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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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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ㅅㅊㅈㅇ
ㄴㅈㅈㅇ




-


 

어깨를 툭 건드리는 손길에 샹치는 화들짝 눈을 떴다. 위를 올려다보자 케이티가 한 쪽 눈썹을 들어올린 채, 쳐다보고 있었다.


"자려면 좀 편한 데서 자던가 해라. 곧 있으면 의자에서 흘러내리겠다?"


그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자 의자의 좌판 끄트머리께에 간신히 엉덩이만 걸치고 있었다. 머쓱해진 샹치가 흐느적 늘어져있던 다리를 주섬주섬 끌어올려 제대로 앉았다. 케이티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구석에 있던 의자 하나를 끌어왔다. 그러면서 옆구리에 끼고 있던 양털 담요를 샹치의 무릎팍에 휙 던져주었다. 혹시 침이라도 흘리고 잤나, 싶어 입가를 슥슥 닦고 있던 샹치가 그의 옆에 털썩 앉는 케이티를 보았다.


"여기 밤엔 춥더만. 주변에 뭐가 많아서 그런가? 숲도 있지, 산도 있지, 그리고...용이 사는 강도 있네."
"또 영혼 빨아먹는 괴물을 가둔 동굴도 있었지."


말에 맞춰 손가락 하나하나를 들어올리는 케이티의 모습에, 피식 웃은 샹치는 말을 받으면서 케이티의 접힌 손가락 하나를 더 폈다. 케이티는 펼쳐진 네 개의 손가락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샹치의 무릎에 펼쳐진 양털 담요의 가장자리를 당겨서 자신의 무릎도 함께 덮었다.


"어디 가서 그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밑져봐야 본전인데, 시도는 해보자."
"하긴. 야, 누구한테라도 말해야지, 입 간지러워서 못 살겠다. 내가 그렇게 끝내주는 운전도 하고 미친 괴물한테 활까지 쏴봤는데, 그걸 아무도 모른다면 나 억울해서 못 살아."
"너희 어머니께도 얘기해보는 건 어때?"
"미쳤냐? 이 기집애가 마카오 가서 약 빨고 왔다고 난리 나."


둘은 동시에 낄낄 웃었다. 그러다 힐끔 케이티가 침상을 쳐다보았다. 침상 위에는 샹치의 아버지인 웬우가 잠들어있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눈 한 번 안 뜨는 걸 잠이라고 할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드웰러에게 영혼을 빼앗겼던 사람들 중에서 빠르면 이틀 만에 일어난 사람도 있었지만, 웬우는 열흘이 다 되었어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느리지만 숨은 고르게 쉬고 있었고, 얼굴빛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꼬박 열흘간 침상 앞을 지키고 있는 샹치의 얼굴에서 짙은 피로가 묻어났다. 가끔 케이티나 샤링이 바꿔주면 좀 자다 오긴 했지만 그걸로 피로가 다 풀리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사람이 열흘이나 아무것도 안 먹고 마시는데, 살 수 있나? 이런 의문이 잠깐 떠올랐지만 케이티는 곧 마법적인 무언가가 작용하겠거니, 하면서 넘겨버렸다. 인생에 있어선 깊이 생각해봐야 손해인 것들이 가끔 있는데, 지금도 거기에 속했다. 마법적인 무언가를 논리적으로 생각해봐야 정신만 고달픈 법이다. 비록 그러고도 버클리 우등 졸업이냐고, 그의 이성이 투덜대긴 했지만, 뭐, 케이티의 이성은 대체로 오래 투덜거리진 않았다.


"피곤하면 가서 좀 자. 내가 여기 있을게."
"괜찮아. 별로 안 졸려."
"아까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한 건 기억 안 나냐? 너 그러고 있는 거 보자마자 '얘의 진정한 능력은 이거였나? 저런 자세로도 잘 수 있다는 거?' 이런 생각부터 들었거든?"


그 말에 샹치는 뒷목을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케이티의 어깨에 머릴 기댔다.


"피곤하긴 하다. 근데 또 막상 자러 가면 괜히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안 오더라."
"깨어나시면 불러준다니까. 나 못 믿어?"
"그런 게 아니라, 그냥...아버지가 깨어나신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거대로 불안해."
"텐 링즈 때문에?"
"걔네도 문제긴 하지만 일단은 샤링이 해결하겠다니 나중 일이고. 사실 아버진 어머니를 되찾으시겠다고 이런 일까지 하셨는데, 결국 아니었잖아. 일어나시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좀 막막하다."


케이티는 그의 어깨에 기댄 샹치를 내려다보았다. 부스스한 머리 너머로 이마만 살짝 보이는 터라 표정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한숨이 묻어나 심경이 복잡하다는 게 느껴졌다. 케이티는 입을 실룩대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매일 봤던 익숙한 천장 대신 소박하고 고전적인 모양새의 천장이 보였다. 어느 날, 친구 따라 비행기 탔더니 혼란스러운 세계로 뚝 떨어졌다. 예전에 션이었던 샹치도 그랬을까. 아버지의 세계에서 도망친 후, 도달한 낯선 곳에서 그 어린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그는 손을 뻗어 샹치의 어깨를 한 번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었다. 샹치가 살짝 고개를 비틀어 케이티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그래도 잘 풀리겠지?"
"말이라고 하냐.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괴물도 죽여봤으니 못 할 건 없지."
"그러네."


샹치는 다시 케이티의 어깨에 편히 기댔다. 케이티는 그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에게 기대 잠든 웬우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방 안의 불빛이 웬우의 얼굴에 흐릿한 그림자를 내려 덮었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평온한 얼굴을 한 남자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잠시 쓰다듬어 주었다. 이마를 간지럽히는 바람에도 웬우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


웬우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발을 디딘 바닥만큼이나 짙고 공허한 어둠만이 웬우를 마주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무엇도 손에 닿지 않았다. 그저 끝도 없이 펼쳐진 어둠 뿐이었다. 그렇군. 그는 무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웬우가 익히 생각했던 지옥의 풍경은 아니긴 했다. 적어도 이글대는 불 정돈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발을 떼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발은 그 자리에 다시 놓였지만 아무 감각도 없었다. 당신 곁으로 가진 못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잉리, 그 생각이 맞았다는 건 좀 씁쓸해. 웬우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터벅터벅 걸어갔다. 걷고 있으면서도 걷는다는 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당신이 있다면 그걸 더 견딜 수가 없었을 거야.

그는 한참 더 걷다 멈춰섰다. 영원히 공허한 이 공간이 그에게 주어진 지옥인 모양이었다. 절망이라도 해야 하나? 그 생각에 웬우는 피식 웃었다. 난 당신을 잃고 나서 눈을 감을 때마다 이와 같은 걸 매번 봤는데. 더이상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자에게 어울리긴 하는군. 물론 살아온 생만큼이나 긴 시간을 이 안에 있게 된다면 아마도 미쳐버릴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가 온전히 정신을 놓고 미쳐버린다면 잉리가 없는 순간 순간을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 테니까. 웬우는 눈을 감았다. 밖과 똑같이 음울한 어둠이 보였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어둠은 자주 봐서 친숙한 공허함이었다.

오랫동안 눈을 감은 채로 있었던 웬우는 문득 들려온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지? 무언가 자잘한 것들이 쉼없이 흔들리는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비슷한 소리를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잠시 멈췄다가 또다시 들려온 그 소리에 웬우는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둠으로 가득 차있던 공간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숲이 바람에 춤을 추면서 익숙한 소리를 냈다. 믿을 수가 없어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탈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 숲이었다. 혹시나 그 사이에 미쳐버린 건가 싶어 웬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숲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잎새들끼리 부딪히면서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살짝 앞에 선 나무를 더듬어보았다. 놀랍게도 아까완 달리 단단한 나무의 표면이 손에 선명히 느껴졌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이 아니라면......아니, 아니다. 잉리와의 일이 꿈이라면 탈로의 숲이 여기에 나타날 수가 없어. 그렇다면, 설마...퍼뜩 떠오른 생각에, 웬우는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구명줄이라도 되듯 나무를 꼭 붙잡았다. 만약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한 번 더 잉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잉리?


