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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20:26


교주캐별 너붕붕


지난한 짝사랑이었다. 본래 짝사랑은 상대가 응답하지 않기에 하는 혼자만의 마음이니 정리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둘이 아닌 하나의 마음만 정리하면 되는 거니까. 
허니 비는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 되어 마음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흔적이 감정의 잔해라면 부정은 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 때문에 울며 밤을 지새지는 않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감정이 갈무리가 된 것은 맞았다. 
부담이었을 제 마음이 끝났다는 걸 말 해주고 싶었다. 사랑이 끝난 거지, 인간적인 호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커크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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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님. 정말입니다. 이제 저 편하게 대해주셔도 됩니다."

깍듯한 어투로 허니 비가 덤덤하게 말했다. 어쩐지 목소리가 건조했지만 결코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짐 커크는 별 말이 없었다. 그저 조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이내 허니 비가 말한 것의 의미를 눈치챘다. 

곧 변한 얼굴에는 순간의 걱정이 스쳤다. 저런 다정함으로 허니 비는 짐 커크를 좋아했다. 차라리 냉랭하게 굴었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좋아하진 않았으려나. 허나 허니 비는 짐 커크의 크루였다. 그가 지키고 보살펴야 할. 그런 의미로써 짐 커크는 허니 비를 내치지 못했다. 그걸 핑계로 옆자리를 노렸으니 누릴 건 다 누렸지. 허니 비가 씁쓸하게 웃었다. 

"비, 나는..."
"아아. 진짜. 정말이라니까요. 물론 일 년 전에도 술 먹고 찾아가서 이제 정말 끝이라고 했고, 이 년 전에는 울면서 찾아가서 완전 끝이라고 했지만 그때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잖습니까. 지금은 멀쩡해요. 술도 안 마셨고."
"......그래."

무언가 말하려는 듯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던 짐 커크는 설핏 웃으며 허니 비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허니 비는 또 한 번 큰 감정을 끌어안고 짐 커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함장님!"
"비?"
"스타플릿에 올린 서류 기각시킨 게 함장님 짓이라는데, 사실입니까? 아니죠?"
"......"
"왜요? 도대체 왜?"
"마음 접었다며. 그럼 엔티를 나갈 이유 없잖아."
"그거랑 상관 없어요. 제가 오래 전부터 말한 계획이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적당한 때에 그만두고 싶다고. 애초에 함선에 올라타는 건 제 계획에 없는 일이었고, 막말로 버티고 있던 이유는 함장님이었는..."
"......"
"...그러니까, 저는..."
"비."

짐 커크가 허니 비에게 느리게 다가갔다. 혼란스러운 눈을 하고 있는 제 부하를 다정한 손길로 달래주어야 했다. 

"그냥, 있어."
"......"
"내 옆에 있어."

별 말은 아니었다. 문장은 짧았고 매우 쉬었다. 허나 거기에 담긴 무게는 꽤 컸다. 허니 비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버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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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 반즈의 얼굴은 무감했다. 꼭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또 다시 마음 한 구석이 시큰했지만 더는 예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허니 비는 쓰게 웃으며 가볍게 버키 반즈의 어깨를 두들겼다.

"미안해요. 정말. 나 때문에 불편했죠."
"...딱히."
"아니에요. 부담스러웠을 거야. 나였어도 그래."
"......"
"이제 정말로 눈 앞에 안 나타날게요. 맹세해요."
"글쎄..."
"네?"
"맹세라는 단어가 그렇게 쉽게 쓰이는 줄 몰랐네."

그 말에 허니 비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화난 건가?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데? 오히려 나 몰래 쾌재를 부르면 또 몰라. 자신이 예민한 거겠지 싶어 허니 비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마음 속으로는 홀가분한데 나를 배려해 주는 걸 지도 모르지. 제임스는 아닌 척 은근히 다정한 사람이니까.

"그럼, 버키. 음... 잘 지내요?"
"......"

버키 반즈는 여전히 침묵했다. 허니 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 올릴 뿐이었다. 

