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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14:47


샘이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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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악몽이 바뀌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가 바닥에 누운 채 미동이 없는 꿈이었다. 버키. 제임스. 끊임없이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안돼. 그게 꿈인 걸 알면서도 나는 절규했다. 어느날에는 정말로 꿈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의 은밀한 자살 시도를 알게 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버키는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아꼈다. 왼손을 쓰지 않아도 일반인들과는 그 능력이나 경험이 달랐다. 두어번 얻어맞는 건 싸움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살이 터지고 피가 날 정도로 맞는 건 그가 피하지 않아서였다. 내가 상처에 관해 물을 때마다 말을 돌리거나 여의치 않을 땐 입맞춤으로 내 주의를 산만하게 흩트리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건 버키가 칼에 깊이 찔렸을 때였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그는 기뻐했다. 희미하긴 했지만, 아주 잠깐 그의 입꼬리가 위를 향한 걸 보았다.

그 이후로 나는 버키를 집요하게 쫓았다. 나의 눈앞에서,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너는 절대로 죽어선 안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버키도 내가 알아챘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변명이나 설명 하나 없이 내색조차 하지 않는 그에게 더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이 우리의 첫 다툼이었다. 수없이 많은 싸움을 하고, 종래에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내게 매번 약속을 하고도 그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매일 밤을 악몽에서 깨어나고, 어느 곳에도 섞이지 못한 채 홀로 이방인처럼 떠 있는 버키는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처럼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했다. 울며 매달리고, 화를 내고, 애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반복되는 실랑이와 거짓으로 점철된 우리의 관계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나는 그래도 버키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내가 살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를 붙잡을 마지막 방법이 그것뿐이어서였다. 그가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도와달라고 말해줬으면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쉽게 내 손을 놓았다. 포기하지 않기로 했잖아. 다시 울며 화를 내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내가 너무 비참했다. 끝없는 싸움에서 내가 졌다. 그래서 그를 등지고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습관처럼 그의 집 앞에 도착하고서야 엉엉 울었다.



이별 후에도 몇 번이나 연락하려고 했다. 너랑 못 해 먹겠다는 말을 한 건 실수였다고. 내가 너무 애가 타서, 홧김에 한 말이라고.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없어도 그가 멀쩡히 살아있어서였다. 버키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처럼, 그도 나와 같기를 바랬다. 살아갈 이유가 내가 되길 바란 건 내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집 앞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다시 가까이서 그를 보게 된 건, 나는 원하지 않았던 기회였다. 그를 위험 속에 밀어넣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포함되었다. 덕분에 어두운 인영이 아닌 그를 볼 수 있기는 했다. 수척해지기는 했어도 괜찮아 보이는 얼굴에 안심했다.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그를 임무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 말도 안 되는 시도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사고는 필연적인 일이었다. 평소였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는데, 버키를 쫓느라 전투 자체에 집중하지 못해서였다. 순식간에 날개를 강타한 충격에 몸이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정신을 잃어가며 추락하는 도중에, 나는 비로소 버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도 이런 해방을 원한 거구나.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그보다는 내가 먼저 겪어서 다행이라고. 이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일을 보는 게 나라면, 견뎌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땅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건 곧 그와 가까워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동시에 조금은 기뻤다. 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슬펐을 것이다. 해주고 싶은 말은 영영 전하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내 죽음이 그를 살린다면,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2021.05.05 14:52
ㅇㅇ
모바일
샘 죽으면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a63]
2021.05.05 15:00
ㅇㅇ
모바일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찌통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d31]
2021.05.05 15:02
ㅇㅇ
모바일
안돼ㅠㅠㅠㅠㅠ죽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d5d]
2021.05.05 15:03
ㅇㅇ
모바일
안돼!!!ㅁ 죽지마ㅠㅠㅠㅠㅠㅠㅠ
[Code: bad1]
2021.05.05 16:16
ㅇㅇ
정신을 잃어가며 추락하는 도중에, 나는 비로소 버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도 이런 해방을 원한 거구나.
미쳤다진짜 주그면앙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556]
2021.05.05 17:09
ㅇㅇ
모바일
아안돼 샘ㅠㅠㅠㅠㅠㅠ버키놈아 빨리 샘한테 돌아가 이눔아ㅠㅠㅠㅠㅠㅠㅠㅠ살려주세요 센세...ㅜㅜㅜㅜㅜ
[Code: 8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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