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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07:46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인간의 수명은 약 100년.
뱀파이어 스폰인 아스타리온에게는 개미의 수명처럼 찰나의 순간으로 느껴질 시간이었다.
앞으로 찾아올 고독이 두려웠지만 아스타리온은 사랑하는 사람과 최대한 오랫동안 같은 시간 속에서 살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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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0년의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발더스 게이트를 구한 영웅들은 대부분 땅에 묻혔고 그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선술집 바드의 노래를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더지는 놀랍게도 200살 먹은 인간 치곤 무척 건강할 뿐만 아니라 겉은 그 옛날 바닷가에서 만난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억을 뒤져봐도 동료들과 모험했던 나날들을 포함한 지난 200년간 더지가 수명에 관련된 마법이 걸린 유물이나 주문에 손을 댄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바알스폰이었다 해도 인간인 더지가 불로불사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때 아스타리온은 떠올렸다.
운명에 저항한 대가로 목숨을 잃고 차디찬 바알 신전 바닥에서 쓰러져 있던 더지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이가 했던 말을:
"Death will not claim thee whilst I endure
내가 존재하는 한 죽음이 그대의 목숨을 거둘 일은 없을 것이오"

죽음을 익숙한 망토처럼 두른 그자의 정체는 끝까지 알지 못했지만, 동료들 사이에선 아마 제르갈의 초즌이거나 제르갈 본인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렇다면 죽음의 신의 힘을 머금고 다시 태어난 바알의 딸은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깝고도 먼 존재가 됐을 것이다.
'수명 걱정을 해야 하는 건 더지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닐까?' 아스타리온은 생각했다.

아스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