혼란스러운 그의 목소리에 응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숲이 한 차례 시원스레 울렸다. 웬우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무들 사이로 달렸다. 오래 전 그가 도시락을 가지고 잉리에게 왔을 때, 숲은 마치 잉리의 의지인 것처럼 길을 인도했다. 그리고 지금 그때처럼 순순히 길이 열리고 있었다. 너무 절박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웬우는 미친 듯이 달렸다. 단 한 번이라도 좋았다. 그 이후로 끝없는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상관 없다. 단 한 번만 더 당신을 볼 수 있다면.

마지막 나무가 물러나는 순간, 익숙한 공터가 보였다. 야트막한 연못으로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사이로 바스락, 마른 잎새 부서지는 소리가 섞였다. 바위들이 층층히 쌓인 작은 절벽 앞에 뒤돌아선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맑은 날, 햇빛이 내리쬐는 잎사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그 모습은 마치 숲의 일부와 같았다. 바람이 불면서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흩날렸다. 웬우는 뛰던 걸음을 늦췄다. 너무나 소망했던 걸 마주치자 오히려 두려웠다. 그가 비틀 비틀 떨리는 걸음을 옮기는데, 여자가 천천히 뒤로 돌았다. 익숙한 옆 얼굴이 보이다가 곧 완전히 돌아서자 그 얼굴이 또렷히 보였다. 고요한, 그러면서도 깊은 눈이 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여자가 조용히 미소 짓는 순간, 멈춰서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던 웬우는 그대로 달려갔다.


-잉리!


달려가면서도 허상처럼 부스러질까봐 겁에 질리게 했던, 그 몸이 부드럽게 품에 들어왔다. 뒤이어 풍겨나온 향기와 가득 찬 체온은 너무나 실감나 오히려 그에게 주어져선 안 될 존재처럼 느껴졌다.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가 아차, 싶어 힘을 풀었던 웬우는 어쩔 줄 몰라하며 다시 잉리를 꼭 끌어안았다. 마지막으로 잉리를 안았을 때, 눈보다 싸늘한 몸은 딱딱히 굳어있었다. 마주 안아주지도, 어깨에 머릴 기대주지도 않았다. 그가 마지 못해 놓아주는 순간까지도 잉리는 그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웬우가 그를 끌어안자 두 팔은 익숙한 듯 등을 감쌌고 손이 어깨를 붙잡아왔다. 예전처럼, 마치 단 한 순간도 떨어진 적 없다는 것처럼.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잉리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자신의 귀와 뺨을 간지럽히는 걸 느꼈다. 가슴이 벅차왔다. 지금 그의 잉리가 여기 있었다. 그의 품 속에서, 마주 안아주면서.

그렇게나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었지만, 잉리는 부서지거나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의 품에서 조심스레 등을 쓸어주었다. 웬우는 바짝 마른 입술을 핥으며, 목 안에서 자꾸만 올라오는 눈물을 힘겹게 삼켰다. 그가 해온 짓을 생각하면 잉리를 볼 낯이 없어 고개를 다시 들 수가 없었음에도, 놓아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른 척 외면하고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는 손길을 계속 만끽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국 잉리가 바란 남자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비겁한 행동을 해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잉리,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로 서두를 놓아야 할 지 몰라 웬우는 잉리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더듬,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주눅 들어 형편없이 떨렸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당신이 떠나고 나서 아이들을 외면했고, 매몰차게 대했다는 것을? 괴물의 목소리를 착각해 당신의 고향을 파괴하려고 했고 결국 망가트렸다는 건? 지은 죄가 너무나 커 잉리의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미워할까? 증오할까? 혹여 용서해주진 않을까? 화를 내겠지? 이런 저런 생각에 입만 벌렸다 다물었다 하는데, 잉리가 등을 쓰다듬어주던 손을 떼어냈다. 그 행동에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 멀어지는 두 손을 급하게 붙잡으려다 웬우는 다시 주춤했다. 이렇게 붙잡는 짓까지도 죄가 될까 무서웠다. 그러나 멀어진 손이 다시 다가와 웬우의 두 뺨을 감싸안았다. 굳은 살 배긴 손은 예전처럼 따뜻하고 다정했다. 웬우의 뺨을 감싼 잉리가 살짝 그의 얼굴을 들어 시선을 맞췄다. 눈이 마주치자 웬우는 어떻게든 웃어보려고 애썼지만 잘 안 됐다. 그런 그를 본 잉리가 슬픈 듯한, 혹은 씁쓸해하는 것처럼 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
-...잉리?


잉리가 입을 열어 뭔가 말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웬우는 의아해 잉리를 불렀다. 잉리는 고개를 젓고 다시 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잉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멍하니 잉리가 계속 해서 말하는 걸 지켜보았다. 잉리의 입술이 움직이면서 익숙한 모양새를 그렸다.


웬우.


잉리가 그를 부르는데,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지? 귀가 잘못된 걸까? 그러나 여전히 물이 흐르는 소리와 이따금씩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소리는 너무나 잘 들렸다. 왜 잉리의 목소리만...혼란 속에서 어안이벙벙해있던 그는 다음 순간, 한 질문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잉리의 목소리가 어땠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잉리가 어떤 목소리로 웃었더라? 날 부를 때, 어떻게 불렀지? 연이어 떠오른 질문에도 여전히 기억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텅 빈,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짙은 공허만이 응답했다. 웬우는 망연자실히 말하고 있는 잉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지독한 공포와 함께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는 잉리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까.


-아냐, 아냐. 아냐! 안 돼! 안 돼! 제발......! 잉리, 제발!


웬우는 절규하며 잉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잉리는 괴로운 것처럼 눈을 감더니 소리 없이 말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뭔가, 아까와는 달라진 것을 찾으려 애썼다. 뭐라도 좋으니, 그가 다시 잉리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며.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잉리! 나, 난...난 들을 수가 없어! 들리지가 않아! 제발, 제발...나한테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마......
 

 

웬우는 잉리에게 연신 애원하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말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온전한 잉리를 돌려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의 일부를 이렇게 앗아갈 거라면 차라리 지옥에 처넣어달라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라면 남은 건 오로지 잉리에 대한 기억 뿐이었는데, 어떻게 그걸 가져가냐고 원망하는 게 맞는 건가? 결국 참지 못한 눈물이 뚝 흘러내렸다. 웬우는 잉리의 양어깨를 붙잡았던 손을 스르륵 미끄러트리면서 그 자리에서 휘청, 무릎을 꿇었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손 안에 잡힌 손목은 여전히 따뜻해 가슴이 미치도록 아팠다.


-이게...이게 내가 한 짓의 대가인 거군? 그렇지?


그 괴물이 흉내낸 목소리에 홀렸으니 잉리의 목소리를 잃는 것이 마땅한 결과였다. 웬우는 잉리의 두 손을 모으고, 그 손등에 이마를 기댔다. 잉리의 손가락 마디에 그의 눈물이 묻어나 천천히 흘러내렸다. 혹시라도 잉리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싶어 웬우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애를 써도 들을 수가 없었다. 원한다면 잉리의 입술을 읽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답이 무엇이든 그마저도 두려워 웬우는 그저 손에 얼굴을 기댄 채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당신을 사랑해, 잉리......


