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2510484
view 3153
2023.07.09 07:43



남희신이 강풍면 일 외에 강징을 도와주게 된 일이 있었음. 아직 어린 운몽 수사들이 연화호에서 놀다가 급살맞은 수귀에게 물린 거. 애들은 수영을 잘하니까 어떻게든 도망치고 있었는데 체력은 떨어지고 그런 거. 강징이 수귀 잡는 동안 남희신이 그대로 호수에 들어가서 빨래 낚듯이 수사들 하나하나 건져서 들고 올라옴. 그냥 무력으로 사람 여럿을 둥기둥기 들어다가 물 밖에 놓은 거임. 애들 괜찮다 싶으니까 눈에 핏발 서서 대체 조심들 하지 않고 뭐하는 거냐고 눈물 쏙 빠지게 혼내고 며칠 벌로 더 힘들게 훈련시킬거임
말이 벌이지, 애들 실력 부족해서 물귀신에 잡혀 죽게 둘 순 없으니까 
운몽 사람이 물에서 죽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연화오 기둥이 떨릴 정도로 호통쳤을거임 

젖은 옷 갈아입고 나온 남희신이 강징 그러는 거보면서 조용히 웃었는데 강징 명치가 좀 가려웠겠지 

그날 따라 남희신이 기분이 좋아보였음 
강풍면은 이제 나타나지 않았고 강징도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했을거임
강징은 남희신이 그냥 좀 더 머무르길 바랬음. 왜 그걸 원하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말도 없지만 그냥.. 조금 더 머물렀으면 생각함 
그리고 그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남희신은 당장 떠나겠다는 말 없이 그의 거처로 마련 된 운몽의 조용한 방에서 지낼 뿐이었음 
좋아하는 다기를 사오기도 하고 빈 병풍을 구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음 

거의 열흘 정도 지나고 나서 강징이 무심하게 물어봤음. 그날 수귀에게서 아이들 구한 날, 뭐가 그리 즐거우셨냐고. 
남희신이 가만히 강징 쳐다보다가 다친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었고, 그리 철없이 물에 뛰어들어 물장구 친 기억이 없어서 웃었다고 하는 거지. 남희신은 망기보다야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았을 뿐 역시 고소에서 자란 사람이라 이런 경험은 없었음. 강징이 그 얘기 듣고 가만히 고민하다가 놓을 수 없는 과거가 괴롭하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고 함 
잠시 놀란 듯 쳐다보던 남희신이 강종주 말씀이 맞습니다. 하고 부드럽게 웃겠지 

그렇게 부드럽게 옥골선비처럼 웃어놓고 한다는 짓이 과음이었으면 좋겠다 
내력으로 술 해독하는게 아니라 진짜 퍼마심 예전에 위공자 술마시는 거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강징은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 쳤는데 그럼 다 마시라고 화풍주 있는 거 죄다 가져다줌

남희신은 정말 대취해버렸고, 그 덩치를 옮기면서 강징은 결국 쌍욕을 뱉고야 말았음. 이 취객을 운송할 사람이 본인일 것을 생각했으면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거기다 아무리 사람이 취했다고 해도 고소의 일공자가 흐트러진 모습을 아무에게나 보일 수도 없는 거 아님. 도와준 건 사실이니 어떻게든 부축을 하려는데 팔다리가 너무 길어서 감당이 안됨. 결국 부둥켜 안고 끌고 가다가 충동적으로 그냥 자기 침실에 끌고감. 지금 남희신이 지내는 거처보다 종주 침실이 가까웠고, 강징은 본인이 이제 나이든 어른이라고 생각하니 관절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이 거대한 미남자를 내려놓아야했음 

침상 뺏기고 멍하게 있는데 남희신이 잡아 당기겠지. 자기 품으로 끌어 당기기에, 강징은 반사적으로 저는 택무군이 생각하시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니까 남희신이 풀린 발음으로 강종주 아니십니까? 함. 강징은 당연히 술김에 먼저 보낸 정인을 찾는 줄 알았으니까. 가만히 고민하다가 저번에 남희신이 그랬던 것처럼 강징도 안아줌.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 품이 그리운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넓고 단단한 어깨를 감싸고 다독이다 보니 태산같은 사내가 그대로 조용히 잠드는게 느껴졌음. 
얼마나 고되셨습니까. 강징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 

다음날 남희신은 사상 초유의 숙취를 겪으며 고통스러워했겠지.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겠다 이런 의지는 보이지도 않았음. 골골 앓고 있는 남희신을 위해서 강징은 손수 해장탕을 가져다 주고 묽은 죽을 마시게 하고, 신맛이 나는 과일차를 가져다 주기도 했음. 태어나 처음 앓아보는 술병이 어찌나 고되었는지 남가의 좋은 공자님께서 하루종일 침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고 강징은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했음. 가끔 그리 흐트러지는 것도 좋습니다, 하고 한마디 던졌겠지. 





뭔 아무일이 안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