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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03:03
궁알못주의 오타주의 노잼주의 알오주의

브래들리의 아버지 닉 브래드쇼는 4황자였음. 황제가 되는 황태자와 달리 황위서열에서 멀리 있는 4황자였던 닉은 절친인 무사 피트미첼과 궁밖을 몰래 나가는 등 사고를 치며 자유롭게 살았음. 그러다 황제의 지병으로 북쪽에 온천이 유명한 지역으로 요양을 가게 되었음. 거기서 닉은 캐롤을 만났음. 캐롤은 명망있는 수도의 고위 귀족은 아니라서 황제가 반대했으나 황자지위를 내려놓고 황궁에서 나가살겠다고까지 해서 결국 닉은 황제의 허락을 얻어내었고 캐롤과 혼인할 수 있었음. 참사랑꾼 닉 브래드쇼. 하지만 지방에서 귀족이지만 매우 자유롭게 살던 캐롤이 살얼음판같고 규율과 규칙 투성이인 황궁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음. 때마침 캐롤이 임신을 하게 되었고 우울증까지 얻게 되자 닉은 황제에게 궁밖에서 따로 살게 해달라 요청했음. 황제는 황궁의 도움은 일체 받을 수 없을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가겠다고 해서 수도의 사가로 따로 나와 살게 됨. 때문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브래들리도 황궁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살았음. 그러던 어느날 닉이 어린 아이를 구하다가 사고로 죽게 되었음. 아이는 꼭 브래들리만했기 때문에 그저 두고 볼 수 없었을터였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낭군의 죽음은 급작스러웠고 극복하기 쉬운건 아니었음. 캐롤은 도저히 닉과의 추억기 깃든 수도 사가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음. 하지만 웃음을 잃은 캐롤은 멍하니 있거나 눈물로 밤을 지새웠음. 햇살처럼 밝던 엄마가 빛을 잃고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걸 두고보기 힘들었던 블래들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집안에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음. 그러던 어느날 시장을 홀로 구경하던 브래들리는 어떤 남자와 부딪혔음. 자기가 와서 부딪혀놓고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고 성질을 내는 험상궃은 남자에 브래들리는 그냥 죄송하다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지나갔음. 수도말씨를 쓰는 브래들리를 위아래로 훑어본 남자는 침을 바닥에 뱉으며 지나쳤음. 그리고 좌판에 달콤한 과자들이 있길래 아빠가 과자를 사오면 좋아했던 엄마의 미소가 생각나 브래들리는 주머니를 더듬었음. 그런데 돈을 넣어놓은 복주머니가 없어져있었음. 당황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 때 누군가 브래들리의 어깨를 톡 치며 불렀음



뒤돌아보니 엄마처럼 예쁜 녹안을 가진 허리까지 금발을 늘어트린 여자애가 서있었음. 와 예쁘다. 브래들리는 이렇게 예쁜 애는 태어나서 처음봤음. 저도 모르게 볼이 빨개지는데 저보다 한 뼘은 더 키가 큰 여자애가 키득키득 웃었음. 광대까지 깐달걀처럼 반질하니 정말 예뻤음. 반짝반짝 봄볕같아.

나도 알아.
뭐?
예쁘다며. 나도 안다고.

브래들리는 저도 모르게 생각이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린거였음. 근데 그 말에 여자애는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가 예쁜걸 안다고 얘기하고 있었음. 아무리 곱다고 해도 자고로 겸손이 미덕이거늘 얜 뭐이리 당당하지? 브래들리가 황당해하는데 여자애가 말했음.

근데 너 뭐 잃어버린거 있지?
아! 어.. 너 어떻게 알았어?
너 생긴것만큼 맹하구나.
뭐?

이게 얼굴만 예쁘면 단가? 브래들리는 저보고 맹하다고 비웃던 샐쭉 올라간 입꼬리를 보자 미간이 찌푸려졌음. 그 모습을 보고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채 저를 내려다보는 여자애가 브래들리의 눈 앞에서 돈주머니를 흔들었음.

내 주머니!

브래들리는 손을 쑥 뻗었음. 그런데 여자애가 주머니를 제 머리보다도 높이 들어올렸음. 브래들리는 주머니를 잡기 위해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음. 그런데 그 여자애는 더 높이 까치발을 들면서 브래들리의 손을 피해 요리조리 손을 움직였음. 브래들리는 심통이 났음.

뭐 하는거야!

브래들리의 말에 여자애는 주머니를 제 손안에서 던졌다가 받으면서 말했음.

아까 너랑 부딪힌 그 남자 소매치기였어. 그걸 내가 보고 그 남자한테서 빼앗은거고. 너 말씨 보아하니 수도에서 온 것 같은데. 그렇게 맹하니 주머니 다 열고 다니면 내 돈 다 가져가쇼~하는거지. 그리고 내가 찾아줬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다고. 것도 모르냐? 닭대가리야.
뭐어어?! 다.. 닭대가리???

브래들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음. 예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주둥이. 내가 닭대가리라고?! 뭐 저딴게 다있어? 예쁘긴 개뿔! 울그락불그락 안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 브래들리는 그깟 주머니 그냥 잃어버린셈 쳐야겠다고 생각하며 뒤를 돌았음. 돈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렸지 저렇게 얄밉고 입에 칼을 문 것처럼 사람 속 다 뒤집어놓는 애랑은 엮이고 싶지 않았음. 그런데 그 순간 좌판에 놓인 과자가 눈에 들어왔음. 엄마… 과자를 받고 미소지을 엄마를 생각하자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음. 브래들리는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더니 다시 뒤를 돌았음. 비장하게 결심을 한 브래들리가 여유만만하게 저를 내려다보는 여자애한테 말했음.

