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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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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 감정에 책임이 생기는 관계는 불편해. 조금 소홀해지고 어떤 계기로든 멀어지더라도 대충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그 정도가 좋아. 
태섭은 그랬음. 그래서 구태여 친구 이상의 관계를 고민하고 싶지 않았음. 우성에게 한 말도 다 진심으로 한 얘기였어. 지금조차도, 태섭은 우성과 이 곳에서 만난 게 아니라면 엮일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음. 송태섭과 정우성이 연인이라. 둘을 아는 그 누구라도 헛소리라고 생각할 문장 아닌가. 단지 이 곳이라서, 그래서일텐데. 누군가의 엉성한 대본 속에서 짝지어지는 듯한 상황에 순응해 연인이 되는 건 좀 섣부르지 않나. 하지만 우성은 태섭과 너무 달랐지. 그냥 좋아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도 그랬지. 실제로는 없었던 뒷말이 들리는 거 같았음. 뭘 그렇게 힘들여서 피해가려고 하니. 우성의 목소리가 아닌 걸 보니 내 속마음인가. 하, 하고 태섭의 입에서 비웃음 같은 게 튀어나와.

태섭은 우성의 뒷모습을 생각하면서 내달렸음. 따라잡아서, 그 뒷모습을 붙잡고 돌려세워야지. 아니면 앞질러도 되고.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 모퉁이를 돌았을 때 태섭이 마주한 건 예상과 달리 우성의 뒤통수가 아니라 그 잘생긴 얼굴이었음. 그럴리가 없는데. 저 등신은 설마 돌아오고 있었나. 설마, 열받아서 싸우러 온 쪽이 낫지. 
어느 쪽이었든, 가속도가 붙은 태섭은 선택권 없이 그대로 우성의 품 안에 안겨들었음. 뭐 어쩌면 모르지. 사실은 원했을지도.









우성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 가빠진 숨을 고르면서 태섭은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생각했음. 뭐부터 어떻게 말해야하나. 일단 사과부터 해야하나? 예전 아라가 빌려 온 순정만화책에선 이런 경우에 가지마! 나도 너 좋아해! 했던 거 같은데. 태섭은 그건 도저히 안 될 거 같고. 이렇게 애써서 가장 적당한 말을 고르는 중인데, 아무 말이 없던 우성이 태섭을 더 당겨서 꽉 끌어안는 바람에. 몰라, 머리가 다 비어버렸어.
...짜증나게 구는 놈이 있어서. 욕 좀 했더니 치더라고. ...따가워 죽겠어. 먹는 것도 힘들고. 손목도 좀, 쑤신 거 같고. 다 짜증나는데 룸메라는 놈은...시끄럽기만 하고...
고민한 게 아까울 정도로 태섭의 입에선 후보에도 없던 이런저런 하소연만 줄줄 나오고 있었음. 한 마디 할때마다 우성이 응. 응, 또. 이래주는 바람에 하나 더, 또 하나 더 늘어가. 

"무슨 일 많았네, 송태섭."
"많은 건 아니거든..."
"나 잘 왔다, 그치."
"......"

태섭이 우성의 허리를 괜히 고쳐안으면서 꾸물거리다, 그런가봐... 웅얼거렸음. 그게 웃겼는지(사실은 귀여워한거지만)우성이 짧게 웃길래, 태섭이 머리를 떼고 불만스런 눈으로 올려다봐. 너무너무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이 있어서 별 수 없이 태섭의 표정도 풀렸음. 
우성이 태섭의 상처 난 입가를 만지작거렸어. 아프겠다,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고. 그러다가, 점점 얼굴이 가까워져. 태섭의 눈이 절로 깜빡깜빡거림. 아....설마. 지금 분위기가 약간 그런 쪽이긴 한데. 아 정말로? 도움 안 되게 기억 속 우성의 말들까지 테이프 틀어놓은 마냥 머릿속에 막 쳐들어왔지. 너 입술 예쁜 거 알아... 너랑 키스도 하면... ...아니아니잠깐만이거아직아니야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데 톡, 이마만 맞닿을 뿐 의외로...의외로가 맞나 싶지만. 아무 일도 없었음. 우성이 푸흐, 하고 웃으면서 눈은 왜 감아, 하는 소리에 태섭이 팍 인상을 쓰면서 눈을 떠. 아 망신. 망신망신 대망신. 이 자식이 진짜, 그런 말 떠벌려놓은 게 누군데. 순식간에 혼자 착각한 꼴이 된 게 태섭의 마음에 들리가 있나. 이렇게 개쪽당한 판에, 착각 아니게 만들면 좀 덜 억울하지 않겠어. 눈을 흘기던 태섭이 냅다 우성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겨선 쪽 하고 입을 맞추고 떨어졌음. 와, 신난다. 얼빠진 표정 좀 보라지. 태섭의 입꼬리가 올라갔어. 야 너는 눈 좀 감읍,... 말은, 다 못 끝냈네. 

