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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23:33
다둥이 낳는거




불꽃남자 정대만 농구로 모든걸 불태우고 좀 일찍 은퇴했는데, 은퇴하고 나니까 이번엔 농구때문에 억눌렀던 오메가 본능이 불타오름. 남은 평생 혼자 살긴 너무 외로울것 같고, 결혼은 좀 성가심. 그냥 자기 닮은 예쁜 딸 하나 낳아서 둘이 알콩달콩 살면 딱 좋을것 같음.

그래서 곰곰히 생각함. 정자 기증은 모르는 사람이라 싫고, 결혼하거나 각인한 알파들은 안될거고. 멍청해도 안돼고, 나보다 체력 약한 놈들은 당연히 탈락임. 내 애한테 물려줄 유전자인데, 당연히 우수해야함. 아는 사람들 이렇게 저렇게 월드컵해서 남은게 양호열임. 한때 섹파였고 속궁합도 잘 맞았으니 여러모로 얘가 딱임.

그래서 양호열 불러다가 나 니 애 갖고 싶어, 해가지고 애 갖기도 전에 양호열 사레들려 죽을뻔함

뭐라고요?
애를 낳고 싶은데, 혼자서는 못 하잖아.
근데요?
알파가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탁할만한 사람이 너밖에 없어. 내 애한테 물려줄건데 그저 그런 유전자는 안된단 말야.

이걸 무슨 밥 살테니 얌전히 받아 먹으란 톤으로 말하고 있으니 양호열은 기가 막힘. 이 인간 대책없는건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지. 한참동안 말도 안 나옴.

걱정할거 없어. 애는 내가 내 애로 키울거니까. 너는 유전자만 제공해주면 돼. 아, 안정기까지만 좀 케어해주면 되고. 애 아빠가 너라고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한테 절대 부담가게 안 할테니까 좀 도와주라.

상상도 못해본 일이라 양호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음. 이 인간이 어디서 아기를 보고 충동적으로 이럴수도 있으니까 진정도 시킬겸 생각 좀 해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함. 알았다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생각해봤냐고 문자오겠지.

이제 하루 지났거든?
하루면 충분하지 않아?
아직 아니야.

다음날도 문자옴.

어때?
아직.

이젠 정리 좀 됐냐?
정리할 시간이나 좀 주든가.

오늘은?

양호열 미간에 내천자 생김.

내가 거절하면 어떡할거야?
아쉬운대로 딴 놈이라도 찾아봐야지.

아무래도 애 낳고 싶다는거 진심같은데, 정대만 성격에 자기가 끝까지 거절하면 진짜 딴 놈이라도 구하겠지. 제안을 안 받았으면 모를까, 이미 알았는데 다른 알파 찾는다는 말이 알파 입장에서 썩 마음에 들진 않음. 그리고 어디서 이상한 놈한테 걸릴까봐도 걱정이고.

사실 가족에 대한 로망이 없진 않은데, 지금까지 모범이 되어준 알파 보호자 롤모델이 없으니 잘 못 할 것 같아서 망설이겠지.

하지만 양호열이 정대만을 아는만큼 정대만도 양호열을 알고있음. 이런 문제는 끝도 없이 고민할거 아니까 일단 저질러야겠다고 결정함. 양호열 러트 주기도 아니까 약 먹으면서 자기 히트 주기 조절하는 중임. 그리고 시기 맞춰서 양호열 불러냄. 러트랑 히트가 겹쳐서 이틀 밤낮을 붙어먹으니 당연히 바로 애 생김.

정신 돌아온 양호열은 정대만이 일부러 사이클 주기까지 맞춘 거 알고는 기가 막히겠지. 이미 일은 저질렀고, 뭐 어쩔 방법 있나? 패배 선언 밖엔 답이 없겠지.

근데 내 동의 없이 한거니까 나중에 나한테 서운하다고 할 생각하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주기적으로 만나서 페로몬 안정시키는거 도와주고 정기 검진은 같이 가주겠지. 다만 아직 확신이 없어서 아빠 지분은 주장 안 함.

근데 낳고 보니 양호열 판박이임. 얼굴뿐 아니라 뼈대며 체형까지 빼다 박았음. 자기 아빠가 누군지 모를까봐 써붙이고 태어난 수준임. 애 본 사람들이 다 니 유전자는 어딨냐? 이게 출아법이라는 거냐? 양호열 자가분열도 할줄 알았나봐, 해서 정대만은 좀 억울함. 

열달동안 개고생한건 난데, 어떻게 난 요만큼도 안 닮을 수가 있어? 너 너무 양심없는 거 아니냐?