그래! 보상한다. 뭐! 얼마면 되는데?

뭐 큰 일이라고 비장한 모습으로 호기롭게 외치는 브래들리를 보며 웃음이 난 여자애는 말했음.

돈은 됐고. 너 이제부터 내 부하해라.

생각도 못한 말이 나오자 금새 얼굴이 풀어진 브래들리가 허파에 바람빠지듯 맥아리없는 목소리로 되물었음.

뭐?
너 내 부하하라고.

황당해하는 브래들리에게 여자애는 한 손을 허리에 얹은채로 말했음.

내일 이 시간까지 이 점포 앞으로 나와. 너 이름이 뭐야.
브래들리 브ㄹ-

너무 당당하게 명령아닌 명령을 내려서 브래들리는 저도 모르게 풀네임을 말할 뻔 했는데 다행히 여자애가 말을 끊으며 말했음.

아 됐고. 닭대가리니까 넌 이제부터 루스터야. 알았지?
내가 왜!

발끈한 루스터가 노려보며 꽥 소리를 질렀음. 여자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말했음.

쓰읍! 어디 소매치기한테서 돈주머니 찾아준 은인한테 은혜를 모르고!
이씨..
내일 이 점포 앞으로 나와. 알았어? 안 나오면 뒤진다.
.. 알았어.

주먹을 제 코 앞에서 흔들거리는 여자애를 브래들리는 노려봤음. 결국 돈주머니를 받아서 과자를 샀지만 분이 풀리질 않았음. 천사같이 생겨서 하는 꼬락서니는 영락없이 악마같잖아?! 내일 나가나봐라 흥! 씩씩거리며 과자를 품에 안고 들어오는데 브래들리가 들어오자 캐롤이 버선발로 뛰어오며 브래들리를 와락 껴안았음.

브래들리! 말도없이 어디 갔던거니. 걱정했잖아

엄마 캐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브래들리도 잃을까 몹시 불안해했음. 그래서 브래들리는 오래 외출을 하지 못했음. 엄마에게 말 안 하고 나온 것이 미안해진 브래들리는 품안에서 꿀섞은 달콤한 과자가 든 종이봉투를 꺼내어 엄마에게 내밀었음. 캐롤은 브래들리가 내민 과자를 보더니 눈시울을 붉혔음. 엄마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눈물을 흘리자 브래들리는 울적해졌음. 엄마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죄송해요.. 아빠한테 과자받고 기뻐하시길래 엄마가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브래들리의 말에 캐롤은 브래들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음.

고맙다.. 엄마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는거야. 아빠가 준 것만큼 엄마는 너무 기쁜데?

엄마의 미소를 보자 브래들리는 기분이 좋아졌음. 역시 그 재수없는 여자애한테 루스터 소릴 들었지만 엄마의 미소값이라 생각하면 가치있는 대가였음. 그 날 브래들리는 엄마와 함께 과자를 먹으며 오래간만에 재잘재잘 얘기를 나누고 웃음소리가 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음. 절대 안 나가야지!했지만 그 여자애가 아니었으면 과자를 못 사고 그냥 잃어버렸을테고 그럼 엄마와의 즐거운 저녁도 없었을테니 싫지만 내일 나가서 고맙다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브래들리는 잠이 들었음. 얼굴처럼 쪼끔만 예쁘게 말하면 좋을텐데하고 중얼거리면서.




제이크는 모처럼 기분이 좋아 폴짝폴짝 뛰면서 골목을 춤추듯 걸어갔음. 제이크는 긴 머리와 여자옷을 입어서 그렇지 사실 남자애였음. 제이크가 여자처럼 꾸미는 데는 엄마에 의해서였음. 제이크는 수도의 유명한 명문가인 세러신의 사생아였음. 제이크의 어머니는 평민이었고 지금의 세러신의 가주가 입신양명하기 전 잠깐의 유희에 의해 생긴 결실이었음. 하지만 평민에 보잘 것 없었던 제이크의 엄마는 정실부인이 될 수 없었음. 그래서 홀로 제이크를 키우고 있었는데 제이크는 남자오메가였음. 양인 남자와 음인 여자의 이치를 거스르는 존재라고 해서 남자오메가는 차별과 멸시를 받았음. 수도쪽은 인식이 좋아져 차별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북쪽의 지방 촌구석은 여전히 멸시하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음. 그래서 제이크의 어머니는 제이크를 제이라 부르며 여자애처럼 머리장식을 하고 옷을 입혀서 딸처럼 키웠음. 그래도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르다는걸 제이크도 알고 있었고 제이크는 좁은 마을에서 친구를 사귈 수 없었음. 남자애들이랑 같이 놀려고 다가가면 여자애라고 안 놀아주고 여자애들은 남자라고 안 놀아줬음. 그리고 아이들은 순수악이라 제이크를 따돌리고 놀려댔음. 사실 누가 봐도 빼어난 미모로 예쁘장해서 남자애들은 퉁퉁대지만 제이크를 좋아해서 부끄러워하며 머리를 당기고 도망친다거나 괜히 무언가를 던져서 맞춘다거나 하는 등 괴롭혔음. 여자애들은 뭘 해도 예쁘고 뭐든 잘 하는 제이크를 시기했음. 그냥 제 외모만 가지고 놀리거나 따돌리는건 제이크도 상관 없었음. 유치해서 같잖았음. 그치만 엄마를 들먹이며 아빠 없다고 놀리는 애들은 여자애건 남자애건 가만 두질 않았음. 엄마가 폭력은 안된다고 그래서 말로 조져놓다보니 예쁘지만 입이 험해진 제이크였음. 그래서 제이크는 늘 혼자였음. 아직 그래봤자 열 몇 살인 어린애라 늘 혼자놀다보면 외롭긴 했기에 친구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남몰래 물 떠놓고 기도한 제이크였음. 그랬는데 어느날 마을에 수도말을 하며 돌아다니는 순한 인상의 남자애가 보이기 시작했음. 제이크는 남몰래 그 애를 쫓아다녔음. 그 애는 여기 애들과 다르게 점잖고 예의바르고 또 귀여웠음. 쟤는 내가 남자오메가인거 모르니까 날 피하지 않겠지? 제이크는 마침 소매치기를 당한 남자애의 복주머니를 찾아주는걸로 얘랑 친해져야겠다 생각했음. 가까이서 눈이 마주치고 보니까 훨씬 귀여웠음. 쳐진 순한 눈망울로 예쁘다고 중얼거리는데 제이크는 괜히 부끄러워서 툭 말이 튀어나갔음. 잘해주려고 그랬는데 습관이 된 주둥이가 나불나불 안 예쁜 말들을 했음. 이번에도 글렀다 싶었는데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았음. 저녁을 먹으면서 히죽 웃는 제이크를 보고 엄마가 무슨 좋은일 있냐고 물어왔음.