나도 당신을 사랑해. 예전이었다면 잉리는 그렇게 대답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그가 바란 대답은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올 뿐이었다. 웬우는 이를 악다물고 불처럼 가슴을 지지는 숨을 꾸역꾸역 삼켰다. 이 곳이 그의 지옥이었다.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다신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나 케이티와 샹치는 동시에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 눈을 뜬 그들이 먼저 본 건 텅 빈 침상이었다. 자다 깬 터라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이 안 돼 둘은 눈만 꿈뻑거렸다. 뭐야? 곧 발치에서 소리가 들려 아래를 내려다보자 웬우가 그 아래 고꾸라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어? 잠깐 멍하니 있던 샹치가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급하게 일어났던지 의자가 뒤로 밀려 홱 휘청거렸고, 둘의 무릎을 덮고 있던 양털 담요가 침상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아버지!"


바닥에 웅크린 웬우는 두 팔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맥없이 팔이 꺾여 별 소용이 없었다. 샹치는 급히 다가가 웬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마자 웬우는 숨을 헐떡이며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뿌리칠 힘도 없는지 그저 휙 팔을 흔들 뿐이었다. 웬우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고 눈이 마주치자 샹치는 움찔, 했다. 아버지의 눈에 고인 눈물이 한 줄기 선을 그으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웬우는 샹치를 보더니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컥, 목을 긁는 기침 소리가 먼저 나왔다. 심하게 마른 기침을 하는 웬우를 보다 정신을 차린 샹치가 우선 웬우의 겨드랑이 아래에 팔을 끼워넣고 끌어당겼다. 힘없이 끌려온 몸은 아예 축 늘어져 중심을 잡지 못해 샹치로서도 상당히 무거웠다. 샹치의 팔에 핏대가 서는 걸 본 케이티가 황급히 도우려 다가왔다.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던 웬우가 입을 열었다.
 

 

"어디?...어째서......?"

"아버지, 아버지.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여긴 탈로 마을이에요."


 

뒤에서 아버지를 잡아 끌어안은 샹치가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애썼다. 웬우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샹치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은 웬우의 모습에, 샹치는 뒤로 미뤄뒀던 의혹이 다시 떠오르는 걸 느꼈다. 드웰러에게 영혼을 빼앗겼다 되찾은 사람들은 모두 기억 중 일부를 잃었다. 누군가는 사소한 기억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소중했던 기억이기도 했다. 특별한 기준 없이 그저 무작위적으로 사라졌기에, 무슨 까닭으로 그리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잊었을까? 그에 대해서 생각하자니 골치가 아파 미뤄뒀는데, 지금 아버지의 표정을 보자니 어쩌면 그의 존재를 잊어버린 건가, 싶었다. 혼란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샹치를 보던 웬우가 힘겹게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던 웬우가 다시 고갤 들었다. 


 

"너...내가, 무슨...살아있어?"

"제가 누군지 기억나세요?"

 

샹치의 말이 이제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지 웬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냔 듯 샹치를 올려다보더니 잠깐동안 멍하니 제 발치를 쳐다보았다. 옆에서 웬우의 다리를 잡아도 되나 기웃, 눈치를 보던 케이티가 슬쩍 손을 내밀었을 때 갑자기 웬우가 홱 고갤 돌려 샹치를 다시 쳐다보았다. 무서울 정도로 빤히 샹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절박해보이기까지 했다. 뭔가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기침을 한 웬우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말...다시 말해봐라."

"네?"
"아무거나...아무거나 다시 말해봐."

"...왜 그러세요? 아버지?"
 

 

샹치의 말을 듣기보단 무엇인가에 주의를 빼앗긴 얼굴로 웬우는 가만히 있었다. 곧 그는 눈을 부릅떴고, 그 안에 다시 스물스물 공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급격하게 감정이 변하는 모습을 보자니 샹치는 정말로 아버지가 미치기라도 한 건가, 싶어 덜컥 불안해졌다. 옆에서 어정쩡하게 손을 들고 있던 케이티가 샹치의 눈치를 살폈다.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해진 얼굴의 웬우가 느리게 고갤 돌렸다.
 

 

"...샤링은? 샤링은 어디 있지?"

"어, 샤링이요? 아마 밖에 있을 건데, 어딨는진 찾아봐야 해서 좀 걸릴 거 같은데요? 아니, 그나저나 지금 열흘만에 일어나셨는......"

"데려와."


 

케이티의 말을 뚝 잘라먹은 웬우가 명령조로 말했다. 케이티와 샹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샹치는 머뭇대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샤링이 걱정되서 그러신 거면 걘 괜찮아요. 잘 있어요."

"지금 데려오라고 했잖아!"

 

평소의 자제력을 잃은 것처럼 웬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쇳소리처럼 갈라지는 목소리는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영문 모를 웬우의 행동에 둘은 얼떨떨히 웬우를 보았다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자기가 나가겠다고 손짓한 케이티가 나간 후, 샹치는 그의 아버지를 지탱하느라 애를 먹었다. 보통 지탱을 한다는 건 상대방이 순순히 몸을 맡겨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웬우처럼 비협조적인 사람을 지탱한다는 건 거의 힘으로 눌러서 끌고 가는 꼴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바닥에서 마냥 뒹굴게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침상까지 데려가는 일이 말 그대로 악전고투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일이 더 당혹스러웠던 건 웬우가 심하게 떨고 있어서였다. 물론 열흘 만에 일어난 몸이 완전히 정상적일 순 없겠지만, 이건 그래서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마치 맨 몸으로 눈밭에 던져진 사람처럼 떨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와 엉망이 된 차림새에, 덜덜 떨면서 문을 노려보는 모습은 광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핏기 가신 얼굴에, 핏발 선 눈까지 합쳐지자 사람이라기보단 귀신에 가까웠다. 

샹치가 웬우를 질질 끌어다가 겨우 침상께에 걸쳐놓았을 때, 케이티가 샤링과 함께 들어왔다. 마을을 뛰어다니면서 샤링을 찾았는지 케이티의 이마엔 샹치만큼이나 흠뻑 땀이 배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샤링은 오빠의 품에 안긴 아버지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고, 그 다음에 아버지가 허우적,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자 얼굴을 찌푸렸다. 웬우의 몰골을 본 샤링이 왜 저런 꼴이냐고 묻는 것처럼 샹치를 쳐다보았다. 샹치는 정말로 모른다는 뜻을 한 가득 담고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 그로서는 걷지도 못하는 웬우가 샤링에게 가려고 발악하는 통에, 그걸 막느라 바빠 더 설명해줄 여력이 없었다. 그 꼴을 보던 샤링이 알겠다는 듯 코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무슨 일이에요?"


열흘 만에 일어난 아버지와의 가족 상봉은 시작부터 삭막했다. 자신의 가슴께에 둘러진 샹치의 팔을 쥐어뜯듯이 움켜쥔 웬우가 입을 열었다. 
 

 

"아무거나 말해봐라."
"...방금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잖아요."


 

샤링의 대답에, 웬우는 물끄러미 샤링을 쳐다보았다. 퉁명스러운 대꾸를 나무란다기보단 뭔가를 확인하는 시선에 가까웠다. 그러다 웬우의 표정이 무너지기 직전에 간신히 붙잡은 것처럼 눈가가 움찔 경련했다. 잠깐 아무 말도 없던 웬우가 다시 말했다.
 

 

"날...웬우라고 불러봐."

"네? 뭘 어떻게 하라고요?"

"웬우라고 불러보라고!"
 

 

으르렁대는 그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케이티와 샤링, 샹치는 서로 바쁘게 눈을 굴렸다. 사실 이 방 안에 있는 사람 중 해답을 가진 사람은 한 명 뿐이었지만 대답해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사실 질문을 듣고 있기나 한가 싶었다. 샤링은 방어적인 자세로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설명부터 해주세요.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
"샤링...그냥, 일단 하라시는 대로 해봐."