토실토실한 양호열 미니미 볼따구 콕콕 찌르니까 애가 까르르 웃는데 너무 귀여워서 울고 싶음. 너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

일주일에 5일은 도우미 분이 와서 도와주고, 주말엔 양호열이 집에 들러서 얼굴 비추는게 정해진 루틴임. 하루는 가보니까 정대만 기절잠 자고 있고, 애가 꼬물거리다가 테이블에 머리 찧기 직전이라 양호열 놀라서 다급하게 손 뻗어서 이마 받쳐줌. 양호열 미니미는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도 닮았는지 별로 놀라지도 않고 양호열 보더니 눈 휘어지게 웃음.

'그 얼굴'로 그래봤자 나한테는 안 통한다고....

사실 양호열도 아기 볼때마다 기분이 이상함. 어쩌면 이렇게 나 어릴때랑 똑같지? 신기하다.... 게다가 손바닥에 닿은 애기 살이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가슴께가 간지러움. 

옆에서 부산스러운 소리 나니까 정대만 흠칫 놀라서 깸. 그리고 양호열 보더니 안심함.

이번주 내내 애가 밤잠을 설쳤거든. 너 올 시간이라 긴장이 풀렸나봐. 나 좀 잘게. 저기 젖병에 우유 있어. 이십분 쯤 이따 먹여줘.

아닌게 아니라 정대만 눈이 퀭하겠지. 도우미가 온다지만, 혼자 애 보는거 괜찮은건가? 조금 전 자다가 흠칫 놀라면서 깨는 것만 봐도 평소에 어떤지 눈에 훤함. 잠을 제대로 편히 못 자는 거겠지. 이대로 계속 둘만 둬도 괜찮은건가? 현실적으로 걱정되기 시작함.

또 한번은 정대만 집 가는 길에 기저귀 사오래서 마트 들렀는데 마트 직원이 아이고, 애기 아빠네! 하면서 아는척 하는거임. 그 집 애기는 그거 안 써. 아빠가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 이러면서 다른거 가져다줌. 처음 간 마트인데 얼굴 때문에 신분 스포당한거... 이러면 아빠라고 말 안하는게 의미가 있나? 약간 현타옴. 이쯤되면 아니라고 하는게 오히려 기만임.

오, 제대로 사왔네?
직원이 이걸로 사야한대.

알만하다는듯 낄낄거리고 웃는 정대만이랑, 따라웃는 아기 얼굴 번갈아 보면서 양호열 마음 복잡하겠지.

손 많이 가는 신생아 시기 지나고 애가 규칙적으로 밤에 자니까 이제 좀 살만해진 정대만 슬슬 둘째 생각 중. 왜냐면 자기 닮은 딸 낳아야하니까. 그래서 양호열한테 또 얘기함.

밤에 깨서 수유하는거 힘들어 죽겠다면서? 그거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래요?
쟨 나 닮은 딸이 아니잖아. 나도 억울하다고.
그걸 나한테 따져서 뭐해요? 그리고, 낳았는데 또 나 닮으면 어쩔건데요?
애도 양심이 있으면 날 닮겠지.
이게 양심 문제에요? 그래서 될거면 쟤가 나만 닮았겠어요?
음.... 니 유전자가 너무 강력해서 그런가? 다른 알파를 찾는게 나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양호열 속에서 열이 뻗침. 이제 정대만은 예전의 섹파 수준 아님. 어쨌든 자기 애를 낳은 오메가라 다른 알파가 끼어드는건 도저히 용납할수가 없는 문제였음. 자기 애한테 다른 알파 아버지가 있는 동생이 생긴다?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임. 결국 이리저리 따져본 양호열이 그냥 살림 합치자고 하고, 둘째 가지겠지.

산모 돌보랴 애 키우랴 정신없는 사이에 둘째도 태어남. 근데 이번에도 양호열 다운로딩 80퍼임. 그나마 평소엔 양호열이지만 웃으면 정대만 얼굴 나옴.

아무래도 너 유전자가 너무 강력한것 같다...
내 탓 아니에요. 내가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고요. 
그래도 이번엔 내 얼굴 좀 나왔잖아. 다음엔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아 쫌!
야 내 억울함도 좀 생각해봐! 딸은 아니어도 나는 좀 닮아야 할 거 아냐!

결국 포기를 모르는 남자 집념으로 반반 닮은 셋째에 이어 마침내 자기 쏙 빼닮은 넷째 딸 낳고 만세하는 정대만.

나중에 또 양호열 옆구리 찌르면서 넌 너 닮은 딸 갖고 싶지 않냐? 해서 양호열 이마에 핏줄 솟을듯.

낳아주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밋치 몸도 생각해야죠. 무리하지 말아요.
뭐야, 나 늙었다 이거냐?
애 깼어요. 가서 재워요. 밋치 차례야.
애 재우고 이따 다시 얘기해.