잘하면 친구가 생길 것 같아요.

제이크의 말에 엄마 캐서린은 순간 제 아이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음.

잘됐다. 내일도 만나기로 했니?
네!
그럼 잘 보여야 하니까 내일은 예쁘게 엄마가 머리 빗겨줄게. 제발 아무렇게나 산발하고 돌아다니지 말구. 응?
좋아요! 내일은 머리 예쁘게 해주세요.

제이크는 내일 브래들리 루스터가 꼭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음. 다음날 아침 새벽부터 일어난 제이크는 아침부터 닭장에 먹이를 주고 물을 길러오는 집안일들을 한 뒤 머리를 감았음. 엄마가 머리를 빗겨서 땋아주는 동안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렸음. 옷도 제일 좋아하는 옷으로 입은 제이크는 후다닥 시장으로 뛰어갔음. 어제 얘기한 시간보다 두 시간도 더 일찍 나온 제이크는 발장난을 하면서 루스터를 기다렸음. 꼭 나오면 좋겠다. 근데 안 나오면 어떡하지? 오만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 쳤음. 깜짝 놀라며 돌아본 곳에는 브래들리가 서있었음. 제이크는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가지런한 흰 치아가 다 보이게 활짝 웃었음.

왔어?

브래들리의 두 뺨이 장미빛으로 살짝 물들었음. 오늘 여자애는 어제보다 훨씬 더 예뻤음. 반짝이는 금발을 자연스럽게 늘어트린 것도 예뻤지만 땋아서 리본을 한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음. 예쁘긴 진짜 예쁘다. 브래들리는 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손을 들었음.

안녕.

제이크는 덥썩 브래들리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며 말했음.

안녕!

잡힌 손이 어색해 브래들리가 눈을 굴리다가 계속 손을 흔들고 있는 제이크에게 말했음.

저기.. 그 어제는 고마웠어. 내 주머니 찾아줘서. 어제는 내가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못했어. 정말 고마워.

얘 진짜 착하다. 맘에 들어! 제이크는 제게 잡힌 손을 기분나빠하지도 않고 제 안 예쁜 말투에도 불구하고 고마웠다고 말하는 브래들리가 좋았음. 마을 애들이랑은 다르다. 얘랑 진짜 친구하고 싶다. 얘 하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이크가 브래들리의 손에 깍지를 꼈음. 손가락이 얽히자 놀란눈을 한 브래들리의 순한 갈색 눈동자가 제이크는 좋았음. 반응이 재밌으니까 골려주고도 싶었고.

루스터, 가자!
이씨, 나 루스터 아니라니까!

볼 붉힐 땐 언제고 또 빽 성질을 내는게 재밌어 제이크는 꺄르르 웃으며 브래들리의 손을 잡고 뛰어갔음.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음. 제이크는 브래들리가 자신을 마을 애들처럼 피할까봐 오메가인 걸 말하지 않고 여자애로 오해하게끔 내버려 뒀음. 그래서 이름도 남자이름인 제이크가 아니라 그냥 제이라고만 알려줬음. 브래들리는 제이크를 제이라고 부르고 제이크는 브래들리를 루스터 또는 루라고 불렀음. 정 붙히기 힘든 마을에서 둘은 친구가 되어 마을을 누비고 다녔음. 아침먹고 나와서 저녁먹기 전까지 만나는게 둘의 삼년간의 루틴이었음. 캐롤도 캐서린도 브래들리와 제이크에게 좋은 친구가 생겨서 안심했음.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처음에는 제이크가 브래들리보다 컸는데 이제는 둘의 키가 똑같아졌음. 그래도 앳된 얼굴은 그대로라 제이크가 넌 얼굴은 고대론데 몸만 커져서 웃기다고 놀려댔었음. 제이크가 놀리고 브래들리가 적당히 짜증내는 일상이었음. 어느날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 둘은 마을이 바다와는 멀기에 계곡에 놀러가기로 했음. 그런데 평소에 가던 계곡은 가물어서 겨우 종아리 중앙정도밖에 물이 차지 않았음.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놀만한 깊은 계곡물이 있었음.

