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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8:12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다중우주란 게 있단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고 치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 아니면 B라는 선택지 중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한다. 만약 운 좋게 둘을 동시에 고를 수가 있더라도 모두 고르지 않은 C라는 선택지가 또 생겨난다. 이처럼 무언가를 선택하면 반드시 무언가는 버려지기 마련인데, 그 버림받은 선택지에서 갈라진 미래가 바로 다중우주란 것이다. ‘만약에 이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 바람이 드넓은 우주의 어딘가에 실제로 이루어져 살아 숨 쉬고 있는 세계.
그리고 나, 이 몸은 바로 다중우주의 신에게 씨X 백 년 가까이 농락당하고 있다. 그것도 이미 한 번 죽은 몸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새 다중우주의 한복판에서 부활하면서 말이다. A 우주에서 자살하면 B 우주에서 부활하고, B 우주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 C 우주에서 부활하는 식이었다. 이 개미친... 우주신 이거 완전 싸이코 아닌가? 그냥 나를 죽게 내버려두면 어디가 덧나나?
사실 우주신은 진짜 사이코 새끼가 맞다! 왜냐하면 나를 이용해서 한 세계관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 입맛대로 수정해서 관람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주신은, 쉽게 말해 오타쿠였다. 그중에서도 선협물. 어우 마이너해. 그 덕분에 맨처음 선협물이 당최 뭔지 몰랐었던 나는 부활 1회차에서 아주아주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내지르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지랄부르스 떨어주고, 그랬더니 글쎄.
‘이년은 이릉노조의 첩자다!’
‘아니라고? 아니라면 떳떳이 증명을 해!’
세상에 뭔 씨X..... 아무래도 난릉 금씨 수사였던 것이 문제였을까? 난릉 금씨 사람 주제에 틈만 나면 위무선을 두둔하고 동정해서? (그 인간의 인생이 존나게 기구해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이냐! ㅅㅂ) 하지만 수사 월급 액수는 제일 끝내주더라.... 그래서 차마 나갈 수가 없었다. 나한테도 먹고 사는 일은 중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부활 1회차때 금자훈의 명령으로 궁기도 토벌군에 나섰다가, 위무선의 폭주에 휘말려 ‘레알 물리적으로’ 갈가리 찢겨 죽었다. 진심 귀장군은 존~~~~~나 셌다. 괜히 귀장군이 아니었다.
2회차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령이 하달되었다. 빡치게도 내 자유는 딱 1회차 때에만 주어진 것이었다. (무려 테스트용;) 썅칼 이럴 거면 걍 죽이등가요ㅜ 그런데 첫 지령부터 난이도가 지랄맞았다. 금광요가 ‘애당초 금광선을 만나지 않았다면’ 맹요로서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단다. 즉, 나더러 그의 평생 짝이 되어주란 것이었다. 와나 ㅅㅂ 금광요라면 1회차에서 금자훈이 그 난리를 치도록 부추겼던 놈팽이요? 싫은데요? 냅다 거부하고 2회차를 제멋대로 살아가던 내게, 우주신은 상황을 ‘강제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신은 신이니까 운명을 가장한 우연의 일 정도야 가볍게 조작할 수 있었다.
나는 결국 맹요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1회차와 동일하게 금광선을 혐오했지만, 복수하려는 방식이 달랐다. 맹요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기방을 인수했다. 그의 소꿉친구 롤이었던 나는 자라나니 수행자도 아닌지라 밥벌이가 영~ 신통치 못해서 끝끝내 기녀로 들어섰는데, 바로 그 기방을 인수한 것이다. 어머니도 일찍이 세상을 떠나셨지. 생애 단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만 남은 맹요는 기방을 아주 크게 키웠다. 자신의 아비가 찾아오도록 말이다.