아버지가 날뛰면 제일 먼저 얻어맞게 될 상황이라 샹치는 샤링에게 눈빛으로 애원했다. 그도 아버지가 하는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고, 짜증이 약간 치밀기도 했지만 이 꼴인 아버지를 제압하고 싶진 않았다. 샤링은 어이가 없단 듯 허, 하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떨떠름히 입을 벌렸지만 이내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부르라고 시켰다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의 면전에서 이름을 부르기가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입술을 당겨 물었다가 놓은 샤링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웬우?"


샤링은 혀 끝에서 그 단어를 억지로 밀어내듯 미적지근히 발음했다. 하면서도 소름 끼쳐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딱히 기분이 좋진 않았다. 반강제적인 패륜의 현장에서 케이티는 입술을 오므렸고, 샹치는 오갈 데 없는 시선을 마구 돌려댔다. 비록 한 때 아버지를 막아야만 해서 두들겨 패긴 했지만, 이 상황은 또다른 찝찝한 문제였다. 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 남들 얼굴 보기 민망해 발 끝만 뚫어져라 보던 샹치는 웬우가 지나치게 고요한 게 맘에 걸려 다시 고갤 들었다. 그리고 곧 샹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아버지의 얼굴은 가면처럼 무표정한 가운데 눈만이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지독한 절망감. 그는 이 얼굴을 딱 한 번 봤다. 바로 그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에. 
 

 

"아니야...아니라고?...아니, 모르겠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못 알아들을 말을 중얼거린 웬우가 고개를 떨구었다. 마구잡이로 흐트러져있던 머리카락이 함께 떨어지면서 눈을 덮었다. 잠시 후, 머리카락 사이에서 눈물 한 방울이 미끄러지더니 코 끝에 매달렸다가 뚝 떨어졌다. 숨 막히는 침묵만이 흘렀다. 웬우가 떨리는 손을 들어올려 이마와 눈을 가리듯이 덮었다. 그는 이제 벗어나려는 의욕조차 잃어버린 것처럼 샹치의 품에 기대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 샹치는 그의 아버지를 끌어안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아버지의 입술이 미미하게 떨리더니 흐느낌 섞인 중얼거림 같은 게 새어나왔다. 

 

그 후로도 한참동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웬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
 

 

"...나가."
"네?"

"나가라고. 전부, 나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예전에 자주 듣던, 그런 말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샤링이 뒤로 몸을 뺐다. 거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샹치 역시도 무의식 중에 몸을 빼려다가 아버지를 붙들고 있던 터라 겨우 멈췄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실망할 때마다 냈던 목소리를 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일순간 이전의 반항심과 그에게 품었던 원망이 되살아났다. 드웰러에게서 그를 구했던 아버지는 마치 환상에 불과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샹치는 곧 올라왔던 분노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열흘 만에 일어나셨잖아요. 몸 상태만 보고 나갈게요."
"내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 거라고 너희에게 가르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뗀 웬우가 소리쳤다. 눈물 자국은 남아있었지만 눈물은 사라져있었다. 차가운 분노가 눈동자 안에서 당장 터져나올 것처럼 이글거렸다. 그러나 샹치와 눈이 마주치자 웬우는 주춤, 말을 멈췄다. 새파랗게 타오르던 분노가 갑자기 훅 꺼지면서 눈은 급속도로 생기를 잃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다 눈꺼풀 속으로 사라졌다. 눈을 감은 웬우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릴 것처럼 한 손을 이마께에 댔지만 그 자세로 멈췄다.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던 웬우가 입을 열었다. 
 

 

"...부탁이다. 나가다오."


 

먼저 몸 돌려 나간 건 샤링이었다. 뒤이어 눈치를 살피던 케이티가 따라 나갔다. 샹치는 고민했지만 이대로 웬우를 두면 또다시 떨어질 것 같아 다시 끌어당겨 떨어지지 않을 만한 위치까지 옮겼다. 감은 눈을 뜬 웬우가 샹치를 올려다보았다. 아까의 분노 때문인지, 핏기가 가셨던 얼굴은 열이 몰려 눈가가 발갛게 변해있었다. 그와는 달리 눈은 완전히 생기가 사라져 먹구름 낀 밤하늘 같았다. 할 말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웬우가 먼저 고갤 돌렸고 벽에 몸을 기댔다. 머뭇댔던 샹치는 결국 등을 돌리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방을 나가기 전, 돌아봤을 때 웬우는 맞은 편 벽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저만치 떨어진 곳에 팔짱 낀 샤링과 케이티가 보였다. 케이티가 샹치를 보곤 이리 오라고 손을 까닥였다. 샹치가 가까이 다가오자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샤링이 툭 말했다.
 

 

"왜 저러시는 거야?"
"안 좋은 꿈 꾸다 일어나셔서 그런 거 아닐까?"


케이티의 말에 샹치와 샤링은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쏟아지자 케이티가 항의하듯 두 손을 들어올렸다.


"악몽 꾸면 저럴 수도 있잖아! 꿈이랑 현실이랑 분간 안 되는 거!"
"짐작가는 게 있긴 한데......"
"뭔데?"


샹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착잡해 울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는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다시 깨어난 사람들 공통점이 있었잖아. 어떤 기억이었든 간에, 기억 하나를 잃은 거 말야."

"아."

"어, 그럼......?"
 

 

나가라고 소리 치기 전, 아버지가 흐느끼듯이 중얼거렸던 말. 샹치는 자신의 발 끝을 내려다보았다. 웬우에게 가까이 서있던 탓에, 그는 그 말을 분명히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비통한 슬픔에 젖어있던 목소리까지도 너무 뚜렷하게 들었기에, 다시 떠올리자 어쩐지 가슴이 욱신 아파왔다. 

 

들을 수가 없어, 잉리......


"아버진 어머니에 대한 기억 중에 뭔가를 잃은 거야."





-


샹치는 활을 든 광보와 케이티를 바라보았다. 광보가 엉성하게 활을 잡았다가 손 위치가 영 생각이 안 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케이티가 들고 있던 자신의 활을 내렸다. 그리곤 광보가 잡은 손을 확인해보고는, 몇 군데를 고쳐주었다. 광보는 케이티가 알려준 대로 잡고 활을 당겨 쏘았다. 화살은 과녁을 비껴 바닥에 꽂혔다. 그 모습을 본 광보는 한숨을 쉬더니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서투른 동작으로 활시위에 화살을 쟀다. 다시 날아간 화살이 이번에는 과녁에 꽂히긴 했지만 중앙에서 한참 벗어난 끄트머리께였다. 케이티는 광보를 다독이듯 엄지 손가락을 둘 다 치켜올렸다. 멋쩍게 웃은 광보가 다시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도 사실 샹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깨어난지 다시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그동안 웬우는 거의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샤링은 텐 링즈를 정리하겠다면서 떠났다. 그래도 아버지의 조직이었으니 알려드리긴 해야 하지 않나 싶어 샤링의 의견을 묻자 샤링은 미쳤냔 얼굴로 빤히 샹치를 쳐다보고 말했다. 


 

물어보면 퍽이나 그렇게 하라고 하겠어? 그런 건 원래 모르고 있을 때 한 다음, 다 끝나면 통보하는 거야.  


 

하긴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는 판이었다.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샤링의 말이 맞았다. 그렇게 샤링이 떠난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 웬우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잉난에게 간 모양이었다. 다른 일이 있어 간 건 못 봤지만, 잉난의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 잔뜩 굳은 얼굴을 한 아버지는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샹치는 고민하다 잉난에게 가보았다. 잉난은 탁자에 앉아 차를 들고 있었다. 그 앞에는 차가 담긴 찻잔이 하나 더 놓여있었고, 흐릿한 김이 피어 나오고 있었다. 샹치를 보자 잉난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차가 잘 내려졌구나. 향이 좋으니 마시고 가렴. 