야, 제이 그냥 발만 축이고 가자.
발만 담글라고 땀 흘리면서 산을 오르냐? 등산하러 왔어? 어? 시원한 물에 이 몸을 팍 담궈야지!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가. 어후 더럽게 더워.

제이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위로 끄러모으고 옷깃을 펄럭거렸음. 흰 목덜미가 드러나며 땀으로 젖어 번들거렸음. 제이크가 옷을 펄럭일 때마다 희미하게 복숭아의 달큰한 향이 나는 것 같았음. 브래들리는 얼른 고개를 돌렸음. 또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입이 바짝 말랐음. 요즘들어서 전이랑은 다르게 제이가 어색했음. 웃으면 심장께가 뻐근하고 자꾸 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더웠음. 원래도 예쁜거야 질리게도 봐서 알고 있었지만 지겹지도 않은지 제이는 속눈썹 하나까지 더 고와졌음. 마냥 보통 여자들처럼 마르고 낭창한 게 아니라 그냥 보면 남자같기도 하고 그래서 묘한 느낌이 있었음. 하늘의 선녀가 딱 저런 모습일까 싶게 사람 혼을 쏙 빼놓는게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쟤가 이상한 것 같았음. 그리고 요즘 제이에게 말걸고 싶어서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남자애들이 한 둘이 아니었음. 제이는 관심도 없어서 모르겠지만 브래들리는 찐득한 시선으로 제이를 훔쳐보는 날파리같은 것들이 아주 거슬렸음. 그러다 노려보는 브래들리와 눈이 마주치면 못 본척 눈을 굴렸지만 브래들리는 다 알고 있었음. 그럼 괜히 브래들리는 제이의 팔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가곤 했음. 브래들리는 괜히 딴 곳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음.

너는 여자애가 덥다고 아무렇게나 목덜미 드러내고 진짜. 그렇게 칠칠 맞아서 어떡할래?
아 뭐 어때. 여기 너랑 나 둘 뿐인데.

제이크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바지를 주섬주섬 허벅지까지 걷어올렸음. 브래들리는 야!하고 제이크한테 외쳤고 제이크는 뭐!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음.

루스터, 쓸데없는 말로 시간끌지 말고 빨랑빨랑 따라와. 부하가 어째 갈수록 반항한다 너?

그놈의 부하타령. 처음 만나서부터 몇 년이 지난 여즉까지 제이크는 복주머니 사건을 들먹였음. 그럼 브래들리는 다 알면서도 그냥 제이크한테 져주곤 했음. 그게 둘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었음. 그리고 같이 지내다보니 안건데 심지어 브래들리가 네 살이나 위였음. 동생도 없이 외동인지라 브래들리는 제이크를 여동생이라 생각하며 말도 안되는 걸로 생떼를 부릴 때는 져주곤 했음. 지금도 그래서 브래들리는 말없이 제이크의 짐들을 들고 앞서가는 제이크의 뒤를 따랐음. 저거저거 저래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아무도 안 데려가면… 내가 데리고 살까? 저 지랄맞은 성격 받아주는 남자 없을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의 뒤를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목표했던 계곡에 도착했음. 제이크는 만세하고 두 손을 들었음. 어지간히도 더웠는지 신발을 후다닥 벗어던지고 바위에 앉아 발부터 담근 제이크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음.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이 둥덩 떠다니고 있었음. 아 좋다… 이런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면 좋겠다.
제이크는 브래들리를 만나고 줄곳 행복했음. 맨날 싸웠지만 착한 브래들리가 제게 대게 맞춰줬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억지스러울 때 모른척 집까지 찾아가면 브래들리는 또 모른척 저와 어울려주곤 했음. 그리고 요즘들어 브래들리는 키도 저와 비슷해지고 어깨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음. 얼굴은 여전히 순하고 앳되고 귀엽지만 한 번씩 귀찮게 들러붙는 놈팽이들을 떼어내고 제 손을 잡고 자리를 피해줄 때면 앞서가는 등이 두 배는 더 커 보였음. 오늘만 해도 이 더위에 얌전히 제 짐까지 들고 산을 오른 브래들리였음. 여자애가 칠칠맞게 뭐하냐고 요즘 잔소리가 늘었지만 전과 다르게 예쁘다는 말도 안 해주고 얼굴도 안 붉혀서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서운해서 괜히 당혹스럽게 만들고 싶은 짓궃은 마음에 그런거였음. 요즘 제이크는 제가 남자오메가인걸 더 많이 느끼고 있었음. 어릴 땐 영락없이 그냥 여자애같았는데 요즘은 하도 브래들리랑 뛰어다녀서 그런가 근육도 늘고 그냥 보면 남자애같기도 한 것이 브래들리가 저를 어떻게 볼까 남자오메가인걸 눈치챌까 불안했음. 속았다고 날 피하면 어떡하지? 그 생각만 하면 울컥 눈가가 뜨거워졌음. 브래들리는 닭대가리 둔팅이라 모르지만 브래들리를 좋아하는 마을 여자애들도 꽤 많았음. 제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쉽게 다가오지는 못하고 고백할라치면 미리 조져놔서 고백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음. 아무튼 제이크도 여러모로 심란한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브래들리는 덥기는 더웠는지 상의를 탈의하고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있었음. 나보고는 목덜미가지고도 뭐라하면서 저는 내가 여잔줄 알면서 상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탈의해? 자신이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제이크는 심술이 났음. 살금살금 몸을 일으킨 제이크는 브래들리의 등뒤로 몰래 다가갔음. 브래들리를 놀래켜서 물에 빠트릴 심산으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간 제이크가 워!하고 브래들리를 놀래키려 손을 뻗는 순간 뒤를 돈 브래들리에게 손목이 잡혔음. 놀란 제이크가 중심을 잃고 브래들리쪽으로 기울었고 브래들리가 크게 휘청거렸음.