뭐, 그런 이야기다. 금광선은 똑같이 복상사로 죽었고, 변함없이 살벌하고 잔인한 맹요의 뒤틀림에 질린 나는 기방에서 달아났다. 그러나 기방의 주인일 뿐 아니라 수완 좋은 상인으로 이름을 휘날렸던 맹요는 금세 나를 찾아냈다. 이건 지도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는데. 우리의 마음은 오해와 오해로 얽혀서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결실조차 맺지 못했다. 맹요는 나를 가두려고만 들었다. 너마저도 자신을 떠나가면 견딜 수가 없단다. 얼씨구? 이게 말인지 똥인지. 그리하여 맹요는 내 아리따운 일평생을 어두운 밀실에 가두었다.
이러했으니 2회차에서 내 죽음은 자살이었다. 아마 맹가 놈이 제법 슬퍼했을걸? 사실 2회차 엔딩을 새드로 끝낸 것은 어느 정도 우주신을 엿먹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상변태들은 새드엔딩에 환장한다는 게 리터럴리 진짜였다.... 우주신은 오히려 좋다며 3회차 때에는 세세한 설정까지 잡아주었다. 그런데 이건 진짜 나를 엿먹이려고 작정한 설정이었다. 남희신의 성격 나쁜 정혼녀라. 이 미친 우주신 새끼가. 필연적으로 금광요와 부딪히라고 만든 설정이었다! 상변태 중에서도 상변태.... 그게 바로 우주신이다.
3회차의 인생은 의외로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스타트였다. 나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산 우씨 막내딸로 태어났다. 먹을 것도 풍족하고 아는 것도 박학다식, 그야말로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소녀에게 부족했던 것이 사람들의 정과 온기라면 믿어지시나. 우자연을 배출했던 미산 우씨답게 이 가문은 매우 엄격하고 혹독했다. 나는 어렸을 때 단 한 번 마주친 어린 남희신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언사와 호의에 깊이 감동받아서 그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 그 이후의 전개는 대충 예상 가듯이 오로지 내 억지로 혼담이 이루어졌다. 남계인은 당연히 처음에는 단호히 거부했으나, 미산 우씨 사문 어른들의 갈고 닦은 노력 끝에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보자고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늘 아정한 남희신에게 늘 제멋대로인 우씨 여식은 개미 눈곱만큼도 어울리지가 않았다. 나는 사사건건 핑계라도 만들어서 남희신과 부딪혔고, 따뜻하고 우아하고 여유롭다는 미래 택무군도 우씨 여식 앞에서는 쌀쌀맞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닥 좋지 못한 일로 (그게 정혼이지만^^) 얼굴을 트고 살았기 때문이려나. 그래도 나름 살 만하다 싶었을 때, 나와 남희신은 금광요의 일로 크게 부딪혔다.
성인이 된 후에도 정혼을 무르지는 않으면서 이상하게 혼삿날은 차일피일 미루기가 바쁘셨던 남희신은, 내게 금광요를 음해하지 말랍시고 끝내 화를 벌컥 냈다. 사일지정 이후의 일이었다. 나는 새 몸으로 태어나면서 성격이 좀 바뀌긴 했지만 금광요는 매번 나쁜 놈이었다. 걔는 금씨를 붙이고 살든 말든 악행을 저지르고 또 저질렀다. 기방 주인으로 살던 시절에는 가끔 청부업까지 받아 죄다 술에 독을 타서 죽인 난놈이었다. 그의 위험성을 아는 나는 누누이 남희신에게 금광요의 이면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으나, 젊은 종주 남희신은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셨다. 아끼는 아우라 이거지ㅋ
나는 3회차 때에도 금광요 때문에 죽었다. 눈치 빠른 금광요는 내가 지를 탐탁치 않게 본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아챘다. 그는 내게 독주를 먹였다. 물론 씨X 마시고 나니까 독주인 걸 알았다. 남희신의 곁에 나를 오래 두어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머리를 굴렸던 것이다. 우주신의 변덕으로 4회차 우주로 떠나기 전 남희신의 남은 생을 잠시 반강제로 지켜보게 되었는데. 관음묘 사건 이후 나의 의문 많은 죽음 또한 금광요의 만행으로 밝혀지자 상당한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남희신은 결국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내가 죽어서야 인정했다.
