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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0 16:19
1편 https://hygall.com/530894918
다음날 란각은 반월루의 2층에서 장병을 기다렸음. 우선 술잔을 몇 잔 주고받은 후 술기운이 오르면 기녀들을 들이고 자신은 건넛방으로 옮겨갈 생각이었음.
사실 태후가 승하하고 많은 대신들이 피안개로 사망하면서 예부에도 일이 산더미같이 밀려있었음. 이런 시기에 기루에서 주색잡기나 하고 있으면 분명 조정에서 뒷말이 나올 것이 뻔했지.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장병을 분향기 속에 마냥 던져놓기엔 또 제 양심이 찔렸음. 여인들에게 무안을 줄까봐 걱정도 되고...
자신이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쨌든 밤새 건넛방에서 업무를 보다 날이 밝으면 장병을 거둬가기로 함.
약속한 자시가 되자 1층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음. 창문을 조금 열어 아래를 내려다본 란각은 깜짝 놀랐음.
"공자, 공자~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처음 오셨다면 오늘은 소녀와 운우지락을 나누셔요~"
교태로운 음성에 둘러싸인 남자는 멀리서 봐도 장병이었음. 고만고만한 사람들 사이 혼자 불쑥 솟아있어 몰라볼 수가 없었지. 다만 기루에 들어올때 무시당하지 말라고 청색 비단옷을 들려 보냈는데, 그 때문인지 오늘의 장병은 다른 사람 같았음.
부잣집 공자처럼 귀티가 흐르면서도, 이족 출신이라 그런지 이목구비가 강렬해 유약한 귀족 자제의 느낌은 아니었음.
하는 운동이라곤 국수 반죽 뿐이면서 어깨는 왜 저리 벌어졌는지. 매일 배 나온 관리들이나 상대하던 기녀들 눈이 뒤집힐 만도 했음.
저렇게 허우대 멀쩡한 녀석이 어쩌다 나를.. 됐다, 됐어. 쓸데없는 생각을 물린 란각은 멍청하게 선 장병을 잡아끌고 2층으로 올라갔음.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쩐지 올라올때부터 줄곧 풀죽은 장병의 잔에 란각은 독한 소흥주를 한 잔 가득 부었음. 그리곤 못알아들은 척 농담을 건넸음.
"군자라면 자주 올 곳은 아니지. 일단 한 잔 들고 생각하게."
"란 대인.."
장병이 불만스럽게 뭐라 말하려 할 때마다 란각은 잔을 들어 입을 막았음.
그렇게 한두 병이 비어갈 즈음 슬슬 어지러워진 란각은 변소에 간다는 핑계로 방을 나섰음.
복도에는 미리 말을 맞춰두었던 가 주인장이 란각을 기다리고 있었음.
"여인들을 들이게. 만약 모두 거부한다면 미동(美童)도 괜찮네."
장병의 취향이 그쪽이라고 해도 란각은 딱히 타박할 생각은 없었음. 예쁘장한 남자 창기에게 욕정하는 사내들은 이 반월루에도 널리고 널렸으니까.
다만 그 상대가 족히 열 살은 많은 홀아비인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기에 걱정스러웠을 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병과 자신이 그런 관계가 된다는 건 도저히 상상되질 않았음. 소임과는 워낙 어릴 적이었고, 묵문과의 관계는 서로 유희로 치부하곤 했었지만.. 장병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서인지 란각은 평소보다 취기가 빨리 오르는 듯했음. 벽을 더듬어 옆방의 장지문을 열자 간단한 다과와 차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음.
미지근한 차를 들이킨 란각은 탁상 위에 엎어지듯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음.
/
란각이 방을 나간지가 벌써 반 시진을 넘겼음. 그사이 몇 명째인지 모를 여인을 방 밖으로 떠밀면서 장병은 복도의 주인장을 붙잡고 물었음.
"란 대인은 부에 돌아가셨나요?"
"아이고, 저는 모릅니다. 공자. 란대인께서 공자를 잘 모시라 하셨지요. 자꾸 이리 나오시면 제가 대인께 혼납니다. 저희 집 아이들이 마음에 안 차십니까?"
란각을 찾아나설라치면 귀신같이 매달려오는 가 주인장 때문에 장병은 또 한발짝 물러서야 했음. 딱 한 명만 더 보내드릴테니 그마저도 마음에 안 들면 떠나도 좋다는 주인장의 말에, 그제야 장병은 군말없이 술상 앞으로 돌아왔음.
과연 가 주인장의 호언장담 답게 새로 들어온 창기는 그야말로 절색의 미모였음. 처음으로 조금 흥미로운 기색을 띤 장병이 입을 뗐음.
"당신은 남자군요."
그가 깜짝 놀라며 빙그레 웃었음.
"보자마자 알아맞히는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공자는 어떻게 제가 남자인 걸 아셨나요?"
"밖에서 가 주인장과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천으로 목젖을 가려도 목소리는 어쩔 수 없거든요."
"공자는 제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그러면..."
"아뇨. 궁금한 걸 알았으니 됐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병이 벌떡 일어나자 당황한 미동이 장병의 소매를 붙들었음.
"고, 공자. 사내를 원하는 것이 아니셨습니까? 그럼 어찌 기녀들도 다 물리시고..."
"여인도 사내도 관심 없습니다."
이 반월루에는 못난 사람이 없었음. 가 주인장이 란각의 체면을 보아 엄선한 여인들은 하나같이 선경에서 내려온 선녀들 같았음. 하물며 지금 소매에 매달린 미동도 란각과는 비할 바 없이 곱고 아름다웠음.
그러나 장병은 그들 중 어느 누구에게서도 종종 란각에게 들었던 충동을 느낄 수 없었음. 소임과의 추억을 말하는 그 입술을 막아버리고픈 충동,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어깨를 끌어안고 위로하고 싶은 충동, 제 곁에서 편안히 기대앉은 란각의 흰 옷을, 그를 더럽히고 싶다는 충동..
장병은 문득 깨달았음. 그런 꿈을 꾼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구나. 그저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란 대인을..
그때 밖에서 몇몇의 그림자가 바쁘게 복도를 오갔음. 미동을 뿌리치고 나간 장병은 요란스럽게 속닥거리는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갔음.
그들 중 화려한 차림을 한 젊은 공자가 분개하며 외쳤음.
"화란이 차에 타라고 했던 미약이 어째서 란 시랑 차에 들어갔단 말이냐? 멍청한 것들! 난 이제 죽었구나!"
장병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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