하지만 양호열 절대, 다시는 그런 말 할 기회는 안주겠다고 다짐함.
 
졸지에 애 넷 아빠가 된 양호열은 자기가 좋은 아빠가 될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육아 전쟁 치르겠지. 셋째가 기저귀 뗄 때쯤 첫째가 학교 입학하고, 넷째가 기저귀 떼고 유아기에서 해방되면 첫째부터 줄줄이 사춘기 오는.... 그래서 아주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그래서 내가 좋은 아빠였나? 싶어지겠지. 

정대만은 낳았을땐 좋았는데 막상 이 딸내미가 단발머리를 좋아하는데다 고집이 세서 머리 더 기르자, 자르자 애원을 해도 도리도리만 하니까 난처하겠지. 자기 닮은 얼굴로 단발만 안했으면 좋겠는데, 하필 그것만 좋다고 하니... 얜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세? 말 좀 들어라. 딸내미 흘겨보는 정대만 옆에선 양호열이 그를 흘겨보고 있겠지. 속으로 누굴 닮았겠어... 하면서. 이 딸내미 앞니 빠졌을 땐 자기 흑역사가 떠올라서 볼때마다 내외하겠지. 이래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면 안 되는구나, 눈물을 삼키며 진심으로 후회하는 정대만 옆에서 양호열이 그래도 우리 딸은 밋치 닮아서 예쁘잖아, 하고 위로하는 거 보고 싶다.





슬램덩크 호열대만

 
2023.03.19 23:48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귀여워ㅜㅜㅜㅜㅜ 호댐 가족 행복해라~~~!!!
[Code: eafd]
2023.03.19 23:56
ㅇㅇ
모바일
사랑스럽다
[Code: b14e]
2023.03.20 00:08
ㅇㅇ
모바일
단발딸 때문에 강제 롱게시절 추억여행ㅋㅋㅋㅋㅋ
[Code: 60f3]
2023.03.20 00:13
ㅇㅇ
너무..너무 사랑스러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날 깨볶을것같다ㅜㅜㅜㅠㅠㅠ
[Code: 1bad]
2023.03.20 00:31
ㅇㅇ
흡 너무귀여워 너무좋아 너무사랑해 센세 양호열 유전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다고 ㅋㅋㅋㅋㅋㅋ
[Code: 3a06]
2023.03.20 00:42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 아니 넷째까지 낳을 줄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ㅋ 호열이 감정이입해서 봐버렸다.... 정신차리고보니 넷째네,,,
[Code: 9f75]
2023.03.20 14:11
ㅇㅇ
와 진짜 뒤없이 직진하는 대만이 ㅋㅋㅋㅋㅋㅋㅋㅋ 딸랑구랑 같이 살겠다는 마음으로 대뜸 니 애 갖고 싶어를 시전하다니.... 한때 섹파였고 속궁합도 잘맞았다니 당장 연애하지 않고 머한거야 어서 결혼했어야지 그치만 결혼도 전에 임출육하는거 너무 맛도리잖아.... 대만이 살살 달래보려고 하는데 매일매일문자하고 대책없이 구니까 골 아픈 호열이 ㅋㅋㅋㅋㅋㅋ 호열이 생각 깊어져서 삽질하기 전에 일단 쳐들어가서 러트히트 보내는 대만이 추진력 뭔데... 어디서도 쉽게 안 지는 호열이가 대만이한테 약해지는거 너무 좋다구.. 근데 첫쨰가 호열이 유전자 복사 수준이라 외면도 못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시트콤이잖아ㅠㅠㅠㅠㅠㅠ '그 얼굴'로 그래봤자 나한테는 안 통한다고....<<그럼 다른 얼굴이었으면 통했던거야..? 양호열 대답해봐.......
[Code: 18ad]
2023.03.20 14:11
ㅇㅇ
초면인 직원이 애기 얼굴보고 신원확인할수있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겨 자기닮은 애기 가지고 싶어서 결국 넷째까지 낳는 대만이 뭐냐고 대체... 애 깼어요. 가서 재워요. 밋치 차례야.<<부부잖아 부부잖아... 애기들 줄줄이 낳고 정신없이 육아하는거까지 너무 대만이랑 닮았는데 ㅋㅋㅋㅋㅋ 대만이 닮은 딸 고집도 성격도 대만이 닮아서 ㅋㅋㅋㅋㅋ 와 근데 우리 딸은 밋치 닮아서 예쁘잖아??? 하 미쳤따 진짜 대가리 팍팍 꺠고 싶다 너무 사랑스럽다 너희는 사랑을하는구나 하... 끝내주는 사랑을 평생해라...
[Code: 18ad]
2023.03.20 19: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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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ㅋㅋㅋㅋㅋㅋ대만이 직진에 호열이 생각할새도없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다
[Code: 74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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