똑같은 곳에서 인생을 세 번이나 다시 살고 나니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그토록 편했던 인생도 결말은 독살이었다. 남희신 그 남자가 날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이것 또한 이미 전생. 내게는 이제 미련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죽으면 또 재시작, 죽으면 또 재시작, 죽으면 또 재시작. 지칠 대로 지친 내게 우주신이 정해준 4회차 테마는 무려 ‘희생’이었다. 개씨X 나 그동안 충분히 희생적이지 않았나? 뭐 얼마나 대단한 희생을 바라시는데? 내 지랄에도 불구하고 우주신은 거침없이 날 4회차의 우주에서 부활시켰다.
그곳에서 나는 천애고아 시골 소녀였다. 이번의 지령 대상은 섭명결, 그의 주화입마 독을 해결해야만 돌아갈 수 있었다. 4회차의 우주에서 나는 선문 세가 사람들과 거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갔다. 인적 드문 산속에서 허구한 날 나물이나 채집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그렇게 십몇 년을 살아가니 드디어 익숙해질 즈음, 금광요의 밀실에서 탈출한 섭명결과 마주쳤다. 아니 뭔 씨X 난이도를 이렇게나 높혔는지. 이미 한번 죽어 괴뢰로 전락한 사람의 몸에서 주화입마 독을 어떻게 빼내란 말인가? 하지만 이번 지령은 어쩌면 상당히 간단하다고 볼 수 있었으므로, 우주신이 여기에서 희생적인 모습을 어떻게 뽑아낼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묵묵히 지령을 실행에 옮겼다.
그간 내가 홀로 살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우주신이 쑤셔넣은 특이체질 때문인데, 나는 타인의 몸에 생긴 독이나 저주를 내 몸으로 옮겨서 천천히 해독할 수 있었다. 금광요의 밀실에서 빠져나오며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섭명결은 내가 수상해도 내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 남자는 살아남아서 복수를 달성해야만 했었고, 내게는 다친 이를 매정하게 버려두고 떠날 만큼 대단한 배짱이 없었다. 우리는 비좁은 오두막 속에서 짧지는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 보냈다. 4번의 회차 중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구도 내 목숨을 노리지 않았으니까.
다만 주화입마 독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독성을 내 몸으로 옮기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해독은 정작 개뿔 하나도 할 수 없었다. 우주신이 손수 커스텀한 체질이어도 세계관상 안 되는 건 있기 마련이라는 건가? 쯧. 어쨌든 섭명결은 괴뢰의 몸이지만 주화입마 독만큼은 완벽하게 이겨냈다. 섭명결이 부정세로 떠나가기 전, 그는 내게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왔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정말 굴뚝 같았으나 이상하게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당시 나는 이미 반쯤 죽어가던 몸이었다. 그야 물론 주화입마의 독성 덕에.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우주신의 계략인지 나는 고작 몇 달 사이 섭명결에게 깊은 정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사랑하지는 않았고, 음.... 사랑은 확실히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자신의 독으로 죽어간다는 사실만큼은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은 안 그래도 처지가 기구한 날 너무나도 불쌍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 세상일에 관심은 없다는 듯, 초연한 모습으로만 보이고 싶었다. 섭명결은 그런 나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부정세로 돌아가는 길 내내 틈만 나면 뒤를 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울렁거렸던 난 섭명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배웅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는 중독으로 사망했다. 오두막 바로 앞에서.
우주신은 3회차때 그랬던 것처럼 4회차 때에도 내가 죽은 다음 섭명결의 남은 생을 조금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는 성공적으로 복수를 마쳤다. 금광요를 죽인 다음 밀실에 숨겨져 있었던 그의 민낯을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고, 죽은 위무선의 명예를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 섭명결은 모든 것을 끝마친 뒤에야 내 오두막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이미 오래전 차갑게 식어버린 내 몸이었다. 섭회상과 함께 오두막을 찾아왔던 섭명결은 내 시신을 옮겨서 어느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4회차의 우주에서 돌아오고 나니 기분이 정말로 묘했다. 1회차는 물론이고 2회차부터 3회차, 4회차까지.... 백 년 가까이 반복해서 살았지만 내가 진정 행복했던 이야기는 단 한 번 없었다. 무엇보다 감정소모가 상당했다. 이래 봬도 나는 그 사람들에게 늘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며 헌신했다. 그러면 ㅅ~~~ㅂ 나도 이제 좀 요구를 해도 되는 쪽이 아닌가? 4번 정도 불행했으면 1번 정도 행복해야지! 그렇게 말했을 때, 우주신의 목소리는 여태껏 들었던 것 중에서 가장 사악하고 음흉하게 들려왔다.