태섭의 발이 움찔거렸어. 키가 더 큰 사람이랑 키스하는 상상은 해 본 적 없는데. 꺾이는 고개가 좀 불편한 거 같기도. 결국 잠시 떨어진 입술을 따라가려다 움직거리던 발뒤꿈치가 땅에서 떨어졌음. 그렇게 쫓아오는 게 당연히 우성에게도 느껴졌던지, 다시 입술을 머금는 와중에도 우성의 입에서 웃음이 샜어. 우성이 태섭의 허리를 더 위로 당겨 안았지. 입 안부터, 닿아있는 모든 몸이 뜨거운 것 같았음. 아마 해가 뜨고 있는가봐. 고개를 다른 쪽으로 기울이고 입술을 새로 겹칠 때마다, 태섭의 감은 눈꺼풀 위로 빛이 머물렀다 사라졌다 해. 그러길 한참, 얼굴을 감싸 잡은 우성의 손이 좀 더 벌려보라는 것처럼 태섭의 볼을 꾹 눌러 왔고.

"아야."
"아."

그것 때문에 더 길었을지도 모를 키스는 태섭의 입술 상처가 벌어지면서 끝나버렸지. ...따가워. 중얼거렸더니 우성이 미안하다며 상처 위에 촉 뽀뽀를 해줘. 방금까지 더 한 걸 했는데 어째 이게 더 민망했음. 얼굴이 금방 또 화끈해. 분홍색이 섞인 아침 하늘을 보면서 태섭은 망연자실했음. 발갛게 달아올랐을 게 분명한 얼굴은 좀 감추면 좋은데, 날 다 밝아서 글러먹었어. 제 앞에 있는 놈은 그런 거 신경 써 줄 놈이 아니라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생각을 안 했거든. 말 많은 놈이 왜 이럴 땐 조용한지.

"...아무...말이라도 좀 해라..."
"음, 정보 입력 중."
"정보?"
"송태섭은 키스를 좋아한다."
"......그래, 네가 쳐맞고 싶구나."

아니아니? 왜 그렇게 돼??? 태섭이 주먹을 쥐는 걸 발견한 우성이 기겁하면서 그 손을 붙들었음. 태섭은 조금 전에 했던 생각을 바로 취소했지. 정우성은 다물고 있는 게 더 낫다. 또 헛소리를 더 할까봐 태섭은 이제 그만 쫓아내야겠다 생각해. 해 떴다, 이제 가. 너도 학교 가야될 거 아냐, 나도 그렇고... ...그 새끼는 보기 싫지만..... 한숨과 함께, 불평으로 말을 마친 태섭을 잠시 보던 우성이 상쾌한 투로 제안 하나 하겠지. 도망칠까?

"도망치자."
"....? 무슨 도망이야, 누구 좋으라고."
"잠깐 도망쳤다 다시 올 건데 왜."

얘한테 도망이란 건 뭘까. 진짜 생각하는 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태섭의 입장에선 저게 뭔 소리야 싶은 발언이라. 정말 웃기기도 해서 그냥 웃었더니, 우성은 긍정으로 이해한 듯 싶었음. 우성이 손을 잡고 이끄는 걸, 평소라면 고민했을 태섭도 웬일로 그냥 놔두기로 해. 고민은 다른 데서 했지. 나 이러고 가? 완전 잠옷 꼴로? 태섭이 물은 말에 우성이 응, 이쁜데? 라고 해버린 데서. 저런 말 그냥 막 하는 거 어떻게 못 고치나.









호기롭게 나선 거 치곤 둘은 조금 빈곤한 일탈을 보내긴 했음. 정말 차랑 몸 뿐이었거든. 둘 다 뭘 챙겼어야 말이지. 있는 거라곤 낯선 풍경과 우성의 차 안에 처박혀 있던 미지근한 맥주 두 병이 다였어. 야, 진짜 도주범들도 우리보단 돈이 있겠다. 태섭의 우스갯소리에 우성이 차가 있는 게 제일 중요한 거라며 보닛을 팡팡 쳤지. 장하다 그래.
그 자랑스러운 차에 기대 맥주를 홀짝이는 태섭의 비어 있는 손을 우성이 당연한 듯 깍지 껴 잡아왔을 때, 그 큰 손을 구경하면서 태섭은 물었어. 넌 가 놓고 왜 도로 오고 있었냐고. 우성의 대답은 정말 별 거 없었지. 그냥 못 가겠더래. 잠깐 화가 나긴 했지만, 도무지 가기 싫더래. 그게 다였어.
아. 다행히 이 별 거 없는 대답을 태섭이 싫어한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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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행복하기만 한 우성태섭 어떤데....나는...좋아해....
슬램덩크