어어…?!
으악!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브래들리와 제이크는 계곡물에 빠져버렸음.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물속에서 둘이 누구 하나 먼저 할 것 없이 일어나며 입으로 코로 들어간 물을 토해냈음.

콜록콜록 야이씨! 루스터 이 미친놈아!
너 씨 콜록 일부러 나 민거지? 어?콜록

서로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 둘이 씨근덕 거리며 서로를 노려봤음. 성질이 잔뜩 난 제이크가 브래들리에게 계곡물을 손으로 쳐서 뿌렸음.

너 때문에 물 다 먹었잖아!

얼굴에 물을 정면으로 맞은 브래들리가 어푸 손으로 얼굴을 쓸더니 역시나 성질이 잔뜩 나 계곡물을 손으로 쳐 제이크에게 뿌렸음.

어~ 해보자 이거지?

둘은 기왕 물에 빠진김에 서로에게 마구잡이로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음. 한참을 그러다가 누구 하나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새 물에 빠진 생쥐꼴인 서로를 비웃으며 깔깔대며 웃고 있었음. 웃다가 눈이 마주친 둘은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서로의 몸이 눈에 들어왔음. 맴맴맴매-하는 매미소리와 바위위로 쏟아져내리는 계곡 물소리만이 둘 사이를 메우고 있었음. 갑자기 어색해진 둘은 서로 눈을 피할수도 없어 그대로 얼어버렸음.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서로만을 쳐다보는데 둘은 자신의 심장소리가 서로에게 들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음. 뚝뚝 볼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서로의 쇄골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게 아주 느리게 느껴졌음. 쾅쾅 울리는 심장이 이러다가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잘게 손끝이 떨렸음.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고 싶어 손가락이 저릿했음. 참지 못하고 손이 제이크의 얼굴로 다가가 손끝이 볼에 닿고 제이크가 살짝 어깨를 움츠린 그 순간 마른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음. 계곡물이 비에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에 둘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물밖으로 나와 옷가지를 챙겨서 높은곳으로 자리를 옮겼음.

비 금방 그칠까?
소나기 같긴 한데…

둘은 큰 나무 아래 어깨가 닿을 듯 가까이 서서 하늘을 쳐다봤음. 아무래도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이 심상치 않아 둘은 하산하기로 했음. 그런데 어느새 물이 불어 둘이 건넜던 길이 물로 사라져 있었음. 다른 곳으로 돌아서 가야할 것 같았음. 혀를 찬 제이크가 다른길로 가자고 말하려뎐 순간 브래들리가 악!하고 주저앉았음. 놀란 제이크가 가까이 가니 브래들리가 뱀에 발목을 물려 주저앉아 있었음.

브래들리!

뱀은 그 사이에 도망가고 없었음. 독이 있는 뱀 같았음. 이대로 브래들리는 걸을 수 없었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있었음. 제이크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음. 제이크는 제 옷의 밑단을 이로 물어 찢어서 브래들리의 다리를 묶었음.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입을 브래들리의 발목으로 가져갔음. 브래들리가 말릴 새도 없었음. 제이크의 입술이 닿을 때 브래들리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솜털이 다 쭈뼛 서는 걸 느꼈음. 독 때문인지 열이 순식간에 오르고 심장이 뛰었음. 제이크는 입으로 독을 빨아 피를 뱉어냈음. 한참을 그렇게 독을 빼낸 제이크가 입가에 검붉은 피를 뭍인채 말했음.

일단 비를 피해야해. 이대로는 너도 나도 체온이 낮아져서 위험해져. 걸을 수 있겠어?

고개를 끄덕인 브래들리를 보고 제이크는 브래들리를 안심시키듯 웃었음. 이 와중에 그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브래들리는 손마디가 하얘지게 주먹을 꽉 쥐었음. 제이크는 브래들리의 팔을 제 어깨에 두르고 브래들리를 부축해 걸음을 옮겼음. 다행히 근처에 간신히 둘이 들어갈만한 작은 동굴이 있어 둘은 그 동굴로 몸을 피했음. 제이크는 제 옷가지를 바닥에 깔고 브래들리를 비스듬히 기대게 했음. 그리고 동굴밖을 나가서 어디서 찾았는지 아직 마른 가지뭉치와 웬 약초를 뜯어왔음. 그리고는 제 짐 속에 있던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음.

성냥은 왜 챙겼어.
원래 노을 보면서 폭죽놀이도 하려고 그래서. 너 저번에 축제 때 고뿔걸려서 못 봤잖아.

하여튼 이상한 녀석. 브래들리는 짜증나게 굴다가도 사랑스럽고 철없는 것 같다가도 진중한 알다가도 모를 제 친구를 지긋이 쳐다봤음. 제이크는 불을 붙여 점점 열이 오르고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브래들리가 춥지 않게 한 뒤 약초를 입으로 씹어 짓이겼음. 그리고 그 약초를 브래들리의 상처위에 올리고 너덜거리는 제 옷을 더 찢어 브래들리의 발목에 꽉 묶었음. 젖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제이크의 광대에 들러붙어있었음. 불빛에 아롱거리는 제이크의 얼굴을 보던 브래들리가 오한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음.