‘좋아, 네 말대로 백 년 가까이 살아왔으니 상을 한 번 정도 내릴 때가 됐지. 네 영혼도 이제는 거의 다 닳은 상태나 다름없으니 이번의 우주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5회차 우주가 정말로 네 마지막 삶이야.’
‘짧은 백 년 동안 너 덕분에 아주 많이 즐거웠으니 베네핏을 선물할게. 고마워하지 마.’
<loading....>
<{금광요(2)}{남희신(3)}{섭명결(4)} memory file access>
<loading........>
<loading............>
<success!>
‘금광요와 남희신, 섭명결. 이 세 명에게 각자 너와 연이 깊었던 우주의 기억을 백업해 놓았어.’
‘예를 들어 금광요에게 2회차 우주의 기억이 있는데, 그는 이번 회차 우주에서 자신이 ‘회귀’한 몸이라고 생각할 거야. 물론 나머지 이들도 똑같지. 남희신은 3회차의 우주에서, 섭명결은 4회차의 우주에서 자신들이 회귀한 것으로 알 거란다.’
‘행복해지고 싶다 그랬었잖아? 다들 너에 대한 마음이라면 누구 하나 뒤지지 않으니, 고민 끝에 입맛대로 잘 골라봐^^)9’
<main system log out>
<main system log out>
<main system log out>
<main system log out>
<main system log out>
<영혼 □□□, 5회차의 수선계로 진입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마지막 모험입니다.>
<경고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마지막 모험입니다.>
<loading....>
<loading........>
<누적 플레이 기록을 토대로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재시작 지점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선계} map system all check out>
<영혼 □□□, 5회차의 수선계로 최종 진입합니다.>
<PS. LOVE YOUR ALL PLAY!>
<영혼 □□□. 당신의 배경은 미산 우씨 가문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딸아이로, 다행히도 어느 약사에게 거두어져 약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공략 대상과 가장 가까운 곳은 맹요가 살고 있는 기루입니다.>
“허 씨X, 이거 진짜 X됐네.”
그리고 나, 이 몸은 바로 다중우주의 신에게 씨X 백 년 가까이 농락당하고 있다. 그것도 이미 한 번 죽은 몸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새 다중우주의 한복판에서 부활하면서 말이다. A 우주에서 자살하면 B 우주에서 부활하고, B 우주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 C 우주에서 부활하는 식이었다. 이 개미친... 우주신 이거 완전 싸이코 아닌가? 그냥 나를 죽게 내버려두면 어디가 덧나나?
사실 우주신은 진짜 사이코 새끼가 맞다! 왜냐하면 나를 이용해서 한 세계관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 입맛대로 수정해서 관람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주신은, 쉽게 말해 오타쿠였다. 그중에서도 선협물. 어우 마이너해. 그 덕분에 맨처음 선협물이 당최 뭔지 몰랐었던 나는 부활 1회차에서 아주아주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내지르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지랄부르스 떨어주고, 그랬더니 글쎄.
‘이년은 이릉노조의 첩자다!’
‘아니라고? 아니라면 떳떳이 증명을 해!’
세상에 뭔 씨X..... 아무래도 난릉 금씨 수사였던 것이 문제였을까? 난릉 금씨 사람 주제에 틈만 나면 위무선을 두둔하고 동정해서? (그 인간의 인생이 존나게 기구해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이냐! ㅅㅂ) 하지만 수사 월급 액수는 제일 끝내주더라.... 그래서 차마 나갈 수가 없었다. 나한테도 먹고 사는 일은 중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부활 1회차때 금자훈의 명령으로 궁기도 토벌군에 나섰다가, 위무선의 폭주에 휘말려 ‘레알 물리적으로’ 갈가리 찢겨 죽었다. 진심 귀장군은 존~~~~~나 셌다. 괜히 귀장군이 아니었다.