 
2023.03.19 19: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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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헐 센세왔다 복습하고와야지ㅠ
[Code: 1194]
2023.03.20 0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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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좋다ㅠㅠㅠ우성이랑 태섭이 생각하는게 너무 다른데 그래서 더 좋아하고 위로받고 이 관계가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아라가 본 둘 모습 자꾸 생각나ㅠㅠㅠㅠ아기자기귀여운데 편안해보이던 관계가ㅠㅠㅠ둘이 영사해ㅠㅠ행복해ㅠㅠㅠㅠㅠㅠ
[Code: 306a]
2023.03.19 19: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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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 행복해라~~~~~~~~ㅠㅠ
[Code: 3322]
2023.03.19 2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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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아해 센세 ㅜㅜㅜ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거짓이 아니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잇몸만개한다..넘 달달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f28]
2023.03.19 2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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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기다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둘이 재회하는 장면 너무 행복해서 눈물나 ㅠㅠㅠ 아라가 본 로맨스 속 처럼 가지마 나도 너를 사랑해 이런 고백은 아니지만 태섭이의 투덜거림을 조용히 들어주며 일이 많았다고 안아주는 우성이나 그 우성이 앞에서 결국 무장해제되서 가벼운 일탈하는 둘 ㅠㅠㅠ 그리고 마음을 확인하는데 아침 햇살이 비추는 것 까지 ㅠㅜㅜㅜㅜㅜㅜㅜ영화 오만과 편견 속 두 주인공이 햇살 맞으며 이마 맡대는 장면 최애인데 그것도 생각나며 괜히 눈물 찔끔 둘이 행복만 해 달달한 연애 해 나 앞에서 ㅠㅠㅜㅜㅜㅜ
[Code: 9a1e]
2023.03.19 23: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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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냥 행복하기만 한 우태 좋아해 센세ㅜㅜㅜㅜㅜㅜ와줘서 너무 고마워ㅜㅜㅜㅜㅜㅜㅜ키스하다가 날 밝는 줄도 모르는 거 너무 우태 같아서 좋다!
[Code: 65d9]
2023.03.19 23: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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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행복햐서 심장이 찌릿찌릿해 진짜 센세 너무 고마워ㅠㅜㅜ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ㅜㅜ 첫편부터 재주행 하고 자야지…ㅠㅠㅜㅠ
[Code: 844f]
2023.03.20 02: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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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 행복해 행복한 우태 최고야....진짜 하....센세 글은 너무 행복해서 최고야................이런 우태 귀하다.....
[Code: 2a4f]
2023.03.20 06: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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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Code: 50d6]
2023.03.20 06: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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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지..행복한 우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ㅠㅠㅠㅠㅠ센세 고마워
[Code: 8a99]
2023.03.20 07: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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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아해요 센세 나도 좋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태섭이가 달려가서 우성이 잡은 것도 짜릿하고 우성이 다시 돌아오고 있던 것도 너무 우성이 다워서 귀여웤ㅋㅋ큐ㅠㅠ 센세 우리 오래보자 정말 최고야......
[Code: cd6a]
2023.03.20 1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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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붙잡았다 키스까지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다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7f1]
2023.03.20 15: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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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미쳤나봐ㅠㅠㅠㅠㅠ 태섭이 생각많고 걱정많고 복잡한 편인데 우성이가 그걸 단순하게 만들어주고 트이게 만들어주는 것같아서 너무 좋다..... 반대여서 좋고... 반대여서 서로 채워줘...아ㅠㅠㅠㅠㅠ
[Code: 426c]
2023.03.20 15: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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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키스씬 미친 존나 간질간질하다.... 붕붕이 인생 최고의 키스씬으로 상 드립니다...센세
[Code: 426c]
2023.03.23 0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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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이 감은 눈꺼풀 위로 빛이 머물렀다 사라졌다하는 그 순간들을 평생도록 생생하게 기억할 것만 같음ㅠㅠㅠㅠㅠ우성태섭 영원히 함께 해ㅠㅜㅠ행복해라 얘들아
[Code: a20d]
2023.03.25 1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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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랑이고 이게 청춘이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의 문장 하나하나가 새벽이고 아침이고 봄과 여름이고 청춘이야 ㅠㅠㅠ
[Code: f51b]
2023.03.31 15: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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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나도 정말 덕분에 행복해....
[Code: 0387]
2023.04.02 16: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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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정말 밝아오는 여명 아래에서 첫키스 하는 우성태섭... 이고 완전 영화 아냐???? 진짜 나 명작 영화 한편 본 기분이야...... 너무 아름다워......
[Code: 49f7]
2023.08.15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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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키스씬인데 진짜 두근거리고 침나오네ㅠㅠㅠㅠㅠ와
태섭이가 말할때 응응하고 추임새 넣으며 듣는 우성이나 뽀뽀로 시작해서 키스로 끝나는거 다ㅠㅠㅠㅠ너무 좋다 진짜 아름다워 이게 청춘인가? 진짜 예쁘다
[Code: 8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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