어른을.. 불러오는게 낫지 않을까?

브래들리의 말에 제이크가 고개를 가로저었음.

벌써 물이 불어서 섣불리 움직이기 그래. 뱀이 많이 돌아다니고 아까 맷돼지도 지나가더라. 나까지 다치면 우리 둘 다 오늘 진짜 죽어.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밤 새고 내일 비 그치고 날 밝으면 내가 어른들 모시고 올게.

제이크의 말에 브래들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음. 제이크는 걱정스런 눈으로 브래들리를 보다가 속의 얇은 옷만 남기고 웃옷을 벗어 브래들리 위에 덮었음.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개구리 풀벌레 소리가 가득 울려퍼지고 울창한 숲은 금새 어둠이 내려앉았음.
색색 옅은 숨을 내쉬는 브래들리는 해가 완전히 지자 열이 더욱 오르기 시작했음. 심상치 않게 오르는 열에 제이크는 젖은 옷으로 브래들리를 닦아주기 시작했음.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지? 내려가자는걸 내가 괜히 고집부려서.. 입술을 하도 씹어대서 피가 나고 있었는데 의식도 못하고 제이크는 안절부절 못하며 브래들리의 열을 내리기 위해 몸을 닦아냈음. 제가 만지면서도 뜨거운 브래들리의 체온에 덜컥 겁이 난 제이크의 볼에 결국 방울진 눈물이 흘러내렸음. 눈을 감고 신음하던 브래들리가 훌쩍이는 소리에 힘겹게 눈커풀을 들어올렸음. 핑핑 시야가 도는 와중에 만두처럼 일그러진 얼굴의 제이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젖은 옷의 물을 짜내고 있는게 보였음. 브래들리는 그러면 안되는데 이와중에도 제이크가 귀여워서 놀리고 싶어졌음.

너.. 우니까 되게.. 못생겼다.

브래들리의 말에 제이크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매서워졌음.

이 화상아. 넌 이 와중에도 그런 말이 하고 싶냐? 어? 기껏 목숨 구해놨더니 은혜도 모르고.

제이크의 말에 브래들리는 웃다가 기침을 했음. 폐를 모두 쥐어 짜는 것처럼 폐부에서부터 열이 올라 괴로운 브래들리가 끙 앓는 소리를 내었음. 열감으로 절로 눈에서 눈물이 흘러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렸음. 그 모습에 제이크가 얼른 젖은천으로 브래들리의 얼굴을 닦아줬음. 손끝이 파들파들 떨리는게 다 느껴졌음. 브래들리는 그런 제이크의 손을 덥썩 붙잡았음. 제이크는 소스라치게 놀랐음. 브래들리는 내장이 다 녹는 것 같은 열감에 고통스럽게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했음.

제이.. 딱 한 번,만 말할거니까.. 잘,들어

너무 아파서 목이 거의 가버린 브래들리의 목소리에 제이크는 브래들리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았음.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광대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음.

좋아해.

제이크는 숨이 멎을 듯 놀라 눈을 부릅떴음.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볼의 눈물을 뜨겁고 떨리는 손으로 쓸어내렸음.

..예쁘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브래들리는 쓰러져 정신을 잃었음. 제이크는 브래들리를 흔들며 일어나보라고 했음. 하지만 브래들리는 그대로 눈을 뜨지 않았음. 엉엉 울면서 제이크는 누가 좀 도와달라고 숲속에 대고 외쳤음. 브래들리가 죽을까봐 너무 무서웠음. 브래들리는 비겁했음. 이렇게 자기만 말하면 다인가? 나는 내 비밀도 본명도 아직 알려주지 못했는데. 브래들리는 의식을 잃은 브래들리에게 제 비밀을 고백했음.

나도 너 좋아해. 계속 좋아했어. 내 이름은 원래 제이크 세러신이야. 난 남자오메가야. 사생아에 남자오메가인 내가 그래도 괜찮다고 예쁘다고 말해줘. 좋다고 말해줘.

흐느껴 울다가 제이크는 브래들리를 붙든채로 지쳐 잠이 들었음. 새벽녘이 되어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와중에 제이크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음. 브래들리가 제 옷을 벗기고 있었음.

루스..터?

놀란 제이크가 이름을 부르는데 마주친 눈의 브래들리는 초점이 없었고 동공이 과하게 확장되어 있었음. 여전히 데일 듯이 뜨거운 루스터는 의식이 없는 듯 허공을 보고 있었음. 제이크는 조심스럽게 브래들리의 팔을 붙잡았음.

브래들리..

브래들리는 그 순간 제이크의 손을 잡고 손목에 코를 뭍었음. 낯선 브래들리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데 브래들리가 꿈결을 걷는 듯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음.

복숭아…

그리고 그걸 시작으로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목덜미에 코를 뭍었음. 그리고 이로 물고 빨면서 제이크를 먹을 듯이 헐떡거렸음. 제이크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 얼어있었음. 눈을 굴려 제 몸을 탐욕하는 낯선 브래들리를 떨면서 내려다보는데 배꼽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자 제이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브래들리의 어깨를 붙들었음.

안돼!