2회차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령이 하달되었다. 빡치게도 내 자유는 딱 1회차 때에만 주어진 것이었다. (무려 테스트용;) 썅칼 이럴 거면 걍 죽이등가요ㅜ 그런데 첫 지령부터 난이도가 지랄맞았다. 금광요가 ‘애당초 금광선을 만나지 않았다면’ 맹요로서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단다. 즉, 나더러 그의 평생 짝이 되어주란 것이었다. 와나 ㅅㅂ 금광요라면 1회차에서 금자훈이 그 난리를 치도록 부추겼던 놈팽이요? 싫은데요? 냅다 거부하고 2회차를 제멋대로 살아가던 내게, 우주신은 상황을 ‘강제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신은 신이니까 운명을 가장한 우연의 일 정도야 가볍게 조작할 수 있었다.
나는 결국 맹요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1회차와 동일하게 금광선을 혐오했지만, 복수하려는 방식이 달랐다. 맹요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기방을 인수했다. 그의 소꿉친구 롤이었던 나는 자라나니 수행자도 아닌지라 밥벌이가 영~ 신통치 못해서 끝끝내 기녀로 들어섰는데, 바로 그 기방을 인수한 것이다. 어머니도 일찍이 세상을 떠나셨지. 생애 단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만 남은 맹요는 기방을 아주 크게 키웠다. 자신의 아비가 찾아오도록 말이다.
뭐, 그런 이야기다. 금광선은 똑같이 복상사로 죽었고, 변함없이 살벌하고 잔인한 맹요의 뒤틀림에 질린 나는 기방에서 달아났다. 그러나 기방의 주인일 뿐 아니라 수완 좋은 상인으로 이름을 휘날렸던 맹요는 금세 나를 찾아냈다. 이건 지도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는데. 우리의 마음은 오해와 오해로 얽혀서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결실조차 맺지 못했다. 맹요는 나를 가두려고만 들었다. 너마저도 자신을 떠나가면 견딜 수가 없단다. 얼씨구? 이게 말인지 똥인지. 그리하여 맹요는 내 아리따운 일평생을 어두운 밀실에 가두었다.
이러했으니 2회차에서 내 죽음은 자살이었다. 아마 맹가 놈이 제법 슬퍼했을걸? 사실 2회차 엔딩을 새드로 끝낸 것은 어느 정도 우주신을 엿먹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상변태들은 새드엔딩에 환장한다는 게 리터럴리 진짜였다.... 우주신은 오히려 좋다며 3회차 때에는 세세한 설정까지 잡아주었다. 그런데 이건 진짜 나를 엿먹이려고 작정한 설정이었다. 남희신의 성격 나쁜 정혼녀라. 이 미친 우주신 새끼가. 필연적으로 금광요와 부딪히라고 만든 설정이었다! 상변태 중에서도 상변태.... 그게 바로 우주신이다.
3회차의 인생은 의외로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스타트였다. 나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산 우씨 막내딸로 태어났다. 먹을 것도 풍족하고 아는 것도 박학다식, 그야말로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소녀에게 부족했던 것이 사람들의 정과 온기라면 믿어지시나. 우자연을 배출했던 미산 우씨답게 이 가문은 매우 엄격하고 혹독했다. 나는 어렸을 때 단 한 번 마주친 어린 남희신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언사와 호의에 깊이 감동받아서 그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 그 이후의 전개는 대충 예상 가듯이 오로지 내 억지로 혼담이 이루어졌다. 남계인은 당연히 처음에는 단호히 거부했으나, 미산 우씨 사문 어른들의 갈고 닦은 노력 끝에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보자고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늘 아정한 남희신에게 늘 제멋대로인 우씨 여식은 개미 눈곱만큼도 어울리지가 않았다. 나는 사사건건 핑계라도 만들어서 남희신과 부딪혔고, 따뜻하고 우아하고 여유롭다는 미래 택무군도 우씨 여식 앞에서는 쌀쌀맞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닥 좋지 못한 일로 (그게 정혼이지만^^) 얼굴을 트고 살았기 때문이려나. 그래도 나름 살 만하다 싶었을 때, 나와 남희신은 금광요의 일로 크게 부딪혔다.