-아버지가 왔다 가셨죠?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잉난은 찻잔을 치우고 새 찻잔을 가져와 자리에 앉은 샹치에게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찻주전자를 들고 손수 차를 따라주었다. 연록색 찻잔 안에 새순의 빛깔 같은 차가 풍성한 향과 함께 차올랐다. 자신의 잔에도 차를 채운 잉난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린 샹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오셨던 거예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방법이 있는지 내게 물으러 왔더구나. 

-...그런 방법이 있나요?

-네 아버지에게 당신은 과거에서 배운 바가 없냐고 대답해주었지. 
 

 

그 말이 맞았다. 사실 그 사달이 난 건 결국 웬우의 잘못이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론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것도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한숨을 쉬는 샹치를 가만히 바라보던 잉난이 입을 열었다.
 

 

-삶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답을 해야 하며, 그게 우리가 갈 길을 정하게 되지. 네 아버지는 그때 삶이 던진 질문에 자신의 분노를 퍼트리는 걸로 대답했어. 이제 그는 또다시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구나. 이번엔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지켜볼 참이다.

-아버지의 대답이 만약...이전과 같다면요?


 

잉난은 잔을 들어 천천히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곤 어머니처럼 다정한 시선으로 샹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대답에 대해서 결과를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잃는 것으로. 그러니 내가 어쩌지 않아도, 삶이 대답에 대한 결과를 그에게 줄 테지. 
 

 

"얘야."


 

등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샹치는 잠겨있던 생각에서 깨어났다. 뒤를 돌아보자 그의 아버지가 서있었다. 어두운 갈색 덧옷 안에 흰 윗옷과 바지를 입은 웬우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얼굴 살이 내려 많이 수척해지면서 전보다 더 날카롭고 서늘해보였다. 
 

 

"가야 할 곳이 있다. 따라와라."
 

 

어? 샹치가 대답도 하기 전에, 웬우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몸이 아직 제대로 회복이 안 되었는지 그는 다리를 살짝 끌면서 걸었다. 얼떨떨해 옆을 돌아보니 광보는 눈을 가늘게 떠 웬우를 째려보고 있었고, 케이티가 얼른 따라가라며 손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혼자 가다 뒤를 돌아본 웬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안 오고 뭐하는 거냐?"
"아, 네. 갈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샹치는 웬우의 뒤를 따라갔다. 다리를 끌면서 걷는 탓에, 웬우의 걸음은 전보다 느렸다. 그들은 느릿느릿 걸어 마을의 경계선인 숲에 이르렀다. 숲은 틈 하나 없이 촘촘히 막혀 줄지어 선 나무들만 보일 뿐이었다. 웬우는 마치 나무들의 길이를 가늠해보는 것처럼 올려다보았다. 덩달아 나무들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린 샹치는 자신을 쳐다보는 웬우와 눈이 마주쳤다. 
 

 

"네 어머니를 처음 만난 곳으로 갈 거다."

"어머니를 처음 본 곳이요?"

"그래. 앞장 서라."

"네? 얘긴 들어본 적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몰라서......"

"네가 가려고 하면 열릴 테니 그대로 가."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나 지그시 쳐다보는 웬우의 압박에 못 이겨 샹치는 숲에 다가가 섰다. 그러자 갑자기 웬우 앞에선 아무 반응 없던 숲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사람 두 어명이 지나갈 정도의 길이 만들어졌다. 진짜네...여기 와서 겪은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아직도 이런 일들이 얼떨떨했다. 슬쩍 아버지를 돌아보았다가 샹치는 숲이 만든 길을 따라 걸었다. 숲은 계속 해서 물러나면서 길을 쭉 이어나갔다. 그들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그저 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나무들이 둥그렇게 감싼 넓은 공터였다. 바위들이 첩첩히 쌓인 야트막한 절벽에 붉은 꽃이 핀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한 쪽엔 둥글 납작한 돌들이 놓인 작은 연못이 있었다. 샹치는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어머니가 얘기해줬던 그대로였다. 경외심마저 들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사이, 웬우는 묵묵히 걸어와 샹치를 지나쳐 연못으로 향했다. 그 앞에 멈춰선 웬우가 물끄러미 연못을 바라보더니 신발을 벗었다. 중심을 제대로 잡기가 어려운지, 잠깐 휘청인 그는 벗은 신발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리고는 첨벙, 연못 안에 발을 담갔다. 샹치가 그런 그를 쳐다보는 동안 웬우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불안정한 자세로 연못가에 앉았다. 입은 옷이 연못 속으로 빠졌지만 딱히 젖어도 상관없는지 털썩 주저앉은 웬우가 한 곳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위 절벽 위, 붉은 꽃잎들이 불티처럼 날리는 나무 아래를 가만히 보는 웬우의 얼굴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웬우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그렇게 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샹치가 여기 있단 것도 잊어버렸나, 싶을 정도였다. 샹치는 아버지를 따라 나무 아래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날 데려온 건 그냥 여길 찾기 위해서였나? 어머니를 잃고 나서 그들은 더이상 전처럼 다정한 부자지간이 되지 못했고, 지금까지의 일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미세한 벽에 가로막힌 사이였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먼 사람이었다. 깨어나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작은 희망이 있었다. 어쩌면 그가 깨어나고 나서 그들의 사이는 달라지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예전처럼 완고했고 거리를 좁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문득 어머니가 그리웠다. 그녀가 이야기해주던 이 곳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언젠가 가볼 수 있길 꿈꾸곤 했었다.
 

 

"네 어머니가 저기에 있었지."


 

불쑥 웬우가 입을 열었다. 샹치는 그를 돌아보았다. 연못가에 앉은 웬우의 한 쪽 발 끝은 건너편 돌 위에 걸쳐져있었고 다른 발은 연못 속에 잠겨있었다. 물에 젖은 바짓단이 종아리에 휘감겼고 긴 옷자락의 끝이 흐느적, 물 속에서 흔들렸다. 웬우는 그저 앞만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녹색 옷을 입고 있었어. 뒤돌아선 네 어머니를 보면서 저 자가 날 여기로 부른 거군,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오랜만에 재밌겠다고 느꼈지. 그동안은 너무 지루했거든."

"......"

"즐거웠다. 처음으로 시간이 지나간다는 게 아쉬웠어. 그래서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고심한 끝에 결정했지. 네 어머니와 겨루었던 그때의 시간을 붙잡아놓을 수 없다면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려나가면 되겠다고."
 

 

나지막하게 말하면서 웬우가 손을 내밀었다. 바람에 하늘하늘 떠밀려온 꽃잎을 조심스럽게 움켜쥔 그가 손바닥을 펴 잎을 내려다보았다. 핏방울처럼 맺혀있던 꽃잎은 움찔거리다 다시 바람에 쓸려 떠나갔다. 금시에 가버린 꽃잎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웬우가 중얼거렸다. 
 

 

"천 년이 넘어가도록 살아오는 동안, 함께 하는 하루가 지나가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 네 어머니 뿐이었다."

"...어머니의 기억 중에서 뭘 잊어버리신 거예요?"

 

샹치의 질문에, 웬우는 샹치에게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것처럼 다시 고갤 돌렸다. 침묵이 흘렀고 바람이 숲을 한 차례 흔들었다. 한참 후에 웬우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니의 목소리." 
 

 

놀란 샹치는 웬우를 돌아보았다. 사실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웬우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가자."