브래들리는 초점이 나간 얼굴로 씩 웃었음. 평소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브래들리의 송곳니가 제이크의 눈에 들어와 박혔음. 평소의 다정하고 귀엽던 그 미소가 아닌 맛있는 먹이를 찾은 굶주린 맹수의 환희같았음. 순식간에 하의가 벗겨지고 제이크의 나신이 드러났음. 제이크는 허벅지 안 쪽이 사시나무 떨리듯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걸 느꼈음.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다리를 힘으로 벌렸음.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순식간에 제이크의 다리가 벌어지고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다리사이에 자리한 여린 살안으로 긴 손가락을 집어넣었음. 제이크는 헉 숨을 들이키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음.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이 귓바퀴에 고이고 있었음. 브래들리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쓰면서 중얼거렸음.

빡빡해..

역시나 제정신에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음. 제이크의 구멍에서 손을 빼낸 브래들리는 뻐근한 목을 한 번 돌리더니 제이크를 내려다보며 혀로 입술을 햝았음. 브래들리의 확장되었던 동공이 순간 말도 안되게 좁아지더니 폭팔하듯 바다의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제이크의 몸에 쏟아지듯 퍼져나갔음. 제이크는 피부가 따끔거리고 아랫배가 뻐근해지더니 심장이 뛰고 발끝이 저릿해짐을 느꼈음. 그리고 다리 사이로 뱃속에서부터 끈적한 액이 쏟아져 나오는 걸 느끼면서 그제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기 시작했음. 루스터, 브래들리가 알파였고 인생 처음으로 러트가 터진거였음. 오메가인 제이크는 알고 있었음. 알파의 러트와 오메가의 히트가 어떠한것인지. 물론 지식으로 책으로 배워 아는 것이지 제이크도 아직 첫 히트도 오지 않은 상태였음. 왜 브래들리가 이렇게 갑자기 러트가 터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뱀의 독에 의해 기절할 정도로 몸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 러트에 영향을 준 것 같았음. 어찌됐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브래들리는 자의로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음. 좁아졌다 늘어났다 제 멋대로인 동공이, 토할 정도로 퍼부어대는 페로몬이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었음. 그에 의해서 억지로 흥분된 미숙한 제이크의 몸이 의지와 다르게 브래들리가 간지럽고 뜨거운 이 내부로 들어와줬으면 원한다는 것이었음. 고통스러울 정도로 움찔거리는 아랫근육에 의해 제이크는 소리내어 엉엉 울어버렸음. 제 목소리는 제가 듣기에도 징그러울 정도로 색스럽게 신음을 내며 흐느끼고 있었음. 애액이 넘쳐흐르는 제이크의 구멍에 브래들리는 제 단단하고 큰 기둥을 밀어넣었음. 본능에 의해 한 번에 꿰뚫듯 박아넣은 브래들리에 제이크는 헉 숨을 들이키며 몸을 비틀었음. 브래들리는 제이크의 손목을 붙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음. 으, 아, 하아하는 제이크의 새된 신음소리와 브래들리의 숨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울려퍼졌음. 괴로울 정도로 브래들리는 페로몬을 쏟아부었고 제이크는 강제로 흥분되어 절정에 이르르며 교성을 내질렀음. 몸은 착실히 오르가즘을 느끼는 와중에도 정신은 멀쩡해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음. 머리로는 안된다 외쳤지만 입에서는 좋아, 더, 더!를 외치고 있었음. 브래들리와의 입맞춤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음.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워 다리가 베베 꼬였는데 제정신도 아닌 브래들리에 의해 제 의지도 아닌, 브래들리의 의지도 아닌 상태에서 이렇게 맞닿고 연결되고 싶진 않았음. 제이크는 제 목소리가 듣기 싫어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음. 혀를 깨물고 얼른 이 모든 것들이 끝나기를 인내했음. 그리고 계속해서 되뇌었음.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브래들리가 정신을 잃기 전 자신을 어떤 눈빛으로 봤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를 떠올렸음. 좋아해, 예쁘다. 제이크는 그 말을 되뇌었음.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좋아해 예쁘다.. 제이크는 까무룩 기절했고 정신을 차리면 브래들리의 아래에서 흔들리고 있었음. 아래가 쓰리고 아프고 허벅지가 계속해서 떨려왔음. 그러면 멍하니 눈물이 말라붙은 얼굴을 가리면서 제이크는 다시 중얼거렸음.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좋아해 예쁘다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좋아해 예쁘다 이건 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좋아해 예쁘다

더이상 나올 게 없이 둘 모두 쥐어짜질 때까지 계속 된 고문수준의 성교는 동이 트고 새가 지저귀고 햇살이 둘을 비춰 온 세상을 밝히고 나서야 끝이 났음. 열이 내리고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브래들리를 바로 눕히고 온 몸이 떨리는 와중에 제이크는 브래들리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은 뒤 옷을 입혔음. 그리고 기다시피 몸을 끌며 제이크는 제 옷을 입었음. 다리 사이로 브래들리의 정액이 흘러내려 허벅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헛구역질이 나왔음. 제이크는 떨리는 몸을 이끌고 동굴을 나와 걸었음. 질질 끌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계곡에 간 제이크는 제 몸을 박박 물로 씻어냈음. 턱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이를 앙문 제이크는 몸을 깨끗히 씻고 쓰라린 아래도 씻어낸 뒤 나무를 붙들어가며 마을로 내려갔음. 브래들리의 집으로 가까스로 도착한 제이크는 문을 두드렸음. 캐롤이 나오고 제이크와 마주한 순간 제이크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캐롤에게 말한 뒤 정신을 잃었음.

아줌마, 브래들리가 숲에 동굴에, 산중턱 두번째 계곡 위에. 아파요. 아파요. 브래들리 잘못이 아니예요 브래들리 잘못이 아니예요.