성인이 된 후에도 정혼을 무르지는 않으면서 이상하게 혼삿날은 차일피일 미루기가 바쁘셨던 남희신은, 내게 금광요를 음해하지 말랍시고 끝내 화를 벌컥 냈다. 사일지정 이후의 일이었다. 나는 새 몸으로 태어나면서 성격이 좀 바뀌긴 했지만 금광요는 매번 나쁜 놈이었다. 걔는 금씨를 붙이고 살든 말든 악행을 저지르고 또 저질렀다. 기방 주인으로 살던 시절에는 가끔 청부업까지 받아 죄다 술에 독을 타서 죽인 난놈이었다. 그의 위험성을 아는 나는 누누이 남희신에게 금광요의 이면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으나, 젊은 종주 남희신은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셨다. 아끼는 아우라 이거지ㅋ
나는 3회차 때에도 금광요 때문에 죽었다. 눈치 빠른 금광요는 내가 지를 탐탁치 않게 본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아챘다. 그는 내게 독주를 먹였다. 물론 씨X 마시고 나니까 독주인 걸 알았다. 남희신의 곁에 나를 오래 두어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머리를 굴렸던 것이다. 우주신의 변덕으로 4회차 우주로 떠나기 전 남희신의 남은 생을 잠시 반강제로 지켜보게 되었는데. 관음묘 사건 이후 나의 의문 많은 죽음 또한 금광요의 만행으로 밝혀지자 상당한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남희신은 결국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내가 죽어서야 인정했다.
똑같은 곳에서 인생을 세 번이나 다시 살고 나니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그토록 편했던 인생도 결말은 독살이었다. 남희신 그 남자가 날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이것 또한 이미 전생. 내게는 이제 미련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죽으면 또 재시작, 죽으면 또 재시작, 죽으면 또 재시작. 지칠 대로 지친 내게 우주신이 정해준 4회차 테마는 무려 ‘희생’이었다. 개씨X 나 그동안 충분히 희생적이지 않았나? 뭐 얼마나 대단한 희생을 바라시는데? 내 지랄에도 불구하고 우주신은 거침없이 날 4회차의 우주에서 부활시켰다.
그곳에서 나는 천애고아 시골 소녀였다. 이번의 지령 대상은 섭명결, 그의 주화입마 독을 해결해야만 돌아갈 수 있었다. 4회차의 우주에서 나는 선문 세가 사람들과 거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갔다. 인적 드문 산속에서 허구한 날 나물이나 채집하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그렇게 십몇 년을 살아가니 드디어 익숙해질 즈음, 금광요의 밀실에서 탈출한 섭명결과 마주쳤다. 아니 뭔 씨X 난이도를 이렇게나 높혔는지. 이미 한번 죽어 괴뢰로 전락한 사람의 몸에서 주화입마 독을 어떻게 빼내란 말인가? 하지만 이번 지령은 어쩌면 상당히 간단하다고 볼 수 있었으므로, 우주신이 여기에서 희생적인 모습을 어떻게 뽑아낼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묵묵히 지령을 실행에 옮겼다.
그간 내가 홀로 살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우주신이 쑤셔넣은 특이체질 때문인데, 나는 타인의 몸에 생긴 독이나 저주를 내 몸으로 옮겨서 천천히 해독할 수 있었다. 금광요의 밀실에서 빠져나오며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섭명결은 내가 수상해도 내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 남자는 살아남아서 복수를 달성해야만 했었고, 내게는 다친 이를 매정하게 버려두고 떠날 만큼 대단한 배짱이 없었다. 우리는 비좁은 오두막 속에서 짧지는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 보냈다. 4번의 회차 중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구도 내 목숨을 노리지 않았으니까.