 

그가 일어서면서 젖은 옷자락에서 후두둑 떨어진 물방울들이 연못의 표면을 두드리면서 연신 파문이 일었다. 연못에서 빠져나온 웬우는 나뒹구는 신발을 주워 들었다. 아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걸 보았던 터라 샹치는 그를 부축하려 다가갔다. 그러나 웬우는 찡그린 얼굴로 다가온 샹치를 쳐다보더니 비틀비틀 힘겹게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 움직임을 따라 묵직히 물 먹은 옷의 끝자락이 늘어져 뚝뚝 물방울을 흘렸다. 샹치는 그 자리에 멈춰서 걸어가는 웬우를 보다 그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겼다. 

 

네 어머니의 목소리. 그 대답은 어쩐지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 섬뜩하기도 했고, 동시에 가슴이 저려올 만큼 슬픈 대답처럼 느껴졌다. 들을 수가 없어, 잉리...... 그때 들었던 말은 그래서였구나. 깨어난 아버지가 미친 사람마냥 굴었던 것도 이제서야 좀 이해가 갔다. 한때 샹치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가 없던 날들이 있었다. 가혹한 훈련은 감정을 억눌렀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져 꿈에서조차도 흐릿한 안개처럼 들렸다. 그러나 케이티와 케이티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버지가 멀어지는 대신 어머니가 가까워지면서 꿈에서 모습도 뚜렷해졌고, 목소리도 다시 기억이 났다. 영원히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없다는 건 어떤 걸까? 기억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공허함만이 남겨져있다면. 

 

모르겠다. 샹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마를 긁었다. 방금 일은 아버지가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시도하는 걸까? 그러나 오랜 시간의 간격은 이 한 번으로 그닥 좁혀지진 않았다. 그의 안에 아버지를 닮아 완고한 고집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동안 그렇게 가혹했고, 방치했으면서 이제 와서 다가오려 하는 걸 용납하고 싶지 않은, 그런 앙금이 남아있나? 미약한 죄책감과 그런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에 대한 짜증이 뒤섞여 그는 벅벅 얼굴을 문질렀다. 그 사이, 앞에 가던 웬우는 공터의 끝을 가로막은 숲에 서서 샹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 얼굴은 예전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어쩐지 예전처럼 할 말이 없는데,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뭘? 무엇을 말한단 말인가? 다 용서한다고? 이제 다시 예전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지금 그런 말을 한다면 그건 진심일까?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샹치는 그냥 묵묵히 나무들 앞에 섰다. 나무들은 아까처럼 벌어지면서 길을 만들어냈다. 시원스럽게 열리는 길과는 달리 그의 마음 속은 엉킨 감정들로 가득하기만 했다. 

 

 

 

 

 

-   
 

 

늘 하던 운동을 마친 후, 씻고 나온 샹치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창 밖을 보았다. 평소라면 슬슬 하늘이 밝아질 때였는데, 비가 오려는지 날이 좀 어둑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일찍 일어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탈로에선 다들 부지런해서 하루가 일찍 시작하는 편이었고, 요즘 생각이 많다보니 잠이 얕아져서 일찍 깼다. 언제까지 이럴 순 없는데. 케이티의 부모님이 더 걱정하시기 전에 돌아가야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그의 아버진 또 어쩐단 말인가? 탈로에서 웬우를 반기지 않으니 여기에 있을 수도 없고, 텐 링즈는 이미 샤링이 정리하러 떠났으니 그 곳도 안 되고. 사실 오랜 세월 살면서 재산 하나 마련 안 해둘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야 있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애매한 상태에서 헤어지면 그것도 내내 마음에 걸릴 터였다. 그 날 이후 웬우는 딱히 더 다가오지도 않았고 샹치 역시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해봐야겠단 생각은 있었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것도 그렇고.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힐끔 보았다. 웬우에게서 받은 열 개의 팔찌들은 그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탈로에서 별 일도 없는데 차고 다니기도 그래서 일단 상자에 넣어두었다. 그는 수건을 의자에 걸쳐두고 나무 상자를 열어보았다. 지금은 빛이 꺼진 팔찌들을 보던 샹치는 그 표면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매끄러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고 희미한 빛이 손을 따라 흘렀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이것들을 쓸 때, 나직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서투른 자세를 고쳐 잡아주고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려주던 그때처럼. 


 

어머니의 기억 중에서 뭘 잊어버리신 거예요?

네 어머니의 목소리.


 

아, 진짜. 샹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래. 아버지가 미운 감정이 남아있었고 함께 있는 시간은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든, 결국 아버지였다. 노력하지도 않고 밀쳐낼 수는 없었다. 케이티의 말처럼,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도 물리쳤는데 그거보다 어려울 게 뭐가 있다고? 상자를 닫고 일어선 그는 주섬주섬 윗 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섰다. 훅 서늘한 공기가 콧 속을 파고 들었다.  샹치는 아버지의 방으로 가면서 심호흡을 했다. 불 꺼진 방 앞에 선 그는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 저예요.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그는 한 번 더 문을 두드렸다.
 

 

"주무세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한 번 더 두드려볼까, 하다 멈칫한 샹치는 한숨과 함께 손을 내렸다. 자는 거면 자는 사람 깨워가면서 말하기도 그렇다. 몸을 돌려 터벅터벅 나오는데, 그 앞을 지나가던 광보와 마주쳤다. 활과 화살통을 맨 광보는 샹치가 인사하자 고개를 까닥해 마주 인사했다. 


 

"연습하러 가시는 거예요?"

"그래. 이 시간에 넌 무슨 일이냐?"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나왔는데, 주무시는 것 같아서 돌아가려고요."


 

웬우의 얘기가 나오자 광보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그 놈 나갔다."

"네?"
"이 새벽부터 나와서는, 날 보곤 어디 높고 경치 좋은 데 없냐며 정신 나간 소리를 하더구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시하려다가 나한테 어린 놈이 버릇없이 어른이 물을 때, 대꾸도 안 하냐고 하길래 알려줬지."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미는지 광보가 씨근덕대며 말했다. 잠시 눈을 감은 샹치는 아버질 보게 되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꼭 말해야겠다고 다짐한 후, 다시 눈을 떴다.   
 

 

"죄송해요. 아버지가 그렇게...말하신 거에 대해서 대신 사과 드릴게요."

"네가 사과할 일이냐? 됐다. 지금쯤 고생 꽤나 하고 있을 테니 상관 없다."

"...어디로 가셨는데요?"

 

광보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샹치는 광보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잠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산을 바라보다 다시 광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요. 저긴 아니죠?"
"거기다."

"...저 산이요?"
"저 산 중턱쯤에 정자가 하나 있거든. 경치가 아주 좋지."

"아버지께서 저길 가셨다고요?"
"가던데."
 

 

샹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떴을 때, 광보는 이미 휘적휘적 활 연습장으로 가고 있었다. 샹치는 물끄러미 산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광보의 말대로 중턱께에 뭔가가 자리잡고 있긴 했다. 아니, 광보야 그렇다쳐도 그의 아버지는 왜? 몸도 성치 않은데다 팔찌도 끼지 않았으면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가 막히면 말도 안 나온다는 게 딱 지금 심정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산을 보다가 문득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높고 경치 좋은 곳? 설마. 그럴 리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데, 그런 짓을 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러나, 만약, 설마 정말로......무덤덤한 웬우의 얼굴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피의 대가는 피로 치르는 거지. 그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샹치는 산을 향해 뛰었다.

