저장된 번호를 눌렀다. 상대방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제이크는 전화를 끊었다 다시 걸기를 몇시간동안 반복했다. 


02.
아침에 눈을 뜨는게 고통스럽다는걸 처음 알았다. 원래라면 아침일찍 러닝을 했겠지만 제이크는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전날에 했던 행동을 몇번 더 반복할 뿐이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전화 좀 받으라는 음성메세지도 남겼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 옷을 챙겨입고 출근한 제이크에게 상사는 당분간 푹 쉬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곤 돌아가라며 내보냈다. 하지만 제이크는 집으로 가지 않고 브래들리가 술을 샀던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에선 루스터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제이크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들을 한참을 듣고 있었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D대위 앞에 섰다. 그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건 순식간이었다.

'브래들리는 자살한게 아니야, 이 개자식아.'


03.
징계는 받지 않았다.

대신 피트가 브래들리의 편지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자기도 엉망이면서 얼굴에 멍이 든 자신을 걱정하는 피트에게 제이크는 기계처럼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며 편지를 건네받았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자 엉망인 글씨 위로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게 보였다. 어디에 앉을 생각도 못한 채로 중얼거리며 소리내 편지를 읽던 제이크는 결국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당장 브래들리의 집으로 달려가 얼굴을 붙잡고 나도 사랑한다 속삭이고 키스하고 싶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던 제이크는 과호흡을 일으키며 편지를 품에 안은채 의식을 잃었다.


1.
눈을 뜬 행맨은 얼굴이 시뻘게진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괜찮냐는 밥의 물음에도 비틀거리며 일어난 행맨은 가게를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더니 이내 루스터의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폐가 터질거 같고 목에서는 피맛이 나는거 같았지만 멈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얼굴에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브래들리 브래드쇼의 죽음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이었다.


2.
거의 잠들기 직전이었던 브래들리는 누군가 미친듯이 문를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자정까지 대략 40분 남았기 때문에 인상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짜증난 손길로 연 문 앞에는 땀과 눈물로 범벅된 제이크가 서있었다. 브래들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제이크의 행동이 한발 더 빨랐다. 자기보다 키와 덩치가 큰 브래들리를 놓치지 않겠다는것처럼 꽈악 껴안은 제이크는 작게 흐느꼈다. 너... 너 울어???? 맙소사, 브래들리는 제이크가 우는걸 단 한번도 상상해본적이 없어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널 사랑해. 제발 내 곁에 있어줘. 라고 말하는 제이크에 브래들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 브래들리가 제이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그리고 절대 듣지 못할거라 생각던 말이기도 했다. 그렇기때문에 안심이되서 웃었었다. 만약 들었다면 죽고싶지 않아 발버둥 칠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 제이크가 자신을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브래들리는 떨리는 팔을 들어올려 제이크를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3.
어느새 자정이 되었고 어디선가 째깍 하는 소리가 났지만 서로를 꼬옥 껴안고 있던 두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4.
브래들리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있었다.







행맨루스터 행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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