다만 주화입마 독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독성을 내 몸으로 옮기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해독은 정작 개뿔 하나도 할 수 없었다. 우주신이 손수 커스텀한 체질이어도 세계관상 안 되는 건 있기 마련이라는 건가? 쯧. 어쨌든 섭명결은 괴뢰의 몸이지만 주화입마 독만큼은 완벽하게 이겨냈다. 섭명결이 부정세로 떠나가기 전, 그는 내게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왔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정말 굴뚝 같았으나 이상하게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당시 나는 이미 반쯤 죽어가던 몸이었다. 그야 물론 주화입마의 독성 덕에.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우주신의 계략인지 나는 고작 몇 달 사이 섭명결에게 깊은 정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사랑하지는 않았고, 음.... 사랑은 확실히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자신의 독으로 죽어간다는 사실만큼은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은 안 그래도 처지가 기구한 날 너무나도 불쌍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 세상일에 관심은 없다는 듯, 초연한 모습으로만 보이고 싶었다. 섭명결은 그런 나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부정세로 돌아가는 길 내내 틈만 나면 뒤를 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울렁거렸던 난 섭명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배웅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는 중독으로 사망했다. 오두막 바로 앞에서.
우주신은 3회차때 그랬던 것처럼 4회차 때에도 내가 죽은 다음 섭명결의 남은 생을 조금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는 성공적으로 복수를 마쳤다. 금광요를 죽인 다음 밀실에 숨겨져 있었던 그의 민낯을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고, 죽은 위무선의 명예를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 섭명결은 모든 것을 끝마친 뒤에야 내 오두막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이미 오래전 차갑게 식어버린 내 몸이었다. 섭회상과 함께 오두막을 찾아왔던 섭명결은 내 시신을 옮겨서 어느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4회차의 우주에서 돌아오고 나니 기분이 정말로 묘했다. 1회차는 물론이고 2회차부터 3회차, 4회차까지.... 백 년 가까이 반복해서 살았지만 내가 진정 행복했던 이야기는 단 한 번 없었다. 무엇보다 감정소모가 상당했다. 이래 봬도 나는 그 사람들에게 늘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며 헌신했다. 그러면 ㅅ~~~ㅂ 나도 이제 좀 요구를 해도 되는 쪽이 아닌가? 4번 정도 불행했으면 1번 정도 행복해야지! 그렇게 말했을 때, 우주신의 목소리는 여태껏 들었던 것 중에서 가장 사악하고 음흉하게 들려왔다.
‘좋아, 네 말대로 백 년 가까이 살아왔으니 상을 한 번 정도 내릴 때가 됐지. 네 영혼도 이제는 거의 다 닳은 상태나 다름없으니 이번의 우주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5회차 우주가 정말로 네 마지막 삶이야.’
‘짧은 백 년 동안 너 덕분에 아주 많이 즐거웠으니 베네핏을 선물할게. 고마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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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요(2)}{남희신(3)}{섭명결(4)} memory file a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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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
‘금광요와 남희신, 섭명결. 이 세 명에게 각자 너와 연이 깊었던 우주의 기억을 백업해 놓았어.’
‘예를 들어 금광요에게 2회차 우주의 기억이 있는데, 그는 이번 회차 우주에서 자신이 ‘회귀’한 몸이라고 생각할 거야. 물론 나머지 이들도 똑같지. 남희신은 3회차의 우주에서, 섭명결은 4회차의 우주에서 자신들이 회귀한 것으로 알 거란다.’
‘행복해지고 싶다 그랬었잖아? 다들 너에 대한 마음이라면 누구 하나 뒤지지 않으니, 고민 끝에 입맛대로 잘 골라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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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system log out>
<영혼 □□□, 5회차의 수선계로 진입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마지막 모험입니다.>
<경고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마지막 모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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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플레이 기록을 토대로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재시작 지점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선계} map system all check out>
<영혼 □□□, 5회차의 수선계로 최종 진입합니다.>
<PS. LOVE YOUR ALL PLAY!>
<영혼 □□□. 당신의 배경은 미산 우씨 가문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딸아이로, 다행히도 어느 약사에게 거두어져 약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공략 대상과 가장 가까운 곳은 맹요가 살고 있는 기루입니다.>
“허 씨X, 이거 진짜 X됐네.”
https://hygall.com/529557578
[Code: ce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