이후로 버키 반즈를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와의 만남은 허니 비가 억지 우연을 만들어 내야만 성사되는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얼굴이 보지 못한 채로 일주일이 지나가고 이주가 지나가고 한 달이 되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허니 비는 버키 반즈가 없는 시간에 적응해나갔다. 인간은 본래 적응의 동물이니 낯설 것도 없었다.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어떻게든 살아지는구나. 

저녁에 장을 본 채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던 허니 비는 골목길에 보이는 어두운 인영에 놀라 몸을 떨었다.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나라이니 이런 반응이 오버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버키?"

이내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윤곽은 좀 익숙한 것이라, 허니 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버키가 왜? 이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고. 딱히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의아함에 허니 비가 그쪽으로 다가가면 버키 반즈는 여전히 우뚝 선 채 허니 비를 응시하고만 있다. 거리가 좁혀지자 버키 반즈가 여전히 무감한 얼굴로 툭 말을 내뱉었다.

"늘 비슷한 시간에 귀가하더니, 오늘은 두 시간이나 더 늦었네."









그레이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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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난 괜찮아! 정말이라니까?"

허니 비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레이스가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취약했으나 예전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허니 비는 일부러 밝은 미소를 지었다. 

"여태 귀찮게 해서 미안해."
"...딱히 귀찮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

말끔하게 떨어지는 문장에서 사랑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허니 비는 헛웃음을 흘렸다. 예전같았으면 저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허나 더는 아니었다. 출구 없던 터널에서 허니 비는 결국 나왔다. 일종의 해방이었다. 

"너는 사령관님을 지켜주러 떠나야 한다는 거 알아. 붙잡지 않을게. 물론 내가 그런다고 해서 네가 떠나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

이제야 그레이스의 미션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달 정도 남았던가. 정신 차리고 나면 시간은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레이스는 별 말이 없었다. 그런 쪽으로 말주변이 좋은 이도 아니었고, 애초에 허니 비 혼자만의 마음이었으니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솔직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냥 허니 비는 그레이스의 안전과 무사 귀환을 바랄 뿐이었다. 

밤의 공기는 당연하게도 해가 떠있을 때보다 차갑다. 불어오는 바람이 꽤 쌀쌀하다 생각하며 창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창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 있어요?"

무기를 손에 쥐며 허니 비가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가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 선다. 생존을 향한 긴장감이 온몸에 맴돌았다. 다시 입을 떼기 위해 움직이면 순식간에 손이 파고 들어 와 입을 틀어 막는다.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포박 당한 채 엎드려 있으면 기이하게도 익숙한 향기가 풍겨왔다. 들꽃 같기도 하고, 비에 젖은 흙 같기도 한 묘한 향기가.

"...그레이스?"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허니 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을 굴복시킨 상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두려움에 몸을 잘게 떨자 이내 한숨과 함께 잠긴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래, 나야."


 
2023.02.07 21:07
ㅇㅇ
모바일
어나더 ㄹㅇ 부탁해
[Code: c8a5]
2023.02.07 22:32
ㅇㅇ
모바일
이건 어나더 없으면 안돼 센세 알지.. ༼;´༎ຶ۝༎ຶ༽
[Code: f8e6]
2023.02.07 22:52
ㅇㅇ
모바일
하 어긋난 타이밍 개맛도리....
[Code: 2d8d]
2023.02.07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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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이게얼마만의버키너붕붕이야 센세 계좌번호불러 난 이 무순을 공짜로 읽을 수 없어(드립임 좆목 시도x)
[Code: 04e8]
2023.02.08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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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한번 센세 사랑한다
[Code: e408]
2023.02.08 00:56
ㅇㅇ
모바일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쳤다 파인팡니커크너붕붕 버키너붕붕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d93]
2023.02.08 01: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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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다정하고 은은하게 쎄한거 개맛있다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
[Code: 1879]
2023.02.08 04: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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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악 그레이스으르아아아아아아아 미쳤다
[Code: 6d17]
2023.02.08 1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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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마마마마마마맛도리!!!!!!!!!!!!!!!
[Code: aa4f]
2023.02.11 23:21
ㅇㅇ
억나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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