 

산은 사람의 발길로 다져져 있었지만 군데군데 가파른 곳이 있었다. 정말로 그 몸을 해가지고 여길 올라갔다고? 그러나 길에는 방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남겨져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휘몰아쳤다. 여전히 아버지에겐 어머니만이 중요하고 샤링과 샹치는 중요치 않은 걸까?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만 포기하고 싶어졌나? 그렇게 끝내버리면 모든 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아니. 정말로 끝내기 위해 갔을까? 그는 아버지를 잘 알고 있던가? 자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확신하나? 왜? 그의 아버지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기에? 그래. 웬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탈로를 아무렇지 않게 파괴하려 했고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같이 치르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만 기억을 잃어버렸나? 탈로와 텐 링즈의 다른 사람들 또한 그렇게 됐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에게 아버지마저 잃게 만들었고, 형제를 두고 도망치게 만든 사람이다. 

 

그러나 길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이기도 했었던 사람이었다. 사랑이 아버지를 바꾸었고, 증오가 다시 되돌려놓았다. 쉽게 용서하기엔 너무나 혹독한 상처를 남겼지만 미움만 남기기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그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던 얼굴을 알았다. 어린 그를 무등 태우고, 끊임 없는 질문에도 하나 하나 고민하며 대답해줬던 사람이었다. 길을 따라 가면서 샹치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사실은 그때 이미 용서했다. 자신을 구하고 죽어가는 남자의 눈을 마주 보았던 그 순간에.

 

그저, 그저...웬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라면 지금의 샹치도 그랬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한 번 끊어진 가족이 전처럼 이어지려면 뭘 해야 하는 건지. 사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가서 뭘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얇은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가는 비가 생채기처럼 흔적을 남겼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저 멀리 정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때쯤에야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팔찌부터 꺼내와서 썼으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테고, 이 고생도 안 했을 거라고. 숨을 헐떡대면서 거길 향해 가다 보니 그 안에 선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웬우였다. 안도와 분노, 고통과 악 지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뒤섞였다. 정자로 간 샹치는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멈춰서 난간을 짚었다. 숨이 마구 차서 이 상태에선 말도 제대로 안 나올 거 같았다. 소리를 들은 건지 서있던 웬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구부정하니 서서 숨을 몰아쉬는 샹치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냐?"

 

아버지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부리나케 쫓아왔다곤 말할 수 없어 샹치는 그저 숨을 고르며 고개를 저었다. 웬우는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샹치를 보다 곧 고갤 다시 돌렸다. 그는 두 손으로 난간을 짚은 채, 몸을 밖으로 살짝 내밀고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쁜 숨이 가라앉아 샹치는 이마에 배인 땀을 닦아내곤 입을 열었다. 
 

 

"여긴 뭐하러 오신 거예요?"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조바심 치던 마음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자 가라앉는 대신 되려 약한 분노를 끌고 올라왔다. 웬우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샹치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짓곤 하던 표정이 슬쩍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무덤덤히 그를 보던 웬우는 샹치에게서 고갤 돌렸다. 
 

 

"네 어머니가 자란 곳을 쭉 둘러보고 싶어서 올라왔다. 조만간 여길 떠나야 할 테니까."

"...가실 곳은 정하셨어요?"

 

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난간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이 좀 진정된 샹치는 웬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밝은 청색의 옷자락과 소매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 때문인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먹구름이 낀 하늘은 희미한 빛을 냈고 그래서 정자 안은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좀 어두웠다. 여전히 가는 비가 풀린 실꾸러미처럼 끊이지 않고 샹치의 머리와 어깨, 팔을 스치면서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웬우의 곁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 옆에 서서 같은 풍경을 보고, 그들이 사랑한 사람에 대한 얘길 나눌 수도 있었다. 혹은 이대로 등 돌려 내려갈 수도 있었다. 무엇도 명확히 결정하지 못한 채, 샹치는 계단께에 서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난 많은 이름을 가졌었지."


 

지겹게 들어왔던 그 말을 웬우가 다시 꺼냈다. 집중하지 않으면 바람에 묻힐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그 중에서 내가 진정으로 가지길 바랐던 이름은 두 가지 뿐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과 가족의 아버지이고 싶었어. 하지만 그 이름을 온전히 가지기엔 난 아내를 지키지 못한 남편이었고, 자식들을 보살피지 않았던 아버지였지."

"......"

"내가 가지고 싶었던 이름은 내 잘못으로 잃었고, 내게 남아있는 이름은 더이상 원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니 남은 건 아무것도 없군. 더이상 이름도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그 자는 뭐라 불려야 하지? 아무것도 아닌 자를 사람들은 뭐라 부르던가?"
 

 

자조적인 말투였다. 비와 뒤섞인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왔다. 웬우의 머리카락이 마구 흐트러졌고 옷자락이 찢어질 듯 팽팽히 나부꼈다. 문득 잉난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삶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답을 해야 하며, 그게 우리가 갈 길을 정하게 되지. 그 순간이 자신에게도 다가온 것임을 샹치는 깨달았다. 

 

지금 삶이 그에게 질문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그리고 그는 대답할 방식을 마침내 정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전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변했어요."
 

 

계단의 난간에 손을 올리고 샹치는 그의 아버지처럼 나직히 말했다. 웬우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후에도 달라졌고요. 이 곳에 오고,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면서 또다시 변했어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변하셨던 것처럼, 사람은 계속 달라질 수 있어요. 더이상 무엇이 되어야 할 지 알 수 없다면 그냥... '웬우'가 되시는 건 어때요?"

"이전의 웬우로 돌아가라는 거냐?"


 

웬우는 그렇게 물으며 몸을 빙글 돌려 난간에 기댔다. 느슨히 두 팔을 뒤의 난간에 걸친 그는 예전처럼 샹치를 바라보았다. 엄격하고 무심히 그의 자질을 평가하던, 그 시선으로. 
 

 

"아뇨. 지금의 웬우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로 시작해라?"
"음, 광보 할아버지 아시죠?"

"그게 누군데?"
 

 

그의 아버지가 지금 농담을 하나 싶어서 샹치는 웬우를 쳐다보았다. 웬우는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있었다. 진짜 모르겠단 얼굴이었다. 아니, 한 달 가까이 여기 있었으면서 모른다고? 진짜로?
 

 

"그...아버지한테 여길 알려주신 분이요."

"아, 그 놈이군. 어른에 대한 예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던 놈."


 

심드렁한 목소리에 잠깐 말문이 막혀 샹치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웬우가 광보를 그렇게 생각하듯이 광보도 웬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란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 말을 겨우 참아낸 샹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광보 할아버지도 영혼을 뺏겼다가 되찾으신 후에...활 쏘는 방법을 잊으셨어요. 그래서 지금 처음부터 다시 배우시는 중이에요. 아마 예전처럼 완벽한 솜씨로 돌아오시긴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 분은 계속 노력하고 계시죠.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기가 만족할 정도의 실력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어머니가 안 계신 이상, 우리도 그때처럼 완벽한 가족은 될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계속 애쓰다보면 썩 괜찮은 가족 정돈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아버지도, 그때 아버지가 바랐던 그런 사람이 될 순 없을지도 모르지만...어머니가 아버질 사랑하게 됐을 때, 완벽한 사람이셨던 건 아니잖아요. 그럼 기대치를 좀 낮춰도 되겠네요."


 

웬우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샹치는 어깨를 으쓱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난 그때 사람들이 원하는 걸 모두 가진 상태였다."

"어머니께서 그런 게 좋다고 하셨어요?"
 

 

어쩐지 불만스러워보이는 표정을 한 웬우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눈을 내리 깐 그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샹치는 그런 웬우를 바라보았다. 정자의 대들보에서부터 내려온 그림자가 그 얼굴을 가로질렀다. 이따금씩 웬우의 얼굴은 샹치가 알았던 남자로 바뀌었다가 사라졌다. 불멸의 시간 속에서 많은 이름을 가졌던 그 남자. 잔혹하고 냉정하면서 오만했던 사람이었다. 난간 너머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이 그 남자 뒤에서 사납게 으르렁댔다. 