브래들리는 누군가 제 머리를 쓰다듬는걸 느끼며 눈을 떴음. 그 순간 바닥이 흔들거리며 히히힝 말소리가 들려왔음. 브래들리는 번쩍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음.

제이!

그러자 제 가슴에 손을 얹으며 토닥이는 엄마가 보였음.

엄마..?
브래들리, 괜찮다. 더 자렴.

캐롤의 말에 브래들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음. 넓지만 지금 브래들리는 마차에 있었음. 화려하고 넓은 마차 내부 침실에.

엄마 여기가 어디예요? 제이는요? 계곡에 놀러갔는데 제가 뱀에 물리는 바람에..! 제이는! 제이는 무사해요?

허둥지둥 물어오는 브래들리의 말에 캐롤은 복잡한 얼굴로 브래들리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음.

브래들리..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리는 지금 황궁으로 가고 있단다. 수도 성문을 통과했으니 곧 도착할거야. 도착하면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거야. 넌 황태자가 되어 장차 이 나라의 황제가 될거란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말에 브래들리는 제 옆의 창문을 열어젖혔음. 말을 탄 장군이 바로 옆을 호위하고 있었음.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엎드려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고 끝이 안 보이는 기마병들이 마차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음. 브래들리는 모든게 혼란스러워 숨이 가빠졌음. 말도안돼. 눈을 꾹 감는데 드문드문 제이의 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음. 괴로울 정도로 환희에 찬 신음소리까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오고 헛구역질이 나왔음. 왜 이건 뭐야 도대체 뭔데? 브래들리는 캐롤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치듯 물었음.

제이는! 제이는 어딨냐구요!

캐롤은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음.

제이는… 죽었어.

입을 틀어막은 브래들리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걸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토를 했음. 그리고 바닥을 짚은채 혼절해버렸음.

브래들리!

캐롤의 새된 목소리가 아득히 멀어지고 시야가 점멸했음. 누군가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말했음.

네 잘못이 아니야 브래들리.

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한 제이의 목소리였음.




루스터행맨
궁중물인데 아직 궁중 들어가지도 않았네;;
2023.05.27 03:15
ㅇㅇ
모바일
대작..대작의 시작이다
[Code: dffb]
2023.05.27 03:26
ㅇㅇ
모바일
허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제이 두고 어디가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021]
2023.05.27 04:07
ㅇㅇ
모바일
1이 있다니!!!!!! 아니 둘이 어떻게 되는거야!! 제이크한테 무슨일새긴 거고 루스터 어쩌다가 황궁 들어가고... 흥미진진!!!!
[Code: e2be]
2023.05.27 04:56
ㅇㅇ
모바일
제이크한테 하나 있던 친구가 가버렸어ㅠㅠㅠㅠ진짜 죽은건 아닐텐데 어떻게 된걸까ㅠㅠㅠ 제이크가 브래들리 잘못 아니라고 되내이는 거 너무 안쓰럽고..꼴리고...ㅎ 그리고 친구 생겨서 놀러간다고 머리 빗고 꾸미는 제이크 존나 귀여워ㅠ 이렇게 행복했었는데 뭔일이냐ㅠㅠㅠ
[Code: d7f5]
2023.05.27 0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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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ㅠㅠㅠㅠ제이랑 브래들리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하게 지내는 것 좋았는데 타이밍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ㅠㅠㅠ브래들리는 인생 첫 러트를 제이랑 겪어서 그나마 다행...일까? 너무 갑작스레 헤어지고 제이가 죽었다고 들어서 여간 충격이 아닐 것 같은데 황태자라니ㅠㅠㅠㅠㅠ하...너무 재밌어요 센세...
[Code: 10d1]
2023.05.27 08: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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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의 잘못이 아니야 좋아해 예쁘다 <- 계속 반복하는 거ㅠㅠㅠㅠㅠㅠ 하룻밤 새에 많은 게 바꼈다ㅠㅠ 제이크는 못한 말도 아직 많은데 애기들 헤어졌어ㅠㅠㅠㅠ
[Code: 906f]
2023.05.27 1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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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센세..... 대서사시의 현장에서 1 보고 울고있어요 너무재밌다...나 여기 누워요
[Code: c428]
2023.05.27 10: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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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ㅜㅜ아침부터 울고 있어요ㅜㅜㅜ1이라는 숫자 너무 감사해요ㅜㅜㅜㅜㅜ궁 들어가기 전부터 벌써 마라맛이야ㅜㅜ
[Code: 4be6]
2023.05.27 12:22
ㅇㅇ
모바일
제이크는 루스터가 인사도 없이 떠나서 상처받는거 아닐까ㅠㅠㅠㅠㅠㅠㅠ
[Code: 2a76]
2023.05.27 15:04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에서 센세와 함께📸
[Code: def0]
2023.05.28 10:06
ㅇㅇ
모바일
제이크가 원한 거야 아니면 어른들의 사정 때문인거야 ㅠㅠㅠㅠ 어쨌든 루스터 상처크게 받은 거 같아서 마음 아프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577c]
2023.05.28 1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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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 맛 있 다
[Code: d883]
2023.06.23 07:16
ㅇㅇ
모바일
뭐야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 뭐야?... 진짜 대작이다 제이크 브래들리 잘못 아니라고 고백 받았던 순간 브래들리 말 계속 생각하는 거ㅠㅠㅠㅠ
[Code: d0ae]
2023.07.19 1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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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하러 왔습니다......
[Code: 3e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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