 

한동안 아무 말 없던 웬우가 난간에 기댄 몸을 떼어냈다. 그는 샹치에게로 걸어왔다. 오는 길이 상당히 고되었는지 웬우는 다리를 약간 절면서 걸었다. 맨 윗 계단에서 멈춘 웬우는 샹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은 무심해보였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웬우가 입을 열었다.


 

"손 내밀어라."

"손이요?"

"그 쪽 말고."


 

샹치가 오른손을 들어올리자 고개를 저은 웬우가 턱을 까닥였다. 샹치는 들었던 오른손을 내리고 엉거주춤하게 왼손을 들어올렸다. 이건 또 뭐하시는 거지. 
 

 

"더 높이."


 

시키는 대로 왼 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었을 때, 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민 샹치의 손을 잡았다. 그 손에 체중을 실은 웬우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첫 계단을 내려갈 때, 살짝 비틀거린 그는 더 힘을 주어 샹치의 손을 움켜쥐었다. 무게감 실린 웬우의 손은 약간 거칠고 단단했다. 서늘한 공기에 식었는지 체온은 조금 미지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닿은 부분이 뜨거운 것처럼 따끔거렸다. 샹치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온 웬우가 손을 놓았다. 얼굴을 약간 찡그린 웬우는 자신의 다리를 더듬어 만져보더니 혀를 짧게 찼다. 그는 어안이벙벙해있는 샹치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네 말대로 그렇게 시작하는 거겠지."

"...아, 네, 그러네요."
"그만 내려가자."


 

웬우는 다리를 살짝 절면서 먼저 걸어갔다. 샹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가는 빗줄기가 그의 손을 스쳐가면서 작은 점들로 이어진 선을 연이어 그렸다. 아버지의 손은 멀어진지 오래였는데, 아직도 낯선 그 감촉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샹치는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다시 폈다. 그는 몸을 돌려 앞서 가는 웬우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깨가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선 그는 웬우에게 맞춰서 걸어갔다. 비로 젖은 길에 발자국들이 나란히 남겨졌다. 꼭 같은 보폭인 그 발자국들은 이따금씩 서로에게 가까이 맞붙었다가 떨어졌고 다시 맞붙었다. 시간이 지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그 발자국들이 물에 씻겨져 내려갈 때까지도 나란히 함께 걷고 있었다.   






-


사실 샹치웬우라고 제목 달기엔 뭔가 나온 것도 없지만;
나는...나는 샹치 보면서 깨달음 나는 시바 개까리한 중년을 존나 좋아했던 거임
근데 그게 양조위다? 갭모에다? (대충 진흙괴물)
아니 너무 맛있어...ㅠㅠㅠㅠㅠ 최고야 



샹치 샹치웬우

 

2021.09.09 12:31
ㅇㅇ
분위기 미쳤어요 센세.......존나 좋아 ㅠㅠㅠ
[Code: 417a]
2021.09.09 12: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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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헐 마블 시나리오작가가 여기서 이러고있어도되냐..,
[Code: c3d1]
2021.09.09 1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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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않이 센세 이게뭐야 우선 침착하게 개추누르고 정독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4b0]
2021.09.09 1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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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마블로 당장가란말이야 ㅠㅠㅠㅠㅠㅠ
[Code: ad27]
2021.09.09 13:16
ㅇㅇ
모바일
센세..대작이에요...웬우와 함께 우리도 시작하는 거지요..?우선 방으로 모실게요...
[Code: 117c]
2021.09.09 1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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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너무 조아ㅜㅜㅠㅠㅠㅠㅠㅠㅜㅜ
[Code: 3bcb]
2021.09.09 1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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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직업셀털하시면 안돼요ㅠㅠ
이 갓대작에 붕붕이 눈물나요....
[Code: afe1]
2021.09.09 1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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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제 시작인거죠?? 억나더가 있는거겠죠????분위기 미쳤다ㅜㅜㅜㅜㅜㅜ너무 좋아서 눈물나요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f7a5]
2021.09.09 1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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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학..?] ㅅㅂ 미쳤다 지금 내가 뭘 읽은거지ㅠㅠㅠㅠㅠㅠㅠ 눈 앞에 둘이 움직이는거 그대로 보임 묘사 ㅁ 슨일ㄷㄷㄷ 존나 마음 아리고 웬우 복잡한 심경 그대로 읽어서 개찌통ㅠㅠㅠㅠ 그리고 샹치도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감정이 뭔지 잘 몰라서 혼란스러워 하는게 느껴져서 와... 진짜ㅠㅠㅠㅠ 센세 우리 사이가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 샹치웬우 어떻게 되는지 이제 팔만대장경만큼 풀어보자ㅠㅠㅠㅠ
[Code: 97cc]
2021.09.09 13:59
ㅇㅇ
대작의 시작에서 센세와... ✌🏻📸
[Code: d5e7]
2021.09.09 14: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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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졸라 대작의시작 센세사랑해애ㅐㅐㅐㅐㅐㅐㅐㅐ 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
[Code: 486d]
2021.09.09 14: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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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ㄷ 센세ㅠㅠㅠ 여기 1 떨어뜨려서 주워왔는데 어나더 주실거죠????ㅜㅠㅜㅜㅜㅜㅜ
[Code: a4c3]
2021.09.09 14: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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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왜 여기서 ㅅㅌ 하는 거야 ㅠㅠㅠㅠㅠㅠ 진짜 분위기 미쳤고 감정선도 장난 아니야............ 이런 대작은 억나더가 꼭 필요해.........
[Code: 19e4]
2021.09.09 15: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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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쳤다ㅠㅠㅠㅠㅠㅠ하 센세 이건 붕간적으로 어나더 주셔야 해요ㅠㅠㅠㅠ손 잡는 거 텐션이 아주 그냥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센세 사랑해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센세 어나더 들고 오실 때까지 무릎끓고 기다릴게여...ㅜㅜㅠㅠㅠ진심이에여
[Code: 97cc]
2021.09.09 16: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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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어나더!!!!!!!!!!!!!!!!
[Code: 6b7c]
2021.09.09 16: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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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눈감고 모른 척 할테니까 센세 어서 맓들어가서 이거 시나리오로 쓰자 어?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띵작을 햎에서 우리만 볼 수 없어ㅠㅠㅠㅠㅠㅠ어떡하지 진짜
[Code: 2490]
2021.09.09 17: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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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눈물이 흘러요... 선생님 필력에 숨까지 참고 봤어요... 선생님... 어나더... 어나더... 어나더... 하고 울어봅니다...
[Code: 1ffb]
2021.09.09 17: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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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미쳤다 미쳤다 내가 이걸 돈 안 내고 봐도 되는걸까?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진짜 .....필력 무슨 일이야??????? 이 센세를 당장 마블로 이게 공식이다
[Code: 5d7b]
2021.09.09 19: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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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센세 감사합니다... 센세의 글 덕분에 오늘도 살아갑니다
[Code: c933]
2021.09.09 2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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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내리면서 너무 행복했어... 문장 하나 하나 읽는데 너무 행복해........... 센세 사랑해요 어나더로 돌아와줘요
[Code: 25d5]
2021.09.09 2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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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그저 갓........
[Code: 201b]
2021.09.09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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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제발 어나더 웬우가 잉리 목소리 없이도 어떻게 변화해갈지 새로운 이름은 무얼 갖게될지 샹치는 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보게될지 궁금해 미치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7cd]
2021.09.23 02:32
ㅇㅇ
센세....?센세 왜 작품을 올리셨어요...??????????
[Code: f256]
2021.10.04 04: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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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울어....갓...미쳐......
[Code: f0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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